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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포르쉐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신세기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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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용하게 아파트 단지로 진입했다. 다행히 경비원이 자리를 비워 차단기가 자동으로 올라갔다. 지하주차장으로 잠입해, 명당을 살폈다. 되도록 눈에 띄지 않는 구석자리를 찾는데 여의치 않았다. 또 단순히 구석자리만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명당을 찾긴 더 어려웠다. 몇층을 더 내려가서야 명당을 찾았다. 전기 콘센트가 있는 기둥 옆 구석자리. 빙고.

# 세시간만 쓸게요

생각보다 충전기는 엄청 무거웠다. 케이블만 해도 보통 무게가 아니었다. 영차. 바닥에 충전기를 내려놓고, 설명서를 대충 읽었다. 내용은 많은 것 같았지만, 그냥 꽂으면 된다는 얘기 같았다. 그동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 전지차 등 여러 친환경차를 탔는데 직접 충전하는건 처음이었다. 그러니 괜히 별것도 아닌게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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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센트를 먼저 꽂아야 하나, 케이블을 차에 먼저 연결해야하나. 차량 우측엔 주유구가 있고, 좌측엔 전기를 충전하는 콘센트가 있다. 주유구는 실내에 여는 버튼이 있고 충전 콘센트는 그냥 손으로 딸깍 누르면 열린다. 기둥의 콘센트에 전원을 꽂고, 그다음 케이블을 차에 연결했다. 반대로 해도 상관없다. 충전기에 전원이 들어오면서 위잉하는 소리가 들린다. 뭔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전기충전이 필요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다세대 주택 같은 곳에서는 전기 사용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이 차를 충전하는 것 때문에 누진세가 나올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찜찜했다. 또 혹시 누전으로 아파트 전체의 전기가 차단되진 않을까, 충전기 과열로 불이 나진 않을까, 누군가 케이블을 훔쳐가진 않을까 별별 걱정이 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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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간 후. 멀쩡했다. 여전히 위잉하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충전기를 슬쩍 만졌는데, 뜨겁거나 전기가 오르거나 하지도 않았다. 후후. 차문을 잠그면 케이블 잠금장치가 작동해 뽑을 수 없다. 걱정할게 하나도 없었던 셈이다. 누가 볼까 서둘러 케이블을 정리하고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근데 이런. 세시간 충전으로 배터리 열칸 중 고작 두칸 밖에 충전되지 않았다. 난 무엇을 위해 그렇게 서두르고, 가슴 졸렸던 것인가.

# 강변을 한바퀴 돌아보니

220V를 이용해 3.6kW 모드로 충전하면 3시간 30분이면 충전이 완료된다는데, 아무래도 모드 설정이 잘못됐을 것 같다. 설명서를 더 충실히 읽었어야 했다. 이젠 정말 자동차를 공부하면서 타야하는 시대다. 배터리 두칸으로는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E-파워’ 모드를 쓸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3.3리터 V6 슈퍼차저 엔진을 쌩쌩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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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목적지 없이 서울 이끝에서 저끝으로 달렸다.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충전하는 ‘E-차지’ 모드를 사용했다. 계기반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엔진도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기모터는 발전기 역할을 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버려지는 여러 운동 에너지를 통해 배터리가 충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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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차지 모드는 생각보다 빠르게 배터리를 충전했다. 세시간 동안 겨우 두칸 찼던 배터리가 강변북로를 이십분 정도 달리니 거의 다 찼다. 전기모드로만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도 점차 늘어갔다. 특별히 연비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출퇴근 중 한번은 기름 한방울 안쓰고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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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핵심이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차는 특별한 운전법을 강요한다. 그래야 연비가 잘나온다. 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충전이 번거로울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고 별도의 충전을 하지 않고 달려도 배터리는 빠르게 충전된다. 배터리의 잔량을 매번 확인하며 가슴 졸이는 전기차와 또 다르다.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꼽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전기로만 달리기

자동차 전용도로가 끝나는 시점에서 한강 다리를 건너 올림픽대로로 들어섰다. 드디어 E-파워 모드를 사용했다. 계기반에는 18km를 갈 수 있다고 나온다. 하지만 E-파워 모드에서도 배터리는 충전된다. 그러니 아마 18km보다는 더 갈 수 있을 것 같다. 포르쉐에 따르면 전기모터와 배터리로만 18-36km를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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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데, 계기반 중앙의 엔진회전계 바늘은 0에 머물러 있다. 이색적이다. 대신 배터리 사용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반의 바늘이 시시각각 움직인다. 올림픽대로의 최고속도로 달리는데 엔진은 전혀 돌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미세하게 밟아줄 필요도 없었다.

그사이 또 충전을 한다. 참 부지런하다. E-파워 모드로는 시속 125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제한속도보다 높은 속도다. 가속페달을 갑작스럽게 밟거나, 오르막처럼 순간적인 힘이 필요한땐 자연스럽게 엔진이 개입한다. 그 과정이 매우 매끄럽다. 계기반의 엔진회전계와 동력흐름을 알려주는 모니터를 보고난 후 비로소 엔진이 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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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 정도 타는 사람한테 연비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면, 큰 의미는 없겠지만 주유소를 자주 가는 번거로움이 덜하다고 말해주겠다. 또 의외로 비싼 차를 타는 사람들은 사회적인 의무에 민감하다. 내가 환경보호에 일조한다는 만족감도 느낀다.

# 포르쉐의 참맛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포르쉐 엠블럼을 달았으면 잘 달려야 한다. 그래서 카이엔 터보도 준비했다. 비록 구형이지만 여전히 남부럽지 않게 빠르다. 막상 신형과 구형을 세워놓고 보니, 참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알게됐다. 헤드램프, 범퍼, 세부적인 디자인 등이 전혀 달랐다. 뒷모습도 마찬가지다. 신형이 더 스포티해졌고, 더 포르쉐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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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두대의 차로 여러 테스트를 진행했다. 가속 성능과 핸들링에 중점을 뒀다. 계측기를 활용한 테스트는 아니었지만,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는 카이엔 터보 못지 않게 빨랐다. 여러번 같은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차이는 미세했다. 엔진의 성능 차이, 수천만원의 가격 차이를 감안한다면 단순 가속 성능에서는 카이엔 S E-하이브리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또 전기모터와 슈퍼차저 엔진은 가속 초반엔 카이엔 터보의 기세를 누르기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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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링이란 측면에선 카이엔 터보가 월등했다. 카이엔 S E-하이브리드에 겨울용 타이어가 탑재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카이엔 터보처럼 서스펜션 높이를 조절할 수 없었기 때문에 슬라럼에서는 다소 움직임이 거칠었다. 카이엔 터보에 비해서 그랬다는 얘기지, 웬만한 대형 SUV와 비교하면 역시 포르쉐는 포르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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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짱 두둑한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모든 수입 브랜드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도입을 눈치보고 있을때, 포르쉐코리아는 아주 ‘쿨’하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당시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위한 연비 측정 방식도 결정되지 않았고, 보조금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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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카이엔 S E-하이브리드의 국내 표시연비는 9.4km/l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카이엔 S E-하이브리드가 평가절하될 것으론 보이진 않지만, 우리나라 정책이 자동차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 장점

1.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무조건 옳다.

2. 포르쉐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3. 카이엔 S보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

* 단점

1.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의 인터페이스는 차의 격을 떨어뜨린다.

2. 회생 에너지 시스템으로 인해 브레이크 감각이 이질적이다.

3. 전기모드 특유의 소음이 유별나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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