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ES300h, 29.7km/l의 연비를 기록한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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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는 렉서스가 추구하는 프리미엄과 가장 동떨어진 모델이었다. CT200h가 출시되기 전까진 유일한 전륜구동 모델이었고, 도요타 캠리와 플랫폼을 공유하며 ‘캠리의 고급 버전’이란 소릴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ES는 역대 렉서스 중에서 가장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ES는 전략의 승리다. 브랜드의 새로운 정체성을 알리겠다는 사명을 띠고 태어난 GS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 모델과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다. 무척 힘든 싸움이다. 하지만 ES는 독일차와 사뭇 다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독일차만큼 고급스럽게 꾸몄고, 정숙성 및 안락함이란 렉서스만의 특징까지 담았다. 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며 경쟁이 아닌 틈새를 공략했다.
지난해 일본 도요타 본사에서 만난 렉서스 관계자는 “ES는 독일차와 다른 프리미엄을 담고 있는 차”라며 “전륜구동 플랫폼을 유지하는게 오히려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차보다 역동성은 부족할 수 있지만, 편안한 승차감과 넓은 실내 공간, 뛰어난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같은 특징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충분히 많다고 설명했다.
# 플랫폼 공유의 장점
ES는 플랫폼 공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잘 설명해준다. 절감된 비용을 아낌없이 재투자하며 상품성을 높였다. 기본적으로 캠리나 아발론과 뼈대는 같지만 차체 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 특히 시승한 신형 ES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고장력 강판으로 뼈대 주요 부위를 보강했고, 구조용 접착제도 확대 적용했다.
실내 소재나 마감에 대한 발전도 돋보인다. 렉서스의 강점 중 하나다. 동일한 가격대의 독일차와 비교하면 소재나 마감은 월등하다. 신형 ES는 기존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스티어링휠과 기어노브 디자인을 변경했다. 기존 ES의 기어노브는 매우 평범하고, 나이들어 보였다. 부트 타입으로 바뀌면서 시각적으로 젊고, 스포티해졌고, 사용감도 발전했다.
또 우드트림, 스티치, 각 패널 마감 등을 새롭게 했다. 최고급 모델에는 퀼팅 시트도 적용됐다. 캠리나 아발론의 흔적을 지우는데 주력한 셈이다. 서울에서 가평, 그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시간 동안 캠리나 아발론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단 것은 고무적이다.
# 교과서적인 패밀리 세단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없지만, 서스펜션을 조정해 최적의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도 강화했다고 했다. 편안한 주행은 렉서스의 강점이다. ES는 일상적인 주행에서 스트레스가 적다. 운전이 쉽고, 조용하고,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장점은 고스란히 유지되면서 스티어링의 감각은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패밀리세단의 범주를 넘어서진 않는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효율을 극대화하기엔 최고다. 엔진을 돌리지 않고, 배터리와 전기모터로만 갈 수 있단 것은 축복이다. 많은 제약이 따르긴 하지만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기름값을 크게 절약할 수도 있다. 잠실에서 가평으로 그리고 다시 잠실로 돌아오는 왕복 약 130km의 시승코스에서 트립컴퓨터의 평균연비는 23.9km/l에 달했다. 내리막이 많았던 돌아오는 길엔 무려 29.7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참고로 시승행사에서 가장 낮은 연비는 11.9km/l였다.
# 29.7km/l의 연비, 땀과 노력의 결과
29.7km/l란 뛰어난 연비를 기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도 급출발, 급가속 등을 자제하는 것이 연비에 이롭다. 일단 이를 토대로 달렸다. 에어컨도 껐다. 대신 창문을 조금 열었는데, 오르막을 달릴 때는 이마저도 닫았다.
연비운전은 굉장히 복잡하다. 차라리 서킷을 달리는 것이 훨씬 쉽다. 출발은 언제나 EV 모드로 해야한다. 천천히 속도를 높여야 엔진이 돌지 않는다. 배터리의 잔량도 자주 확인해야 하는데, 내리막이나 제동 시 충분히 충전해야 한다. 배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충전됨으로 자주 활용해야 한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는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는 편이 낫다. 아주 민감하게 가속페달을 밟을 자신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기계의 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비단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지만 할일은 많았다. 도로를 멀리 내다보고 알맞게 크루즈 컨트롤의 속도를 조절해야 했다.
또 내리막이나 오르막에서는 크루즈 컨트롤을 해제해야 했다. 내리막에서는 최대한 관성을 이용한 타력 주행을 했다. 또 타력 주행이 거의 끝날 때 쯤 다시 크루즈 컨트롤을 켰다. 오르막은 인내가 필요했다. 계기반의 에너지 흐름도를 집중해야 했다. 계기 바늘이 ‘에코’와 ‘파워’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도록 했다. 오르막의 정점으로 갈수록 차는 점점 느려졌지만, 엔진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29.7km/l의 연비는 그야말로 땀과 노력의 결과였다. 이런 복잡하고 불편한 과정을 통해 우수한 연비를 얻을 것인가, 그것은 운전자의 선택이다. 하이브리드가 지구에 좋은 영향을 미칠진 몰라도, 운전자에겐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지도 모를 일이다. 자고로 발전한 기술이란 사용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혜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분명 렉서스의 하이브리드는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배터리 시스템이나, 발전기, 전기모터 등과 같은 기술적인 발전은 꾸준하고 운전자들이 그동안 느꼈던 여러 이질감 등도 이미 많이 사라졌고 또 사라지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 가격이 비싸고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렉서스가 추구하는 하이브리드는 가장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이란 생각도 든다.
* 장점
1. 가솔린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성과 정숙성.
2. 넓은 실내 공간과 안락함.
3. 렉서스 특유의 우수한 실내 소재와 마감.
* 단점
1. 스핀들 그릴과 헤드램프 디자인이 다소 과하다.
2. 스포티함과 남성적인 면이 부족하다.
3. 리모트 컨트롤와 모니터 인터페이스는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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