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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현대 싼타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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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현대 싼타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作 ‘풀꽃’


현대자동차가 최근 선보인 5세대 싼타페를 처음 보자 이 시(詩)가 떠오른 이유는 뭘까. 2000년 처음 등장해 국내외 SUV 시장에서 사랑받아온 싼타페는 이번에 디자인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앞선 모델들은 도심형 SUV를 지향했지만, 신형 싼타페는 아웃도어 라이프에 좀 더 비중을 두면서 차체를 키웠다.

하지만 사진이 공개되자마자 논란에 휩싸였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테일램프 디자인 때문이었다. 테일게이트를 거의 수직으로 세우고, 테일램프를 범퍼 바로 위에 얇게 배치한 디자인은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쌍용 로디우스까지 소환되면서 많은 누리꾼에게 지적을 받았다.

[시승기]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현대 싼타페

반전은 지난 8일 싼타페 디자인 프리뷰 행사에서 일어났다. 신형 싼타페의 실물을 본 많은 기자가 “생각보다 디자인이 괜찮다”라며 호평하기 시작한 것. 물론 전반적인 디자인 퀄리티는 좋은 편이다. 4세대 모델과의 연결성은 떨어지지만, 박시(boxy) 스타일의 외형으로 실내공간을 넓히고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C필러 디자인 등을 고려하면 잘 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프리뷰 행사 이후 24일 시승회에서 다시 본 싼타페의 뒷모습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낮은 테일램프는 이 차의 개성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테일램프 부분이 아래로 갈수록 안쪽으로 꺾인 디자인이어서 후측면에서 볼 때 차가 찌그러져 보이기 때문이다.

측면 디자인은 포드 플렉스와 랜드로버 디펜더가 오버랩된다. 긴 루프 라인과 수직에 가까운 테일게이트가 플렉스를 닮았고, C필러 디자인에서는 디펜더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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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외관 디자인과 달리, 실내는 전반적으로 흠잡을 곳이 없다. 운전자 쪽으로 살짝 꺾인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시인성과 조작성을 높였고, 그 아래로 6.6인치 터치식 공조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온도 조절 장치를 다이얼식으로 남겨둔 건 다행이다. 이상엽 부사장은 “주행 중에 조작을 많이 하는 기능을 터치 방식으로 하면 시선을 오래 빼앗겨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안전에 관한 기능들은 계속 물리 버튼을 남겨둘 생각”이라고 기자에게 말한 적 있다. 그의 이런 철학이 더 오래 유지되길 기대한다.

실내구성 중 또 하나 특이점은 기어 조작 방식이다. 4세대 모델은 레버로 기어를 조작했으며, 부분 변경 때 버튼식 기어가 도입됐다. 신형은 최근 현대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전자식 변속 칼럼을 도입했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달린 이 장비는 직진(D 모드) 때 레버를 앞쪽으로, 후진(R 모드) 때 레버를 뒤로 당겨서 작동하므로 버튼식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오조작 가능성도 적다.

전자식 변속 칼럼 도입으로 생겨난 센터콘솔의 여유 공간에는 듀얼 스마트폰 무선 충전장치가 마련됐다. 이제 신형 싼타페를 타면 운전자와 동승자가 충전장치를 놓고 싸울 일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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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싼타페의 차체 크기는 길이 4830㎜, 너비 1900㎜, 높이 1720~1730㎜(루프랙 포함 1770~1780㎜)이고, 휠베이스는 2815㎜다. 4세대 모델보다 휠베이스를 50㎜ 키우면서 실내공간에 좀 더 여유가 생겼다. 특히 D필러와 테일게이트를 수직에 가깝게 세우면서 3열 승차자의 거주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졌다.

3열 좌석의 경우, 2열 승차자의 공간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에서 키 177㎝인 성인이 앉아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확보된다. 트렁크 공간 확보를 위해 3열 등받이가 꼿꼿이 서 있는 대부분의 SUV와 달리, 이 차는 3열 등받이도 각도 조절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 덕분에 7인승 미니밴의 대체재 역할도 가능하다.

인테리어 컬러는 블랙 원 톤, 피칸 브라운 투 톤, 그레이 투 톤, 라이트 베이지 투 톤 등 네 가지가 마련된다. 취향에 맞는 색상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건 현대차의 장기(長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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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2.5 가솔린 터보와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의 두 가지다. 4세대 모델이 처음 나온 2018년엔 2.0 가솔린 터보와 2.0, 2.2 디젤 터보 등 3가지였다. 당시만 해도 2.0 디젤의 계약 비중이 65%에 이르렀는데, 신형에선 디젤 모델이 아예 사라졌다.

이번 시승회에 나온 차는 최고출력 281마력의 2.5 가솔린 터보 2WD 6인승 모델이다. 옵션으로는 듀얼 와이드 선루프, 빌트인 캠, 보스 사운드 시스템, 스마트센스, 파킹 어시스트 플러스가 장착됐다.

21인치 타이어를 단 6인승 2WD 모델의 공차중량은 1905㎏이다. 신형 싼타페 2.5 2WD의 공차중량은 1795~1920㎏인데, 구형 싼타페 2.5 2WD가 1690~1740㎏인 것에 비하면 105~180㎏ 무거워진 것이다. 281마력, 43.0㎏·m의 엔진은 사실상 구형과 같으므로 시승 전부터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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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시승에서는 염려와 달리 파워가 크게 부족하진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달리면 부드럽게 엔진 회전수를 올리면서 속도가 붙는다. 다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이 조금 거칠게 반응하면서 약간 뜸을 들이고 가속한다. 터보 랙은 크지 않지만, 무거워진 차체가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이때 시프트 패들을 이용해 저단으로 변속하면 가속력이 조금 보완된다.

주행안전성은 기대에 못 미쳤다. 차체는 급가속 때 차 앞부분이 살짝 들리고, 급제동 때 앞머리가 약간 고꾸라졌다. 주행 중에 좌우로 흔들어보니 구형보다 롤링 현상도 약간 컸다. 이 역시 구형보다 무거워진 차체 때문이다. 반면 과속방지턱은 상당히 부드럽게 넘어갔다.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을 장착한다면 좀 더 나은 주행안전성을 기대할 수 있겠다.

시승회에 온 어느 기자는 “풍절음이 좀 있더라”라고 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세상에 풍절음이 없는 차는 없고,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신형 싼타페는 박시한 디자인의 차 치고는 풍절음을 잘 잡은 편이다. 기자가 소음 측정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한 바로는 시속 100㎞에서 63~65dB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일반적인 가솔린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2.5 가솔린 터보 모델의 복합 인증 연비는 9.4~11.0㎞/ℓ이고, 시승 모델의 연비는 도심 8.8, 고속도로 12.0, 복합 10.0㎞/ℓ다. 급가속과 정속주행, 에코와 노멀, 스포츠 모드 등으로 다양하게 테스트해본 시승 때의 연비는 8.4㎞/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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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싼타페의 가격은 뒷모습 못지않게 논란거리다. 4세대 모델의 가격은 2850만원부터였고,풀 옵션인 시승 모델(7인승 4WD)은 4365만원이었다. 같은 옵션으로 5인승 2WD 모델을 고를 경우는 4100만원이다.

반면 신형 싼타페는 3546만원부터 시작하며, 앞서 언급한 시승차(듀얼 와이드 선루프, 빌트인 캠, 보스 사운드 시스템, 스마트센스, 파킹 어시스트 플러스 포함)는 4798만~4853만원이다. 한 급 위의 팰리세이드의 경우, 옵션을 장착하지 않은 트림 기준으로 3896만~5106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싼타페는 조금 비싼 느낌이 있다. 팰리세이드 3.8 캘리그래피에 듀얼 와이드 선루프와 빌트인 캠을 더하면 5264만원이 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팰리세이드의 가성비가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신형 싼타페의 가격 책정이 성공할지는 고객의 반응에 달렸다.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면 모든 논란은 다 무의미한 것이다. 프리뷰 행사 때 선보였던 XRT 콘셉트카의 다양한 장비들이 양산차에 적용된다면 훨씬 더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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