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IS200t, 터보 엔진과 8단 변속기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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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의 터보 엔진은 지극히 렉서스답다. 엔진의 성격도 그렇지만, 그 구성도 일반적인 터보 엔진과 사뭇 다르다. 렉서스의 터보 엔진은 오토(Otto) 사이클과 앳킨슨(Atkinson) 사이클을 오간다. 또 포트 분사와 직분사가 함께 이뤄지기도 한다. 달리면서 행정이 바뀌는데다 분사 시스템까지 변화되는 엔진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지만 IS200t의 터보 엔진은 이론적으론 무척 뛰어나 보인다. 앳킨슨 사이클을 통해 뛰어난 연료효율성을 유지하고, 오토 사이클과 직분사, 터보 차저 등으로 부족한 출력이나 반응을 메꾼다는게 렉서스의 설명이다. 훌륭한 조합 같지만 이런 방식의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브랜드는 도요타와 렉서스가 유일하다.
기술력으로 똘똘 뭉친 독일 브랜드가 굳이 이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주행 중 행정을 변화시키거나, 분사 시스템을 바꾸지 않아도 출력과 효율을 충분히 높일 수 있는 기술력이 쌓였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렉서스는 독일 브랜드에 비해 터보 차저 도입이 한참 늦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렉서스의 터보 엔진엔 ‘최초’, ‘유일’이라는 수식이 많이 붙는다. 하지만 기술적인 완성도를 떠나 소비자들의 요구와 욕구를 얼마나 해소해 줄 수 있는가가 결국엔 더 중요하다.
앳킷슨 사이클과 터보 차저의 만남
소비자들도 터보 엔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젠 터보 차저가 무조건 고성능을 뜻하진 않는다. 요즘은 효율을 위해 터보 차저가 적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IS200t 또한 IS250을 대체하는 모델이다. 2.5리터 V6 엔진 대신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엔진 크기는 줄었지만 성능은 크게 향상됐다.
IS250은 엔진 성능에 아쉬움이 컸다. BMW 3시리즈나 아우디 A4 등과 비교하면 확연히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IS200t는 이런 갈증이 대부분 사라졌다. 엔진 행정이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IS200t의 최고출력은 245마력, 최대토크는 35.7kg.m로 IS250에 비해 최고출력은 약 40마력, 최대토크는 약 10kg.m 가량 상승했다. 숫자로 말하는 것보다 가속페달을 밟는 것이 더 체감이 크다. 이젠 힘이 부족하진 않다. 고속으로 접어들고, 그 이상으로 가는 것도 큰 무리가 없다. 렉서스 특유의 정숙성과 한층 나아진 고속주행 안정성 등이 더해지니 달리는게 한결 상쾌하다. 스트레스가 적다.
힘은 풍족하지만 강렬하진 않다. 최근엔 터보 차저가 탑재돼도 고회전의 짜릿함을 유지하는 엔진이 많다. IS200t는 그렇지 않다. 터보 차저를 통해 출중한 성능을 얻었지만, 엔진회전수도 제한적이고 순간적인 폭발력도 뛰어난 편은 아니다. 터보 차저가 장착된 엔진 중 가장 온화한 성격의 엔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승차감과 핸들링은 결국 같다
렉서스는 최근 스포츠 다이렉트 시프트로 불리는 8단 자동변속기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LS, GS 등에도 이미 적용됐고, 고성능 모델인 RC F에도 탑재됐다. IS200t에도 이 변속기가 장착됐다. 핵심은 세팅이다.
렉서스는 IS200t의 스포티함을 강조하지만 변속기 또한 부드러운 느낌이 더 강하다. BMW의 8단 자동변속기와 비교하면 매우 얌전한 편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적극적으로 엔진회전수를 높이지만, 반응이 놀랍도록 빠르거나 격렬하진 않다. 다분히 렉서스다운 모습이다. 승차감에 더 비중을 뒀고, 6단에서 8단 변속기로 변경되면서 효율에 대한 이점도 얻었다.
IS의 가장 뛰어난 강점은 핸들링이다. 새로운 차체 구조 설계를 통해 강성이 크게 향상됐다. 그리고 여기에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3시리즈는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이 적용됐고, 후륜은 멀티링크다.
무게 중심 이동을 아주 사뿐하게 받아준다. 롤링이 적고, 뒷바퀴의 추종성도 탁월하다. 산길이 몹시 재밌는 차다. 렉서스의 최신 모델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비슷한데, 대부분 핸들링과 고속안정성에서 많은 발전을 거두고 있다.
일단 IS200t는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이나 반발력 등의 감각이 뛰어나다. 의도한 바가 명확하게 앞바퀴로 전달된다. 조작이 쉽기도 하지만, 코너에서 차체 뒷부분이 먼저 흐르는 성격도 아니다. 전자 장비의 개입이 비교적 잦지만 부드럽게 개입해 이질감 없이 주행 안전성을 높여준다.
지갑을 열게 할 렉서스만의 매력이 있는가
IS200t가 어떤 변화를 거쳤든 결국 렉서스다. 본성은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정숙성이나 안락함에 대해서는 불만을 갖기 힘들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평가가 어렵지만, 실내 소재나 마감 등은 오히려 독일차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 혹은 탑승객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을 소소한 곳까지 꼼꼼하게 만들었다. 다만 뒷좌석이 다소 좁고, 센터터널이 높게 올라온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렉서스는 스핀들 그릴을 강조한 패밀리룩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각 모델의 특징을 잘 살려내고 있다. IS는 소형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만큼 스포티함과 날렵함이 부각됐다. 과격한 스핀들 그릴이나 화살촉 같은 LED 주간주행등의 낯설음도 이젠 꽤 익숙해졌다.
가격도 이젠 손에 닿을 곳으로 가까워졌다. 기존 IS250은 이른바 렉서스의 고급화 전략으로 최저가 모델이 4790만원에 달했다. 3시리즈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IS200t는 하위 트림이 추가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판매 시작 가격도 4440만원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할, 그리고 렉서스가 자랑하는 고급스러움이나 편의 및 안전 장비를 갖춘 트림은 4950만원에 달한다. BMW 320i나 메르세데스-벤츠 C200과 큰 차이가 없다. IS200t 자체만으로는 충분히 설득력 있고, 합당한 가격이라고 보이지만 독일 프리미엄 소형 세단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더 경쟁력을 갖출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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