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 2017년형 티볼리…”노력형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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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쌍용차가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유행을 창조한다기 보단 우직하게 자신만의 길을 갔던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유행을 따르기엔 회사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던 탓이 더 크다. 호사스런 편의 장비를 연구 개발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차의 완성도를 높이는게 급선무였다.
급급했던 쌍용차가 티볼리의 대성공으로 여유를 되찾았다. 당장 오늘이 아닌 내일까지 생각 할 수 있게 됐다. 쌍용차는 곧장 그동안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산업을 조금 더 넓게 그리고 멀리 봤을때 쌍용차에게 가장 부족했던 점 중 하나는 첨단 안전장비였다.
현 시대에서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환경과 안전이다. 이 두가지 명제는 디자인, 파워트레인, 소재 등 자동차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요구 사항도 조금 달라지고 있다. 예전엔 사고가 난 후 얼마나 탑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했는가를 가장 중요시 봤다면, 이젠 첨단 안전장비가 사고를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살핀다.
쌍용차는 그동안 프레임 바디의 견고함을 크게 강조했을 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 시켜줄 수 있는 첨단 안전장비의 도입은 늦은 편이었다.
2017년형 티볼리는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등 다양한 첨단 안전장비를 적용하며 그동안 지적받던 쌍용차의 약점을 단번에 없애버렸다. 동급의 현대·기아차보다 더 다채로운 첨단 장비가 장착된 쌍용차라니.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쌍용차가 그만큼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도 크게 노력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 똑똑해진 쌍용차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천안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연구원까지 약 94km를 달리며 티볼리의 새로운 안전장비를 체험했다. 쌍용차라면 으레 시승코스에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적절히 섞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을 테스트하기 좋은 환경인 경부고속도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과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은 세트나 다름없다. 핵심은 전방 카메라다. 카메라가 차선을 지속적으로 감지하고 스스로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의 조향을 제어하거나 차선을 이탈하는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이미 꽤 많은 브랜드가 사용하는 시스템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B세그먼트 국산 SUV 중에서는 티볼리만이 스스로 차선을 유지 시킬 수 있다.
다소 엉성한 디자인 때문에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의 버튼은 센터페시아에 놓였다. 주행에 밀접한 버튼이지만, 운전자보다는 동승자가 조작하기 더 편리한 곳에 위치했다. 버튼을 누르는 느낌도 80년대 텔레비전의 채널 버튼을 누르는 것 같았다.
본격적인 테스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사실 큰 신뢰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벌린 후, 떨리는 손가락으로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의 버튼을 눌렀다. 금새 스티어링의 반응이 달라졌다. 분명 차선의 가운데로 달리고 있다고 생각됐지만 시스템은 계속 스티어링 조작에 개입했다. 너무 개입이 잦아 좀 어색하다. 다른 브랜드의 시스템은 운전자가 차선을 벗어 났을때나 개입하기 마련인데, 쌍용차의 시스템은 운전자를 무시하고 있단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막상 달려보니 시스템은 기대 이상으로 잘 작동했다. 신통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카메라는 무척이나 차선을 잘 감지했고,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것도 신속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곡선도로에서도 방향 전환은 매끄러웠다. 약 10초간 시스템이 작동하고, 운전자가 계속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시속 60km 이상, 온전한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 2.8-3.5m의 차선 폭, 양쪽 차선이 모두 그려져 있을 경우에 한한다는 몇가지 제약이 있지만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는 이 조건을 대부분을 충족시킨다.
# 티볼리는 보고, 생각하고, 움직이다
쉬지 않고 꿈틀거리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은 천안 시내로 들어오면서 얌전해졌다. 시속 60km 이하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새삼 티볼리의 스티어링 반응이 매끄럽단 생각마저 들었다. 시속 60km 이하에서는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십여대의 티볼리는 모두 안전하게 목적지인 자동차부품연구소에 도착했다.
자동차부품연구소의 주행시험장의 중앙에는 마치 허수아비처럼 보이는 마네킹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주변을 살펴봐도 예비 마네킹은 보이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나 볼보도 종종 이 테스트에서 마네킹을 처참히 짓밟는다. 쌍용차의 자신감 표출일까, 허술한 준비였을까.
다행스럽게 행사가 끝날때까지 마네킹은 온전했다. 티볼리는 단 한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차 앞에 서서 인간 테스트를 해보겠다고 의기양양했는데, 걱정됐지만 다행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아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전방 카메라는 사물의 모양과 반사되는 빛을 감지해 인간인지 여부를 인식한다.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장비일 뿐 언제든 인식하지 못 할 가능성이 있다. 요즘은 긴급 제동을 하더라도 '제동 품질'까지 고려되는데, 제동시 주행속도와 장애물과의 거리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통해 브레이크의 압력을 조절한다. '급제동'은 하되 최대한 승객의 충격을 완화시키게 돼 있는 셈이다. 동일한 장비와 비슷한 알고리즘을 통해 도로 상황에 따라 상향등과 하향등을 스스로 조절하는 ‘하이빔 어시스트’도 작동하게 된다.
사고를 막지 못하는 상황에선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최대한의 제동으로 차를 세운다. 레이다 시스템 없이 오직 카메라만을 활용하기 때문에 작동 범위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긴급 제동 시스템은 시속 60km 이하의 속도에서만 작동한다.
#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다
쌍용차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분명한 약점이 있었다. 모든 상황을 전방 카메라 홀로 주시했다. 한마디로 카메라가 ‘먹통’이 될 경우 모든 기능이 제약을 받는다. 그래서 티볼리에는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과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은 있었지만 이보다 선행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없었다.
자칫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또 다른 위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독일차나 현대차가 내놓고 있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카메라와 레이다가 거의 세트처럼 구성됐다. 최대한 여러 센서에서 정보를 받아들여 조합해 판단하기 위함이다.
물론, 쌍용차도 레이다 기술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레이다 장비는 카메라 장비보다 훨씬 비싸 옵션으로 선택할 소비자가 많지 않을 걸로 예상됐다. 경제성을 강조하는 티볼리에겐 60만원 상당의 ‘스마트 패키지’만으로도 충분하다는게 쌍용차의 입장이다. 경쟁 모델엔 없는 기능이니 그 시스템의 완성도가 어떻든 결과에 만족스러울만도 했다.
물론 쌍용차는 곧 레이다를 사용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까지 공개할 계획이다. 현재 쌍용차 연구원들은 신형 코란도와 신형 렉스턴에 이 기술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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