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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닛산 캐시카이 1.6 디젤 플래티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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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은 디젤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닛산이 내놓은 첫 번째 디젤 SUV가 캐시카이다. 또한 유럽서 200만대 이상이 판매된 바 있으며 '2014년 상반기 유럽 SUV 판매 1위'라는 타이틀을 바탕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Made in UK’로 유럽차임을 강조하는 캐시카이가 어떤 경쟁력을 갖췄는지 테스트 해보기로 했다.

캐시카이의 디자인은 유럽(Nissan Design Europe)에서 완성됐다. 전면부는 닛산만의 강한 인상을 보여준다. 닛산 모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V-모션(V-Motion) 그릴을 중심으로 헤드램프를 날카롭게 다듬은 모습도 특징이다. 주간주행등의 경우 ‘><’ 형식으로 디자인됐는데, 마치 이모티콘 같은 느낌을 보여주기도 한다.

측면부는 화려하다. 엔진후드 부위는 휠아치를 연상시키도록 볼록 솟았으며, 리어 펜더 상단부에도 동일한 효과가 적용돼 있다. 상단 캐릭터라인은 차량이 길어 보이는 효과를, 하단은 전진감을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입체감을 통해 근육질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후면부의 중심인 범퍼는 충분히 부풀어 오른 느낌을 보이며 해치 게이트는 오밀조밀한 느낌을 갖췄다. 또한 루프 스포일러의 면적이 의외로 넓다.

전체적으로 캐시카이는 닛산의 디자인 방향을 이어받으면서도 SUV 사이에서도 충분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 역시 많은 공을 들였다. 스티어링휠은 닛산 특유의 디자인을 이어받아 통일된 느낌을 전한다. 계기판은 양 측면에 속도계와 타코미터를 두고 중간에 디스플레이를 위치시킨 심플한 구성이다. 다소 심심한 느낌도 비춰지지만 센터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확장시켜 다양한 정보를 시원스럽게 표출해 낸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등 손이 닿는 부위의 질감도 좋다. 특히 변속 레버 양 측면 무릎이 닿는 부위를 가죽으로 마감하고 쿠션처리를 한 것도 눈에 띈다. 이 급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구성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신경을 많이 썼음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독특한 디자인의 송풍구가 자리한다. 하단에는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모니터와 공조장치 모듈이 위치한다. 버튼 조작감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한글화의 부재와 억지스럽게 연결시킨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더 큰 불만을 만든다.

캐시카이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터키어, 러시아어를 지원한다. 한국어는 없다. 유럽시장 전용모델다운 구성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 시장에 대한 닛산의 의지가 비춰졌으면 한다.

내비게이션 역시 유럽형이 그대로 달려있으며 여기에 임의로 국내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연결한 방식으로 꾸며졌다. 이 때문에 사운드 시스템과 연동되지 않는다. 또, 간헐적으로 화면이 깜빡이는 증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한 완성도는 분명 낮다.

언어와 내비게이션은 시스템 중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적인 부분이다. 한국 닛산측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개선시킬 수 있는 영역이다. 적극적인 개선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만족감을 높여주길 희망한다.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도어패널과 기어레버 부위는 고광택 패널로 꾸몄다. 멋스럽다 볼 수도 있지만 오염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갖는다.

시트는 직물로 덮여있다. 시트 자체는 착석감이나 몸을 감싸는 느낌은 좋다. 다만 최상 트림에는 가격에 어울리는 가죽시트가 장착되면 좋겠다.

뒷좌석도 충분하다. 캐시카이의 휠베이스는 2,645mm의 길이를 갖는다. 경쟁모델인 티구안보다 41mm, 투싼 혹은 스포티지보다 5mm 긴 수치다. 컴팩트 SUV임을 감안했을 때 레그룸과 헤드룸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다고 볼 수 있다. 승차감도 무난하다. 다만 센터콘솔 뒤쪽의 송풍구 자리가 수납공간으로 대체돼 아쉬움이 남는다. 송풍구는 뒷좌석에 대한 배려 항목이기 때문이다.

트렁크 공간은 430리터 수준으로 과거 모델보다 20리터 가량 확대됐다. 경쟁차 티구안이 470리터의 공간을 갖췄지만 16가지의 다양한 구성 변경이 가능한 듀얼 플로어 시스템으로 활용성이 캐시카이의 매력을 키우게 된다. 또한 컴팩트 SUV 특성상 시트 폴드를 통해 공간을 확장시킨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캐시카이 및 티구안 트렁크 공간은 영국 기준)

이제 본격적인 주행서의 경쟁력을 체크할 시간이다. 과연 야심작 다운 기량을 뽐낼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걸걸한 1.6dCi 디젤엔진의 소음이 들린다. 측정된 아이들 소음은 45dBA. 티구안 2.0 TDI가 46.5dBA을 기록했으니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소음이 작은 편은 아니다. 더불어 스티어링휠과 페달에서 일정 부분의 진동이 느껴지는데 N.V.H를 보강하면 좋겠다. 물론 디젤은 택하는 소비자들은 이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반도로서는 여유로운 느낌을 보인다. 가속 페달 조작 때의 감각도 다른 디젤처럼 느긋하다. 브레이크 또한 여유롭게 반응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터보랙이 느껴지며 이내 최대 토크를 바탕으로 한 가속이 전개된다. 터보랙은 조금 길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가속페달의 조작량에 따라 다소 크게 부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경쟁사의 1.5리터 혹은 1.6리터 디젤엔진과 비교한다면 평균적인 수준이라 볼 수 있다.

반면 변속기는 빠릿빠릿한 움직임을 보인다. 때문에 엔진보다 변속기가 탄력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변속기는 X-tronic이라고 불리는 무단변속기(CVT). 보통의 CVT라면 엔진회전수가 고정된 상태로 속도를 올려나가 특성에 의한 이질감이 부각되기도 한다. 반면 캐시카이의 무단변속기는 마치 자동변속기 같은 움직임을 갖는다. 초기 반응을 비롯해 직결감도 좋고 엔진 회전수와 속도 상승 때의 이질감도 없다.

연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Eco 버튼을 누르면 CVT 특유의 감각을 보여준다. 반응도 느긋해 진다. 주행 프로그램 모드에 따라 변속기의 움직임이 달라진다는 점이 재미있다.

수동모드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반응 속도는 듀얼클러치에 버금갈 수준이다. 또한 최대 가속을 하고 있을 때는 매 변속 마다 뒤를 때리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물론 듀얼클러치의 느낌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의외로 감각적인 느낌임에 분명하다.

그 동안 CVT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면 캐시카이를 시승해보길 권한다. CVT의 많은 발전을 체감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캐시카이의 1.6 dCi 엔진은 과거 2.0 dCi 엔진을 대체하는 르노-닛산의 다운사이징 디젤 엔진이다. 최고 출력은 131마력이며, 32.6kg.m의 최대토크를 갖고 있다. 티구안의 2.0 디젤엔진이 140마력과 32.6kg.m를 발휘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배기량에 대비 효율이 좋다고 볼 수 있다.

테스트 결과 가속성능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을 보였다. 우리팀이 측정한 0-100km/h 도달시간은 11.4초였다. 동일 테스트서 티구안이 11.0초를 기록한 것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좋은 성능 임에 분명하다. 참고로 테스트 차량에는 19인치 휠이 적용돼 있다. 17인치 휠을 사용한 하위 트림이라면 기록을 더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고속주행 능력도 부족하지 않다. 160km/h까지 무난하게 가속된다. 그 이상에서는 속도 상승이 둔화되지만 배기량을 생각하면 충분한 성능이다. 주행 안정감도 SUV로써 좋은 모습을 보였다.

편리한 기능도 갖추고 있다. 특히 직접 스티어링에 개입하는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은 고급 브랜드의 일부 모델에서만 볼 수 있던 기능이다. 전방 비상 브레이크 시스템은 앞 차와 추돌 가능성을 파악해 운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이후에도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동력을 활성화 시키는 기능이다.

360도 전방위 모니터링 시스템인 어라운드 뷰와 자동 주차 시스템도 탑재돼 있다. 특히 자동 주차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 평행주차와 직각주차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센서 인식률이 높아 활용도가 높다. 직각 주차 때는 자신이 원하는 주차 위치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닛산 측은 이와 같은 기능을 묶어 세이프티 실드(Safety Shield)라고 부른다. 물론 앞서 언급된 기능들은 모두 플래티넘 트림에 적용되는 사양이다. 하지만 동급에서 접할 수 없는 고급장비들이기 때문에 가치는 충분하다.

테스트 장소를 와인딩로드로 옮겨 캐시카이의 운동성능을 평가했다. 플래티넘 트림에는 19인치 휠과 225/45/19 사이즈의 브리지스톤 듀얼러 HP 스포츠 타이어가 적용된다. 1.6 디젤에는 다소 과해 보이는 휠타이어 조합이다.

코너에서 느껴지는 핸들링 자체가 날카롭지는 않다. SUV의 성격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스티어링휠 조작에 따라 충분한 회두성을 보이기 때문에 핸들링에 대한 이쉬움을 만들지 않는다.

코너링 성능도 충분하다. 노면온도가 10도를 전후하는 상황이었지만 충분한 타이어의 그립이 나왔다. 듀얼러 HP 스포츠는 여름용 타이어다. 물론 영하의 기온서는 성능이 저하되겠지만 한겨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환경서 평균 이상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 듯 싶다.

주행안전장치의 개입은 빠른 편이다. 임의적으로 주행안전장치 설정을 꺼도 여전히 개입한다. 개입 시점을 미루는 정도라 이해하면 된다.

흥미로운 점은 개입 때 불편함이 없다는 점이다. 닛산은 이를 섀시 컨트롤(Chassis Control)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3가지 기능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Active Trace Control)’은 코너 주행 시 각 휠에 실리는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Active Engine Brake)는 스스로 엔진 브레이크 정도를 설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Active Ride Control)은 굴곡이 심한 노면에서 가벼운 제동을 가해 차체 흔들림을 억제시킨다. 또한 이와 같은 섀시 컨트롤 작동 여부를 계기판 중앙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각 기능들을 독립적으로 체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주행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안전하고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물론 주행 안전성에도 도움이 된다.

서스펜션은 전륜 스트럿, 후륜 토션 빔이다. ‘토션 빔’이라는 구조에 대해 편견을 갖는 소비자들도 많다. 하지만 캐시카이는 주행서 아쉬움을 보이지 않았다. 코너링 때의 바디롤도 적정 수준이었다.

유럽시장을 겨냥한 모델답게 승차감과 성능 모두를 잘 잡아냈다고 볼 수 있겠다. 서스펜션의 구조는 차량의 주행성능을 예상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구조보다 셋업의 완성도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또한 인지하는 것이 좋다. 포르쉐는 맥퍼슨스트럿 방식의 구조로 더블위시본 방식을 채용한 타 모델보다 좋은 성능을 뽐내기도 했다. 구조보다 셋업 능력이 더 중요하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브레이크 성능도 수준급이다. 초기에는 다소 무딘 반응을 보이는 듯 하지만 이내 강한 제동력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여성 운전자들도 쉽게 제어할 수 있다. 우리팀이 측정한 100-0km/h 제동거리는 36.8m 수준으로 좋은 성능을 가졌음이 잘 나타났다.

다운사이징 디젤엔진이 탑재된 만큼 연비도 좋다. 80km/h로 주행하는 구간서 캐시카이가 보여준 연비는 21km/h 내외. 100~110km/h 정속주행 연비는 17km/L 이상을 나타냈다. 고속도로의 다양한 조건서 테스트를 해도 15km/L 이상의 연비를 보였다. 여기에 평속 15km/h 수준의 정체구간에서 측정한 연비도 11.5km/L를 보였던 만큼 연비에 대한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다.

캐시카이는 무난한 내외관 구성을 갖췄다. 또한 편의장비나 주행성능에서도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다운 사이징 엔진 특유의 연비도 더해졌다. 적어도 닛산이 어느 정도로 공들여 만들었는지 쉽게 느껴진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가격 경쟁력도 동급 경쟁모델을 생각하면 충분하다. 캐시카이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3,050만원, 3,390만원, 3,790만원으로 나뉜다. 경쟁차 폭스바겐 티구안은 3,900 ~ 4,570만원 선의 가격을 갖고 있다. 또한 최상급 R-라인은 4,930만원에 팔린다. 유럽차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것일까? 캐시카이도 영국에서 배타고 왔다. 편의장비 및 사전 안전장비 등은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지적할 부분은 한글화와 내비게이션 정도다. 섀시 등의 문제는 쉽게 개선하기 어렵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수입사의 의지에 따라 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결국 한국 닛산의 의지가 중요하다 볼 수 있다.

사실 그 동안 닛산의 차량들은 꼭 한가지씩 큰 아쉬움을 보였다. 큐브는 모델체인지 이후 퇴보한 디자인을 보였고 쥬크는 차체와 파워트레인의 부조화를 느끼게 했다. 패스파인더는 연비가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알티마는…

하지만 캐시카이는 전혀 달랐다. 오직 상품성만으로 우리팀의 마음을 샀다. 하나는 분명하다. 간만에 닛산이 좋은 차를 내놨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바로 한국 닛산의 차량 공급 능력이다. 이미 캐시카이를 구매하고자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한국 닛산이 준비한 물량은 제한적이다. 차를 판매하는 딜러들만 애가 탄다.

일부 브랜드들을 물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고위층 임원들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 르노삼성 QM3의 물량 부족 문제는 박동훈 부사장이 풀었다. 한불모터스의 송승철 대표도 프랑스를 찾아 푸조 2008의 물량 문제를 풀어냈다. 한국 닛산 역시 간만에 터진 호재를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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