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새로운 물결”, 푸조는 308의 전과 후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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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영화 방식에 질린 젊은 프랑스 영화인들은 기존의 것을 탈피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역사 혹은 문제 의식이라는 고리타분함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주제나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젊은 프랑스 영화인들의 경향은 ‘누벨바그(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이라 불리며 프랑스 영화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예술’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점철됐던 프랑스 영화는 누벨바그를 통해 완전히 새로워졌고, 전세계 영화 역사에서 고전영화와 현대영화를 가르는 분기점이 됐다.
그로부터 약 50년 후, 고전 영화만큼이나 난해했던 프랑스차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푸조는 고집스럽던 독특함을 억누르고 한층 보편적이고 친절하게 다가왔다.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공개된 신형 308은 푸조 누벨바그를 이끌고 있는 핵심이다. 신형 308은 디자인, 신규 플랫폼, 성능, 친환경 등 모든 면에서 이전 세대 모델과는 완전히 차별화됐으며 그 변화는 이제 푸조 전차종으로 확대될 준비를 끝냈다.
‘무결점의 차’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새시대의 차’ BMW i3 등을 제치고 제네바 모터쇼에서 ‘올해의 차’에 당당하게 오른 푸조 신형 308을 시승했다.
◆ 프랑스의 풍부한 감성은 지루하지 않다
푸조는 최근들어 볼보와 함께 풀체인지의 변화 폭이 가장 큰 브랜드로 손꼽힌다. 둘다 중국의 자본이 들어간 것은 그저 우연의 일치다. 빵빵한 자금력 때문인지 지나친 원가절감의 꼼수 같은건 보이지 않는다. 플랫폼과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 변경했고, 환경규제를 만족할 파워트레인까지 얹혔다.
다소 기이했던 푸조의 디자인은 2010년 신형 508을 통해 조금씩 변화됐다. 푸조 특유의 독창성을 유지하면서도 누구나 수긍할 방향으로 디자인됐다. 그 변화는 신형 208에서 더 완성도를 높였고, 308을 통해 완전한 틀을 갖췄다. 이와 반대로 PSA그룹의 시트로엥은 디자인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308은 세련된 디자인과 균형 잡힌 비율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풀 LED 헤드램프는 매우 이례적이다. 총 31개의 LED로 구성됐다. 촘촘하게 늘어선 LED 주간주행등은 존재감을 높이며 뛰어난 성능의 헤드램프는 야간 주행의 안전성을 극대화시킨다. 강인한 이미지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거대한 공기흡입구는 푸조에게 역동성을 부여했다.
다분히 교과서적인 해치백 디자인이지만 두툼한 팬더, 볼륨감 넘치는 범퍼, 역동적인 휠 등은 308을 예사롭게 보이지 않게 한다. 사자의 발톱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테일램프 구성도 마찬가지다.
푸조의 새로운 EMP2 플랫폼을 통해 휠베이스를 극단적으로 늘렸다. 덕분에 오버행은 확 줄어 더 역동적인 비율을 갖게 됐다. 또 0.28Cd의 공기저항계수를 통해 효율성까지 챙겼다.
◆ 한층 고급스럽고 간결한 디자인
으레 있어야 할 실내 버튼은 최소화됐다. 9.7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에 많은 버튼이 흡수됐다. 버튼 배치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디자인의 자유도는 높아졌다. 남은 몇몇 버튼을 간결하게 정렬하면서 세부적인 멋도 가미했다. 또 주행과 관련된 시동버튼이나 주행모드 변경,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등을 센터콘솔로 집중시킨 점도 특징이다. 고급차에서나 볼만한 구성이다.
계기반의 위치는 처음엔 다소 난감하게 느껴진다. 대개 스티어링휠 사이로 계기반을 확인하는데, 308은 아예 스티어링휠 위로 계기반을 보게 돼있다. 생소하긴 하지만 전방을 주시하면서 계기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은 분명하다. 또 하나 이색적인 것은 왼쪽엔 속도계, 오른쪽인 회전계가 놓였다. 또 바늘의 움직은 서로 대칭이다. 익숙한 구조는 아니지만 회전계를 또렷하게 보며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재미요소다.
푸조나 시트로엥의 스티어링휠 완성도는 최고급 스포츠카 못지 않다. 크기나 그립감 등의 우월함은 유독 빛난다. 단, 운전재미가 충분한 2.0리터 엔진이 장착된 모델임에도 패들시프트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알칸타라가 섞인 시트는 충분히 옆구리를 잡아주고 상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단 시트는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 특히 등받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무척 꺼려하는 원형 레버를 돌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주행 중이나 세밀한 조절에 유용하지만 전동식에 비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마사지 기능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실내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덜해선지 부족한 수납공간이 두드러진다. 다른건 몰라도 하나뿐인 컵홀더은 시승 내내 아쉬웠다.
◆ 유럽 소형차의 완성도는 상상 이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도 철저한 진화를 거쳤다. 차체 경량화는 현대기아차 빼곤 모두가 진행하고, 그 결과를 내놓고 있는 프로젝트다. 이미 이에 대한 연구개발은 십수년전부터 진행됐다. 푸조의 새로운 EMP2 플랫폼을 통해 신형 308은 최대 140kg까지 가벼워졌다.
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 합금의 사용을 대폭 늘렸다. 고장력 강판은 플랫폼의 76%를 차지하며 보닛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강성 확보를 위해 레이저 용접 사용을 총 12m로 늘렸고, 핫스탬핑 공법도 적용 범위도 넓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견고한 뼈대는 너무나 존재를 쉽게 드러낸다. 불규칙한 프랑스 노면에서 숙성된 서스펜션과 함께 매우 노련한 움직임을 선사한다. 헤엄치는 오리의 발처럼 휠새없이 움직이는 서스펜션은 차체의 흔들림을 최소화한다. 특히 빠른 속도로 코너를 지날때도 고된 움직임으로 차체를 바로 세운다. 헌신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이전 세대 모델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차체 뒷부분이 잘 따라온다. 아주 능숙하게 고갯길을 넘는다.
2.0 디젤 엔진은 PSA그룹에서 가장 널리는 쓰는 것으로 준수한 수준의 최고출력과 동급 모델보다 우위를 점하는 최대토크가 특징이다. 특히 연비만을 강조하던 한불모터스가 2.0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모델을 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또 울렁거림을 유발한다는 MCP 변속기도 탑재하지 않았다. 308에 탑재된 신형 6단 자동변속기는 무척 오묘하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임에도 듀얼클러치 같은 절도감이 느껴진다. 스스로 기어를 낮추고 높이는 과정이 꽤 신속하고 그 시점도 절묘하다.
더이상 연비만을 강조하기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은 까다롭다. 150마력의 2.0 디젤 엔진은 연비와 성능을 두루 겸비했지만 성능에 무게감이 더 실린다. 고속도로 규정 속도는 우습다. 독일 아우토반에서도 시속 200km로 내달리는 소형차를 심심치 않게 보는데, 308 역시 고속주행을 아주 편안하게 할 수 있다. 힘은 넉넉하고 고속안정감도 상당하다. 국산 대형차도 비할게 못된다. 유럽 소형차의 완성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다.
◆ 정면승부가 두렵지 않다
유럽 소형차를 논할 때, 특히 해치백의 경우엔 폭스바겐 골프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308 역시 골프를 염두한 설계나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엔 교과서적인 차 만들기에서 한발짝 벗어나 스스로 틈새 노리기를 작정한 듯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당당히 정면 승부를 신청하고 나섰다. 치밀하게 준비한만큼 도전은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간혹 어떤 행위나 작품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누벨바그를 주도했던 프랑스의 젊은 영화 감독들은 기성세대의 작품을 비판하며 열풍을 불러 일으켰지만, 너무 사실적이고 인과관계가 부족한 플롯 등은 단점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몇몇 드러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영화사에 영향을 끼친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50년대 후반의 시대상과 잘 맞물려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형 308은 매우 현실적인 차가 됐다. 더 이상 프랑스의 독특함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수긍할 차가 됐다. 또 PSA그룹 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제작됐다. 몇몇 단점보다 변화의 타당성과 그로 인한 장점이 부각된다. 당장의 성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 100년이 넘는 푸조 역사상 기념비적인 모델로 남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장점
1.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스타일. 골프는 이제 지겹지 않나.
2. 주행성능의 만족감. 엔진, 변속기, 섀시 등 나무랄게 없다.
3. LED 헤드램프, 파노라믹 루프, 비상 제동 시스템 등의 첨단 편의 및 안전장비
* 단점
1. 수납공간이 부족한 편은 아니나 활용도가 떨어진다.
2. 국내 소비자들이 어떤 편의사양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부족해 보임.
3. 터치의 시대지만 일반적인 버튼 조작에 비해 동작이 추가된다. 직관성이 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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