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 마스터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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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이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월 초 사전계약에 들어간 마스터가 1달이 채 지나기 전에 계약대수 300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당초 르노삼성은 시장 가능성을 보겠다며 마스터를 200대 가량 수입했다. 이미 계약된 물량이 준비한 물량을 넘어선 만큼 지금 계약해도 내년에나 차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라 하면 ‘승용차’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상용차’의 세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을 자랑한다. 세계자동차 산업연합회(OICA)에 따르면 한국 상용차 시장 규모는 전 세계 기준 12위에 달한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인도, 일본, 태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그리고 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현대 기아, 그리고 볼보트럭이다. 현대 및 기아차는 포터와 봉고로 소형 상용차 시장을 장악했다. 사실 평정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 그랜저 및 싼타페의 인기가 높다지만 수년 이상 이 시장의 강자로 자리한 포터 시리즈를 쉽게 위협하지는 못한다. 대안이 되는 경쟁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포터와 봉고의 누적 판매량은 2018년 1~9월 기준 17만 1218대에 달한다. 자연스레 올 연말까지 20만 대 돌파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15~25톤 혹은 버스 등 대형 상용차 시장은 볼보트럭이 장악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 상용차 5개 브랜드의 2018년 상반기 수입 상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2241대에 달했다. 이중 볼보트럭이 897대를 판매하며 40.4%의 점유율을 이어가는 중이다. 참고로 만트럭 450대(20.1%), 스카니아 438대(19.5%), 메르세데스-벤츠 380대(17.0%), 이베코 76대(3.4%) 순의 실적을 내고 있다.
대형 상용차 시장은 특수성이 있으니 이 정도만 살펴보고 넘어가자. 이제 초점을 맞출 부분은 소상용차 시장이다.
LCV라는 장르가 있다. Light Commercial Vehicle의 줄임말로, 번역하면 경상용차 정도로 불린다. 여기에서의 경상용차라는 의미는 국내와 해외 시장의 정의가 조금 다르다. 국내에서 경상용차는 경차급 상용차를 일컫는다.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다마스와 라보가 대표적이다. 반면 LCV는 그보다 크지만 대체적으로 2.5톤 안쪽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상용차를 뜻한다. 대략 포터처럼 입문용 상용차라고 생각하면 쉽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 이베코가 데일리, 포드 트랜짓, 만 TGE, 램 프로마스터 등이 시장에서 경쟁하며, 현대차도 쏠라티를 내놓으며 이 시장에 진입했다.
포드 트랜짓 (Ford Transit Cargo Van)
미국에서는 포드 트랜짓이 가장 잘 팔린다. 2018년 1~9월 누적 판매량만 10만 6463대를 자랑한다. 같은 기간 쉐보레 말리부가 10만 7458대, 현대 투싼이 10만 3514대가 팔렸으니 어느 정도 규모인지 상상이 될 것이다.
북미에 트랜짓이 있다면 유럽에는 르노 마스터가 있다. 1980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전 세계 43개국에서 판매되며, 유럽 지역 상용차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로 통한다.
마스터의 어떤 매력이 유럽 사람들에게 통했을까? 국내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있을까? 마스터와 함께 달려봤다.
LCV는 활용성이 좋은 상용차다. 공사장, 식당, 관공서, 학교에서도 사용된다. 미니버스로도 활용되며 덤프트럭으로도 변신한다. 사람에서 화물까지 필요에 따라 모든 것을 실어 나른다. 르노 마스터도 무려 40여 가지 종류로 변신할 수 있다.
르노삼성이 수입한 것은 패널 밴이다. 말 그대로 화물차다. 조금 작은 화물차(스탠다드)와 더 큰 화물차(라지) 2종이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 르노삼성의 묘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일반인들은 ‘하필 들여오는 차가 저런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알고 들여다보면 철저한 계산 끝에 수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경쟁관계다. 우리나라는 LCV 시장 자체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대신 1톤 내외의 화물차로 현대 포터와 그랜드스타렉스 3밴, 기아 봉고가 시장을 이끈다. 현대 쏠라티 3밴과 이베코 3밴이 있긴 있다. 하지만 택배 운송을 하려고 6천만 원이 넘는 차량을 구입하는 기사님들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르노 마스터는 포터나 봉고, 그랜드 스타렉스 3밴과 경쟁 구도를 갖게 된다. 이들 트럭과 비교하면 마스터는 당연히 우위에 서게 된다.
LCV & 1톤 내외 화물차 적재함 크기 비교
위 표는 적재함의 크기를 비교한 것이다. 우선 마스터 S만 해도 그랜드 스타렉스 3밴은 규모에서 비교가 안 된다. 포터 초장축 모델의 적재용량이 꽤나 크지만 마스터 L과 비교하면 작은 크기다.
트럭에서는 상면고라는 개념도 중요하다. 상면고란 지면에서부터 적재함까지 높이를 말한다.
LCV & 1톤 내외 화물차 상면고 비교
마스터는 50cm 대고 포터는 80cm 대에 육박한다. 사실 포터만 해도 화물칸에 올라섰다가 내려가는 과정이 고역이다. 특히 화물칸에서 하차하려면 사실상 뛰어내려야 한다. 화물칸에 자주 오르내리는 차주라면 무릎 관절에 상당한 무리가 될 수 있다. 또 무거운 짐을 옮긴다면 허벅지 부분까지 들어 올려야 하는데, 자칫 잘못 하다가 허리를 다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마스터는 오르내리기 꽤나 편하다. 뛰어내릴 필요도 없다. 무거운 짐을 높게 들어 올릴 필요도 없다.
르노삼성의 두 번째 계산은 적재 중량 1.2~1.3톤으로 인증받은 것이다. 사실 마스터의 유럽 기준 적재 중량은 1.6톤이다. 이 수치 그대로 들여온다면 국내 시장에서 걸림돌이 발생한다. 바로 택배 영업용 번호판을 달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이유는 도로교통법과 운수사업법 규제 기준이 1.5톤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1.5톤이 넘어가면 일반 화물차에 속하게 된다. 이 차들은 정부 차원에서 수급조절을 하기에 영업용 차량으로 등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쉽게 말해 영업용 노란색 번호판은 발급 수량이 정해져 있고 이미 모두 발급된 상황이다. 즉, 영업용 차량으로 가치가 상실되는 셈이다.
1.3톤이라는 적재 중량으로 인증받으면 이 같은 고민이 사라진다. 정부가 택배 사업 활성화 지원 차원에서 2018년 5월부터 수급조절과 관계없이 허가받을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으로 봐도 르노삼성은 마스터를 통해 택배시장을 노림과 동시에 현대 포터 시장까지 넘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있다. 1.5톤이 넘어가면 고속도로 지정 차로제 단속 대상이 된다. 하지만 마스터는 이 부분까지 피해 갈 수 있다. 물론 1차선 주행은 불가능하지만 11인승 이상 미니버스처럼 다수의 사람을 이동시키는 용도가 아니기에 시속 110km 제한 대상도 아니다.
세 번째 계산은 바로 가격이다.
가격 비교
현재 국내 LCV 밴으로 판매되는 모델은 르노 마스터와 현대 쏠라티 윈도우밴, 이베코 뉴 데일리 밴이 전부다. 마스터의 가격은 경쟁 모델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물론 마스터는 쏠라티처럼 고급스러운 마감이나 각종 편의장비를 갖추지 않았다. 뉴 데일리처럼 최대 7톤 이상까지 화물을 적재할 수도 없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2천만 원 전후의 스타렉스 3밴이나 포터 등과 비교하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쏠라티나 데일리처럼 다른 시장의 가격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위와 같은 3가지 사항들을 종합해보면 르노삼성은 단순히 유럽에서 팔리고 있는 상용차 하나 가져온 것이 아니라 정말 잘 짜인 전략을 바탕으로 마스터를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스터는 스타렉스나 포터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한 체급 높은 급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경쟁상대가 없기에 가격대를 스타렉스 구매층이 바라볼 수 있는 수준에 설정했다. 그 덕분에 쏠라티나 데일리가 아닌 스타렉스나 포터와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체급이 다른 상대가 경쟁 모델이니 마스터는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적재함 크기? 당연히 압승이다. 상면고? 포터는 후륜구동이고 마스터 밴은 앞바퀴 굴림이니 당연히 이 부분에서도 유리하다. 안전성? 어떤 차가 와도 포터보다는 안전할 것이다. 원래 더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도록 개발된 만큼 기동성에서도 마스터가 유리하다.
어찌 보면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는 선택을 한 것.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공략한 것이다.
이제 마스터 자체를 살펴보자. 전면부의 날카롭고 큰 헤드 램프는 강인한 인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전면부를 제외하면 꽤 귀여운 디자인이다. 네모난 식빵같이도 생겼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S는 L 모델보다 길이도 짧고 높이가 낮기에 옆에서 바라보면 더 귀여워 보인다. 마치 장난감 자동차 같다.
범퍼는 플라스틱으로 덮었다. 범퍼를 범퍼카처럼 사용하는 유럽인들 특성에 맞춰 애초에 유지 보수가 쉬운 플라스틱 패널을 노출시킨 것이다. 실제 일부 유럽인들은 주차 공간을 만들기 위해 범퍼로 상대방 차를 밀면서 비집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범퍼 하단에는 발판을 마련했는데, 유리창을 닦거나 엔진룸 정비 때 요긴하게 쓰인다.
실내는 정말 단순하다. 운전석과 보조석, 센터페시아,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변속기 정도만 있다. 싸구려 플라스틱으로만 마감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상용차 특성상 오염과 내구에 강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다. 대당 3억 원이 넘어가는 25톤 이상 수입 상용차도 실내는 모두 플라스틱으로 마감된다. 승용차와는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수납공간이다. 수납공간을 못 만들어 한이라도 맺힌 것일까? 손이 닿는 곳 모두가 수납공간으로 꾸며졌다.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물건을 어디다 뒀는지 잊어버릴 정도다.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영업용 차 특성상 운전자에 대한 배려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타고 내릴 때 도움을 주는 필러 핸들이 없다. 마스터처럼 지상고가 높은 차는 계단처럼 스텝을 밟고 올라서야 하기에 A-필러 부위에 손잡이가 있으면 탑승이 편해진다. 포터에도 있는 구성인데…
계기판 타코미터의 레드존은 무려 6000 rpm에서 시작된다. 대단한 고회전 지향 디젤 엔진일까? 사실 아무리 밟아도 4500 rpm 이상 사용할 수는 없다. 벤츠 엔진이라는 자부심일까? 참고로 벤츠의 OM606 디젤 엔진은 7천 rpm까지 가용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엔진은 5천 rpm 미만에서 운영되는 만큼 조금 성의 없이 보이기도 한다.
센터페시아에 장착된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크기도 작고 화질이 떨어진다. 다소 어두운 편이며 패널의 난반사도 있다. 물론 없는 것보다 좋다. 성능도 적정 수준이라 쓸만하지만 그래도 요즘 기준이라는 것을 감안해 업그레이드해주면 좋겠다.
뒷부분은 패널로 막혀 있어 리어뷰 미러는 생략했다. 대신 이 위치에 비상등과 차선이탈 경고 버튼을 달았다. 다소 엉뚱한 위치다. 가끔은 팔 운동을 하라는 배려일까?
화물칸은 넓다. 테스트 모델인 마스터 S도 화물칸의 높이가 1750mm에 달한다. 한층 더 나아가 마스터 L로 접근하면 화물칸 높이가 1940mm까지 커진다. 바닥은 금속이 아닌 나무 합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표면 마찰계수가 높은 재질로 마감해 화물이 쉽게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일부 회사들은 금속으로 마감한 부분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다양한 화물을 실어 나르는 화물차 특성으로 보면 나무 바닥이 적합하다.
높이가 높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 된다. 적어도 적재 용도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시장에 한가지 걸림돌이 있다. 일부 아파트의 승용차 높이 제한이 2.1m라는 점이다. 물론 정부가 높이 제한을 2.4m로 바꿔 마스터 S가 드나들 수 있는 법적 환경은 구축됐지만 모든 아파트가 개선 작업을 거치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화물칸 벽면을 보면 뼈대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마감을 하지 않았다고 욕을 해야 할까? 하지만 상용차를 구입하고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용도에 맞춰 추가적인 개조작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르노는 이를 위해 다양한 나사 구멍을 배치했다. 상용차는 범용성이 매우 중요한데, 마스터는 이러한 부분에서도 좋은 구성을 보여준다.
키를 꼽고 돌려 시동을 걸자 4기통 디젤엔진이 회전을 시작한다. 승용차 같은 고요함과 안락함을 원하면 안 된다. 이 차는 화물차니까. 진동도 조금은 있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보니 50 dBA이 나왔다. 참고로 6기통 3.0리터 디젤엔진을 사용한 스프린터는 42 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고급 대형 밴과 상용차의 차이는 분명하다. 참고로 마스터로 80km/h 주행할 때 소음은 68 dBA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동변속기를 사용하는 마스터를 움직이려 클러치 페달을 밟았다. 깊게 쑥 밟힌다. 조금은 깊은 느낌이다. 통상 5톤 트럭 정도되는 화물차에 사용되는 클러치가 이 정도의 스트로크를 갖는데, 조금은 승용차 쪽에 가까워져도 좋을 듯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다리의 운동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1단 출발 이후 2단부터는 클러치 페달을 중간 정도만 밟아도 각 단으로의 변속이 가능하다.
운전은 아주 쉽다. 수동 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쉽게 다룰 수 있다. 클러치를 밟고 1단 기어를 넣으면 엔진 회전수가 살짝 상승한다. 거기에 디젤 엔진의 저회전 토크 특성도 있기 때문에 클러치 조작을 정말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쉽게 시동을 꺼먹을 일이 없다.
또 있다. 만약 시동이 꺼지더라도 클러치 페달을 다시 한번 밟으면 바로 시동이 걸리도록 구성돼있다. 마스터에 장착된 아이들 스톱 기능이 시동을 다시 걸어주는 것인데, 시동이 꺼지더라도 시동키를 다시 돌릴 필요가 없기에 편하다. 변속기 조작감도 좋다. 스트로크가 승용차와 동일한 수준이라 피로감도 낮다.
가속페달을 밟는다. 생각보다 차가 잘나간다고 느끼게 된다. 많은 짐을 적재하면 조금 무뎌질 것 같지만 화물차로는 부족하지 않은 힘이다. 화물차 특성에 맞춰 개발된 엔진인 만큼 3000 rpm 내외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며 일상 주행 정도라면 2000 rpm 부근에서 변속하면 된다. 회전수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계기반에서 변속을 하라고 표시해 주는 기능도 있다.
이 알림 기능에 맞춰 운전하면 너무 낮은 회전수에서 변속한다는 느낌도 짙어진다. 엔진이 회전하는 소리를 들어도 너무 이른 타이밍이 아닐까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저속 토크가 워낙 좋기에 이 같은 변속 타이밍에 익숙해지면 나름대로 조용한 환경(?)에서 연료비를 아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엔진은 최신 사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닛산이 공동 개발했으며 2015년부터 양산되기 시작했다. 벤츠에서는 OM699라는 코드명을, 닛산에서는 YS23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4기통 2.0리터 디젤을 바탕에 두고 배기량을 늘린 것이다. 물론 상용차에 적합하게 튜닝도 했다. 145마력에 36.7kg.m를 발휘하는데, 성능을 위한 수치가 아니라 짐을 실어 나르기 위한 수치로 이해해야 한다. 분명 승용차와 상용차는 엔진에서조차 개념이 다르다.
신기술은 환영할 부분이다. 하지만 상용차 시장에서는 신기술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충분히 검증된 엔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구형이라도 잔고장과 연비, 정비 편의성 등을 검증받은 제품을 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화물차주들에게 신기술은 중요치 않다. 고장이 나면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하고 연비가 떨어지면 지출이 늘어난다. 정비 편의성이 나쁘면 수리를 위해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이는 모두 소득 하락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고장이 없어야 하고 연비가 좋아야 한다. 마스터에는 신형 엔진을 사용하고 있기에 이에 대한 검증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엔진은 트윈터보 방식을 사용하는데 가속페달을 밟으면 ‘슈욱’ 소리를 내며 터보차저가 작동음을 들려준다. 튜닝카를 타는 기분이 든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을 측정했다. 수동변속기를 사용하는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해 내부 기자들이 돌아가며 최고 가속 시간을 뽑아냈다. 그 결과는 14.93초. 스프린터가 14.01초를 기록했으니 배기량과 출력의 감안할 때 수긍할 수준이었다. 애초부터 승용차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차량이니까.
승차감은 승용차와 비교했을 때 당연히 떨어진다. 후륜 서스펜션은 리프 스프링이다. 거친 노면을 만나면 ‘우당탕탕’ 거리는 승차감도 경험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좋아한다. 화물차는 어차피 승차감이 좋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편한 것을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이유로 단단하지만 안정적인 기아 봉고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승차감을 갖는 포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승차감만 따지면 포터나 그랜드 스타렉스보다 단단하다. 하지만 한 등급 위 화물차인 마이티나 메가트럭 등과 비교했을 때 좋은 승차감이다. 와인딩 로드에서 간단한 주행을 해봤을 때 의외로 좋은 밸런스를 보였다. 차량 높이가 높은 만큼 전복 사고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데,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 잘 해내고 있다.
대신 부족한 승차감을 서스펜션 시트가 해소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우리 팀이 먼저 테스트한 스프린터에는 이와 같은 시트가 채용돼 있었는데 장거리 여행에 좋았다. 물론 마스터의 시트도 제법 편하긴 했다. 단지 이 기능 추가에 따른 부가적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는 얘기다. 참고로 시트백 각도조절 레버는 운전석의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있다. QM3도 이 부근에 다이얼을 달았는데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방향을 바꿔주면 좋을 것 같다.
브레이크는 초반 응답성에 집중한 모습이다. 1톤 이상의 화물을 실으면 제동성능이 하락할 것이 분명하기에 초반부터 강하게 잡으려는 성격이다. 대부분 화물차 모두가 이런 성격을 갖기에 문제 될 것 없다. 참고로 리타터나 배기 브레이크는 없다. 1톤 전후의 화물 정도는 일반 디스크 브레이크 만으로 대응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45.75m로 기록됐다. 제동 감각만큼은 승용차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페달을 밟는 만큼 힘이 발휘됐고 페달 답력이 너무 무겁지도 않았다. 특히 급제동 때 차량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16인치 휠에 장착된 타이어는 컨티넨탈의 VancoFourSeason2라는 제품이며, 225mm 너비를 갖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4계절용 타이어지만 트레드 생김새는 겨울용 타이어에 가까웠다. 만져보면 꽤나 말랑말랑하다. 상용차는 타이어도 오래가야 한다. 차주들의 지출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마스터 타이어의 내마모 성능이 궁금하다. 그래도 꽤나 긴 거리를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연비는 인상적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해보니 리터당 15~16km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가감속을 심하게 해도, 심지어 와인딩 코스를 달려도 연비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후 다양한 테스트를 마친 마스터는 11.3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마스터의 공인 복합연비는 S 모델이 10.8km/L, L 모델이 10.5km/L로 발표됐다. 참고로 현대 포터 수동 변속기가 9.6km/L에 불과하다. 르노삼성차들은 실연비가 좋은 편인데, 상용차에서도 꽤나 좋은 연비를 보여준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매우 다양하게 확장됐다. 이제 전 세계 거의 모든 수입차 업체가 국내 시장에 진출해 있다. 슈퍼카도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이외에 맥라렌, 애스턴마틴까지 판매된다. 심지어 브라부스나 압트(ABT) 같은 완성 튜닝카까지 팔린다. 르노 트위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레드오션일 것 같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블루오션은 존재했다. 바로 LCV 시장이다. 국내에 제대로 된 LCV 시장이 없으니 마스터는 큰 힘들이지 않고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한 체급 낮은 모델들과 경쟁하게 됐다. 뭘 해도 이기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가 너무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이 시장을 독식해왔다. 이제 경쟁자가 등장했다. 시장 변화의 계기가 된다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마스터는 충분한 존재 가치가 있다. 현대차가 여기에 자극을 받아 2천만 원대 쏠라티 3밴을 내놓는 것은 어떨까? 그때가 되어야 두 차량 모두 진정으로 차량의 완성도까지 평가받을 것이다.
다만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반자동 변속기 투입을 서둘러주면 좋겠다. 운전의 편의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라 하면 ‘승용차’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상용차’의 세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을 자랑한다. 세계자동차 산업연합회(OICA)에 따르면 한국 상용차 시장 규모는 전 세계 기준 12위에 달한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인도, 일본, 태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그리고 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현대 기아, 그리고 볼보트럭이다. 현대 및 기아차는 포터와 봉고로 소형 상용차 시장을 장악했다. 사실 평정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 그랜저 및 싼타페의 인기가 높다지만 수년 이상 이 시장의 강자로 자리한 포터 시리즈를 쉽게 위협하지는 못한다. 대안이 되는 경쟁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포터와 봉고의 누적 판매량은 2018년 1~9월 기준 17만 1218대에 달한다. 자연스레 올 연말까지 20만 대 돌파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15~25톤 혹은 버스 등 대형 상용차 시장은 볼보트럭이 장악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 상용차 5개 브랜드의 2018년 상반기 수입 상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2241대에 달했다. 이중 볼보트럭이 897대를 판매하며 40.4%의 점유율을 이어가는 중이다. 참고로 만트럭 450대(20.1%), 스카니아 438대(19.5%), 메르세데스-벤츠 380대(17.0%), 이베코 76대(3.4%) 순의 실적을 내고 있다.
대형 상용차 시장은 특수성이 있으니 이 정도만 살펴보고 넘어가자. 이제 초점을 맞출 부분은 소상용차 시장이다.
LCV라는 장르가 있다. Light Commercial Vehicle의 줄임말로, 번역하면 경상용차 정도로 불린다. 여기에서의 경상용차라는 의미는 국내와 해외 시장의 정의가 조금 다르다. 국내에서 경상용차는 경차급 상용차를 일컫는다.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다마스와 라보가 대표적이다. 반면 LCV는 그보다 크지만 대체적으로 2.5톤 안쪽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상용차를 뜻한다. 대략 포터처럼 입문용 상용차라고 생각하면 쉽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 이베코가 데일리, 포드 트랜짓, 만 TGE, 램 프로마스터 등이 시장에서 경쟁하며, 현대차도 쏠라티를 내놓으며 이 시장에 진입했다.
미국에서는 포드 트랜짓이 가장 잘 팔린다. 2018년 1~9월 누적 판매량만 10만 6463대를 자랑한다. 같은 기간 쉐보레 말리부가 10만 7458대, 현대 투싼이 10만 3514대가 팔렸으니 어느 정도 규모인지 상상이 될 것이다.
북미에 트랜짓이 있다면 유럽에는 르노 마스터가 있다. 1980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전 세계 43개국에서 판매되며, 유럽 지역 상용차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로 통한다.
마스터의 어떤 매력이 유럽 사람들에게 통했을까? 국내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있을까? 마스터와 함께 달려봤다.
LCV는 활용성이 좋은 상용차다. 공사장, 식당, 관공서, 학교에서도 사용된다. 미니버스로도 활용되며 덤프트럭으로도 변신한다. 사람에서 화물까지 필요에 따라 모든 것을 실어 나른다. 르노 마스터도 무려 40여 가지 종류로 변신할 수 있다.
르노삼성이 수입한 것은 패널 밴이다. 말 그대로 화물차다. 조금 작은 화물차(스탠다드)와 더 큰 화물차(라지) 2종이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 르노삼성의 묘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일반인들은 ‘하필 들여오는 차가 저런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알고 들여다보면 철저한 계산 끝에 수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경쟁관계다. 우리나라는 LCV 시장 자체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대신 1톤 내외의 화물차로 현대 포터와 그랜드스타렉스 3밴, 기아 봉고가 시장을 이끈다. 현대 쏠라티 3밴과 이베코 3밴이 있긴 있다. 하지만 택배 운송을 하려고 6천만 원이 넘는 차량을 구입하는 기사님들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르노 마스터는 포터나 봉고, 그랜드 스타렉스 3밴과 경쟁 구도를 갖게 된다. 이들 트럭과 비교하면 마스터는 당연히 우위에 서게 된다.
LCV & 1톤 내외 화물차 적재함 크기 비교
위 표는 적재함의 크기를 비교한 것이다. 우선 마스터 S만 해도 그랜드 스타렉스 3밴은 규모에서 비교가 안 된다. 포터 초장축 모델의 적재용량이 꽤나 크지만 마스터 L과 비교하면 작은 크기다.
트럭에서는 상면고라는 개념도 중요하다. 상면고란 지면에서부터 적재함까지 높이를 말한다.
LCV & 1톤 내외 화물차 상면고 비교
마스터는 50cm 대고 포터는 80cm 대에 육박한다. 사실 포터만 해도 화물칸에 올라섰다가 내려가는 과정이 고역이다. 특히 화물칸에서 하차하려면 사실상 뛰어내려야 한다. 화물칸에 자주 오르내리는 차주라면 무릎 관절에 상당한 무리가 될 수 있다. 또 무거운 짐을 옮긴다면 허벅지 부분까지 들어 올려야 하는데, 자칫 잘못 하다가 허리를 다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마스터는 오르내리기 꽤나 편하다. 뛰어내릴 필요도 없다. 무거운 짐을 높게 들어 올릴 필요도 없다.
르노삼성의 두 번째 계산은 적재 중량 1.2~1.3톤으로 인증받은 것이다. 사실 마스터의 유럽 기준 적재 중량은 1.6톤이다. 이 수치 그대로 들여온다면 국내 시장에서 걸림돌이 발생한다. 바로 택배 영업용 번호판을 달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이유는 도로교통법과 운수사업법 규제 기준이 1.5톤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1.5톤이 넘어가면 일반 화물차에 속하게 된다. 이 차들은 정부 차원에서 수급조절을 하기에 영업용 차량으로 등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쉽게 말해 영업용 노란색 번호판은 발급 수량이 정해져 있고 이미 모두 발급된 상황이다. 즉, 영업용 차량으로 가치가 상실되는 셈이다.
1.3톤이라는 적재 중량으로 인증받으면 이 같은 고민이 사라진다. 정부가 택배 사업 활성화 지원 차원에서 2018년 5월부터 수급조절과 관계없이 허가받을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으로 봐도 르노삼성은 마스터를 통해 택배시장을 노림과 동시에 현대 포터 시장까지 넘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있다. 1.5톤이 넘어가면 고속도로 지정 차로제 단속 대상이 된다. 하지만 마스터는 이 부분까지 피해 갈 수 있다. 물론 1차선 주행은 불가능하지만 11인승 이상 미니버스처럼 다수의 사람을 이동시키는 용도가 아니기에 시속 110km 제한 대상도 아니다.
세 번째 계산은 바로 가격이다.
가격 비교
현재 국내 LCV 밴으로 판매되는 모델은 르노 마스터와 현대 쏠라티 윈도우밴, 이베코 뉴 데일리 밴이 전부다. 마스터의 가격은 경쟁 모델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물론 마스터는 쏠라티처럼 고급스러운 마감이나 각종 편의장비를 갖추지 않았다. 뉴 데일리처럼 최대 7톤 이상까지 화물을 적재할 수도 없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2천만 원 전후의 스타렉스 3밴이나 포터 등과 비교하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쏠라티나 데일리처럼 다른 시장의 가격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위와 같은 3가지 사항들을 종합해보면 르노삼성은 단순히 유럽에서 팔리고 있는 상용차 하나 가져온 것이 아니라 정말 잘 짜인 전략을 바탕으로 마스터를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스터는 스타렉스나 포터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한 체급 높은 급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경쟁상대가 없기에 가격대를 스타렉스 구매층이 바라볼 수 있는 수준에 설정했다. 그 덕분에 쏠라티나 데일리가 아닌 스타렉스나 포터와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체급이 다른 상대가 경쟁 모델이니 마스터는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적재함 크기? 당연히 압승이다. 상면고? 포터는 후륜구동이고 마스터 밴은 앞바퀴 굴림이니 당연히 이 부분에서도 유리하다. 안전성? 어떤 차가 와도 포터보다는 안전할 것이다. 원래 더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도록 개발된 만큼 기동성에서도 마스터가 유리하다.
어찌 보면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는 선택을 한 것.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공략한 것이다.
이제 마스터 자체를 살펴보자. 전면부의 날카롭고 큰 헤드 램프는 강인한 인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전면부를 제외하면 꽤 귀여운 디자인이다. 네모난 식빵같이도 생겼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S는 L 모델보다 길이도 짧고 높이가 낮기에 옆에서 바라보면 더 귀여워 보인다. 마치 장난감 자동차 같다.
범퍼는 플라스틱으로 덮었다. 범퍼를 범퍼카처럼 사용하는 유럽인들 특성에 맞춰 애초에 유지 보수가 쉬운 플라스틱 패널을 노출시킨 것이다. 실제 일부 유럽인들은 주차 공간을 만들기 위해 범퍼로 상대방 차를 밀면서 비집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범퍼 하단에는 발판을 마련했는데, 유리창을 닦거나 엔진룸 정비 때 요긴하게 쓰인다.
실내는 정말 단순하다. 운전석과 보조석, 센터페시아,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변속기 정도만 있다. 싸구려 플라스틱으로만 마감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상용차 특성상 오염과 내구에 강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다. 대당 3억 원이 넘어가는 25톤 이상 수입 상용차도 실내는 모두 플라스틱으로 마감된다. 승용차와는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수납공간이다. 수납공간을 못 만들어 한이라도 맺힌 것일까? 손이 닿는 곳 모두가 수납공간으로 꾸며졌다.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물건을 어디다 뒀는지 잊어버릴 정도다.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영업용 차 특성상 운전자에 대한 배려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타고 내릴 때 도움을 주는 필러 핸들이 없다. 마스터처럼 지상고가 높은 차는 계단처럼 스텝을 밟고 올라서야 하기에 A-필러 부위에 손잡이가 있으면 탑승이 편해진다. 포터에도 있는 구성인데…
계기판 타코미터의 레드존은 무려 6000 rpm에서 시작된다. 대단한 고회전 지향 디젤 엔진일까? 사실 아무리 밟아도 4500 rpm 이상 사용할 수는 없다. 벤츠 엔진이라는 자부심일까? 참고로 벤츠의 OM606 디젤 엔진은 7천 rpm까지 가용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엔진은 5천 rpm 미만에서 운영되는 만큼 조금 성의 없이 보이기도 한다.
센터페시아에 장착된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크기도 작고 화질이 떨어진다. 다소 어두운 편이며 패널의 난반사도 있다. 물론 없는 것보다 좋다. 성능도 적정 수준이라 쓸만하지만 그래도 요즘 기준이라는 것을 감안해 업그레이드해주면 좋겠다.
뒷부분은 패널로 막혀 있어 리어뷰 미러는 생략했다. 대신 이 위치에 비상등과 차선이탈 경고 버튼을 달았다. 다소 엉뚱한 위치다. 가끔은 팔 운동을 하라는 배려일까?
화물칸은 넓다. 테스트 모델인 마스터 S도 화물칸의 높이가 1750mm에 달한다. 한층 더 나아가 마스터 L로 접근하면 화물칸 높이가 1940mm까지 커진다. 바닥은 금속이 아닌 나무 합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표면 마찰계수가 높은 재질로 마감해 화물이 쉽게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일부 회사들은 금속으로 마감한 부분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다양한 화물을 실어 나르는 화물차 특성으로 보면 나무 바닥이 적합하다.
높이가 높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 된다. 적어도 적재 용도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시장에 한가지 걸림돌이 있다. 일부 아파트의 승용차 높이 제한이 2.1m라는 점이다. 물론 정부가 높이 제한을 2.4m로 바꿔 마스터 S가 드나들 수 있는 법적 환경은 구축됐지만 모든 아파트가 개선 작업을 거치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화물칸 벽면을 보면 뼈대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마감을 하지 않았다고 욕을 해야 할까? 하지만 상용차를 구입하고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용도에 맞춰 추가적인 개조작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르노는 이를 위해 다양한 나사 구멍을 배치했다. 상용차는 범용성이 매우 중요한데, 마스터는 이러한 부분에서도 좋은 구성을 보여준다.
키를 꼽고 돌려 시동을 걸자 4기통 디젤엔진이 회전을 시작한다. 승용차 같은 고요함과 안락함을 원하면 안 된다. 이 차는 화물차니까. 진동도 조금은 있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보니 50 dBA이 나왔다. 참고로 6기통 3.0리터 디젤엔진을 사용한 스프린터는 42 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고급 대형 밴과 상용차의 차이는 분명하다. 참고로 마스터로 80km/h 주행할 때 소음은 68 dBA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동변속기를 사용하는 마스터를 움직이려 클러치 페달을 밟았다. 깊게 쑥 밟힌다. 조금은 깊은 느낌이다. 통상 5톤 트럭 정도되는 화물차에 사용되는 클러치가 이 정도의 스트로크를 갖는데, 조금은 승용차 쪽에 가까워져도 좋을 듯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다리의 운동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1단 출발 이후 2단부터는 클러치 페달을 중간 정도만 밟아도 각 단으로의 변속이 가능하다.
운전은 아주 쉽다. 수동 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쉽게 다룰 수 있다. 클러치를 밟고 1단 기어를 넣으면 엔진 회전수가 살짝 상승한다. 거기에 디젤 엔진의 저회전 토크 특성도 있기 때문에 클러치 조작을 정말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쉽게 시동을 꺼먹을 일이 없다.
또 있다. 만약 시동이 꺼지더라도 클러치 페달을 다시 한번 밟으면 바로 시동이 걸리도록 구성돼있다. 마스터에 장착된 아이들 스톱 기능이 시동을 다시 걸어주는 것인데, 시동이 꺼지더라도 시동키를 다시 돌릴 필요가 없기에 편하다. 변속기 조작감도 좋다. 스트로크가 승용차와 동일한 수준이라 피로감도 낮다.
가속페달을 밟는다. 생각보다 차가 잘나간다고 느끼게 된다. 많은 짐을 적재하면 조금 무뎌질 것 같지만 화물차로는 부족하지 않은 힘이다. 화물차 특성에 맞춰 개발된 엔진인 만큼 3000 rpm 내외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며 일상 주행 정도라면 2000 rpm 부근에서 변속하면 된다. 회전수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계기반에서 변속을 하라고 표시해 주는 기능도 있다.
이 알림 기능에 맞춰 운전하면 너무 낮은 회전수에서 변속한다는 느낌도 짙어진다. 엔진이 회전하는 소리를 들어도 너무 이른 타이밍이 아닐까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저속 토크가 워낙 좋기에 이 같은 변속 타이밍에 익숙해지면 나름대로 조용한 환경(?)에서 연료비를 아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엔진은 최신 사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닛산이 공동 개발했으며 2015년부터 양산되기 시작했다. 벤츠에서는 OM699라는 코드명을, 닛산에서는 YS23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4기통 2.0리터 디젤을 바탕에 두고 배기량을 늘린 것이다. 물론 상용차에 적합하게 튜닝도 했다. 145마력에 36.7kg.m를 발휘하는데, 성능을 위한 수치가 아니라 짐을 실어 나르기 위한 수치로 이해해야 한다. 분명 승용차와 상용차는 엔진에서조차 개념이 다르다.
신기술은 환영할 부분이다. 하지만 상용차 시장에서는 신기술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충분히 검증된 엔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구형이라도 잔고장과 연비, 정비 편의성 등을 검증받은 제품을 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화물차주들에게 신기술은 중요치 않다. 고장이 나면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하고 연비가 떨어지면 지출이 늘어난다. 정비 편의성이 나쁘면 수리를 위해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이는 모두 소득 하락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고장이 없어야 하고 연비가 좋아야 한다. 마스터에는 신형 엔진을 사용하고 있기에 이에 대한 검증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엔진은 트윈터보 방식을 사용하는데 가속페달을 밟으면 ‘슈욱’ 소리를 내며 터보차저가 작동음을 들려준다. 튜닝카를 타는 기분이 든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을 측정했다. 수동변속기를 사용하는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해 내부 기자들이 돌아가며 최고 가속 시간을 뽑아냈다. 그 결과는 14.93초. 스프린터가 14.01초를 기록했으니 배기량과 출력의 감안할 때 수긍할 수준이었다. 애초부터 승용차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차량이니까.
승차감은 승용차와 비교했을 때 당연히 떨어진다. 후륜 서스펜션은 리프 스프링이다. 거친 노면을 만나면 ‘우당탕탕’ 거리는 승차감도 경험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좋아한다. 화물차는 어차피 승차감이 좋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편한 것을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이유로 단단하지만 안정적인 기아 봉고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승차감을 갖는 포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승차감만 따지면 포터나 그랜드 스타렉스보다 단단하다. 하지만 한 등급 위 화물차인 마이티나 메가트럭 등과 비교했을 때 좋은 승차감이다. 와인딩 로드에서 간단한 주행을 해봤을 때 의외로 좋은 밸런스를 보였다. 차량 높이가 높은 만큼 전복 사고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데,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 잘 해내고 있다.
대신 부족한 승차감을 서스펜션 시트가 해소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우리 팀이 먼저 테스트한 스프린터에는 이와 같은 시트가 채용돼 있었는데 장거리 여행에 좋았다. 물론 마스터의 시트도 제법 편하긴 했다. 단지 이 기능 추가에 따른 부가적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는 얘기다. 참고로 시트백 각도조절 레버는 운전석의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있다. QM3도 이 부근에 다이얼을 달았는데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방향을 바꿔주면 좋을 것 같다.
브레이크는 초반 응답성에 집중한 모습이다. 1톤 이상의 화물을 실으면 제동성능이 하락할 것이 분명하기에 초반부터 강하게 잡으려는 성격이다. 대부분 화물차 모두가 이런 성격을 갖기에 문제 될 것 없다. 참고로 리타터나 배기 브레이크는 없다. 1톤 전후의 화물 정도는 일반 디스크 브레이크 만으로 대응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45.75m로 기록됐다. 제동 감각만큼은 승용차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페달을 밟는 만큼 힘이 발휘됐고 페달 답력이 너무 무겁지도 않았다. 특히 급제동 때 차량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16인치 휠에 장착된 타이어는 컨티넨탈의 VancoFourSeason2라는 제품이며, 225mm 너비를 갖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4계절용 타이어지만 트레드 생김새는 겨울용 타이어에 가까웠다. 만져보면 꽤나 말랑말랑하다. 상용차는 타이어도 오래가야 한다. 차주들의 지출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마스터 타이어의 내마모 성능이 궁금하다. 그래도 꽤나 긴 거리를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연비는 인상적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해보니 리터당 15~16km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가감속을 심하게 해도, 심지어 와인딩 코스를 달려도 연비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후 다양한 테스트를 마친 마스터는 11.3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마스터의 공인 복합연비는 S 모델이 10.8km/L, L 모델이 10.5km/L로 발표됐다. 참고로 현대 포터 수동 변속기가 9.6km/L에 불과하다. 르노삼성차들은 실연비가 좋은 편인데, 상용차에서도 꽤나 좋은 연비를 보여준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매우 다양하게 확장됐다. 이제 전 세계 거의 모든 수입차 업체가 국내 시장에 진출해 있다. 슈퍼카도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이외에 맥라렌, 애스턴마틴까지 판매된다. 심지어 브라부스나 압트(ABT) 같은 완성 튜닝카까지 팔린다. 르노 트위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레드오션일 것 같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블루오션은 존재했다. 바로 LCV 시장이다. 국내에 제대로 된 LCV 시장이 없으니 마스터는 큰 힘들이지 않고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한 체급 낮은 모델들과 경쟁하게 됐다. 뭘 해도 이기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가 너무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이 시장을 독식해왔다. 이제 경쟁자가 등장했다. 시장 변화의 계기가 된다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마스터는 충분한 존재 가치가 있다. 현대차가 여기에 자극을 받아 2천만 원대 쏠라티 3밴을 내놓는 것은 어떨까? 그때가 되어야 두 차량 모두 진정으로 차량의 완성도까지 평가받을 것이다.
다만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반자동 변속기 투입을 서둘러주면 좋겠다. 운전의 편의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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