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링컨 MKC, 독일차 못지 않은 완성도의 소형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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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에코부스트 엔진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이렇게까지 힘이 좋을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잠시 빠졌다. 단순히 힘만 좋은게 아니었다. 코너를 빠져나가는 몸놀림은 그간 미국산 SUV에서는 좀체 볼 수 없던 것이었다. 링컨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는 링컨의 새로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의 결과다. 2012년 링컨 브랜드의 공식명칭은 링컨 모터 컴패니로 변경됐다. 제품 개발 및 세일즈 관련 팀이 새롭게 꾸려졌고, 디자인 스튜디오도 새로 생겼다. 링컨과 포드의 차별화를 강화하는 동시에 전세계 시장을 겨냥한 신차를 내놓기 위해서다.
그 첫번째 결과물은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MKZ다. 링컨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과 거대한 글래스 루프 등으로 주목 받았다. 판매 성적도 좋다. 매달 세자릿수 판매를 기록하며 링컨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두번째 결과물은 링컨 최초의 소형 크로스오버 MKC다. 그동안 링컨 역사를 살펴보면 MKC는 가장 링컨과 어울리지 않는 차지만, 링컨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릴만한 모델이다. 다분히 전세계 시장을 고려한 설계가 엿보이고,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소형 SUV인 것도 자체가 큰 장점이다.
MKC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링컨 브랜드의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하기 충분하다. 링컨이란 이름에서부터 오는 ‘올드’한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시대 흐름에 따르는 각종 편의 및 안정사양들로 가득하다. 여전히 가솔린 엔진을 고집하지만, 독일 디젤 SUV에 신물난 소비자들에겐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링컨만의 확고한 디자인 철학
다른건 몰라도 링컨이 디자인 철학만큼은 확고하고 독창적이다. 링컨은 2006년 공개한 MKS 콘셉트의 디자인을 폭넓게 활용하면서 잘 갈고 닦았다. 기본적인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세부적인 디자인을 계속 변경했다. 그릴 바를 세로에서 가로로 바꿨다. 중세기사의 투구 같았던 디자인이 비로소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의 날개가 됐다. 그릴과 헤드램프는 더 부드럽게 이어졌고 헤드램프는 날렵해졌다.
덕분에 MKC는 이목구비가 더욱 뚜렷해졌다. 여기에 LED가 촘촘하게 박힌 주간주행등이 존재감을 높인다. 안개등에도 LED가 쓰였다. 보닛의 굵은 선은 마치 폭포수처럼 그릴을 향해 떨어진다. 사진보단 실물의 입체감이 훨씬 뛰어나다. 꽤 완성도 높은 조형물처럼 느껴진다.
헤드램프 끝에서부터 뻗어나온 굵은 선은 잠시 흐릿해지다 다시금 존재감을 발휘하며 테일램프까지 이어진다. 소소한 디자인마저 허투루 하지 않았다.
뒷모습에서 디자인은 절정에 달한다. 테일게이트를 가로지는 테일램프는 어느덧 링컨의 주요 디자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테일램프의 윤곽은 LED가 점등되면 더욱 또렷해진다. 테일게이트는 여러 철판을 따로 가공한 후 용접한게 아니라, 강판을 프레스에 대고 안쪽으로 강한 압력의 액체를 밀어넣는 '하이드로포밍' 기술로 만들어졌다. 무게는 가볍고 강성은 높아진다. 또 복잡한 모양도 비교적 쉽게 제작할 수 있다.
◆ 결코 작지 않은 차
MKC는 링컨 중에서 가장 작다. 길이는 4551mm다. 그간 링컨 SUV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작지만, 링컨은 크기보다는 가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도 그럴것이 이젠 자동차의 크기가 가격과 비례하는 시대는 갔다. 참고로 MKC는 폭스바겐 티구안에 비해 길이는 121mm 길고, 휠베이스도 86mm나 길다. 링컨 중에서만 작을 뿐이다.
실내 공간은 충분하다. 좁지도 않을뿐더러 뒷좌석은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뒷좌석 열선이 마련된 점도 고무적이다. 또 광활한 파노라믹 선루프는 뛰어난 개방감을 선사한다.
최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적용한 실내는 링컨의 ‘아메리칸 뷰티’를 잘 표현한다. 특히 스코틀랜드의 가죽 생산 업체 ‘브리지 오브 위어(Bridge of Weir)’의 ‘딥소프트’ 가죽으로 제작된 시트는 압권이다. 모기나 해충에 물린 흔적이나 낙인이 찍히지 않은 소의 가죽만을 쓴다. 가죽 생산 설비도 유럽 최고 수준이다. 부드러운 가죽 질감은 최고급 세단을 떠올리게 한다. 나무 장식도 원목을 얇게 잘라 붙였다.
링컨만의 독특한 특징인 버튼식 변속 시스템(Push Button Shift)도 눈길을 끈다. 실내 공간 활용 측면에서는 큰 이점이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호불호가 나뉜다. 특히 좁은 공간에 주차할땐, 상체를 앞으로 당긴 후 버튼을 번갈아 눌러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똑똑한 자동주차 시스템이 해소해주지만, 이 또한 성질 급한 운전자라면 가만히 보고 있진 않을 것 같다.
◆ 터보 엔진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주행성능
포드의 에코부스트 엔진은 얼핏 이름만 놓고 보면 친환경에 중점을 둔 것 같다. 하지만 포드의 몇몇 차를 타보면 효율보다는 성능에 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부스트에코’란 이름이 더 어울리지 않나 생각도 든다. 터보 차저와 직분사, 가변 밸브 타이밍 등의 기술이 적용됐으며, 포드는 에코부스트 엔진과 관련해 백여개의 특허도 갖고 있다.
터보 차저나 슈퍼 차저나 널리 사용되는 오늘날에는 크게 놀라운 것도 아니지만 MKC의 2.0리터 4기통 에코부스트는 엔진은 리터당 120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결국 그 힘을 어떻게 쥐어짜느냐가 관건이다.
제원 수치보다 체감 성능이 더 뛰어난 것은 의외다. 같은 배기량의 디젤 엔진 못지 않은 토크를 갖고 있어서 출발부터 경쾌하게 움직인다. 디젤 엔진은 특성상 최고출력이 낮아서 속도가 높아질수록 가속페달의 반응이 수그러드는데 반해, MKC는 고속에서도 반응이 살아있다. 제한속도까지 다다르는 것도 쉽다.
일반적인 D모드와 S모드의 편차가 큰 것도 장점이다. 특히 S모드에서는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높게 유지하며 네바퀴에 힘을 쏟아붓는다. 제한 회전수인 6500rpm에 계기바늘이 다가갈수록 앙칼진 엔진소리가 귓가를 자극한다. 덜덜 거리는 SUV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다. 배기음까지 스포티하게 다듬었으니 금상첨화다.
스티어링휠의 버튼을 통해 차량 제어 메뉴에 들어가면, ‘링컨 드라이브 컨트롤’을 사용할 수 있다. 컴포트, 노멀, 스포츠 등으로 조절할 수 있다. D모드와 S모드에서의 서스펜션 및 스티어링 설정도 개별적으로 할 수 있다. 컴포트는 부드럽다기 보다 푹신하고, 노멀도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스포츠 모드는 완전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무리한 스티어링 조작에도 잘 견딘다. 코너링에 일가견 있다는 독일 SUV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 서스펜션 상태는 1초에 500회씩 감지되며, 토크 벡터링 시스템과 함께 기민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다.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동급에서 유일하게 적용된 편의장비며, 스마트키를 소지한채 트렁크 아래쪽으로 다리를 뻗으면 저절로 테일게이트가 열고 닫히는 ‘핸즈 프리 리프트게이트’도 요긴하게 쓰인다. 차선 이탈 장비 시스템, 충돌 경고 시스템 등의 최신 안전장비까지 아쉬울 것 없이 꽉 들어찼다.
◆ 링컨의 변화는 MKC가 이끈다
MKC는 링컨 최초의 소형 SUV지만 완성도가 매우 높다. 대개 처음 시도하는 세그먼트는 어설프기 마련인데, MKC는 빈틈이 별로 없다. 링컨은 포드가 전세계에서 검증받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위에 자신들의 색을 가득 넣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정체성이 강하다.
또 링컨은 MKC로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확실하게 간파했다. 링컨을 이끌 모델이 필요했다. MKC를 통해 MKX, MKT, 내비게이터로 이어지는 탄탄한 SUV 라인업을 완성했고, 덩달아 세단 라인업도 확대된다. 여기에 머스탱을 기반으로 제작한 스포츠 쿠페의 등장도 예정돼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이미 라인업이 포화 상태다. 이에 반해 링컨의 성장은 무궁무진하다. MKZ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고, MKC는 변화와 성장의 시발점이다.
* 장점
1. 시선을 사로 잡는 디자인. 링컨만의 감성 부각.
2.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실내. 급을 뛰어넘는다.
3. 가솔린 엔진 특유의 정숙성과 강렬함.
* 단점
1. 가솔린 + 사륜구동 = 복합연비 9.0km/l.
2. ’싱크’는 여전히 다루기 쉽지 않다.
3. 실내에서 눈에 보이는 곳의 마감만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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