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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캐딜락 CTS…자존심 강한 럭셔리 스포츠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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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은 미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다. 어쩌면 국내 시장에서 캐딜락의 목표는 그저 BMW, 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들과 함께 언급되는 정도면 그만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과 비교해 캐딜락의 장점은 분명하다. 엔진 성능과 안전·사양 등 종합적인 상품성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게다가 요즘들어 점점 나긋나긋해지는 독일 세단과 달리 꿋꿋이 스포티한 주행 감성을 추구하고 있다. 더 재밌게 달리는 차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사고 싶다면 캐딜락만한 브랜드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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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S는 이러한 캐딜락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모델이다. 특유의 뾰족한 디자인과 앙칼진 주행 능력 등은 경쟁 모델인 5시리즈, E클래스, A6에서는 더 이상 찾아 보기 힘든 것들이다. 그만큼 CTS는 충분한 개성과 가치가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캐딜락이 두 배나 성장할 수 있었던건 모두 CTS의 인기 덕분이다.

GM코리아가 16일,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엘본 더 테이블'에서 진행한 '캐딜락 로드 투 테이블(ROAD TO TABLE)'에 참가해 CTS를 시승했다. 시승 모델은 최고급 트림인 CTS 프리미엄 AWD로, 가격은 71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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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봐도 캐딜락…파격적인 디자인의 프리미엄 세단

이번에 시승한 CTS는 작년 열린 '2014 부산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출시된 모델로, 2008년 이후 6년 만에 완전 변경된 3세대다. 1세대는 2003년에 처음 나왔는데, '초호화 럭셔리'를 고집하던 캐딜락은 고유가 시대 및 중소형차 인기에 한계를 느꼈고, 완벽한 체질 개선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CTS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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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S에는 일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흔히 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개성과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적용됐다. 커다란 라디에이터그릴과 세로로 길게 뻗은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 볼륨감 넘치는 보닛 라인과 범퍼 등 선과 면을 과감히 사용해 원 없이 맘껏 꾸민 모습이다. 후면부 역시 전면부의 콘셉트를 일관적으로 사용해 극단적인 미를 추구했다.

차체 크기는 이전 모델에 비해 커졌지만, 더욱 스포티한 느낌으로 변했다. 길이가 120mm 길어졌지만, 너비와 높이가 각각 30mm, 15mm 줄어들어 전체적인 비례는 더욱 다이내믹한 느낌이다. 원래 CTS는 주행 성능을 강조한 모델이다 보니, 일반적인 세단 배기량에 비해 차체가 다소 작았다. 그러나 엔트리 모델로 ATS를 추가하면서 차체를 키워 이제는 5시리즈와 비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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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감 높인 실내 디자인…세부적인 완성도는 아쉬워

전장은 120mm나 늘어났지만 휠베이스는 이 중 25% 수준인 30mm만 길어졌다. 다소 적은 비율이지만, 공간을 효과적으로 잘 뽑아내 체감상 느껴지는 넉넉함은 충분하다. 특히, 시트 가죽을 비롯해 실내 곳곳에 사용된 소재의 재질과 배치는 동급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실내에 들어서면 외관만큼이나 화려한 디자인에 먼저 눈길이 가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면 돈을 많이 쓰고 공들여 만든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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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CTS 실내. 사진은 엠블럼 변경 전인 2014년형 모델

센터페시아는 전형적인 콕핏으로, 스티어링휠 뒤에 있는 계기반은 전체를 LCD 패널로 만들고 그래픽으로 바늘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최근 아우디 등에서 선보인 디지털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의 전 단계 버전으로, 색감이나 그래픽, 디자인을 개선해 고급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인스투르먼트 패널도 모두 터치 방식으로, 작동하려고 패널을 누르면 진동을 줘 마치 버튼을 누른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했다. 그러나 센서가 터치 감압식이다 보니 작동이 매끄럽지 못하고, 재질은 고광택 플라스틱이어서 조금만 사용해도 지문이 덕지덕지 묻은 흔적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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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CTS 실내. 사진은 엠블럼 변경 전인 2014년형 모델

◆ 감탄을 자아내는 2.0 터보 엔진

CTS는 신형으로 바뀌면서 엔진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기존에 쓰던 3.0·3.6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 대신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것. 그런데 이 2.0 터보 엔진은 꽤 괜찮은 물건이다. 시승 전 고배기량 자연흡기의 감성이 사라졌다며 투덜대던 기자가 막상 시승 후에는 침을 튀기며 엔진 칭찬에 열을 올렸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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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즈오토의 '2013년 10대 엔진'에도 선정된 2.0리터급 4기통 직분사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6마력, 40.7kg·m 강력한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예전 3.0 엔진과 출력은 비슷하지만, 토크가 31%나 좋은 것으로, 이 배기량에 이런 성능을 뽑아내는 엔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같은 배기량의 터보 모델인 BMW 528i(245마력, 35.7kg·m)와 비교해도 출력과 토크가 각각 12.7%, 14.0% 높을 정도다. 

단순히 숫자만 높은게 아니다. 이렇게 강력한 엔진의 힘을 차가 너무도 능숙하게 받아준다. 단단한 차체와 쫀득한 서스펜션, 안정적인 핸들링 등 어느 하나 나무랄 것이 없을 정도다. 캐딜락에 따르면 CTS는 보닛과 트렁크, 휀더 등에 알루미늄을 적극 활용해 무게를 약 100kg 줄이면서도 구조용 접착제를 118m 정도 사용해 차체 강성을 40%난 증가시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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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2.0 엔진으로 276마력은 좀 무리일 것이라 생각했다. 숫자만큼 힘을 못 낸다거나 저속에서 터보렉이 심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우려와 달리 주행하는 내내 전 영역에서 넉넉하게 고른 힘을 발휘해 만족스러웠다. 스포츠 세단에 대한 자존심을 지키며 집요하게 파고든 노력이 결실을 낸 듯했다. 

◆ 정통 스포츠 세단의 자부심…뉘르부르크링에서 담금질

실제로 CTS의 주행 성능에 대한 캐딜락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GM코리아 캐딜락 장재준 총괄사장은 "신형 CTS는 독일의 유명한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극한에 이르는 테스트를 진행한 후, 세세한 튜닝 작업을 거쳐 다이내믹하면서도 세련된 주행 성능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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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 진입해 주행 모드를 스포트에 놓고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달려봤다. 강렬한 엔진음과 순식간에 고속으로 치고 나가는 느낌은 꽤 매력적이다. DCT가 달리지 않아 다소 아쉽기도 했지만, CTS의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과 궁합이 잘 맞는 듯 재빠르게 변속하며 속도를 높여줬다. 타이어는 245/40/R18 런플랫으로, CTS의 주행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데 도움을 줬다. 가속 페달의 반응과 브램보와 함께 개발한 CTS 전용 브레이크의 성능도 꽤 안정적이다.  

ZF의 속도감응형 스티어링의 핸들링 능력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차체를 조정한다. 워낙 차체 밸런스가 뛰어난 데다가, 서스펜션도 단단해 고속에서도 정교한 조향이 가능했다. 특히, 엔진이 차체 중앙쪽으로 이동하면서 무게 중심이 더 좋아졌다. 코너에서도 몸의 흔들림이 극도로 억제되는데, 그마저도 세미 버킷시트가 잘 잡아줘 속도에 관계없이 시종일관 편안하다.

특히, 시승 모델인 CTS AWD 모델에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이 적용돼 더욱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서스펜션의 단단한 정도를 상황에 맞춰 전자적으로 조절하는 것인데, 가속과 조향, 제동 및 노면 상태를 1000분의 1초의 단위로 감지해 주행에 반영한다. 사람의 몸이 이를 온전히 알아차리기는 불가능하지만, 확실히 서스펜션이 저속에서는 부드럽고, 고속에서는 단단하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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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과 진동도 잘 잡았다. 고속도로를 꽤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도 노면 소음 및 풍절음, 엔진음 등이 극도로 억제돼 들어온다. 흡음재와 방음재를 충분히 사용한 듯 외부 소음을 잘 차단하면서도 엔진에서 내뿜는 기분 좋은 사운드를 유지했다. NVH가 뛰어나다는 것은 그만큼 고속에서도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드라이빙을 즐기는 스포츠 세단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CTS는 2015년형으로 바뀌면서 안전사양도 강화됐다. 기존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은 주행 차로를 벗어났을 경우 경고만 해줬지만, 이제는 스티어링휠을 움직여 원래 차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현대차 제네시스처럼 극단적으로 간섭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 능숙하게 움직여준다. 시승한 AWD 모델의 경우 드라이버 어시스트 패키지가 더해졌으며, 안전벨트 자동 조임 및 자동 충돌 대비 시스템 등이 추가됐다.

◆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겨루려면 '기초를 튼튼히'

CTS를 시승하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한 가지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차는 진짜 좋은데, 과연 잘 팔릴까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수입차 시장은 독일차 위주로 쏠려 있으며, 특히 캐딜락이 경쟁하는 프리미엄 시장에 있어서의 선택 기준은 독일차냐 아니냐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이나 상품성은 그 다음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그나마 이런 상황에서도 캐딜락 판매량이 두 배가량 오른 것은 그만큼 차가 좋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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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코리아 장재준 대표

독일차만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서운해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할 때다. 신차를 들여와 라인업을 추가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늘리는 등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 

다행히 캐딜락의 최근 행보는 꽤 좋아 보인다. 이날 시승회에서 GM코리아 장재준 대표는 "최근 트랙데이와 웨딩카 이벤트, 시승차 제공 등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했으며, 올해 3~4개 전시장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고성능 버전인 CTS-V와 ATS-V를 비롯해 대형세단인 CT6와 SRX 후속 모델인 XT5 등 다양한 신차를 대거 투입할 계획"이라 밝혔다. 앞으로의 캐딜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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