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장단점이 분명한 포드 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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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차선을 넘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럴 때마다 스티어링 휠이 저절로 움직였다.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려는 모양새가 기특해 보였다. 차가 운전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게 피부로 와 닿았다.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다 앞차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기도 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디젤 엔진의 진동·소음 실내 유입이 컸고, 다소 딱딱한 서스펜션 세팅과 껑충한 자세로 운전 재미가 떨어졌다. 흡족할 만한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느껴진 차였다. 지난12월7일, 영종도에서 만난 포드 쿠가 얘기다.

만족스러웠던 안전·편의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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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동안 쿠가를 시승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안전·편의품목이었다. 차선 이탈 위험을 최소화하는 차선 이탈 경고 기능, 앞차와의 추돌 위험을 시각과 청각으로 알려주는 전방 추돌 감지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차 곳곳에 탑재된 각종 센서의 공이 컸다. 이중 차선 이탈 경고 기능(시속 60km 이상에서 작동)은 주행 중 활용도가 높았다. 방향지시등 레버 끝 버튼을 누르면 기능이 활성화됐다.

똑똑했다. 차가 차선을 넘자마자 스티어링 휠이 움직였고 정확성도 만족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사이드미러에 비친 여러 시승차들이 차선을 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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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티 스톱(Active City Stop, 저속에서 활성화) 기능도 좋았다. 앞 유리 위쪽 중앙에 장착된 센서가 도로 상황을 미리 감지하고 갑작스러운 위급 상황 시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잡아주는 시스템이다. 이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 앞차와 충돌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자칫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는 잘 멈춰줬고 계속 진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덤덤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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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손을 사용하지 않고 간단한 발동작을 통해 트렁크 도어를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Hands-free Tailgate) 기능과 음성안내 및 센서를 이용해 주자를 돕는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Active Park Assist) 등이 유용했다.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는 앞 유리 열선도 들어있었다. 그러나 이스케이프 센터콘솔 뒤에 있던 220V콘센트는 시거잭으로 대체돼 아쉬움을 남겼다. 내년 1분기 중 수입되는 물량엔 콘센트가 달려있을 거라고 한다.

무난했던 주행 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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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가에는 최고출력 180마력(@3,500rpm), 최대토크 40.8kg·m(@2,000rpm)의 힘을 내는 2.0리터 TDCi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변속기는 6단으로, 게트락과 포드가 함께 개발한 습식 듀얼클러치 제품이다. 저회전 영역에서 터지는 토크와 빠른 변속으로 체감상 가속력은 빨랐다. 하지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10초가 걸렸다. 예상외로 굼뜨다. 2톤(1,860kg)에 가까운 무게가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힘은 꾸준하다. 호흡이 짧은 디젤 엔진이었지만 끈기가 있었다.

고속에서 안정감도 있었다. 다만, 승차감은 다소 불편했다. 노면에서 전달되는 크고 작은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지 못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땐 SUV 특유의 롤링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AWD 시스템 덕에 크게 불안하진 않았다. 급한 코너에선 토크벡터링 기능 덕을 봤다. 안쪽 코너의 앞바퀴에 제동을 걸고 반대편에 힘을 몰아주는 방식이다. 필요한 바퀴에 힘을 더 몰아주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서스펜션은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멀티 링크 세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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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성능은 아쉬웠다. 신호에 걸려 잠시 정차할 때나 저속 주행 시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소음이 실내로 유입됐다. 귀가 거슬렸다. 그래도 달릴 땐 느껴지지 않았다.

주행 모드는 ‘S(스포츠)’가 있었다. 기어노브를 S로 옮기자 상황에 따라 회전계 바늘이 약 500rpm 정도 올라갔다. 변속 시점이 늦어지니 자연스레 고회전 영역을 주로 사용하게 됐다. 엔진음이 약간 거칠어졌고,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느낌도 D(드라이브)보다는 민감해졌다. 덕분에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했다. 패들시프터도 있었으면 더 재미있게 운전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연비는 리터당 10.0km(총 주행거리 약 50km)를 기록했다. 쿠가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3.0km(도심연비 리터당 12.0km, 고속연비 리터당 14.6km). 실 연비가 복합연비보다 낮게 나왔지만, 급가속과 급제동을 주로 해 수긍이 가는 결과였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부드럽게 주행했다면 연비는 훨씬 좋게 나왔을 것 같다.

수수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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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특징 없는 생김새였다. 아마 똑같은 디자인의 이스케이프(가솔린 버전)가 올 하반기까지 국내에 판매돼 더 그렇게 느껴졌을 거다. 그나마 뒷면에 ‘KUGA’ 로고 디자인이 부착돼 조금이나마 색다른 정도였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디젤 모델인 탓에 계기반 엔진 회전 계수가 좀 줄어들었다는 점을 빼면 신선함은 없었다. 그래도 입체적인 형태의 운전대나 센터페시아는 시간이 지나도 보고 만지는 맛이 있었다.

호불호 갈릴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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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이란 말이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자동차도 사람이 만든 제품이라 100% 완벽할 수는 없다. 쿠가가 그랬다. 안전운전을 위한 각종 첨단 장비는 만족스러웠지만, 딱딱한 서스펜션이나 코너에서의 흔들림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SUV였다. 그래도 확실한 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에겐 충분히 ‘호’가 될만한 차라는 점이다.

문서우 기자 msw@ridemag.co.kr
사진
포드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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