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삼성 SM6 디젤(dCi)…때로는 다이내믹, 때로는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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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남색 시승차. 지난해 가을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봤으니 이제 무뎌질만도 한데, 여전히 가슴이 설렌다. 다른건 몰라도 디자인에선 국산차 수입차를 통틀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중형차 급에서 이렇게 최선을 다했다니 소비자들을 존중 하는 것 같아 기분도 좋아진다.
물론 차는 외관만 볼건 아니니 더 많은 것을 살펴야 한다. 그것도 아주 긴 시간동안. 이번에는 서울서 남해까지 왕복 10시간을 운전하는 시승 코스를 잡았다. 연비가 그렇게 좋다니 기름을 바닥까지 모두 써볼 요량이었다.
# 때로는 다이내믹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시승차에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없어서 좀 걱정이 됐다. 이 기능 없이 그렇게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서였다. 생각해보면 중형차에 이런 기능이 달리기 시작한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젠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됐다. 내비게이션 없는 차를 타면 어딘가 불편한 것처럼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도 몇번 쓰다보면 필수적인 장치로 여겨지게 된다.
르노삼성 SM6 디젤 모델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세워져 있다 |
SM6에는 멀티센스 버튼이 있는데, 스포트 모드에선 자동차의 가상 배기 사운드가 커지고, 서스펜션과 핸들이 단단해진다. 반대로 컴포트모드에선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번에 디젤 모델의 경우는 스포트 모드의 변화가 그리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1.5리터 디젤인만큼 어디까지나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차다. 시내길에선 너무 부드럽다는 느낌도 있는데다 가속감도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수준은 못된다. 물론 결코 부족한 수치는 아니다.
반면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아 이래서 이런 세팅을 했구나’라고 대번에 느껴질만큼 편안하다. 그 감각은 꽤 고속으로 가속할때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부드러웠던 서스펜션은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정감있게 노면을 추종하고, 롤링이나 피칭도 큰 폭으로 줄어 있다. 안정감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자신감 있고 여유로운 코너링이 가능해진다.
# 장거리 연료비, 그 절묘한 숫자
매우 적절한 기어비 덕분에 고속에서도 낮은 기어비를 꾸준히 유지하고, 낮은 엔진음을 유지할 수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없어 걱정이 산더미 같았는데, 실제 주행해보니 피로도가 낮아 그리 어렵지 않게 장거리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요즘 차 답지 않은 개방감과 우수한 에어클리닝 기능 덕분에 더 상쾌하게 느껴졌다. 빵빵한 에어컨은 요즘처럼 한창 더운 여름에 진가를 발휘한다.
동급에서 이 차에만 있는 시트 마사지 기능은 별로 기대를 안했지만 장거리 주행에선 졸음을 떨치는데 꽤 도움이 돼 주었다. 이번 시승차는 등급 때문인지 시트가 너무 단단하고 착좌감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한참을 운전하니 엉덩이가 얼얼한 기분도 들었다. 하긴 어떤 차든 하루 5시간을 운전하는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긴 하다.
복합 연비가 리터당 17km(18인치는 16.4km/l)인 SM6 dCi의 연간유류비는 1년 1만5000km 주행 기준 107만9841원이다.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 디젤의 경우, 연간유류비가 109만2696원으로 조금 더 나오고, 하이브리드 모델도 연비는 18.2km/l지만 휘발유 유류비가 비싸 117만9420만원에 달한다. 결국 SM6 디젤이 중형차 중에선 장거리를 주행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다.
처음에는 안전 운전만 하겠다고 다짐도 했지만 점차 무장이 해이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속도를 올리게 됐다. 국도에서 추월을 해야 하는 경우도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야 했다. 나중엔 가속페달을 계속해서 바닥까지 밟는 식으로 운전하게 됐고, 연비는 전혀 고려치 않게 됐다. 당연히 최악의 연비가 나왔을텐데 그럼에도 15.1km/l라는 나쁘지 않은 연비가 기록돼 있어서 좀 놀랐다. 평소 타는 하이브리드카는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과하게 높이면 10km/l 정도로 초반으로 떨어지곤 했던 것에 비하면 꽤 나은 수치다. 하이브리드는 시내에서 유리하고, 디젤은 고속도로에서 유리하다는 설이 현실에서 확인 되는 순간이었다.
# 든든하지만 때로는 거칠게
전반적인 주행 감각은 든든한 편이다. 안정감이 높고 보수적인 느낌이다. 뒤쪽 서스펜션이 튄다거나 하는 얘기도 있는데, 어쩌면 플라시보(위약) 효과일지도 모른다. 온로드에서 몇차례 주행을 해보고 서스펜션 구조까지 파악하는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코너링에서는 서스펜션의 강건함이 매우 우수하고 차체의 기울어짐도 꽤 잡혀서 마음이 놓인다.
스포츠 주행까지 바라기엔 엔진 파워가 부족하고, 가속 반응이 즉각적이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그 외에는 나무랄게 없다. 오히려 아쉬운건 실내의 완성도다. 이 차는 옵션 때문인지 앞서 타던 차들에 비해 인테리어가 한단계 쯤 낮은데, 그게 꽤 크게 느껴졌다. 디스플레이도 10시간을 탔음에도 그리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최소한 소프트웨어 개선이라도 해줘야겠다.
남해 미조항에 르노삼성 SM6 디젤이 서있다 |
충분한 정숙성까지 바라기엔 중형차라는 차급의 한계가 느껴진다. 저회전을 기본으로 하는 디젤차 특성상 평소 엔진 사운드가 도드라지진 않지만 조금만 과격하게 주행하면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물론 이와 동급인 다른 중형 차들보다는 분명 여러 면에서 앞서는데, SM6를 타면 자꾸만 판단 기준을 높게 잡아 한 등급 위의 차들과 비교하게 된다. 그랜저나 K7 같은 준대형 차들 수준의 인테리어와 소음 품질을 요구하게 되는게 한편으론 미안하고, 한편으론 더 욕심을 부리게 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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