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GLE 쿠페…˝내가 제일 잘 나가˝

컨텐츠 정보

본문

확실히 쿠페 스타일 SUV가 대세다. 최근 몇 년 동안 SUV 돌풍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사람들은 평범한 모델이 아니라 보다 특별한 SUV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행보는 유독 돋보인다. 연초부터 GLC와 GLE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더니, 하반기에는 GLE 쿠페와 GLS로 라인업을 완성했다. 무려 4종의 모델을 선보이면서 국내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이미지 1

그 중 GLE 쿠페는 가장 인상적인 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처음 개발한 쿠페 스타일 SUV로, 국내외 시장 상황과 맞물려 적절한 시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출시 타이밍도 좋았다. 결과는 실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GLE 쿠페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512대가 판매되면서 이 분야 ‘원조’격인 BMW X6(283대)를 가볍게 제압했다. 심지어 GLE(443대)와 X5(474대) 등 동급 주력 모델보다도 판매량이 많은 것을 보면 쿠페 스타일 SUV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스포티한 외관…‘덩치’도 밀리지 않아

이미지 2

GLE 쿠페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모터그래프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받은 첫 번째 시승차다. 시승차를 받는 방법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기존에는 차를 원하는 장소까지 탁송해주고 반납할 때도 전화를 하면 직원이 와서 차를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별도의 공문을 보내 차를 요청하고 승인되면 시승자가 직접 차를 가지러 가고, 반납까지 해야 했다.

어쨌든 덕분에 메르세데스-벤츠의 시승차가 모여 있는 주차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여러 대의 GLE 쿠페가 눈에 들어왔다. 옆에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플래그십 SUV GLS도 주차돼 있었다. GLS와 비교해 GLE 쿠페가 덩치에서 밀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둥그스름한 루프와 C필러를 비롯해 볼륨감이 강조된 바디 라인이 차를 더 커보이게 했다.

이미지 3

GLE 쿠페는 GLE와 엔진, 플랫폼 등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추구하는 방향성은 다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돼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고, 날렵하게 다듬어진 후면 디자인과 테일램프는 이 차가 GLE의 파생모델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이미지 4

다만, GLE가 기존 ML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라는 점은 아쉽다. 부분변경 모델을 기반으로 GLE 쿠페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측면 디자인과 실내 구성 등 꽤 많은 부분이 이전 스타일을 따른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임에도 ‘구형’의 느낌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구관이 명관?’ 실내는 구형 그대로…통풍 시트는 아쉬워

이미지 5

실내는 D컷 스티어링 등을 제외하면 GLE와 거의 동일하다. 무엇보다 센터페시아에 적용된 ‘공중전화’ 스타일 전화기 버튼이 눈에 띈다. C클래스와 E클래스, GLC 등 최신 모델에는 삭제된 인터페이스로 GLE가 풀체인지 되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볼 때 GLE가 풀체인지 되더라도 GLE 쿠페는 현행 모델이 그대로 판매되기 때문에 구형 느낌의 실내 인테리어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6

GLE 쿠페의 차체 높이는 확실히 GLE보다 낮았다. 제원상 전고는 GLE 쿠페가 1725mm로 GLE(1770mm)보다 45mm 가량 낮은데 이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별 생각 없이 발판을 딛고 차에 올라탔는데 A필러 상단에 머리를 부딪힐 뻔했다. 키가 큰 사람들은 적응될 때까지 고개를 어느 정도 수그려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시트는 훌륭했다. ‘짱짱한’ 가죽 질감과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느낌이 좋아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가 덜하다. 하지만, 1억원이 넘는 모델임에도 통풍 시트 기능이 빠진 점은 크게 아쉽다. 국산 3000만원대 SUV에도 있는 사양이 빠진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고성능 모델인 메르세데스-AMG GLE63 S 4매틱 쿠페(1억7200만원)에는 통풍 기능이 있는데 GLE350d 4매틱 쿠페(1억700만원)와의 가격 차이는 무려 7000만원이다.

이미지 7

뒷좌석의 경우, 무릎공간은 GLE와 비슷하지만, 뒤로갈수록 낮아지는 뒷유리와 C필러로 인해 약간 갑갑한 느낌이다. 이를 의식해선지 앞좌석 헤드레스트에 10인치 디스플레이를 마련했다. 노트북과 태블릿 등 외부기기 연결이 가능해 영화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미지 8

헤드룸 공간은 경쟁모델보다 쾌적한 수준으로 키 180cm의 성인도 편안한 탑승이 가능하다. 또, 방석 부분을 앞으로 젖히고, 등받이를 접을 수 있도록 해 트렁크 공간을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트렁크 기본 공간은 650리터로 GLE(690리터)보다 좁지만, 패스트백 디자인으로 설계된 도어가 적용돼 트렁크 깊숙이 짐을 넣거나 뺄 때는 오히려 더 편하다. 뒷좌석 시트를 접을 경우 1720리터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설명했다.

무르익은 파워트레인…‘제짝’ 찾은 9단 변속기

이미지 9

시승차인 ‘GLE350d 4매틱 쿠페’의 파워트레인은 GLE350d 4매틱과 동일하다. 3.0리터 V6 디젤 엔진이 탑재됐으며, 9G-트로닉 자동변속기와 조합됐다. 최고출력은 258마력으로 일반적인 수준이지만, 최대 63.2kg.m의 강력한 토크와 결합돼 2.5톤에 달하는 차체를 가볍게 움직인다. 묵직한 주행감각과 넉넉한 힘이 가장 큰 특징이며, 여기에 소음과 진동은 가솔린 엔진 수준으로 잘 억제돼 운전을 보다 상쾌하게 만든다.

메르세데스-벤츠의 9G-트로닉은 이제 완전히 무르익었다. 효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잡으면서 스포티한 감각까지 놓치지 않았다. 특히, 신속한 변속 반응은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존재 이유를 잊게 만들 정도다. GLE350d에 탑재된 9단 자동변속기는 다소 과분했지만, GLE350d 쿠페를 만나면서 비로소 ‘제짝’을 찾은 느낌이다. 심지어 연비도 GLE 쿠페가 복합 기준 리터당 10.1km로 GLE(9.7km/l)보다 우수하다.

이미지 10

변속기 조작도 쉽다. 시속 110km가 넘는 속도에서 9단으로 올라가며, 패들 시프트를 사용해 직접 9단으로 넣을 수도 있다. 일부 브랜드의 9단 자동변속기는 좀처럼 9단에 도달하기가 어렵게 세팅돼 있지만, GLE 쿠페는 운전자 위주로 설정돼 변속기 조작이 꽤 편하다.

이미지 11

서스펜션은 예상보다 부드러웠다. 스포티한 외관에 걸맞게 스포츠카처럼 단단한 느낌을 기대했지만, 의외로 무르게 세팅돼 있었다. 그나마 21인치 대구경 휠이 위안이 됐으며, SUV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더욱 문제될 것이 없다. 또, 보다 역동적인 주행감각을 위한 대안으로 ‘메르세데스-AMG GLE63 S 4매틱 쿠페’가 마련돼 있다.

안전·편의사양 다양하지만…반자율주행 시스템은 빠져

이미지 12

안전사양으로는 9 에어백 시스템을 비롯해 사이드 미러를 통해 경고 표시를 보여주는 사각지대 어시스트, 장거리 주행 시 집중력이 저하된 운전자에게 경고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의 어시스트, 홀드 기능을 포함한 어댑티브 브레이크, 시속 50km 이하의 속도에서 돌발 상황 시 브레이크를 대신 잡아주는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 등이 탑재됐다.

다만,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과 능동형 차선 유지 어시스트 등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탑재되지 않았고, 고성능 모델인 GLE63 S 쿠페에만 적용됐다.

이미지 13

편의사양으로는 하만카돈 로직7 오디오 시스템과 360도 어라운드 뷰, 어댑티브 하이빔 어시스트, 파노라마 선루프, 냉각 및 온열 기능 컵홀더,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등이 기본 장착됐고, 내외관에는 AMG 패키지가 추가됐다.

대세는 쿠페 스타일 SUV…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지 14

GLE 쿠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모델이다. 출시 전부터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지만, 다행히 우수한 상품성과 특유의 완성도 덕에 괜찮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억원이 넘는 국내 판매가격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크기의 경쟁모델들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GLE 쿠페 등 쿠페 스타일 SUV의 인기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한 등급 아래 모델인 GLC 쿠페의 국내 출시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으며, 경쟁 업체인 아우디도 벤츠에 이어 쿠페 스타일 SUV Q8을 개발 중이다.

이미지 15

김민범 mb.kim@motorgraph.com
제공
모터그래프 (www.motorgraph.com)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동차 시승기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