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츠 S63 AMG, 냉혹한 킬러의 ‘도장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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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르세데스-벤츠는 AMG-GT를 공개하면서 AMG의 독자적인 활동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앞으로 출시되는 AMG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AMG가 아닌 메르세데스-AMG로 판매된다. AMG가 본격적으로 차별화 된 이름을 드러내기로 시작했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AMG에 열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AMG만의 오랜 역사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시샘하기도 했던 기술력, 다양한 모터스포츠를 통해 쌓은 명성, 작업자의 이름을 새겨넣는 엔진 등은 여느 고성능 브랜드 갖지 못한 특별함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AMG가 S클래스를 다듬었다. 최고끼리의 만남이다. S63 AMG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AMG의 철학이 융화됐다. 어느 한쪽 모자람없이 서로의 장기가 충분히 발휘돼 보다 완벽한 세단으로 거듭났다. 마치 경쟁 브랜드의 우두머리를 처단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또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고 말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창업자 고틀립다임러의 의지가 S63 AMG에 그대로 담겨 있다.
◆ 진정한 드라이빙의 즐거움 - Sheer Driving Pleasure
S63 AMG는 ‘진정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혹시 BMW에서 ‘M7’이 나온다면 모를까, 현시점에서는 적수가 없다. 또 S63 AMG를 넘어섰다 한들 S65 AMG란 더 큰산이 있기 때문에 다른 쪽으로 승부를 거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BMW의 슬로건은 잠시 S63 AMG가 접수한다.
AMG 특유의 ‘으르렁’이 나지막이 실내를 채운다. 이것도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첫인상은 상당히 얌전했다. 거동도 부드럽다. 엔진의 응답성은 빠르지만 예상했던 AMG 특유의 흉포함은 없었다. 승차감도 부드럽기 그지없다. 앞유리에 달린 두개의 카메라로 노면 상태를 확인해 최적의 승차감을 확보하는 ‘매직바디컨트롤(MBC)’과 컴포트 모드는 이차가 AMG임을 잊게 한다. 엄연히 S클래스라고 말하는 듯하다.
엔진 및 변속기의 반응, 서스펜션의 감도를 각각 개별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둘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비로소 본색을 드러낸다. 플랩이 달린 신형 스포츠 배기시스템은 V8 바이터보 엔진의 음색을 더욱 특별하게 매만졌다. 엔진회전수가 오를수록 말발굽 소리를 연상시키는 AMG 특유의 엔진 사운드가 고조된다.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시나브로 오른발에 힘이 들어가고 자꾸만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영롱한 디지털 계기반의 바늘이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상태까지 도달했다. 바람은 유려한 차체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수다스럽던 노면은 적어도 이 차에는 말 한번 쉽게 건네지 못하는 듯하다. 순수한 AMG의 울부짖음만이 실내를 가득채운다. 아직 많이 힘이 비축돼있다. 리미트 속도까지 페달 반응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숏바디의 가장 큰 장점은 민첩성이다. 예전에 시승했던 S500L에 비해 200kg 가량 가볍다. 길이도 짧다. 달리기에 더없이 좋은 상태다. 그러면서 최고출력은 130마력, 최대토크는 20.3kg.m 더 강력하다. 91.7kg.m의 무시무시한 최대토크가 오롯이 뒷바퀴에만 실린다. 하지만 결코 불안감이 엄습하진 않는다. 전자장비가 일찌감치 극한의 상황을 제지한다. 덕분에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지만 희열은 조금 반감된다.
길이가 5m를 넘지만 전륜구동 중형차보다 회전반경이 좁고, 스티어링의 반응과 반발력은 스포츠카를 떠올리게 한다. 국내서 많이 팔리는 롱바디 모델도 길이를 감안하면 믿기 힘들 정도로 민첩했지만, 앞머리와 꽁무니의 시차가 어느 정도 존재했다. 그런데 이번 시승하는 숏바디의 리어 추종성은 발군이다. 차와 운전자의 일체감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향상됐다.
◆ 기술을 통한 진보 - Vorsprung durch Technik
메르세데스-벤츠의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는 현존하는 운전자 보조 장비 중에서 가장 진보된 시스템이다. 자동으로 멈추고 속도를 내는 것을 넘어서, 앞차를 따라 스스로 스티어링휠까지 돌린다. 이를 보고 있으면 자율주행자동차는 이미 우리 곁으로 한층 다가온 것 같다. 미안하지만 ‘기술을 통한 진보’란 슬로건은 S63 AMG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이미 꽤 많이 일반화됐다. 현대차 신형 쏘나타에도 달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기술을 믿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S클래스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가속과 감속이 여느 브랜드보다 자연스러워 위화감이 덜하다. 스테레오 카메라와 근거리 및 원거리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은 최대 전방 500m, 후방 80m까지 상황을 시시각각 파악한다. 막히는 길에서도 페달은 거의 밟을 필요가 없지만 완전히 정차 후 재출발 시에는 가속페달을 살짝 건드려야 한다.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의 백미는 ‘스티어링 어시스트’. 이 시스템은 여느 첨단 기술보다 한단계 위에 있다. 말 그대로 저절로 스티어링휠이 돈다. 방향이 확확 꺾이진 않지만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차선 유지 시스템과 연동되고, 차선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선 앞차를 그대로 따라간다. 스티어링휠을 잡고 운전해도 차선 유지 시스템이 작동해 항상 적절한 핸들 조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앙선을 넘는다거나 사각지대 차량과 부딪치도록 운전하면 반대편 바퀴에 제동력을 줘서 사고를 피하고 운전자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밖에 위험 상황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충분히 밟지 않으면 풀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사고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프리-세이프 플러스’, ‘교차로 어시스트’, ‘보행자 충돌 감지’ 등의 안전 기술이 탑재됐다. 이 안전 기술들은 별도의 조작없이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시전된다. 진정한 기술을 통한 진보란 그 기술을 특별히 인식하지 않고도 혜택을 누려야 하는 법이다.
◆ 아름답고 빠른 차 - Beautiful, Fast Car
S63 AMG는 내외관 곳곳에 AMG의 흔적이 묻어난다. 더 화려하고 강렬해졌다. 이전 세대 모델이 자신을 드러냄에 있어 다소 소극적이었다면 이번엔 적극적으로 차별화된 모델임이 강조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신형 S클래스 제작에 있어서 복합소재 활용을 대폭 확대했다. 뼈대부터 외부 패널까지 사용 범위를 넓혔다. S63 AMG의 경우 카본파이버의 사용을 늘렸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디퓨저, 아웃사이드미러 등은 카본파이버로 꾸며졌다. 일정한 패턴의 카본파이버 무늬는 보기만해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여기에 무광 처리된 AMG 알루미늄 단조 휠과 붉은색 브레이크 캘리퍼, AMG 특유의 각진 머플러 등이 더해져 S63 AMG를 더욱 비범하게 만든다.
실내엔 다양한 패키지를 적용할 수 있다. 모터그래프가 독일에서 직접 수입한 S63 AMG에는 가죽 및 카본 패키지 등이 적용됐다. 반짝 빛나는 카본파이버와 편안함을 주는 브라운 나파 가죽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널찍한 대시보드는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꾸며졌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한 IWC 시계, 국내 판매 모델엔 적용되지 않았던 센터 터치 컨트롤러, 눈까지 즐겁게 만드는 부메스터의 스피커, 500여개의 보석같은 LED 등은 ‘아름다움’에 대한 종지부를 찍는다. 재규어에겐 미안하지만 이 차야 말로 'Beautiful, Fast Car'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 - The Best or Nothing
메르세데스-벤츠에게 S클래스는 몹시 각별하다. 선봉에서 가장 오랫동안 메르세데스-벤츠를 지켜왔다. 그동안 수많은 브랜드의 명차가 이에 도전했지만,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판매에 있어서 BMW와 아우디가 메르세데스-벤츠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S클래스만은 7시리즈와 A8를 압도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고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S클래스의 역할이 크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디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적용해 소형차보다 뛰어난 효율을 보이는가 하면, S63 및 S65 AMG는 더 극적으로 변했다. 나아가 마이바흐를 대체할만한 최고급 모델도 내놓을 계획이다. S클래스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했으니, 다른 차는 거들떠 보지도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 장점
1. S클래스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AMG의 디자인 요소.
2. 5.5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의 힘과 음색.
3. 안전과 편의를 위한 최첨단 기술.
* 단점
1. 부자들은 연비보다 연료통이 작은게 불만. 지방에서 고급유 찾으려면 개고생이다.
2. 기능이 많고 직관적이지 못해. 마치 차가 아닌 컴퓨터를 새로 배우는 느낌.
3. 부메스터 3D 사운드 시스템을 선택하니 골프백 하나도 넣을 수 없는 트렁크 공간이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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