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링컨 컨티넨탈…”유구한 역사 위에 오롯이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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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이 지난해 공개한 ‘컨티넨탈 콘셉트(Continental Concept)’는 충격적이었다. 링컨이 오랫동안 유지했던 디자인에서 탈피했고, 오랜 시간 잊혀졌던 ‘컨티넨탈’이란 이름도 부활시켰다. 무엇보다 미국적인 색채만 강조하던 링컨이 아주 근사하고, 정중한 대형 세단을 만들어 냈다는게 놀라웠다.
그리고 지난 1월, 링컨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 디트로이트에서 10세대 신형 컨티넨탈을 공개했다. 신형 컨티넨탈은 콘셉트의 기발한 디자인 특징이 고스란히 이어졌고,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는 오히려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독수리의 날개처럼 보이던 ‘스플릿 윙 그릴’이 사라졌고, 링컨 엠블럼을 재해석한 새로운 시그니처 그릴이 적용됐다. 이것만으로도 인상이 확 달라졌다. 링컨 특유의 독특함은 사라졌지만, 더 웅장하고 당당해졌다. 플래그십의 묵직함을 충분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헤드램프는 물방울처럼 반짝였다. 촘촘하게 들어선 5개의 망울은 빛을 받으면 샹들리에처럼 빛났다. 범퍼와 로커 패널, 사이드 윈도우의 크롬도 현란하게 빛을 반사시켰다. 금속으로 멋스러운 판을 만들고, 그 위에 사이드 미러를 올렸다.
벨트라인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더 이색적인 도어 핸들을 볼 수 있다. ‘e-랫치도어’로 불리는 도어핸들은 독특한 디자인만큼 문을 여는 느낌도 신선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G클래스의 철판 문짝을 열고 닫는 것보다 중독성이 있었다.
안정감을 주는 두툼한 C필러는 부드럽게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졌다. 아마도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였던 루크 동커볼케(Luc Donkerwolke)는 이 매력적인 라인을 벤틀리에서 가져왔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벤틀리 뿐만 아니라 롤스로이스 등을 비롯한 고급 세단은 이처럼 뒷부분을 살짝 낮춘다. 중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높일 수 있어서다. 또 클래식한 인상도 줄 수 있다.
실내는 무척이나 화려했다. 쓰인 소재나 마감은 1억원을 호가하는 독일 플래그십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특히 여름에도 해충이 없다는 스코틀랜드의 광활한 녹초지대에서 방목해 키운 소만을 사용하는 ‘브리지 오브 위어(Bridge of Weir)’의 가죽이 온 실내를 뒤덮었다. 이 부드러운 감촉을 따라올 차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 가죽과 함께 30가지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는 ‘퍼펙트 포지션 시트’는 아주 안락한 실내 환경을 만들었다. 아주 미세하게 시트를 몸에 최적화할 수 있다. 다만 워낙 조절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트에 비해 포지션을 맞추는 것이 꽤 오래 걸렸다. ‘프리셋’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곳곳에 화려함을 가득 안고 있지만,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이나 사용된 플라스틱은 개선의 여지가 많아 보였다. 최신 트렌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플래그십이라는 느낌도 크게 들지 않았다. ‘옥의 티’ 같은 부분이다. 완전히 새로운 차를 만들기 위해선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 컨티넨탈을 타는 대통령
과거 링컨은 모두가 탐내던 럭셔리카를 만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부럽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링컨은 ‘벼락부자’와도 같았던 미국인들에게 ‘품위’와 ‘명예’를 높여주는 좋은 수단이었다. 그리고 링컨이 1939년 처음 선보인 ‘컨티넨탈(Continental)’은 미국의 수많은 대통령과 유명인들에게 사랑받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고급차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결코 순탄하진 않았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영국은 더 고집스럽고, 더 고급스러운 럭셔리카를 만들기 시작했고, 독일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 재건에 많은 힘을 썼다. 미국이 샴페인에 젖어있는 사이, 조금씩 자동차 산업의 중심은 유럽으로 바뀌고 있었다.
결국 포드도 유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졸지에 링컨은 우물안 개구리가 됐다. ‘미국식 럭셔리’를 유럽에 소개하기 보단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를 인수하는게 더 쉬웠다. 그만큼 포드는 여유로웠다. 굳이 링컨에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영원할 것 같았던 ‘포드 왕국’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애스턴마틴,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등을 시장에 내놔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링컨 뿐. 하지만 이미 링컨에게서 찬란했던 영광을 찾을 순 없었다.
덕분에 컨티넨탈도 많은 변화를 겪게됐다. 특히 1988년 출시된 8세대 모델부터 포드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그리고 플래그십의 지위를 ‘타운카(Town Car)’에게 넘겨주게 됐다. 컨티넨탈은 최소의 투자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고, 9세대를 끝으로 동면에 들어갔다.
그러던 2012년, 링컨은 공식명칭을 ‘링컨 모터 컴패니’로 변경하고, 브랜드를 부활시키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제품 개발 및 세일즈 관련 팀이 새롭게 꾸려졌고, 디자인 스튜디오도 새로 생겼다. 10세대 신형 컨티넨탈은 그 첫번째 결과물이다.
# 컨티넨탈의 화려한 부활
여전히 포드 토러스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5m가 훌쩍 넘는 거대한 플래그십 세단이지만 전륜구동을 기반했다.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됐지만 근본적인 구조가 주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했다.
3.0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93마력의 막강한 힘을 발휘했지만, 무게중심에 대한 고려는 부족해 보였다. 엔진은 서스펜션 마운트에 비해 한참 앞에 위치한 데다가, 엔진룸도 협소해 바퀴가 방향을 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S클래스가 단번에 유턴할 수 있는 도로에서 컨티넨탈은 후진 기어를 넣어야 했다.
머리가 무겁다 보니, 급가속과 급감속으로 인해 흔들린 무게중심을 빠르게 회복하지 못했다. 그나마 0.02초마다 노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링컨 드라이브 컨트롤’은 아주 영민하게 댐퍼를 제어해, 정속주행에서는 뛰어난 승차감을 확보했지만 큰 동작을 원상복구하는 능력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다이내믹 토크 백터링과 인텔리전트 AWD가 치밀하게 작동해 코너를 매끈하게 돌아나가게 만들었다. 더욱이 컨티넨탈에겐 오버스펙이라고 생각되는 피렐리 P제로 타이어를 신고 있어서 기대를 뛰어넘는 코너링이 가능했다. 태생적인 불리함을 기술과 장비로 해결했다.
엔진이 실내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 가로로 놓였기 때문에 2994mm에 달하는 휠베이스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실내 어떤 공간도 부족함이 없었다. 다리 공간, 머리 공간 모두 여유로웠다. 조수석이 완전히 접히거나, 발걸이가 튀어나오는 편의는 없었지만 충분히 광활했다.
간소한 할덱스 사륜구동 시스템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서 센터터널이 불쑥 튀어오르지도 않았다. 거대한 파노라믹 선루프은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뒷좌석 공간에 활용된 소재 역시 앞좌석과 동일했고, 한땀 한땀 공들인 스티치가 눈길을 끌었다.
3.0리터 V6 GTDI 엔진은 링컨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트윈 터보의 도움으로 단순히 여유로운 플래그십의 모습이 아닌 저돌적인 성격까지 내비쳤다. 꼼꼼하게 외부와 차단된 실내에 잘 다듬어진 엔진 사운드가 슬며시 파고 들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 격정적으로 엔진회전수를 높였고, 음색은 더 날카로워졌다. 항상 점잖은 플래그십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돌진할땐 뒷바퀴에 더 많은 힘을 보냈다. 인텔리전트 AWD는 상황에 따라 뒷바퀴에 100%의 구동력을 보낼 수도 있다. 정속주행 환경에서는 앞바퀴에 더 많은 힘을 보내며 연료효율을 높였다. 가속하는 상황에서는 꾸준하게 뒷바퀴에 힘을 보내 400마력에 달하는 힘을 아낌없이 쓰게 했다. 약간의 터보랙도 느껴졌지만, 막상 엔진회전수를 높게 사용하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었다.
여러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 중에서 컨티넨탈만큼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차도 드물다. 7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컨티넨탈은 빛과 어둠을 모두 경험했다. 그래서 그 역사가 더 가치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 신형 컨티넨탈은 그 모든 역사 위에 오롯이 섰다. 링컨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컨티넨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 어깨에 많은 짐을 지고 있지만 신형 컨티넨탈은 충분히 감내할 역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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