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포드, 몬데오 2.0 디젤(티타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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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서울모터쇼. 포드코리아가 야심작 몬데오를 공개했다. 수입 디젤차 전성시대 흐름에 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몬데오의 ‘스펙’은 충분히 한국 소비자의 눈길을 끌만하다. 180마력 디젤엔진과 유럽생산 모델, 여기에 존재감 있는 디자인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그런 몬데오가 국내 시장서 어느 정도의 인기를 끌 수 있을지 테스트에 나섰다.

사실 몬데오가 퓨전이고 퓨전이 몬데오다. 퓨전과 몬데오는 원포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동일한 차량이지만 북미시장에서는 퓨전으로, 유럽시장에서는 몬데오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국내시장서 판매된 쌍둥이 모델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퓨전이었다. 퓨전과 몬데오 구분이 어렵다면 퓨전은 가솔린 모델, 몬데오는 디젤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출생지는 서로 다르다. 퓨전은 미국에서, 몬데오는 스페인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스케이프와 쿠가 역시 같은 성격의 다른차를 지향하고 있다. 쿠가도 디젤엔진을 탑재한 이스케이프라고 생각하면 쉽다.

쌍둥이 모델이기 때문에 디자인은 완벽하게 동일하다. 후면에 표기된 모델명을 보지 않으면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신 어댑티브 LED 라이트를 갖추는 등 고급장비 적용 폭이 확대된 것이 특징 이다. 이 어댑티브 LED 라이트는 코너에 따라 조명을 비춰주는 기능까지 지원한다.

실내 역시 퓨전과 동일하다. 스티어링휠부터 계기판, 시트와 도어패널까지 같다. 차이점이라면 센터페시아가 기존 터치 방식에서 버튼 방식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링컨 MKZ와 퓨전의 센터페시아에 적용되던 터치방식은 직관적인 조작이 힘들어 아쉬움을 줬다. 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나빠지자 개선에 나선 것.

8인치 모니터를 갖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싱크2(SYNC2)로 구성된다. 내비게이션을 보려면 오른쪽 버튼을 길게 눌러야 하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를 알아야 한다. 임의적으로 추가한 내비게이션을 실행시키기 위해 추가한 궁여지책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싱크는 미국에서 악명이 자자하다. 싱크 때문에 포드 차량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소비자가 많아질 정도다. 포드는 공동개발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이별하고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결국 블랙베리와 손잡고 싱크3를 내놨고 2016년 이후로 전세계시장에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시장서 가장 큰 불편함으로 부각되는 점은 다름아닌 한글화다. 계기판부터 센터페시아 모니터까지 한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입차 판매량으로 5~6위를 하는 기업이지만 국내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찾을 수 없다. 음성인식? 물론 가능은 하다. 미국 유학파만을 위한 기능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하반기께 SYNC3와 함께 한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물론 기존의 고객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을 것이다.

인포테인먼트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크지만 나머지는 만족스럽다. 시트와 스티어링휠, 기어레버 등에 고급 가죽을 사용했다는 점도 좋다.

뒷좌석 공간도 충분하다. 공간적인 만족도 이외에 팽창형 안전벨트가 적용됨으로써 탑승자 부상위험을 낮추도록 했다. 벤츠가 S-클래스에 적용한 사양을 포드는 중형세단에 탑재하고 있다.

이외에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기능의크루즈 컨트롤이기 때문에 완전 정지와 재출발까지는 지원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속도가 20km/h 이하로 하락하면 자동으로 크루즈 컨트롤이 작동을 멈춘다는 특징을 인지해야 한다.

안쪽으로 깊은 형태의 트렁크 공간은 453리터 크기를 갖는다. 트렁크 바닥이 그대로 범퍼까지 연장된 형태로 열리기 때문에 큰 물건 수납 시 용이하다.

테스트 차량은 18인치 휠 타이어,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 12개 소니 스피커 등이 추가된 티타늄 사양이다. 경쟁력 있는 구성을 갖는 몬데오의 주행완성도는 어느 정도 일까?

먼저 시동을 걸면 디젤 사운드와 진동이 전해진다. 미국 브랜드 차량에서 디젤소리가 들리니 어색하기도 하다. 물론 포드코리아는 유럽차(정확히는 유럽에서 생산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내에서 들리는 디젤 소리는 크게 부각된 정도까지는 아니다. 나름 음색도 부드럽고 진동도 억제돼 있다. 계측기를 통한 소음 측정 결과는 아이들 기준 45dBA 수준이었다.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의 45.5dBA보다 낮은 수준이며 인피니티 Q50 디젤과 동일한 수치다.

엔진 자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상당하다. 밖에서 (시동 걸어놓은) 몬데오를 바라보면 꽤나 시끄럽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흡음재를 상당히 잘 활용한 것 같다. 80km/h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몬데오는 58dBA 수준의 소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정도면 가솔린 세단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다.

주행을 시작하면서 뭔가 ‘헐거움’이 느껴진다. 일반적인 주행을 하는 상황이지만 스티어링휠과 페달,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등에서 종합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뭔가 유격이 있는 듯한 느낌을 보인다. 물론 이를 달리 표현하면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포드가 강조하는 유러피언 감각과는 거리감이 있다.

가속페달을 밟아 차량의 순발력을 끌어내본다. 몬데오에는 180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2.0리터 디젤엔진이 탑재된다. 수치적으로만 놓고 보면 BMW의 520d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엔진회전수는 5,000rpm까지 꾸준하고 부드럽게 상승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썩 잘나간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수 차례 반복을 해봐도 엔진 성능에 비해 더딘 가속감이 느껴진다. 40kg.m 이상의 토크는 어디로 간 것일까?

전문 계측장비를 활용해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해봤다. 결과는 9.4초 정도.. 참고로 180마력 사양의 BMW 520d가 7.9초만에 100km/h에 도달한 바 있다. 140마력과 32.6kg.m 토크를 가진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도 9.7초만에 도달하는 속도다.

휠 구동성능부터 확인해봤다. 출력은 160마력, 토크는 34kg.m 정도를 나타났다. 출력의 구동 손실률이 약 11%로 꽤나 좋게 나왔다. 토크 손실률은 약 20% 정도로 나타났지만 이 역시 보편적인 수준이다.

이유는 무게와 변속기 쪽으로 모였다. 먼저 몬데오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약 1,726kg으로 나타났다. 520d(1,700kg)는 물론 파사트(1,536kg)보다 200kg 무거운 수준이다.

여기에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일반 자동변속기 대비 크게 빠른 느낌이 없다. 물론 이로 인해 부드러운 동력전달이 가능해진 것은 사실이다.

초기 가속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일단 탄력을 받으면서 마일드한 속도 향상을 보여준다. 한적한 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보면 180km/h까지 어렵지 않게 도달한다. 하지만 고속안정감이 좋은 편은 아니다. 속도 상승과 함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와인딩로드로 환경을 바꾼다. 부드러운 성향의 몬데오가 어떤 느낌을 보여줄까?

와인딩로드에서도 몬데오의 기본 주행특성은 변함이 없었다. 스티어링휠 조작에 따른 부드러운 움직임, 서스펜션 역시도 컴포트 중심이다. 하지만 이 부드러움을 추구하면서도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몬데오는 거동 자체가 무겁고 코너 진입 이후 후륜이 뒤늦게 따라오는 느낌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복합적인 코너가 펼쳐질 때는 후륜이 허둥거리기도 한다.

결국 주행완성도 면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 주행 성격이 부드럽다는 것은 성격이다. 부드럽고 단단하고는 메이커별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부드럽지만 안정적으로 잘 달리는 차량도 많다.
반면 몬데오는 부드러움 속에서 불안정한 움직임을 많이 노출했다. 심지어 국산세단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본기 좋다는 말리부는 물론 쏘나타가 우러러 보여진다. 이번 K5 역시 몬데오의 기본기를 능가할 것이다.

주행 안전장치는 완전히 끌 수 없으며, 한계 지점에 다다르기 이전에 미리 개입하도록 설정됐다. 가족용 세단이기에 문제 삼을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없는 상황에서도 타이어의 스키드음이 크다는 점이 재미있다.

몬데오 플래티넘 모델에는 18인치 휠과 235mm 너비의 굿이어 이글 F1 Asymmertric 2 타이어가 장착된다. 엔진 성능을 생각했을 때 그리 과한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 그립 한계가 많이 낮았기 때문이다.

아쉬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동력을 좋았다. 100km/h에서 정지하는데 까지 약 36.5m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스포티한 성능을 내세우는 모델과 비교할 수준이다. 페달에서 느껴지는 반응이 살짝 늦긴 하지만 일단 제동력이 활성화 되면 강하게 잘 잡아준다.

디젤엔진 덕분에 연비도 무난하다. 100~110km/h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약 21km/L의 연비를 보였으며, 속도를 조금 낮춰 80km/h로 주행할 때 24km/L 이상의 연비를 보여주기도 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평속 15km/h의 시내주행 환경에서도 10.8km/L의 연비를 보였다. 디젤엔진과 아이들 스톱 시스템의 조합 덕분이다.

테스트를 마친 후 우리팀이 머리를 모았다. 그리고 고민했다. 평가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우선 국산 패밀리 세단보다 떨어지는 주행완성도, 출력값을 못하는 파워트레인, 한글화에 인색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럼에도 높은 가격이 아쉬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프로모션 등을 통해 실제 구매가격이 600~700만원 이상 낮아진다면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구성에서는 의외로 좋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몬데오 기본형인 트렌드가 3,990만원, 티타늄 모델은 4,330만원에 판매된다. 일단 독일 중형 디젤 세단인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가 3,970만원이다. 연비가 최우선이라면 18.4km/L 연비를 가진 푸조 508을 몬데오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가솔린 수입 중형 세단을 원한다면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 같은 쟁쟁한 모델이 있다. 토요타 프리우스 V는 몬데오보다 더 넓고 조용하며 연비도 높다.

4,330만원이면 프리미엄 브랜드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금액이다. 벤츠 A-클래스, B-클래스, BMW 1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아우디 A3, 렉서스 IS, 볼보 S60 모두 구입 가능하다.

이러한 모델 사이에서 소비자들이 몬데오에게 얼마만큼 관심을 줄 수 있을까? 결국 몬데오가 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가격을 더욱 낮춰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포드가 기술개발에 열심이다. 다양한 신기술과 관련된 청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내구레이스 복귀도 선언했다. 현재 판매되는 몬데오는 사실상 국내서 신차처럼 비춰져도 개발된 지 오래된 모델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새로 나올 신형 몬데오에 더 큰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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