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EQ900 3.3T, 불안했던 제동력..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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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카 이한승 기자 ] 제네시스 EQ900 3.3 터보 AWD를 시승했다.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 이후 등장한 첫 신모델인 EQ900은 현대차의 고급차 만들기 실력의 향상을 확인할 수 있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그러나 브레이크 성능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는 3세대 에쿠스를 출시하며 제네시스 EQ900라고 명명했다. 이는 국내에서만 사용될 명칭으로 EQ900는 해외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새로운 작명법을 따라 G90으로 불릴 예정이다. 국내의 경우 에쿠스의 상징성을 고려해 별도의 네이밍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세대 제네시스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EQ900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대형 프리미엄 세단으로 현대차의 차만들기 노하우가 집약된 모델이라고 현대차는 밝혔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EQ900와 G80로 변경될 2세대 제네시스를 시작으로 중형 세단, SUV, 쿠페 라인업을 추가해 2020년 6종의 풀 라인업을 완성할 예정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대형 프리미엄 세단을 생산하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대형 프리미엄 세단의 특성상 브랜드 가치와 메이커의 전통을 중요하게 평가받는데, 대표적인 모델로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그리고 렉서스 LS가 존재한다. 미국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딜락과 링컨에서도 새로운 대형 프리미엄 세단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네시스 EQ900의 시승은 강남 도심권에서의 뒷좌석 시승과 고속도로에서의 직접 시승으로 진행됐다. 특이할 만한 점은 제조사에서 뒷좌석 시승을 프로그램에 포함시킨 것인데, EQ900가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쇼퍼드리븐 대형세단 시장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존재감을 강조한 외관 디자인
EQ900의 외관 디자인은 플래그십 모델로의 존재감을 표현했다. 직선을 강조한 캐릭터라인과 면을 강조한 형상을 기조로 하면서도 부분적으로 디테일을 강조해 지루함을 덜어냈다. 클래식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담아내는 등 디자이너의 고민이 엿보인다. 다만 그릴을 제외하면 2세대 제네시스와 일관성이 없는 디자인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생각된다.
전면에는 대형 크레스트 그릴을 위치시켰다. 가로로 길게 위치한 헤드램프는 내부의 디테일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하지만, LED를 광원으로 사용했지만 기존 HID 헤드램프와 발광부 디자인의 차별성이 없고 입체감을 강조하며 빛을 발하는 부분은 자신감이 없는듯 빛이 약하다. 이후 일관된 이미지를 위한 통일화 작업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내부에서는 소재와 디테일의 완성도가 눈에 띈다. 상급 모델에는 대시보드 상단과 도어트림 상단에 가죽 커버링이 적용됐는데, 각이 진 부분에 각기 다른 가죽을 결합해 덧대고 스티치 장식을 적용하는 등 프리미엄 대형차 중에서도 상급 모델에 적용되는 수법을 반영했다. 대부분의 패널에 가죽을 적용하고, 스피커 커버와 윈도우 스위치에 금속소재를 적용하는 등 고급감을 높였다.
■ V6 트윈터보 엔진 적용
시승한 모델은 제네시스 EQ900 3.3 터보 AWD로 3.3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이 적용됐다. 6000rpm에서 최고출력 370마력, 1300-4500rpm에서 최대토크 52.0kgm를 발휘하며, 8단 자동변속기와 HTRAC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공차중량은 2165kg, 정부 신고 복합연비는 7.8km/ℓ(도심 6.6 고속 9.7)다.
현대차가 양산차에 처음 적용한 3.3 트윈터보 엔진은 넓은 영역에서 발휘되는 최대토크가 인상적이다. 정숙하고 자연흡기와 같은 감성을 전하는 출력의 표현 방법은 최신 터보엔진 다운 감각이다. 제원상 기존 에쿠스에 적용된 5리터 V8 엔진에 근접한 토크를 폭 넓은 영역에서 발휘하나 실제 체감되는 토크감은 다소 미치지 못한다. 상당히 늘어난 공차중량 때문으로 생각된다.
전반적인 출력은 부족함이 없다. 매끄럽게 가속하며 200km/h까지 손쉽게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240km/h 부근에서 제한된다. 활발한 가속력은 3000rpm 이후에서 발현되는데, 최고회전까지 출력의 저하를 동반하지 않고 꾸준히 힘을 유지한다. 보다 가벼운 스포츠 쿠페에 적용되는 것이 기대된다.
고속주행이 주를 이루는 시승코스에서 EQ900는 수준급의 고속주행 안정감을 보인다. 규정속도 전후의 100-120km/h 구간에서는 빠른 차선변경 상황에서도 롤을 효과적으로 소화하며 대형세단 다운 안정감과 승차감을 유지한다. 기존 에쿠스 대비 무게감이 강조된 승차감으로 주행소음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 제동력과 자세제어의 미흡함
문제는 150km/h를 넘어서는 고속구간에서 2회의 강한 브레이킹 이후 나타났다. 적극적인 주행에서 빠르게 속도를 높여 갔지만 제동성능이 크게 저하되며 더 이상의 고속주행이 힘든 상황을 맞이했다. 풀 브레이킹 상황에서는 기존 제동력의 50%도 발휘되지 않으며 거의 속도를 줄여내지 못했다. 완전한 직선 도로에서의 브레이킹 상황에서도 ABS와 트랙션컨트롤이 개입하지만 제동되지 않는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무난한 제동성능을 보였음에도 적극적인 주행시 브레이크 시스템이 쉽게 과열되고 좀 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등 문제를 보이는 점은 브레이크 라이닝의 재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독일 플래그십 세단의 경우 제동소음에도 불구하고 메탈 소재 디스크를 사용한다. 제동용량이 충분해도 마찰면이 따라주지 못하면 제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브레이킹 성능의 저하 이후에는 고속 차선변경과 직선도로에서의 브레이킹에서 차체가 급격히 불안한 거동을 보인다. 롤은 전혀 소화하지 못하고 언더스티어가 급격히 오버스티어 상황으로 전환된다. 또한 직선도로에서의 브레이킹에서 차체가 좌우로 크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인다. 브레이크 성능의 저하 이후 전체적인 자세제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 지나친 전자제어의 의존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문제로 생각되는데, 하나는 차체의 움직임에 있어 지나치게 전자장비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전자장비는 어디까지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조력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전자장비의 특성상 갑작스러운 오류가 나타나기 쉬운데, 이런 상황에서도 차체는 기본적인 움직임에서 큰 위화감이 없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이런 이상 증상을 전혀 운전자에게 알리지 않는 점이다. 제동력이 크게 저하되고 차체 거동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다. 적어도 오류 상황을 계기판에 표기하고 엔진의 출력을 제한하는 등의 기본적인 경고 메시지와 대처가 수반돼야 한다.
현대차는 EQ900 상급모델에 제네시스 어댑티브 컨트롤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기존 에어서스펜션을 대신하는 장비로 차체의 가감속과 횡가속도, 롤링과 요잉을 감지해 4개의 쇽업쇼버를 독립적으로 컨트롤한다. 삭스사와 함께 개발한 시스템으로 신형 아우디 Q7에 적용됐으며, 차세대 아우디 A8, 벤틀리 SUV에 적용될 시스템이다.
1초에 1000번 통신되는 차체의 상태를 연산해 각각의 쇽업쇼버를 컨트롤 하는 장비인데, 내부에 두 개의 밸브를 내장시켜 댐퍼가 눌리는 상황과 늘어나는 상황을 각각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승차감 뿐만 아니라 고속 코너에서의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까지 컨트롤한다.
■ EQ900의 서스펜션은 최선인가
중요한 점은 세팅 노하우의 확보다. EQ900에 적용된 장비는 최신 플래그십 모델과 비교할 때 큰 부족함이 없다. 최신 첨단 기술의 경우 양산차 브랜드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보다는 대형 부품업체의 최신 기술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돈을 주고 사면 된다. 하지만 차에 맞도록 조율하고 셋팅값을 결정하는 것은 양산차 회사의 몫이다.
저속 시내주행에서의 EQ900의 움직임은 고급 대형세단 다운 안정감 있는 모습이다. 특히 과속방지턱이 많은 구간을 주행했는데, 진입시 충격을 흡수하고 이후 빠르게 자세를 바로잡는 모습은 무난한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승차감은 기존 에어 서스펜션의 안락한 감각에 미치지 못했다.
EQ900는 전반적인 승차감에서 상당히 부드러운 감각에 초점을 맞춘 모습을 보이는데 이로 인해 승차감이 크게 개선됐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마지막 버전 K9 쪽의 세팅이 안정감과 승차감을 모두 만족시킨다.
현대차 측은 2세대 제네시스의 승차감을 지나치게 단단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저속구간에서의 승차감을 제외하면 크게 단단한 타입은 아니다. 2세대 제네시스의 서스펜션 세팅을 기반으로 저속구간에서의 움직임을 다소 부드럽게 개선했다면 완성도 높은 EQ900의 승차감을 완성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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