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 카이엔 터보, 공포심을 유발하는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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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2세대 카이엔 터보가 출시된지 어언 4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성능은 독보적이다. 마칸은 여러 의문이 들지만 500마력의 카이엔 터보를 스포츠카라고 말한다면 수긍할 수 밖에 없겠다. 특히 필요 이상으로 강력한 엔진 성능과 어지간한 스포츠카 뺨 치는 핸들링은 카이엔 터보의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카본세라믹 브레이크까지 더해져 가히 공포스러운 속도로 내달릴 수 있다.
큰 SUV가 지닌 여러 장점이 있지만 카이엔 터보는 그보다는 스포츠카처럼 가속페달을 짓이기고, 엔진회전수를 높이며 스티어링휠을 마구 돌리는 맛이 더 두드러진다. 특히 주행할 때면 자그마한 스포츠카가 달리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양의 공기를 가르며 달린다. 여기 폭발하는 듯한 배기음과 맞물려 마치 제트기가 이륙하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사운드가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 치밀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완성된 차
카이엔은 철저하게 계획된 차고 포르쉐의 의도는 200% 이상 들어맞았다. 스포츠카나 최고급 세단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고가의 모델이 많지만 SUV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고작해야 랜드로버 정도가 최고급 SUV를 책임지고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에도 고가의 SUV가 존재하긴 하지만, 수억원의 차를 마음껏 살 수 있는 갑부들의 부족함을 채우긴 힘들었다.
911의 판매는 세월이 흘러도 쉽게 오르지 않았다. 언제나 비슷한 수량만 판매될 뿐, 급격한 성장을 기록하진 못했다. 아무리 자본이 넉넉한 포르쉐라도 돌파구는 필요했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한때 포르쉐 개발자들은 911 같은 '퓨어 스포츠카'를 개발하기 위한 개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이런 차를 만들었다고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카이엔이 포르쉐의 중심이 되고 있다.
카이엔이 성공한 이유는 많지만 일단 상품성 자체가 매우 뛰어난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포르쉐의 DNA를 간직하고서도 온 가족이 즐겁게 탈 수 있는 자동차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용성도 뛰어나 짐을 한껏 실어도 그만이다. 고성능차에는 상극이라 여겨졌던 오프로드를 누구보다 잘 달릴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었다.
사실 초기 카이엔부터 SUV로서의 완성도는 매우 높았다. 폭스바겐 투아렉, 아우디 Q7과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그들의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은 것도 카이엔을 더욱 돋보이게 한 요인이다.
◆ 막강한 성능과 편안한 승차감, 평행선을 잇다
한마디로 괴물 같은 차다. 포악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실 카이엔 터보에 비하면 911은 얌전한 편이다. 옹색하게 작은 엔진을 달 필요가 없으니, 포르쉐의 성능 향상 욕구를 더 불러일으킨 것 같다. 500마력을 내는 4.8리터 V8 터보차저 엔진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남아돈다.
2.5톤에 육박하는 카이엔 터보는 시속 285km의 제한속도까지 너무나 쉽게 도달한다. 안전을 위해서 제한을 걸어놨을 뿐이지 계기반의 바늘은 그 선을 넘어가겠다고 자꾸만 보챈다. 그 상황에서도 여전히 엔진은 쌩쌩하고 페달의 감각은 살아있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노면에 바싹 달라붙는다. 에어 서스펜션은 속도가 빨라지면 스스로 높이를 낮춘다. 그 체감은 의외로 크다. 고속 안정감은 비교할 SUV가 없을 정도다. 911을 본뜬 유선형 디자인 덕분에 공기를 가르는 능력도 탁월하다. 또 막상 운전을 하면 차체가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여느 SUV와 달리 시트포지션을 극단적으로 낮출 수도 있고, 어느 상황에서도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점으로 인해 밖에서 봤던 크기는 금세 잊게 된다.
후륜구동의 감각을 살리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평상시는 뒷바퀴에 90%의 힘이 전달되고 앞바퀴엔 단 10%의 구동력만 실린다. 911 터보와 같은 방식이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말이 사륜구동이지 후륜구동의 특성을 숨기지 않는다. 약간의 오버스티어도 웃으며 즐길 정도로 전자장비의 개입이 부드럽다. 굳이 전자장비가 없어도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을 정도로 출력에 비해 조작이 쉬운 편이다.
스티어링은 매우 즉각적이고, 믿음직스럽다. 포르쉐는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다. 눈으로 거리를 재고, 그 계산을 그대로 손에 실어 스티어링휠을 돌린다. 그러면 카이엔 터보는 정확히 의도한 곳으로 가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머릿 속으로 구상한 라인을 좀체 벗어나지 않는다. 마치 레이싱게임의 레코드라인을 그대로 밟아가는 느낌이 든다.
컴포트, 노말, 스포트로 설정할 수 있는 서스펜션 댐퍼의 강도는 그 차이가 확연해 완전히 다른 차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스포트 모드의 세팅이 가장 만족스러웠고, 컴포트 모드는 예상보다 훨씬 부드러워서 잘 사용하진 않았다. 말랑말랑한 느낌까지 들었고, 비교적 높은 방지턱을 넘을 때면 차체 뒷부분은 신경질적으로 붕 떠버리기도 했다. 당연히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외마디 비명을 지르게 된다.
정속주행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얌전하고 조용하다. 이건 카이엔 터보 답지 않은 모습이지만 강력한 배기음을 듣는데 지칠때를 대비한 고마운 배려다. 의외로 연비 운전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시속 75km부터 8단을 넣을 수 있는데, 이때의 엔진회전수는 1200rpm에 불과하다. 이 상태로 어렵지 않게 고속도로 제한 속도까지 다다를 수 있다. 효율성을 위한 오토 스타트스톱도 눈에 띈다.
◆ 카이엔 터보를 사야하는 이유는 확실하다
911을 선택하는 이유와 카이엔을 선택하는 이유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포르쉐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비슷하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실내 여러 곳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고, 편의 장비 장착도 꽤 자유롭다. 카이엔 터보의 국내 판매가는 기본이 1억5천만원 정도지만, 시승했던 카이엔 터보는 3천만원짜리 브레이크 시스템 등 온갖 옵션이 아낌없이 적용돼 2억원을 훌쩍 넘었다.
실내는 갈색 가죽과 알칸타라 재질로 꾸몄다. 포근한 느낌과 동시에 황소의 몸통에 들어앉는 기분도 든다. 물론, 선택에 따라 다양한 색상과 질감은 물론 형태도 바꿔가며 주문이 가능하다. 여러 각도로 조절되는 시트는 편안함이 극대화됐지만, 스포츠 주행에선 몸을 확실히 잡아준다.
뒷좌석의 배려도 눈에 띈다. 등받이를 조절할 수 있고, 앞좌석과 완전히 따로 조절할 수 잇는 공조장치도 완벽하다. 열선 시트도 지원된다. 최근 출시된 마칸과는 차원이 다르다. 카이엔 터보에는 단순히 포르쉐 배지를 넘어서는 친절함과 배려가 가득하다.
좋은 차의 기준은 많지만, 일단 카이엔은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부족함 없이 긁어줬다. 이 시대가 원하는 차를 내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카이엔을 좋은 차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카이엔 터보는 여러 장점들이 더해졌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포르쉐의 욕망도 마찬가지다. 카이엔 터보는 그 산물이고, 여전히 도로 위에서 그 위용을 당당하게 뽐내고 있다.
* 장점
1. 도를 넘어서는 성능. 웬만한 스포츠카도 따라오기 벅차다.
2. 쉬운 조작. 김여사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3. 다양한 편의 장비와 드넓은 실내. 고급스러움도 빼놓지 않았다.
* 단점
1. 그야말로 ‘여사’쯤은 돼야 탈 수 있는 가격.
2. 차이는 극명하지만 컴포트 모드는 너무 부드러워 사용할 일이 없다.
3. 연식을 감안해도,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는 너무 구닥다리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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