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드 쿠가 “디젤 엔진은 여전히 수입차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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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가는 이스케이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원포드 전략으로 두 차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쿠가는 유럽 시장을 주무대로 하기 때문에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또 유럽에서 생산된다는 점도 다르다. 포드코리아도 이 점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디자인은 똑같다. 2012년 2세대 쿠가가 등장했고, 아직 디자인은 바뀌지 않았다. 조만간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실내외 디자인이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스케이프는 디자인이 변경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공개됐다. 그러니 쿠가의 디자인이 다소 옛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쿠가의 목표는 티구안이다. 티구안은 유럽에서도 인기가 높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히 폭발적이다. 쿠가가 일단 티구안에 비해 나은 점은 차체가 조금 더 크다. 이 정도 세그먼트의 SUV에서는 100mm도 체감이 크다. 쿠가는 특히 트렁크 공간이 여유롭다. 또 발동작만으로 테일게이트를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도 적용돼 편의성도 우수하다.
하지만 뒷좌석 공간은 경쟁 모델에 비해 낫다고 평가받기 힘들다. 특히 현대차 투싼이나 기아차 스포티지와 비교하면 더더욱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실내 디자인은 포커스와 많은 것을 공유한다. 조금 디자인이 다를 뿐, 부품이나 마감 사용감 등은 거의 동일하다. 소니 오디오 시스템이 자랑할만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름없는 오디오 시스템보다는 더 나을 것 같다는 믿음을 준다. 싱크는 거의 사용할 일이 없다. 하지만 영어 발음만 괜찮다면 여러 가지 차량 제어를 손쉽게 할 수 있다.
터치 모니터를 통해 많은 것을 제어해야 하는데, 일단 메뉴창으로 들어가면 머리가 하얘진다. 가뜩이나 영어 실력이 달리는데, 수많은 영어 단어가 화면에 쏟아진다. 아직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 포드는 현재 일부 차종에 한해 한글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범위가 제한적이라 과연 쓸모가 있을진 미지수다.
# 수준급의 기본기
쿠가는 꽤 알찬 안전 및 편의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앞유리 상단에 달린 전방 카메라와 센서로 지속 주행에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주는 액티브 시티 스톱도 장착됐다. 또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과 차선을 이탈하면 스티어링휠로 진동을 전달하는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등도 탑재됐다.
이런 시스템의 신뢰감이 더해지니 고속주행이 한층 편안하게 느껴진다. 기본적인 고속주행 안정성도 뛰어난 편이고, 엔진의 힘도 우직하다. 2.0리터 디젤 엔진은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맞물려 있는 힘껏 속도를 높인다. 기대 이상으로 꾸준하게 가속한다.
사륜구동 시스템과 각 바퀴의 토크를 제어하는 ‘토크 온 디맨드’ 시스템은 주행 안정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쿠가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트립컴퓨터로 구동력 분배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구동력 배분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뒷바퀴에 최대 60%의 힘을 보낼 수 있다.
스티어링휠은 다소 투박하게 보이는데 의외로 손에 잘 감긴다. 스티어링휠의 무게감도 적당하다. 기어 노브는 생긴 것처럼 사용감도 투박하다. 수동변속을 위한 토글 스위치가 적용됐는데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파워시프트로 불리는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효율과 승차감에 최적화됐다. 변속이 신속하거나 직결감이 우수하진 않다. 대신 저속에서 울렁거리지도 않고, 기어 변속이 부드러워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비교해 낯선 느낌이 적다.
가고, 서는데 있어선 기본기가 탄탄하다. 쿠가는 포드의 ‘글로벌 C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여기서 포드 포커스가 만들어졌고, 링컨 MKC가 제작됐다. 하지만 쿠가와 MKC는 코너를 도는데 있어서는 꽤 차이가 있었다.
쿠가의 리어 서스펜션 스트로크는 유난히 길다. 그러면서 꽤 단단한 편이다. 그래서 방지턱이나 요철에 반응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고, 그 충격이 고스란히 뒷좌석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쿠가는 차체 크기에 비해 지상고가 높다. 시트포지션도 높다. 덕분에 시야가 좋고, 운전이 편하긴 하지만 코너에서는 무게 중심 이동이 큰 편이다. 서스펜션의 대응과 탁월한 편이 아니다. 같은 뼈대를 쓰는 MKC와 크게 다른 부분이며, 티구안은 물론 투싼보다 코너에서의 움직임이 날래지 못하다.
# 디젤 엔진의 강세는 꺾이지 않는다
디젤 엔진은 여전히 강세다. 자동차 산업에서 오랫동안 회자될 거대한 스캔들이 있었음에도 소비자들은 디젤 엔진을 선택하고 있다. 모든 소비자들이 그린피스만큼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나라 수입차의 키워드가 유럽과 디젤 엔진인 것은 변함이 없다. 포드코리아는 이런 흐름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그리고 판매도 많이 상승했다. 퓨전의 경우 몬데오로 바뀌면서 판매는 두배 가량 높아졌다. 이런 추이를 보면 쿠가의 전망은 꽤 밝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마냥 달갑지 않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수입차라면 다양성에 있어서 만큼은 국산차를 압도해야 한다. 차의 장르, 디자인, 파워트레인 등 여러 측면에서 질적 우수성을 앞세워야 하는데, 판매와 유행에만 집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 장점
1. 출중한 성능의 디젤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조합.
2. 정숙성은 동급에서 가장 탁월한 수준.
3. 안전 및 편의 장비는 꽤 바람직하다.
* 단점
1. 실내 일부 플라스틱 품질이나 마감은 국산 소형차 수준.
2. 뒷좌석은 통통 튀는 기분이다.
3. 기능 조작이 어렵고, 인터페이스도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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