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 마칸에 도전장 내민..재규어 F-PACE

영국의 프리미엄 브랜드 재규어가 81주년 역사상 처음으로 SUV 모델을 내놨다. 고급 세단과 스포츠카에만 치중해왔던 재규어가 자신감 있게 선보인 SUV가 F-PACE(에프-페이스)다.

F-PACE는 ‘아름다운 자동차’로 불리며 매혹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해온 정통 스포츠카 F-TYPE를 베이스로 제작됐다. 그런만큼 F-PACE를 언뜻보면 F-TYPE을 연상시킨다. F-PACE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포르쉐 마칸을 주력 경쟁 모델로 삼고 있다. 여기에 트림별 모델에 따른 가격대 측면에서는 포르쉐 카이엔이나 BMW X5, 메르세데스-벤츠 CLE클래스까지 포함하고 있다.

재규어 측은 F-PACE는 알루미늄 기술을 활용해 경량화와 강성을 동시에 이뤄낸 실용적인 패밀리 스포츠 SUV로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의 주행감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설명이다. 연간 1000대 판매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게 재규어 측의 생각이다.

단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스타일이다. 톡톡 튀지는 않지만, 뭔가 모르게 카리스마를 내뿜는 그런 디자인 감각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볼수록 더 가까이 가도록 속 마음을 은근히 흔드는 분위기다. 매혹감에 빠지게 한다.

정면에서는 차분하면서도 매끈한 모습이다. 후드 상단의 캐릭터 라인이 그렇고, 간결한 스타일을 지닌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렇다. 헤드램프는 차체에 비해 사이즈는 작은데,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져 날렵한 모양새다. 에어덕트는 첫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다.

측면에서는 루프와 윈도우, 벨트라인이 조화를 이뤄 다이내믹한 감각을 지닌다. 사이드 가니쉬는 공기 역학적 측면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 맵시를 더한다. 타이어는 컨티넨탈 브랜드를 사용하는데, 트림별 모델에 따라 18~20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된다. 사이즈는 255mm의 광폭이다. 편평비는 50~60%로 세팅된다. 부드러운 주행감각에 초점을 뒀다는 얘기다.

후면에서는 리어 스포일러를 적용해 고속 주행시 차체의 안정성을 더했다. LED 리어램프는 시인성이 높다. 듀얼 머플러가 적용됐다. 차체 하부의 공기를 매끄럽게 흐르도록 하는 언더플로우 디퓨저가 채용됐다. 깔끔한 차림새다.

실내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인데, 매력을 더하는 색상과 최고급 품질을 적용한 소재가 눈에 띈다. 감성적인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요트에서 영감을 받은 랩 어라운드 디자인이 적용됐다. 스포츠 커맨더 포지션은 스포츠카의 느낌도 준다. 트렁크 용량은 508ℓ를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인데, 뒷열을 폴딩하는 경우에는 최대 1598ℓ의 짐을 실을 수 있다.

재규어 F-PACE는 트림별 모델에 따라 배기량 1999cc의 터보 디젤엔진이 탑재된 20d 3개 모델과 배기량 2993cc의 V6 터보 디젤엔진이 탑재된 30d 2개 모델, 그리고 배기량 2995cc V6 DOHC 수퍼차저가 적용된 35t 1개 모델 등 6개의 라인업을 갖췄다.

20d는 최고출력 180마력(4000rpm), 최대토크 43.9kg.m(1750~2500rpm)의 힘을 발휘하며, 30d는 최고출력 300마력(4000rpm), 최대토크 71.4kg.m(2000rpm)을 나타낸다. 가솔린 모델인 35t R-Sport는 최고출력 340마력(6500rpm), 최대토크 45.9kg.m(4500rpm)의 엔진 파워를 지닌다.

이번 시승은 먼저 각 모델별로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의 서킷 주행에 이어 오색약수터와 만해마을, 한석산 정상을 되돌아오는 총 13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서킷 주행과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일반 도로, 구불구불한 산기슭에서의 핸들링 감각, 30도 전후의 경사를 지닌 한석산에서의 오프로드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인제 스피디움 서킷은 총 길이가 3.908km에 달한다. 태백 레이싱파크의 2.5km보다는 길지만, 영암에 위치한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5.6km)보다는 약간 짧다. 급격한 핸들링이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는 19개에 달하며, 서킷의 높낮이 폭이 커서 서킷 경험이 적은 운전자들에게는 다소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다.

서킷에서 20d의 주행감은 동급에 비해 평범한 수준이다. 달리기 성능보다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에 비중을 둬 세팅된 모습이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의 운전 성향에도 어울리는 세팅이다.

30d는 부드러움 속에 구간에 따라 진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드라이빙의 재미를 더하는 모델에 속한다. 정지상태에서 풀스로틀로 출발하면, 툭 튀어나가는 감각이다. 저속에서부터 토크감은 두텁게 반응한다. 순간 가속성은 F-PACE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맛이다.

400m 정도의 직진 구간에서는 시속 190km는 어렵잖게 도달한다. 급격한 핸들링이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는 높낮이도 가파르지만 여유있고 부드럽게 통과한다. Out-in-Out 코스로 밖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빠르게 빠져나오는 구간에서도 부드러운 감각이다.

서스펜션은 앞과 뒤에 더블 위시본과 인테그럴 링크 방식이 적용됐는데, 비틀림 강성이 뛰어나 스포츠카와 같은 날렵한 주행감을 선보인다.

핸들링 감각은 소프트하게 세팅됐지만, 기본으로 탑재된 토크 벡터링 시스템과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EPAS)은 조화를 이룬다. 노면의 상황에 맞춰 트랙션을 최적화하도록 지원한다. 30d S에는 20인치 알로이 휠에 255mm의 광폭 타이어가 적용된 것도 눈길을 끈다.

35t는 정숙한 주행감각을 보이면서도 파워풀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드라이빙의 재미를 더한다. 트랜스미션은 8단 자동변속기가 채용됐는데,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일반 도로에서 20d R-Sport는 탄력적인 성향보다는 부드러운 주행감각이 강조돼 세팅됐다. 경쟁 모델인 포르쉐 마칸이 비교적 하드한 편이라면 재규어 F-PACE는 이보다는 훨씬 더 소프트한 감각이다.

30d의 경우에는 20d에 비해서는 훨씬 탄력적인 성향을 지닌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주행으로 승차감이 강조됐지만, 가속감은 빠르고 민첩한 반응이다. 구불구불한 산기슭에서의 핸들링 감각도 여유롭다. 30d는 오프로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감이 돋보인다. 한석산 정상을 오르는 오프로드에서는 30도 전후의 경사각에 울퉁불퉁한 자갈길과 곳곳에서 크고 작은 웅덩이가 이어졌으나 거침없는 주행감을 나타낸다.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에서는 저속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ASPC)가 적잖은 도움을 준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페달을 밟지 않고도 안정적인 주행감을 보인다. 내리막 길에서는 엔진 브레이크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모습이다.

재규어 브랜드는 영국을 대표하는 고급 브랜드로 지난 81주년의 역사 과정에서 스포츠카와 프리미엄 세단만을 소개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F-PACE를 통해 SUV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민 케이스다.

F-PACE는 디젤과 가솔린 모델 등 6개의 라인업을 갖췄는데, 포르쉐 마칸을 비롯해 카이엔과 BMW X5, 메르세데스-벤츠 GLE 등을 주력 경쟁 모델로 삼고 있다는 게 재규어 측의 설명이다.

이들 경쟁 모델이 비교적 하드한 승차감과 퍼포먼스가 강조된 세팅이라면, F-PACE는 이들에 비해서는 부드러운 주행감각이 돋보인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 운전자들도 부담감 없이 드라이빙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SUV라는 점에서는 매력적이다.

F-PACE의 국내 판매 가격은 디젤 모델인 20d Prestige가 7260만원, 20d R-Sport 7930만원, 20d Portfolio 8040만원, 30d S 1억350만원, 30d First Edition 1억640만원이며, 가솔린 모델인 35t R-Sport는 984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