[시승기] 폭스바겐, 아테온 2.0 T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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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폭스바겐의 경영 전략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지금의 폭스바겐은 소형차 전문 기업이다. 유럽시장에서 해치백 골프가 전체 판매 1위 자리를 계속 지켜왔고, 그다음으로 폴로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SUV도 컴팩트급인 티구안의 인기가 가장 높다. 겉으로 보면 잘 파는 만큼 돈도 잘 벌고 회사도 잘 돌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으니 바로 브랜드 밸류의 향상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와 자율 주행 & 커넥티드 카의 세상이 오면 엔진이 몇 마력을 내고 코너링이 어떻고 하는 문제는 크게 중요해지지 않는다. 강력한 전기모터만 있으면 1천 마력 이상의 차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제조사의 노하우에 의해 결정되던 파워트레인 기술 격차가 좁혀진다는 의미다. 테슬라 모델 S 100D를 보자. 모터 만으로 700마력대 내연기관 차들과 맞먹는 가속력을 내고 있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컨셉트 ID 라운지
자율 주행이나 무인차 시대에서는 탑승자 중심의 달리는 즐거움보다 편안함을 추구하게 된다. 우리가 택시나 지하철, 버스 등을 이용할 때 제조사나 모델명은 따지지 않는다. 그것과 비슷한 개념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 이동 수단 자체의 개념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때부터는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자리할 브랜드 밸류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예를 들어 현재의 스마트폰은 삼성이나 애플, 중국산의 성능 및 기술적 가치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삼성을, 누군가는 웃돈을 주고 애플 제품을 구입한다. 브랜드 밸류가 제품 구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에도 이 개념이 커진다. 즉, 브랜드 밸류를 조금이라도 더 높여 놓아야 한다.
폭스바겐 페이톤(Volkswagen Phaeton)
폭스바겐 피데온(Volkswagen Phideon)
때문에 소형차 중심의 폭스바겐도 고급스러움을 부각시키려는 노력 중이다. 과거를 보자면 그들의 최상급 모델 페이톤은 실패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중국 시장에 후속 모델인 피데온을 내놨다. 대신 차량 크기 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유럽에서 파사트의 고급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이는 미국형 파사트(NMS)와 지향점이 다르다.
폭스바겐 유럽형 파사트(Volkswagen Passat)
그리고 유럽형 파사트를 기초로 아테온을 내놨다. 폭스바겐 모델 중 가장 고급스럽고 멋진 디자인을 갖춘 모델이다. 사실상 파사트 CC의 후속 모델이지만 폭스바겐은 스스로 업 마켓(“more upmarket”)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당연히 공도 많이 들였다. 심지어 경쟁 모델로 BMW 4시리즈 그란 쿠페와 아우디 A5 스포트백을 거론하고 있다. 유럽 매체들도 이들을 대상으로 아테온을 바라본다.
또한 폭스바겐은 투게더 2025(TOGETHER-Strategy 2025)라는 전략을 멋지게 어필한 이후 앞으로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로의 체질 변화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시대를 앞서가는 자동차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5년, 디젤 게이트가 터졌다. 땅에 떨어진 이미지, 소비자들의 불신을 만회시키기 위해 폭스바겐은 디젤 사태 이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30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사태 수습이 먼저였다. 그동안 그들의 희망이던 아테온은 잠시 잊혔다.
국내에서도 인증 직격탄을 맞았다. 2018년 12월이 되어서야 판매가 시작됐을 정도로 출시 시기가 꽤나 미뤄졌다. 이처럼 아테온은 폭스바겐 집안이 아주 정신없을 때 태어났고, 그 영향으로 시장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이끄는 데 한계를 보였다.
폭스바겐 아테온(Volkswagen Arteon)
그리고 지금 아테온을 만났다. 결과적으로 아테온은 잘 만들어진 차였다. 주행할 때 만족도가 꽤나 높았다. 다만 투입 시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에겐 신차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아테온을 우리 시장에 투입된 신차로 바라보자.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이 상당하다. 폭스바겐의 디자인은 늘 무난함을 추구했다. 고성능의 일부 모델도 있었지만 튀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따져보면 별다른 특색이 없다는 얘기가 됐다. 하지만 아테온은 달랐다. 폭스바겐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아주 큰 존재감을 뿜어낸다.
전면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가로줄 형태의 그릴 디자인이다. 그리고 이 가로줄이 헤드램프의 주간 주행등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마치 하나로 이어진 디자인 같은 느낌이 든다. 참고로 이 디자인의 채용은 차체를 더 넓고 낮아 보이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범퍼도 멋스럽다. R-디자인이 적용되면 더 멋지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너무 젊은 느낌만 키울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현재의 범퍼 형태가 고급스러움과 멋을 잘 표현했다고 평하고 싶다.
쿠페 스타일을 머금은 차답게 측면부 실루엣이 멋지다. 루프라인에서 흐르듯 내려오는 선은 트렁크 마지막 부분까지 연결되다 사라진다. 도어도 프레임리스 방식이라 문을 열고 닫을 때 쿠페의 느낌을 전한다.
전륜 펜더에는 가니시 디자인을 더했다. 폭스바겐이 멋을 내다니! 여기에 깊숙하게 파인 로커패널은 차량을 더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해준다. 적어도 아테온은 기존 폭스바겐의 무난함과는 다른 모습이다. 또한 테스트에 투입된 상위 트림 모델은 검은색으로 멋을 낸 18인치 휠이 장착돼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을 키웠다.
전면과 측면의 화려함. 하지만 후면은 긴장감이 떨어진다. 시각적인 자극적인 요소를 이끌기 보다 비례를 중시한 배치를 통해 안정감을 전달하고자 했다. 트렁크 부위의 가로줄은 범퍼를 더 두꺼워 보이게 해준다. 범퍼 하단에는 듀얼 머플러도 달았다. 하지만 이것은 장식일 뿐이다. 실제 배기구는 하단에 숨겨져 있다.
아테온은 유럽에서 D-세그먼트로 분류된다. 컴팩트급에 해당한다는 것. E-세그먼트를 기준으로 몇 mm 씩만 크기를 줄여 D-세그먼트 중에서 가장 큰 차체를 갖게 됐다.
위에 표에서 보는 것처럼 경쟁 모델 대비 큰 차체를 확보했다. 사실 인피니티 Q50도 이런 편법(?)으로 컴팩트 그룹에 들어갔는데, 프리미엄 독일 3사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들은 이런 식으로 브랜드 격차의 한계를 줄이려는 것이 추세다.
이제 인테리어를 보자. 만족스럽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만족감을 표한다면 기존 폭스바겐 모델과 달리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키웠다는 것이다. 반면 아쉬움이라면 국내에서 팔리는 파사트 GT 대비 바뀐 부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자체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버튼 배치를 간소화 시킨 스티어링 휠, 송풍구부터 대시보드까지 연결된 가로줄 장식도 좋다. 고광택 블랙 패널로 덮은 센터페시아 디자인에서도 폭스바겐 특유의 간결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묻어난다.
물론 파사트의 고급 모델이기에 계기판을 12.3인치 크기 디스플레이로 대체했다. 다양한 정보를 화려하게 보여준다는 점도 좋다. 반면 계기판 테마를 통해 분위기를 바꿔주는 기능은 없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배려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크기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달았다. 한글화도 잘 돼있고, 터치 반응도 빠른 편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있다. 여기에 앰비언트 라이트를 통해 차량을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했다.
사운드 시스템은 11개의 스피커와 700W 출력을 갖는 덴마크의 다인오디오(Dynaudio) 제품을 쓴다. 운전자 취향에 맞춰 음향 설정도 할 수 있다. 이는 재규어 랜드로버 차량에 탑재되는 메리디안(Meridian) 사운드 시스템과 유사한 기능이다. 다만 그 변화의 폭에서는 메리디안 시스템이 더 좋다. 하지만 차 값에서 차이가 많다. 즉, 폭스바겐이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상급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이제 시트를 보자. 지금까지의 폭스바겐 모델 시트는 구성에서 일부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나 수동 조작, 일부는 다이얼 조절식으로 불편함을 만들기도 했다. 직물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는 유럽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구성이다. 반면 국내 소비자는 기능성을 중시한다. 즉, 기본에 충실한 구성이지만 우리 시장에선 아쉬움이 되기도 했다는 얘기다.
반면 아테온은 기함급 세단답게 앞좌석에 열선과 통풍 기능을 넣었다. 운전석에는 마사지 기능까지 있다. 면적이 큰 사이드 볼스터는 스포티한 분위기를 만듦과 동시에 몸도 잘 잡아준다. 쿠션감은 단단한 편이지만 장거리 이동에서 이점이 크다. 피로감이 적다는 것. 여기에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를 나파 가죽으로 마감했다. 고급 소재인 만큼 촉감도 좋다.
뒷좌석도 충분하다. 레그룸도 상당히 넉넉하다. 무릎 공간이 꽤 많이 남을 정도. 대신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인 형상 때문에 헤드룸에서 타협을 봤다. 하지만 크게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뒷좌석을 위한 온도 조절 기능도 있다. 즉, 3-존 공조장치를 달았다는 것이다.
다만 센터터널이 높은 편이다. 이는 5인 승차 환경에서 불편함이 될 수 있다. 또한 뒷좌석 유리창이 절반밖에 내려가지 않는다. 뒷좌석 도어의 디자인 때문이다.
트렁크 공간에 대한 경쟁력은 충분하다. 바닥이 반듯한 것도 좋다. 트렁크도 전동 리프트게이트 방식이다. 개방감은 물론이고 화물 수납도 용이하다. 뒷좌석을 접었을 때 활용성도 좋다. 수치로 본다면 기본 563리터, 뒷좌석을 접어 1557리터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
이제 아테온과 함께 주행에 나서보자. 도어를 여는데 상당히 묵직한 느낌이다. 무게감이 과장된다고 느껴지는데, 일부 여성 소비자들은 무겁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차량이 튼튼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2.0리터 디젤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폭스바겐 디젤의 음색이다. 국내 사양은 190마력 디젤 엔진이 기본이다. 해외에서는 150마력, 190마력, 240마력의 2.0 디젤과 150마력의 1.5 가솔린 터보, 190마력 및 280마력의 2.0 가솔린 터보로 구분되는데 국내 것은 190마력 하나로 통일돼 있다. 최대토크는 40.8kg.m 수준으로 동급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수치다.
소음 진동은 어떨까? 사실 국내 제조사들은 이 부분에 사활을 건다. 반면 유럽차들은 이 부분에서 적정한 타협점을 찾는다. 즉, 국산 디젤 승용차와 비교하자면 소음과 진동이 조금 있는 편이다.
아이들에서의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5.5dBA 내외의 수치를 보였다. 우리 팀이 보유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테스트한 북미형 파사트 2.0 TDI가 유사한 정숙성을 보였었다. 참고로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도 같은 수준의 정숙성을 보인다.
아이들 정숙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속도가 조금만 올라도 금세 조용한 모습을 보인다. 80km/h로 주행하는 환경에서의 정숙성은 59.5dBA 수준. 이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중형차 수준의 정숙성이다.
아테온도 다른 폭스바겐 모델처럼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쓴다. 때문에 듀얼 클러치 특유의 질감이 느껴진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클러치가 맞물리는 감각은 물론 절도감 있는 변속기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난다. 저속에서의 울컥거림도 있지만 과거의 것처럼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국산 현대차도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만들며 이런 증상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결과 내구성 부분에서 타협하고 승차감에 집중했다. 이번 아테온의 것은 그 중간 정도의 성향을 갖췄다고 보면 되겠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테온은 폭스바겐 세단 모델에서도 기함급에 속한다. 당연히 편의 및 안전장비들이 기본이다. 고속도로에서 주행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를 지원하는 레인 어시스트다. 아무래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해진다.
특징이 있다면 차선 중앙만 고집하려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미세하게만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도 즉각 조향 권한을 운전자에게 넘긴다. 또,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참고로 일부 제조사들이 반자율 주행 기능이란 것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안전 보조 기능일 뿐이다.
대신 트래픽 잼 어시스트의 활용성은 좋다. 단순히 앞차 속도에 따라 가다 서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티어링 휠 조작까지 해준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지적하자면 앞 차와의 간격을 줄였으면 한다는 것이다. 우리 도로 환경에서는 앞 차와 거리가 멀어졌을 때 다른 차선의 차가 그 사이로 끼어드는 경우가 많다.
자동 주차 기능도 유용했다. 사실 우리 팀이 폭스바겐의 자동 주차 기능을 처음 접한 것은 10년도 넘는다. 하지만 당시의 시스템은 인식률이 낮았다. 운이 좋으면, 또는 조건이 좋을 때만 작동하는 반쪽짜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버튼 한 번만 눌러주면 평행, 직각 주차까지 해준다. 부족했던 인식률도 상향 평준화가 됐기에 이제는 제조사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테온은 주행 감각이 좋은 차다. 폭스바겐 모델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감각을 보여준다. 조금은 단단한 성향의 서스펜션. 하지만 일상에서 필요한 승차감 영역에서 탄력성을 가져가면서도 차량의 움직임을 날카롭게 만드는 중간에서 조율을 끝냈다.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조작해도 차체는 즉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그렇다고 너무 민감하지도 않아서 운전이 부담스럽지도 않다.
매우 느낌이 좋은 차다. 그렇다면 아테온의 가속성능은 어떨까? 우리 팀의 테스트 결과 아테온은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8.31초를 기록했다. 겨울철 노면에서의 한계를 감안하면 3~4월 정도에 이르면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낼 가능성이 있다. 아테온에는 런치 컨트롤 기능이 제공되는데, 타이어의 미끄러짐만 없다면 제조사가 발표하는 7초대 중반 성능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아테온 TDI의 가속능력은 가솔린 터보 엔진을 쓰는 쉐보레 말리부 1.5T와 기아 K5 1.6T 중간 정도의 성능이다. 다만 더 큰 수치의 토크가 나오는 덕분에 고속에서 조금 더 힘찬 느낌을 얻게 된다.
저속 또는 정차 후 발진할 때는 약간의 터보랙(반응 지연 현상)이 느껴진다. 하지만 과거 모델처럼 답답한 수준은 아니다. 현 세대 최신 디젤 엔진들이 보여주는 반응 정도, 딱 그 수준의 성능을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 다만 200마력대 중반 성능을 내는 고출력 사양의 디젤 엔진의 성능이 궁금하긴 하다. 국내 시장에 들어올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아마도 폭스바겐 지지층, 마니아층이 이 모델에 대한 관심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고속으로의 도약 능력도 좋은 편이다. 속도계 바늘을 올리는 시간은 물론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좋다. 독일차들은 고속 주행 능력, 안정감이 좋은 편이다. 지금에야 일본계 자동차들도 일정 수준의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독일계 자동차들의 안정감은 지금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즉, 운전자가 제대로 컨트롤만 할 수 있다면 차량 자체가 불안한 모습을 만드는 일을 경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참고로 아테온의 속도계가 100km/h를 가리키고 있을 때 실제 주행 속도는 96km/h 내외다. 물론 타이어의 마모에 따라 일부 편차가 생길지 모르지만 대략 4km/h 내외의 오차를 갖는다고 보면 된다.
이번에는 제동성능을 보자. 우리 팀이 테스트한 아테온의 마일리지는 매우 낮았다. 시험을 진행하며 끌어올린 마일리지가 800km 정도였으니, 사실상 신차 상태와 유사했다고 보면 된다. 엔진의 컨디션도 100% 최상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브레이크 시스템도 아직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아테온은 38.7m 수준의 제동력을 보여줬다. 시험이 반복되어도 큰 편차 없이 성능을 유지해 나갔는데, 제 컨디션이 나온다면 이보다 약간 더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할 가능성도 크다. 참고로 최근 폭스바겐, 아우디 모델들은 초기 응답성을 강조한 브레이크 셋업을 쓴다. 그렇다고 초기에 힘이 몰려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넓은 영역에 힘을 분산시키는 방향과는 조금 차이가 난다. 이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교차하게 되는데, 초반 응답성 향상, 쉽게는 브레이크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일정 수준의 힘이 나오도록 만들면 여성 운전자들도 쉽게 급제동을 할 수 있다. 반면 미세한 컨트롤을 하는데 제한이 따른다는 것이 단점으로 남는다. 분명한 것은 신뢰할 수준의 성능을 꾸준히 제공해 준다는 사실이 아닐까?
여담이지만 테스트 당일의 현장 온도는 영하 5~6도 사이. 노면 온도는 약 영하 15도 수준이었다. 지난 얘기지만 그날 조금 춥긴 했다.
스티어링 휠 조작은 아테온을 다루는 재미를 키워주는 영역이다. 우리 팀 기자들은 마치 오버행이 짧은 후륜구동 차를 탈 때, 또는 롱노즈 타입의 로드스터를 타는 느낌과 같다고 말했다. 전륜구동(FF=앞바퀴 굴림) 모델이지만 후륜구동 차 부럽지 않은 반응이다. 적어도 전륜구동 세단 가운데 이런 느낌을 주는 모델은 흔치 않을 것이다.
코너링 성능도 좋았다. 이는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아테온의 서스펜션은 댐핑 컨트롤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최대 15단계 범위 안에서 조율된다. 큰 구성으로 보자면 컴포트와 스포트 정도로 나룰 수 있겠지만 커스텀 모드에 들어가면 15단계 설정이 가능해진다. 또한 각 모드별 편차도 제법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하지만 타이어가 컨티넨탈의 에코 타이어였다. 모델명은 컨티에코컨텍 5다. 에코 타이어란 무엇인가? 통상 회전저항을 줄여 마일리지(수명)을 늘리는데 도움을 준다. 즉, 코너링 성능 보다 수명을 연장하고 연비를 높이는데 의미를 둔 모델인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컨티에코컨텍 5는 트레드 웨어 300 수준의 수치를 보였다. 사실상 에코로 포장되어 있지만 여름용 타이어와 같은 성능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부분이다. 타이어의 트레드패턴(바닥면)만 봐도 3계절 타이어의 모습이다. 보통은 여름용 타이어로 부르는데, 접지 면적을 넓힌 대신 겨울철 성능, 정확히 눈길 성능이 떨어지는 타입이다. 적어도 아테온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무엇인지는 타이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디젤을 통한 경제성을 지켜가면서도 성능을 유지하겠다는 것. 또한 타이어가 보여주는 마른 노면에서의 접지력은 우리 팀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아마도 에코 타이어가 쓰였으니 코너링 성능이 떨어진다는 뇌피셜에 사로잡힐 운전자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타이어의 성능은 충분히 좋았다.
참고로 타이어는 245mm 급이며 편평비는 45, 휠은 18인치 사양에 매칭 시켰다. 경제성과 적정 성능을 감안해도 조금 큰 편인데, 외적인 이미지 향상을 위해 18인치를 쓰더라도 너비를 225mm 급 정도로 줄여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자세제어장치의 개입 수준, 작동 신뢰도 역시 좋은 모습이었다. 이제 자세제어장치는 표준 장비로 쓰인다. 하지만 같은 개입이라 해도 세련미에서 차이가 난다. 수천 곳의 중국집이 있다지만 자장면의 맛은 모두 다르지 않은가? 어떤 곳은 오래된 곳이지만 그저 그런 맛을 내는 것도 있고, 어떤 곳은 최근에 생겼지만 좋은 맛을 내는 곳도 있다. 또한 어떤 곳은 오랜 전통만큼 노하우를 살려 좋은 맛을 내기도 한다. 아테온의 시스템은 후자의 것이다. 자동차 시험을 위해 이 시스템을 해제하는 경우도 많지만, 아테온의 시스템은 꽤나 이상적인 조건에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 사실상 시스템을 켜고 탈 때가 더 좋았다. 일상에서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을 만날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운전자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한계를 만날 때, 아마도 갑작스러운 물체 출현에 의해 스티어링 휠을 급하게 돌렸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고 후의 안전성도 중요하지만 사고를 내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행 연비를 보자. 아테온은 100km/h 내외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약 22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사실 폭스바겐 TDI 엔진들은 꽤나 좋은 연비를 냈다. 물론 과거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상적인 경제성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지금도 좋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막히는 시내 주행을 함께 병행한 결과 아테온은 최종 15km/L 내외의 수치를 보였다. 이 정도라면 운전하는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경제성을 추구하려는 운전자들 상당수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테온은 분명 좋은 차였다. 다만 가격은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최근 수입차 업계의 흐름상 아테온에도 할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기본 발표 가격으로 본다면 독일 프리미엄 3사 보다 높다는 인상을 키운다. 애초 할인 없이 좋은 가격을 제시해 주면 안 될까? 최근 시승했던 BMW, 벤츠 모델을 테스트할 때도 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제 수입차 업계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에게 있어 자동차의 디자인은 첫인상과 같다. 그리고 가격은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요소이자 호감을 만드는 중요한 부분이다. 사실 폭스바겐 모델은 원가가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지는 있지 않은가?
아테온은 폭스바겐의 미래를 견인하기 위한 첫 도전자다. 그리고 완성도 측면에서 그 가치는 일정 부분 입증됐다. 당장의 브랜드는 폭스바겐이지만 차가 달리는 느낌 등에서는 프리미엄 3사에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우디 A4(FF=전륜구동) 모델에 비하자면 아테온 쪽이 낫다. 나머지는 소비자들이 판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폭스바겐이 이상적인 정찰제를 선도하는 브랜드가 되어주면 좋겠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와 자율 주행 & 커넥티드 카의 세상이 오면 엔진이 몇 마력을 내고 코너링이 어떻고 하는 문제는 크게 중요해지지 않는다. 강력한 전기모터만 있으면 1천 마력 이상의 차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제조사의 노하우에 의해 결정되던 파워트레인 기술 격차가 좁혀진다는 의미다. 테슬라 모델 S 100D를 보자. 모터 만으로 700마력대 내연기관 차들과 맞먹는 가속력을 내고 있다.
자율 주행이나 무인차 시대에서는 탑승자 중심의 달리는 즐거움보다 편안함을 추구하게 된다. 우리가 택시나 지하철, 버스 등을 이용할 때 제조사나 모델명은 따지지 않는다. 그것과 비슷한 개념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 이동 수단 자체의 개념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때부터는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자리할 브랜드 밸류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예를 들어 현재의 스마트폰은 삼성이나 애플, 중국산의 성능 및 기술적 가치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삼성을, 누군가는 웃돈을 주고 애플 제품을 구입한다. 브랜드 밸류가 제품 구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에도 이 개념이 커진다. 즉, 브랜드 밸류를 조금이라도 더 높여 놓아야 한다.
때문에 소형차 중심의 폭스바겐도 고급스러움을 부각시키려는 노력 중이다. 과거를 보자면 그들의 최상급 모델 페이톤은 실패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중국 시장에 후속 모델인 피데온을 내놨다. 대신 차량 크기 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유럽에서 파사트의 고급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이는 미국형 파사트(NMS)와 지향점이 다르다.
그리고 유럽형 파사트를 기초로 아테온을 내놨다. 폭스바겐 모델 중 가장 고급스럽고 멋진 디자인을 갖춘 모델이다. 사실상 파사트 CC의 후속 모델이지만 폭스바겐은 스스로 업 마켓(“more upmarket”)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당연히 공도 많이 들였다. 심지어 경쟁 모델로 BMW 4시리즈 그란 쿠페와 아우디 A5 스포트백을 거론하고 있다. 유럽 매체들도 이들을 대상으로 아테온을 바라본다.
또한 폭스바겐은 투게더 2025(TOGETHER-Strategy 2025)라는 전략을 멋지게 어필한 이후 앞으로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로의 체질 변화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시대를 앞서가는 자동차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5년, 디젤 게이트가 터졌다. 땅에 떨어진 이미지, 소비자들의 불신을 만회시키기 위해 폭스바겐은 디젤 사태 이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30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사태 수습이 먼저였다. 그동안 그들의 희망이던 아테온은 잠시 잊혔다.
국내에서도 인증 직격탄을 맞았다. 2018년 12월이 되어서야 판매가 시작됐을 정도로 출시 시기가 꽤나 미뤄졌다. 이처럼 아테온은 폭스바겐 집안이 아주 정신없을 때 태어났고, 그 영향으로 시장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이끄는 데 한계를 보였다.
그리고 지금 아테온을 만났다. 결과적으로 아테온은 잘 만들어진 차였다. 주행할 때 만족도가 꽤나 높았다. 다만 투입 시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에겐 신차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아테온을 우리 시장에 투입된 신차로 바라보자.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이 상당하다. 폭스바겐의 디자인은 늘 무난함을 추구했다. 고성능의 일부 모델도 있었지만 튀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따져보면 별다른 특색이 없다는 얘기가 됐다. 하지만 아테온은 달랐다. 폭스바겐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아주 큰 존재감을 뿜어낸다.
전면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가로줄 형태의 그릴 디자인이다. 그리고 이 가로줄이 헤드램프의 주간 주행등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마치 하나로 이어진 디자인 같은 느낌이 든다. 참고로 이 디자인의 채용은 차체를 더 넓고 낮아 보이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범퍼도 멋스럽다. R-디자인이 적용되면 더 멋지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너무 젊은 느낌만 키울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현재의 범퍼 형태가 고급스러움과 멋을 잘 표현했다고 평하고 싶다.
쿠페 스타일을 머금은 차답게 측면부 실루엣이 멋지다. 루프라인에서 흐르듯 내려오는 선은 트렁크 마지막 부분까지 연결되다 사라진다. 도어도 프레임리스 방식이라 문을 열고 닫을 때 쿠페의 느낌을 전한다.
전륜 펜더에는 가니시 디자인을 더했다. 폭스바겐이 멋을 내다니! 여기에 깊숙하게 파인 로커패널은 차량을 더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해준다. 적어도 아테온은 기존 폭스바겐의 무난함과는 다른 모습이다. 또한 테스트에 투입된 상위 트림 모델은 검은색으로 멋을 낸 18인치 휠이 장착돼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을 키웠다.
전면과 측면의 화려함. 하지만 후면은 긴장감이 떨어진다. 시각적인 자극적인 요소를 이끌기 보다 비례를 중시한 배치를 통해 안정감을 전달하고자 했다. 트렁크 부위의 가로줄은 범퍼를 더 두꺼워 보이게 해준다. 범퍼 하단에는 듀얼 머플러도 달았다. 하지만 이것은 장식일 뿐이다. 실제 배기구는 하단에 숨겨져 있다.
아테온은 유럽에서 D-세그먼트로 분류된다. 컴팩트급에 해당한다는 것. E-세그먼트를 기준으로 몇 mm 씩만 크기를 줄여 D-세그먼트 중에서 가장 큰 차체를 갖게 됐다.
위에 표에서 보는 것처럼 경쟁 모델 대비 큰 차체를 확보했다. 사실 인피니티 Q50도 이런 편법(?)으로 컴팩트 그룹에 들어갔는데, 프리미엄 독일 3사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들은 이런 식으로 브랜드 격차의 한계를 줄이려는 것이 추세다.
이제 인테리어를 보자. 만족스럽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만족감을 표한다면 기존 폭스바겐 모델과 달리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키웠다는 것이다. 반면 아쉬움이라면 국내에서 팔리는 파사트 GT 대비 바뀐 부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자체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버튼 배치를 간소화 시킨 스티어링 휠, 송풍구부터 대시보드까지 연결된 가로줄 장식도 좋다. 고광택 블랙 패널로 덮은 센터페시아 디자인에서도 폭스바겐 특유의 간결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묻어난다.
물론 파사트의 고급 모델이기에 계기판을 12.3인치 크기 디스플레이로 대체했다. 다양한 정보를 화려하게 보여준다는 점도 좋다. 반면 계기판 테마를 통해 분위기를 바꿔주는 기능은 없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배려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크기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달았다. 한글화도 잘 돼있고, 터치 반응도 빠른 편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있다. 여기에 앰비언트 라이트를 통해 차량을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했다.
사운드 시스템은 11개의 스피커와 700W 출력을 갖는 덴마크의 다인오디오(Dynaudio) 제품을 쓴다. 운전자 취향에 맞춰 음향 설정도 할 수 있다. 이는 재규어 랜드로버 차량에 탑재되는 메리디안(Meridian) 사운드 시스템과 유사한 기능이다. 다만 그 변화의 폭에서는 메리디안 시스템이 더 좋다. 하지만 차 값에서 차이가 많다. 즉, 폭스바겐이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상급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이제 시트를 보자. 지금까지의 폭스바겐 모델 시트는 구성에서 일부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나 수동 조작, 일부는 다이얼 조절식으로 불편함을 만들기도 했다. 직물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는 유럽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구성이다. 반면 국내 소비자는 기능성을 중시한다. 즉, 기본에 충실한 구성이지만 우리 시장에선 아쉬움이 되기도 했다는 얘기다.
반면 아테온은 기함급 세단답게 앞좌석에 열선과 통풍 기능을 넣었다. 운전석에는 마사지 기능까지 있다. 면적이 큰 사이드 볼스터는 스포티한 분위기를 만듦과 동시에 몸도 잘 잡아준다. 쿠션감은 단단한 편이지만 장거리 이동에서 이점이 크다. 피로감이 적다는 것. 여기에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를 나파 가죽으로 마감했다. 고급 소재인 만큼 촉감도 좋다.
뒷좌석도 충분하다. 레그룸도 상당히 넉넉하다. 무릎 공간이 꽤 많이 남을 정도. 대신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인 형상 때문에 헤드룸에서 타협을 봤다. 하지만 크게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뒷좌석을 위한 온도 조절 기능도 있다. 즉, 3-존 공조장치를 달았다는 것이다.
다만 센터터널이 높은 편이다. 이는 5인 승차 환경에서 불편함이 될 수 있다. 또한 뒷좌석 유리창이 절반밖에 내려가지 않는다. 뒷좌석 도어의 디자인 때문이다.
트렁크 공간에 대한 경쟁력은 충분하다. 바닥이 반듯한 것도 좋다. 트렁크도 전동 리프트게이트 방식이다. 개방감은 물론이고 화물 수납도 용이하다. 뒷좌석을 접었을 때 활용성도 좋다. 수치로 본다면 기본 563리터, 뒷좌석을 접어 1557리터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
이제 아테온과 함께 주행에 나서보자. 도어를 여는데 상당히 묵직한 느낌이다. 무게감이 과장된다고 느껴지는데, 일부 여성 소비자들은 무겁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차량이 튼튼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2.0리터 디젤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폭스바겐 디젤의 음색이다. 국내 사양은 190마력 디젤 엔진이 기본이다. 해외에서는 150마력, 190마력, 240마력의 2.0 디젤과 150마력의 1.5 가솔린 터보, 190마력 및 280마력의 2.0 가솔린 터보로 구분되는데 국내 것은 190마력 하나로 통일돼 있다. 최대토크는 40.8kg.m 수준으로 동급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수치다.
소음 진동은 어떨까? 사실 국내 제조사들은 이 부분에 사활을 건다. 반면 유럽차들은 이 부분에서 적정한 타협점을 찾는다. 즉, 국산 디젤 승용차와 비교하자면 소음과 진동이 조금 있는 편이다.
아이들에서의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5.5dBA 내외의 수치를 보였다. 우리 팀이 보유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테스트한 북미형 파사트 2.0 TDI가 유사한 정숙성을 보였었다. 참고로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도 같은 수준의 정숙성을 보인다.
아이들 정숙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속도가 조금만 올라도 금세 조용한 모습을 보인다. 80km/h로 주행하는 환경에서의 정숙성은 59.5dBA 수준. 이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중형차 수준의 정숙성이다.
아테온도 다른 폭스바겐 모델처럼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쓴다. 때문에 듀얼 클러치 특유의 질감이 느껴진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클러치가 맞물리는 감각은 물론 절도감 있는 변속기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난다. 저속에서의 울컥거림도 있지만 과거의 것처럼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국산 현대차도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만들며 이런 증상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결과 내구성 부분에서 타협하고 승차감에 집중했다. 이번 아테온의 것은 그 중간 정도의 성향을 갖췄다고 보면 되겠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테온은 폭스바겐 세단 모델에서도 기함급에 속한다. 당연히 편의 및 안전장비들이 기본이다. 고속도로에서 주행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를 지원하는 레인 어시스트다. 아무래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해진다.
특징이 있다면 차선 중앙만 고집하려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미세하게만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도 즉각 조향 권한을 운전자에게 넘긴다. 또,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참고로 일부 제조사들이 반자율 주행 기능이란 것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안전 보조 기능일 뿐이다.
대신 트래픽 잼 어시스트의 활용성은 좋다. 단순히 앞차 속도에 따라 가다 서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티어링 휠 조작까지 해준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지적하자면 앞 차와의 간격을 줄였으면 한다는 것이다. 우리 도로 환경에서는 앞 차와 거리가 멀어졌을 때 다른 차선의 차가 그 사이로 끼어드는 경우가 많다.
자동 주차 기능도 유용했다. 사실 우리 팀이 폭스바겐의 자동 주차 기능을 처음 접한 것은 10년도 넘는다. 하지만 당시의 시스템은 인식률이 낮았다. 운이 좋으면, 또는 조건이 좋을 때만 작동하는 반쪽짜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버튼 한 번만 눌러주면 평행, 직각 주차까지 해준다. 부족했던 인식률도 상향 평준화가 됐기에 이제는 제조사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테온은 주행 감각이 좋은 차다. 폭스바겐 모델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감각을 보여준다. 조금은 단단한 성향의 서스펜션. 하지만 일상에서 필요한 승차감 영역에서 탄력성을 가져가면서도 차량의 움직임을 날카롭게 만드는 중간에서 조율을 끝냈다.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조작해도 차체는 즉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그렇다고 너무 민감하지도 않아서 운전이 부담스럽지도 않다.
매우 느낌이 좋은 차다. 그렇다면 아테온의 가속성능은 어떨까? 우리 팀의 테스트 결과 아테온은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8.31초를 기록했다. 겨울철 노면에서의 한계를 감안하면 3~4월 정도에 이르면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낼 가능성이 있다. 아테온에는 런치 컨트롤 기능이 제공되는데, 타이어의 미끄러짐만 없다면 제조사가 발표하는 7초대 중반 성능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아테온 TDI의 가속능력은 가솔린 터보 엔진을 쓰는 쉐보레 말리부 1.5T와 기아 K5 1.6T 중간 정도의 성능이다. 다만 더 큰 수치의 토크가 나오는 덕분에 고속에서 조금 더 힘찬 느낌을 얻게 된다.
저속 또는 정차 후 발진할 때는 약간의 터보랙(반응 지연 현상)이 느껴진다. 하지만 과거 모델처럼 답답한 수준은 아니다. 현 세대 최신 디젤 엔진들이 보여주는 반응 정도, 딱 그 수준의 성능을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 다만 200마력대 중반 성능을 내는 고출력 사양의 디젤 엔진의 성능이 궁금하긴 하다. 국내 시장에 들어올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아마도 폭스바겐 지지층, 마니아층이 이 모델에 대한 관심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고속으로의 도약 능력도 좋은 편이다. 속도계 바늘을 올리는 시간은 물론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좋다. 독일차들은 고속 주행 능력, 안정감이 좋은 편이다. 지금에야 일본계 자동차들도 일정 수준의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독일계 자동차들의 안정감은 지금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즉, 운전자가 제대로 컨트롤만 할 수 있다면 차량 자체가 불안한 모습을 만드는 일을 경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참고로 아테온의 속도계가 100km/h를 가리키고 있을 때 실제 주행 속도는 96km/h 내외다. 물론 타이어의 마모에 따라 일부 편차가 생길지 모르지만 대략 4km/h 내외의 오차를 갖는다고 보면 된다.
이번에는 제동성능을 보자. 우리 팀이 테스트한 아테온의 마일리지는 매우 낮았다. 시험을 진행하며 끌어올린 마일리지가 800km 정도였으니, 사실상 신차 상태와 유사했다고 보면 된다. 엔진의 컨디션도 100% 최상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브레이크 시스템도 아직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아테온은 38.7m 수준의 제동력을 보여줬다. 시험이 반복되어도 큰 편차 없이 성능을 유지해 나갔는데, 제 컨디션이 나온다면 이보다 약간 더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할 가능성도 크다. 참고로 최근 폭스바겐, 아우디 모델들은 초기 응답성을 강조한 브레이크 셋업을 쓴다. 그렇다고 초기에 힘이 몰려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넓은 영역에 힘을 분산시키는 방향과는 조금 차이가 난다. 이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교차하게 되는데, 초반 응답성 향상, 쉽게는 브레이크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일정 수준의 힘이 나오도록 만들면 여성 운전자들도 쉽게 급제동을 할 수 있다. 반면 미세한 컨트롤을 하는데 제한이 따른다는 것이 단점으로 남는다. 분명한 것은 신뢰할 수준의 성능을 꾸준히 제공해 준다는 사실이 아닐까?
여담이지만 테스트 당일의 현장 온도는 영하 5~6도 사이. 노면 온도는 약 영하 15도 수준이었다. 지난 얘기지만 그날 조금 춥긴 했다.
스티어링 휠 조작은 아테온을 다루는 재미를 키워주는 영역이다. 우리 팀 기자들은 마치 오버행이 짧은 후륜구동 차를 탈 때, 또는 롱노즈 타입의 로드스터를 타는 느낌과 같다고 말했다. 전륜구동(FF=앞바퀴 굴림) 모델이지만 후륜구동 차 부럽지 않은 반응이다. 적어도 전륜구동 세단 가운데 이런 느낌을 주는 모델은 흔치 않을 것이다.
코너링 성능도 좋았다. 이는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아테온의 서스펜션은 댐핑 컨트롤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최대 15단계 범위 안에서 조율된다. 큰 구성으로 보자면 컴포트와 스포트 정도로 나룰 수 있겠지만 커스텀 모드에 들어가면 15단계 설정이 가능해진다. 또한 각 모드별 편차도 제법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하지만 타이어가 컨티넨탈의 에코 타이어였다. 모델명은 컨티에코컨텍 5다. 에코 타이어란 무엇인가? 통상 회전저항을 줄여 마일리지(수명)을 늘리는데 도움을 준다. 즉, 코너링 성능 보다 수명을 연장하고 연비를 높이는데 의미를 둔 모델인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컨티에코컨텍 5는 트레드 웨어 300 수준의 수치를 보였다. 사실상 에코로 포장되어 있지만 여름용 타이어와 같은 성능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부분이다. 타이어의 트레드패턴(바닥면)만 봐도 3계절 타이어의 모습이다. 보통은 여름용 타이어로 부르는데, 접지 면적을 넓힌 대신 겨울철 성능, 정확히 눈길 성능이 떨어지는 타입이다. 적어도 아테온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무엇인지는 타이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디젤을 통한 경제성을 지켜가면서도 성능을 유지하겠다는 것. 또한 타이어가 보여주는 마른 노면에서의 접지력은 우리 팀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아마도 에코 타이어가 쓰였으니 코너링 성능이 떨어진다는 뇌피셜에 사로잡힐 운전자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타이어의 성능은 충분히 좋았다.
참고로 타이어는 245mm 급이며 편평비는 45, 휠은 18인치 사양에 매칭 시켰다. 경제성과 적정 성능을 감안해도 조금 큰 편인데, 외적인 이미지 향상을 위해 18인치를 쓰더라도 너비를 225mm 급 정도로 줄여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자세제어장치의 개입 수준, 작동 신뢰도 역시 좋은 모습이었다. 이제 자세제어장치는 표준 장비로 쓰인다. 하지만 같은 개입이라 해도 세련미에서 차이가 난다. 수천 곳의 중국집이 있다지만 자장면의 맛은 모두 다르지 않은가? 어떤 곳은 오래된 곳이지만 그저 그런 맛을 내는 것도 있고, 어떤 곳은 최근에 생겼지만 좋은 맛을 내는 곳도 있다. 또한 어떤 곳은 오랜 전통만큼 노하우를 살려 좋은 맛을 내기도 한다. 아테온의 시스템은 후자의 것이다. 자동차 시험을 위해 이 시스템을 해제하는 경우도 많지만, 아테온의 시스템은 꽤나 이상적인 조건에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 사실상 시스템을 켜고 탈 때가 더 좋았다. 일상에서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을 만날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운전자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한계를 만날 때, 아마도 갑작스러운 물체 출현에 의해 스티어링 휠을 급하게 돌렸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고 후의 안전성도 중요하지만 사고를 내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행 연비를 보자. 아테온은 100km/h 내외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약 22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사실 폭스바겐 TDI 엔진들은 꽤나 좋은 연비를 냈다. 물론 과거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상적인 경제성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지금도 좋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막히는 시내 주행을 함께 병행한 결과 아테온은 최종 15km/L 내외의 수치를 보였다. 이 정도라면 운전하는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경제성을 추구하려는 운전자들 상당수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테온은 분명 좋은 차였다. 다만 가격은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최근 수입차 업계의 흐름상 아테온에도 할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기본 발표 가격으로 본다면 독일 프리미엄 3사 보다 높다는 인상을 키운다. 애초 할인 없이 좋은 가격을 제시해 주면 안 될까? 최근 시승했던 BMW, 벤츠 모델을 테스트할 때도 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제 수입차 업계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에게 있어 자동차의 디자인은 첫인상과 같다. 그리고 가격은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요소이자 호감을 만드는 중요한 부분이다. 사실 폭스바겐 모델은 원가가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지는 있지 않은가?
아테온은 폭스바겐의 미래를 견인하기 위한 첫 도전자다. 그리고 완성도 측면에서 그 가치는 일정 부분 입증됐다. 당장의 브랜드는 폭스바겐이지만 차가 달리는 느낌 등에서는 프리미엄 3사에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우디 A4(FF=전륜구동) 모델에 비하자면 아테온 쪽이 낫다. 나머지는 소비자들이 판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폭스바겐이 이상적인 정찰제를 선도하는 브랜드가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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