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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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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놓은 지 20년이 지났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하이브리드 분야에서는 토요타가 최고였다. 그리고 경쟁 브랜드들은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완성도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으로 보였다.

하지만 20년이란 시간은 후발 주자에게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느덧 유럽 업체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먼저 양산화 하기도 했다. 병렬형 하이브리드에 올인 한 것처럼 보이던 현대차도 고속도로 연비에서는 토요타 하이브리드와 비등하거나 앞서는 결과를 내놨다. 여기에 IMA(Integrated Motor Assist)로 쓴 맛을 봤던 혼다는 듀얼 모터 구조에 락업 클러치까지 결합시키며 캠리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를 넘어서는 실력을 보였다. 후발주자들이 리더를 넘어서는 일이 발생한 것.

이제 하이브리드는 비슷비슷한 수준까지 와있다. ‘그래도 하이브리드는 토요타’라고 외칠 수 있는 것은 종합적인 완성도 부분. 하지만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이 차이를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토요타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걸까? 그들은 ‘처음부터 다시’를 결정했다. 그리고 프리우스에 이어 두 번째로 풀모델체인지 된 캠리를 내놨다. 토요타는 새로운 캠리를 만들며 과거의 캠리에서 사용했던 부품을 한 개도 쓰지 않다고 밝혔다. 새로움에 대한 확신이다.

하지만 토요타가 앞세운 문구가 눈길을 끈다. ‘Wild Hybrid’. 친환경이나 고효율이 아닌 야성미 넘치는 스포티한 하이브리드라는 것이다. 토요타의 이러한 변화가 성공할 수 있을까?

외적인 모습은 강렬하다. 헤드램프의 눈매도 한층 날카로워지고 하단 그릴도 넓어졌다. 아발론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한층 젊어졌다. 이러한 디자인을 토요타는 킨 룩(Keen Look)이라 부른다. 존재감이 상당해 약 180m나 떨어진 곳에서 봐도 캠리임을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잘 생겼던 못생겼던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모습이라는 것.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모두 LED를 사용했다. 새로운 헤드램프 역시 독특한 디자인을 갖췄는데 밤에 보면 눈에 잘 띈다. 무엇보다 존재감이 상당하다.

새로운 디자인의 18인치 휠에는 편평비가 낮아진 타이어를 장착했다. 기존까지의 캠리 하이브리드는 17인치 휠과 215 / 55 R17 사이즈 타이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8인치 휠에 235 / 45 R18 사이즈 타이어를 장착시켰다. 무겁기도 하고 노면 저항도 늘지만 주행성능을 높일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새로운 디자인과 함께 비율도 달라졌다. 엔진 후드를 40mm, 루프도 25mm 가량 낮췄다. 자동차의 서스펜션 높이만 10~20mm 가량 낮춰도 차량의 자세가 달라 보인다. 때문에 최대 40mm라는 변화는 시각적으로 상당한 안정감을 주게 된다. 전면에서 차량을 바라보면 거대한 그릴까지 가세해 차량이 한층 낮고 넓어 보이는 느낌을 키운다.

겉보기에만 잘 달릴 것 같은 이미지를 갖는 것은 아니다. 잘 달릴 수 있도록 차체 설계도 바꿨다. 새로운 차체는 초고장력 강판 사용 비율을 높이고 레이저 스크류 용접방식을 통해 기존 대비 비틀림 강성을 30%가량 올렸다. 차체뿐 아니라 서스펜션의 구조 강성도 높여 주행성능을 향상시켰다.

실내도 완전히 달라졌다. 대시보드에서 센터 콘솔까지 부드럽게 내려오는 형상은 폭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캠리들이 기능성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다른 행보다. 센터페시아 버튼들도 한층 세련된 모습이다. 기존에는 조작성만 의식해 무식해 보일 정도로 버튼을 키웠던 것도 사실.

실내 넓은 부위에 부드러운 소재를 활용했다. 덕분에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좋아졌다. 고급화된 소재는 대시보드에서 계기판, 센터 콘솔, 도어 트림 등 실내를 아우르는 넓은 부분에 쓰였다. 플라스틱 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고급화된 느낌이 만족감을 키운다.

렉서스에서 애용했던 무광 크롬 장식도 캠리의 인테리어에 활용됐다. 무엇보다 독특한 우드 트림이 눈길을 끈다. 나무라고 하기에는 영롱한 빛을 보이는데, 보석의 한 종류인 타이거 아이 (tiger’s-eye)의 느낌을 살리려 특수하게 제작됐다고 한다. 각기 다른 재료를 바탕으로 3중 레이어 처리를 통해 완성시켰다고 하는데 매우 고급스럽다.

새로운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에는 각종 버튼들이 배치됐다. 혼다는 신형 CR-V를 내놓으며 스티어링 휠의 버튼들을 저렴한 장난감처럼 바꿔놨다. 반면 토요타는 깔끔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버튼들을 구성했다. 버튼을 눌렀을 때 쫀득한 느낌도 있다. 아우디의 버튼들을 경험해 봤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참고로 버튼 배치의 직관성은 토요타 > 닛산 > 혼다 순이다.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에는 7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컬러는 물론 각종 애니메이션까지 확인할 수 있다. 동일한 정보도 멋스럽게 보여주기에 계기판을 확인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하지만 화질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다. 특히나 최근 소비자들은 고해상도 스마트폰에 익숙하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8인치다. 한글화 완성도 역시 뛰어나고 넓어진 화면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 화면 분할 기능도 넣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여전히 아틀란이다. 토요타 렉서스 브랜드에 사용되는 아틀란 맵은 완성도가 뛰어나며 직관적이기에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어설픈 정보를 담은 본사 개발 내비게이션 보다 이렇게 국내 업체와 협업하는 편이 훨씬 좋다.

사운드 시스템은 JBL의 9개 스피커를 사용한다. 토요타와 렉서스의 경계선이 바로 사운드 시스템에 있다. 렉서스는 기본형 트림이라도 사운드 시스템이 적정 수준의 성능을 낸다. 렉서스만을 위해 별도 개발된 스피커가 사용되기도 한다. 반면 토요타는 평균적인 수준의 성능을 가진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 평범하다. 정확히 말하면 현대차와 폭스바겐 등과 유사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미니의 사운드 시스템보다는 좋다.

시트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탑승자의 무게를 골고루 분산시켜주기 위한 변화인데, 몸을 타이트하게 잡아주기보다 적당히 넉넉한 느낌을 전달한다. 미국 시장을 고려한 내용이다.

시트 포지션도 낮아졌다. 앞 좌석 시트는 25mm, 뒷좌석 시트도 30mm 낮췄다. 토요타는 저중심 설계를 통해 다이내믹한 감각을 키우려 했다고 설명한다. 물론 스포츠카만큼 낮아진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기존 캠리의 시트 포지션이 꽤 높은 편에 속했던 것도 이유이다. 시트 포지션과 함께 대시보드 높이도 낮아지면서 체감적인 높이 차이가 큰 편은 아니다.

50mm 넓어진 휠베이스 덕에 뒷좌석이 더 넓어졌다. 국산차와 더불어 실내 공간을 넓게 만드는 브랜드인 만큼 공간에 대한 아쉬움도 없다. 특히나 이번 하이브리드 모델은 뒷좌석 폴딩이 가능하다. 거대한 배터리가 트렁크에서 뒷좌석 시트 아래로 옮겨지며 가능해진 부분이다. 덕분에 트렁크 공간이 한층 넓어졌고 뒷좌석 시트 폴딩을 통해 공간을 확장시킬 수도 있다. 세단의 트렁크를 세단답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하이브리드 모델로는 상당한 이점이 된다.

주행을 하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묵직한 무게감이 전해진다. 도어가 가볍게 느껴지던 기존 캠리에서 달라진 감각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어도 엔진은 잠잠하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보급화로 이제 신기한 것은 아니지만 내영 기관 테스트카를 더 많이 접하다 보니 가끔 어색할 때가 있긴 하다. 배터리 충전 모드가 가동되고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하자 의외의 소음이 들려온다. 거친 감각이 전달되는데 그리 조용한 편은 아니다.

배터리 충전 모드가 가동되는 상태에서 정숙성을 측정했다. 44.5 dBA로, 기존 모델의 41.5 dBA보다 소음이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감적으로도, 계측기 상으로도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늘었다.

앳킨슨 사이클 엔진 특성상 소음 증가는 피할 수 없다. 펌핑 로스를 감소시키기 위해 흡기 행정과 배기행정의 피스톤 하사점이 다르고, 이에 따라 독특한 소음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형 엔진임에도 소음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 아쉽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상황의 엔진 회전수를 확인해봤다. 1,280 rpm이다. 일반 가솔린 차량의 아이들 회전수는 600~800 rpm 전후. 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모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시켜야 하기에 모터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출력과 토크를 만들려고 엔진 회전수를 높이는 것이다. 참고로 같은 조건 속 그랜저 하이브리드(HG)는 1,300 rpm으로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소폭 더 높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도 1,200 rpm에서 배터리를 충전했다.

주행을 시작한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EV 모드가 강조된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시속 10km 정도에서 일단 엔진에 시동이 걸린다. 이후 가속페달을 놓았다가 다시 살며시 밟으면 전기모터만으로 30km/h 부근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더욱 더 예민하게 페달을 조작하면 EV 모드로 주행하는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이미 일상 주행 시 차량 무리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의미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캠리 하이브리드는 EV 모드 활용 범위 자체가 달랐다. 이번에는 EV 모드 활용 범위가 더 넓어졌다. 기존 모델은 정지 상태에서 40km/h 부근까지 EV 모드로 가속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모델은 정지 상태에서 60km/h 부근까지도 전기모터만으로 가속할 수 있었다.

또한 기존 모델은 탄력으로 70km/h 정도의 속도에서 EV 모드를 유지했다. 반면 신형 모델은 80km/h 혹은 그 이상의 속도에서도 EV 모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EV 모드 활용도가 향상된 것. 참고로 속도계상 100km/h 내외, 직선 및 내리막 구간이라면 EV 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기모터가 더 강력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제원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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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비교 표처럼 전기모터의 힘은 오히려 줄었다. 모터 출력은 감소했지만 오히려 EV 모드 가용 범위를 늘렸다는 것은 결국 전체적인 시스템의 효율성 개선이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120마력 자체는 병렬 방식을 사용하는 국내 하이브리드 차량(50마력 전후)보다 월등하다. 하지만 듀얼 모터를 기반으로 200마력에 가까운 모터 출력을 내세우는 어코드 하이브리드나 말리부 하이브리드와 비교해 수치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EV 활용도는 오히려 캠리 쪽이 높다. 수치보다 완성도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토요타는 이번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적용된 새로운 모터와 파워 컨트롤 유닛 덕분에 에너지 손실률이 20%나 감소했다고 말한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냉각 시스템도 개선돼 열 발생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도 10%가량 줄었다.

이제 캠리 하이브리드는 도심 정체구간을 전기모터만으로 통과한다. 시속 80km 정속 주행도 EV 모드로 주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구간에서 연비를 올릴 수 있다는 것.

엔진이 작동하는 경우는 배터리 잔량이 얼마 없거나 오르막 구간을 만날 때다. 때문에 80km/h 연비 역시 상황에 따라 변화가 생기긴 한다. 그중 가장 낮게 측정된 연비가 24km/L 수준이었다.

반면 100~110km/h 속도의 고속도로 주행 환경에서는 엔진이 계속 작동한다. 이때의 연비는 22km/L. 기존 모델이 17~19km/L 대 연비를 보였으니 효율성 개선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프리우스처럼 연비와 함께, EV 모드를 얼마나 활용했는지 %로 보여주는 기능이 추가되면 좋겠다.

주행을 하며 느낀 변화의 중심엔 주행 질감이 있다. 기존까지는 특유의 이질감이 있었다. CVT 변속기 특유의 이질감을 이해하듯 e-CVT 역시 특성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또한 브레이크 페달에서 느껴지는 흐리멍덩한 감각도 회생제동 시스템 때문이라는 변명으로 이해해야 했다.

하지만 크게 달라졌다. 아직 완벽이라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상한 느낌을 받게 하지 않는다. 운전에 크게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모르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e-CVT의 감각은 마치 자트코의 최신 CVT를 경험하는 것과 같다. 직결감도 좋다.

브레이크 페달 감각을 보자. 과거에는 고무공을 밟는듯한 감각이었다. 반면 이제는 유압 방식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느낌이 난다. 이것만으로도 운전이 어색하지 않다.

그럼 엔진에 변화는 없을까? 잠시 엔진 이야기로 넘어가 보면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연소시키는 과정 자체를 바꿨다. 밸브와 맞물리는 밸브 시트가 레이저로 가공돼 밀폐성은 물론 흡배기 성능도 높였다. 효율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은 과거의 오일 압력에 의한 변화가 아닌, 전기모터가 캠의 변화량을 직접 바꿔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직분사 시스템에 멀티홀 분사 장치를 추가됐다. 인젝터당 6개의 분사 구멍을 갖는데, 이를 통해 연료를 한층 더 미세하게 뿌려 연료 찌꺼기를 남기지 않게 해준다.

또한 피스톤 정 중앙부에서 점화가 이뤄지도록 미세한 조율도 해냈다. 성능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내구 관점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내용들이다. 피스톤의 한쪽에서만 폭발이 일어나면 균형이 깨지고, 이는 피스톤, 크랭크축, 실린더 벽에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엔진 압축비도 14:1 수준으로 가솔린 엔진으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참고로 캠리 가솔린 모델이 13:1의 압축비를 갖는다.

이러한 변화로 엔진의 열효율은 41%까지 높아졌다. 새로운 기록이다. 토요타가 가솔린 엔진 최초로 열효율 40%를 상용화시킨 이후 얼마 되지 않아 현대차가 동일한 열효율을 갖는 엔진(하이브리드 전용 1.6 GDi)을 내놓자 여기서 한번 더 향상시킨 것이다. 왠지 마케팅적인 의미를 갖는 수치처럼 보이지만 분명한 것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동원되었다는 점이다.

차량의 동력 직결감이 향상되자 체감 성능도 좋아졌다. 가속도 한층 더 시원스럽다. 토크감도 더 강력해졌으며, 속도계 바늘도 보다 빠르게 상승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7.94초. 기존 캠리 하이브리드가 8.63초를 기록했으니 적지 않은 시간 단축을 벌인 것이다. 엔진의 성능이 향상되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이 개선되며 실제 가속 성능이 좋아진 것이다. 컴팩트 세단인 재규어 XE 2.0 가솔린 터보가 7.99초를 기록했으니 캠리 하이브리드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쏘나타 2.0 터보 모델 역시 7.81초로 캠리 하이브리드와 큰 차이 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성능을 가진 것.

반대로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거리는 39.43m였다. 이는 최단 거리 기준이며, 평균적으로 40m 초중반대를 유지했다. 토요타 차량이 항상 그러하듯 제동거리는 40m 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테스트가 반복돼도 제동 시스템이 지쳐 제동거리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중형 세단으로는 모나지 않은 성능이다.

고속도로에서 캠리 하이브리드에 추가된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시험해 봤다. 지금은 국산 준중형 세단에도 탑재될 정도로 보급화가 된 시스템이다. 분명 토요타는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 도입에 인색했다. 하지만 캠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모델에 적용되길 바라본다.

우선 전방 차량에 따라 거리는 물론 정차 및 재출발까지 가능한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됐다. 인식 범위가 어느 정도 넓어 끼어드는 차량도 곧잘 인식했다.

스티어링 휠 보조가 가능한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기능은 차선에 가까워지면 개입하는 방식이다. 차선 중앙까지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줬으면 좋겠지만 토요타는 어디까지나 이 기능은 자율 주행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기능이라 말한다. 스티어링 휠이 갑자기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살며시 개입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외에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 오토매틱 하이빔 기능이 포함됐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한층 더 높였다. 우리 팀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 부분이 있다. ‘고속 주행 안정성이 좋다’는 것. 지금까지 일본 차량들의 고속 안정성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였다. 인피니티 Q50, 렉서스의 GS, IS 정도가 눈에 띌 정도로 좋아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번 캠리 하이브리드는 일본 차 중에서도 상위에 랭크될 고속 안정성을 보여줬다. 운전자나 탑승자 모두 쉽게 느낄 수준이었다.

고속도로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 마치 기어가 중립으로 빠진 듯 탄력 주행을 시작한다. 흔히 코스팅(Coasting)이라 부르는 기능인데, 토요타는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Auto Glide Control)이라 부른다. 지금까지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에너지 회생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자동으로 속도가 줄었다. 그만큼 배터리 충전에 적극적이었지만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수 없어 조금 피곤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 기능이 도입되며 관성주행이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편안하고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관성주행 시 배터리 충전을 아예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적극성은 떨어져도 관성주행에서도 부분적으로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와인딩 로드로 향했다. 새로운 캠리 하이브리드가 얼마만큼 ‘와일드’할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가장 먼저 스티어링 휠의 감각이 부각된다. 적당히 묵직한 감각을 전달하면서 스티어링 휠이 회전할 때 느껴지는 감각이 렉서스 모델을 연상시킨다. 고급스러운 베어링을 사용해서 부드러운 감각을 내는 느낌이랄까?

스티어링에서 전해지는 차량의 움직임도 한층 민첩해졌다. 기존 캠리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 댐퍼의 변화로 주행 감각을 키웠지만 이제는 날렵한 감각까지 살아난다. 분명 ‘스포티’ 까지는 아니지만 좋은 느낌의 세련된 감각이다. 더 이상 아저씨를 위한 차가 아니라 젊은 소비자들이 접근해도 될 수준의 능력을 보여준다는 것.

차량의 거동에서도 세련된 부분이 강조된다. 코너를 빠르게 돌 수 있는 능력을 떠나 차량의 앞 부분이 선회한 후 뒷부분이 따라올 때 일체감이 느껴진다. 서스펜션은 분명 편안한 쪽에 초점을 맞췄지만 롤이나 피칭 억제력이 좋았다. 특히 범프 구간을 지날 때 깔끔하게 처리하는 능력이 우리 팀의 좋은 평가를 이끌었다.

변속기를 수동모드로 설정한다. 기존 모델은 기어 레버를 D에서 B로 바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최대한 사용하거나 적극적인 에너지 회수를 이끌어야 했다.

반면 이번 모델은 수동 모드 전환 시 6단으로 나뉜 다단화된 변속기 감각을 만들어준다. 물론 완벽한 수동 감각은 아니다. 또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어떤 단수에 있던 다시 RPM을 최고 회전수까지 올린 뒤 가속을 이어나간다. 때문에 적당히 가속페달을 밟은 상황에서 수동 모드로 설정해야 다단화된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이질감을 최소화시키려는 노력과 함께 수동모드를 조작하는 재미를 더했다고 보면 된다.

235mm 너비의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L440(Turanza EL440)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EL400의 후속 모델이다. 브리지스톤으로부터 기존 모델 대비 내마모성과 승차감 개선이 이뤄졌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는데, 우리 팀의 인상에 남은 부분은 다름 아닌 접지 성능이다.

사실 EL400 타이어는 팀 리더인 김기태 PD가 매우 싫어하는 타이어다. 무엇보다 내구를 위해 성능의 희생이 컸다. 밸런스보다 내마모성과 승차감에 올인해 균형이 깨진 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EL440은 접지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빠르게 코너에 들어서면 초반부터 스키드음을 크게 발생시킨다. 하지만 이후에도 접지력을 잃지 않고 끈기 있게 유지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을 명확하게 끌어간다. 한마디로 한계를 읽기 쉽고, 성능도 좋아졌다는 것.

전인호 기자는 이 타이어에 대해 “차량 급에 비해 과할 정도의 성능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과거의 EL400은 우리 팀 추천 타이어가 아니었지만 EL440만큼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캠리 하이브리드에 대한 시승기를 써 내려갔다. 이 차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캠리라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변화를 가미한 모델이었다. 전혀 다른 이름을 붙여도 될 정도니 말이다. 그만큼 토요타가 이 차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이 시장은 치열하다. 특히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경쟁 역시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캠리 하이브리드는 다시금 하이브리드 세단의 기준을 보여주는 듯하다. 당분간 경쟁차들의 벤치마크 대상 1순위가 될 것이다. 경쟁사들 덕분에 캠리에도 많은 변화가 주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경쟁은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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