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수록 매력적인 혼다 C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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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래서 가솔린 SUV를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덜덜거리는 엔진의 소음과 진동, 툭툭 느껴지는 변속 충격. 이런 말들은 곧 얘기할 이 차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2.4리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무단변속기가 부드럽게 밀어주는 느낌이 인상적인 혼다 CR-V와 주말을 함께했다.
모나지 않은 디자인
CR-V를 마주하고 첫 느낌은 ‘세련된 도시남’이었다. 앞모습은 직선을 많이 사용해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전면 그릴에 크롬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 눈에 띄는 점이다. 가만히 이 녀석을 보니 떠오르는 차가 있었다. 바로 형 뻘인 ‘파일럿’이다. 헤드램프를 감싸고 있는 ‘ㄷ’자 LED 라인은 파일럿을 완전히 빼다 박았다. 작은 차체를 가졌지만 마치 웅장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옆모습은 차분한 느낌이 강하다. 가로의 캐릭터 라인이 앞 펜더에서 테일램프까지 이어진다. 마치 중심을 잡아주는 듯 하다. 그 외에 옆 유리 라인을 크롬으로 감싸 도시적인 느낌을 더했다. 옆에서 볼 때 차체가 높은 것 같아 타고 내리기 힘들 것 같아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차체 높이는 1,685mm며, 여성이 타고 내리기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차분한 앞모습과 달리 뒷모습은 중심이 높아 보인다. 세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는 CR-V만의 개성처럼 느껴진다. 범퍼 밑에는 은색으로 꾸며 밋밋해 보이지 않는다. 머플러 파이프를 따로 빼는 게 아니라 범퍼와 일체형으로 디자인했다면 한층 더 세련돼 보일 것 같기도 하다. 취향 차이다.
널찍한 시야에 활용성 높은 공간까지
실내로 들어오면 탁 트인 시야가 가장 눈에 띈다. 사이드 미러의 크기도 적당해 좌우를 확인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계기반의 구성은 간결했다. 일반적으로 계기반에 들어가는 LCD 창은 대시보드 위쪽에 자리했다. 화면을 통해 연료 효율성, 오디오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레인워치’ 기능이다. 파일럿과 어코드에도 적용된 기능이다. 조수석 사이드 미러 밑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우측 상황을 볼 수 있어 안전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가죽의 질감, 구성, 편의장비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지만, 날씨가 추워서인지 열선 스티어링 휠 기능이 너무나 그리웠다.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뒷좌석 공간은 상당히 넉넉했다. 약 175cm의 성인 남자가 타도 무릎공간과 머리공간은 충분했다. 어지간한 사람이 타면 뒷좌석이 좁다는 불평을 늘어놓지는 않을 것 같다. 트렁크 공간 또한 넉넉했다. 넓은 트렁크 공간이야 말로 SUV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탈수록 매력적인 성능
사실 무단변속기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일반 변속기의 느낌이 익숙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변속의 재미를 느낄 수는 없지만 변속충격이 없다는 것은 이 녀석의 매력 중 하나다. 피곤하지 않아서다.
이 차 보닛 아래는 2.4리터 직렬 4기통 직접 분사식 ‘DOHC i-VTEC’ 가솔린 엔진이 자리잡고 있다. 이 엔진은 6,400rpm에서 188마력의 최고출력을 뿜어낸다. 25.0kg.m(@3,900rpm)의 최대토크가 네 바퀴에 힘을 전달한다. 여기에 CVT 무단변속기가 발을 맞춘다. 엔진의 힘은 뛰어났다. 원하는 속도까지 무리 없이 도달할 수 있었고, 부드러운 엔진소리는 운전하는데 즐거움을 더했다.
안전한 상황에서 측정한 결과 시속 150km까지는 무리 없이 뻗어 나갔다. 고속에서도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에서 가속력을 느껴봤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은 10.5초. 성인 남자 3명이 탄 것을 감안하면 불만을 가질 기록은 아니었다.
정숙성도 기대 이상이었다. 엔진룸에서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도 적었고, SUV 특유의 디자인에서 오는 풍절음도 거의 없었다. 마치 느린 속도로 여유롭게 주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래서 가솔린 SUV를 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타고 있던 디젤 SUV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SUV의 코너링 성능이라…’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느껴보니 ‘고정관념’이었다. 탄탄한 서스펜션이 좌우로 연속되는 코너에서도 단단히 잡아주며 안정감 있게 돌아나갔다. 코너에서뿐만 아니라 높은 요철을 지날 때 위ㆍ아래 움직임을 최소화 해 출렁이는 느낌이 적었다.
가속력, 코너링, 정숙성 모든 것이 좋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브레이크 성능이다. 초반에는 차를 꽉 잡아주는 느낌이 있었지만 여러 번 강하게 밟으니 약간 지치는 모습이 보였다. 차의 특성상 급제동을 할 경우는 별로 없지만 마니아들을 위해선 조금 더 보강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디젤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대안
3일간의 시승이 끝날 무렵 어느새 이 녀석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사실 큰 기대가 없었기에 매력이 더 크게 다가온 것도 있다. 가솔린 엔진의 조용함, 거기에 무단 변속기를 더해 변속 충격까지 없다. 여유롭게 운전한다면 무단변속기가 주는 좋은 연비는 덤이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실용성, 편의성 등 다양한 부분이 매력적이다.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꺼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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