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닛산 캐시카이, 감출 수 없는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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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의 얘기는 일단 접어두자. 굳이 유럽에서의 성공을 꺼내들지 않아도 캐시카이의 장점은 드러난다. 오히려 그 ‘잘남’을 숨기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SUV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세단이 주류를 이루던 국내 시장마저 SUV의 판매가 급성장하는 것을 봐도 이 파도가 얼마나 거대한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소형 SUV는 그 흐름 중심에 있다. 크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면서도, 기존 SUV가 갖고 있는 장점을 잊지 않았다. 효율이나 가격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장점도 부각됐다.
닛산 캐시카이는 소형 SUV라 부를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이 세그먼트에는 쟁쟁한 경쟁력 모델이 많다. 대표적으론 폭스바겐 티구안을 들 수 있고, 현대차 투싼ix, 기아차 스포티지가 여기 속한다. 이들 중 캐시카이는 가장 작은 편이다. 크기는 가장 작지만, 유독 휠베이스는 길다. 티구안보다 41mm나 길다. 이는 실내 공간 확보에도 영향을 주지만 차체 밸런스와도 무관하지 않다.
◆ 초원을 달리는 유목민처럼 날렵하게
코너를 돌아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전륜구동이지만 움직임이 유독 도드라진다. 일종의 토크벡터링이라고 할 수 있는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을 활성화하지 않아도 코너에서 충분히 날렵하고 예리하다. 노멀과 스포츠로 조절 가능한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휠은 차이가 명확하고 속도나 회전 각도에 따라 넘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반발력을 제공한다. SUV임에도 유격은 느껴지지 않는 점은 이 차의 성격을 말해준다. 오프로드보다는 도심에 적합하게 설계됐고, 몸동작은 해치백에 더 가깝다. 경쾌하고 민첩하다.
국내서 판매되는 캐시카이에는 ‘섀시 컨트롤’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 등이 포함됐다. 토크 벡터링과 브레이크 어시스트의 개념이며 핸들링은 물론 승차감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섀시 컨트롤은 계기반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은 휠의 속도를 모니터링해 불규칙한 노면에서 가벼운 제동을 걸어 차체의 불필요한 흔들림을 억제한다. 이와 함께 더블 피스톤 쇽업쇼버(Double Piston Shock Absorbers)가 적용된 리어 서스펜션을 통해 좌우, 위아래의 흔들림이 최소화됐다. 빠른 속도로 과속방지턱을 넘어도 서스펜션이 신경질적으로 차체를 튕겨버리지 않고, 진동도 빠르게 상쇄시킨다. 유럽차보다 더 유럽차 같은 세팅이다.
◆ 디젤 엔진과 CVT의 만남
작은 엔진임에도 큰 힘 들이지 않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개발을 주도한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에도 탑재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소형차에 대해 이 1.6dCi 엔진 장착을 확대할 계획이다. GLA클래스의 2.2리터 디젤 엔진과 배기량 차이는 크지만 성능에 있어서는 차이를 느낄 수 없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겠다. 그만큼 캐시카이에 탑재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최신 디젤 엔진은 성능과 효율,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최고출력은 평범하지만 캐시카이는 비교적 가볍다. 고속도로를 최고속도로 달리는데 어려움이 없다. 엑스트로닉 CVT는 마치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처럼 엔진회전수를 재빨리 낮추고 높인다. 아우디가 멀티트로닉으로 불리는 CVT 변속기를 없앤 시점에서 닛산의 CVT 변속기는 가장 세련됐고, 진보됐다. 누군가 언급하지 않으면 CVT 변속기임을 알아채기 힘들다.
수동 모드에서의 ‘가짜 변속’도 감쪽같다. 알티마와 동일하게 수동모드에서는 7단까지 지원된다. 매끄럽게 가속을 이끌다가도 기어 단수를 낮추면 순간적으로 힘을 짜낸다. 마치 듀얼클러치처럼 계기 바늘은 신속하게 움직인다.
가벼운 차체, 디젤 엔진, CVT 변속기는 발군의 주행성능 외에도 또 다른 꼭지점을 만든다. 연료효율성에 있어서 캐시카이는 동급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도심과 고속도로의 연비가 상향 평준화된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 디자인에서도 기술력이 묻어난다
공기역학적인 설계도 우수한 효율성에 일조한다. 공기저항 계수는 0.32Cd. 웬만한 스포츠카와 비슷한 수치다. 차체는 넓고 낮다.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길이는 47mm 늘어났고, 너비는 23mm 넓어졌다. 그러면서 높이는 16mm 낮아졌다. 안정적인 자세는 보이게만 좋은게 아니라 주행성능과도 연결된다. 차체는 낮아졌지만 시트 포지션은 기존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해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닛산 유럽 디자인 센터에서 제작된 캐시카이는 닛산의 패밀리룩이 강조됐다. ‘V-모션 그릴’과 부메랑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으로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릴과 헤드램프를 연결시켜 차체를 한층 넓게 보이는 효과도 얻었다.
실내는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한편으론 허전하다. 알티마와 디자인은 물론 부품도 일부 공유한다. 소재가 썩 우수한 편은 아니지만, 최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출시된 소형 SUV 중에서는 가장 양호하다. 마감도 충분히 수긍할 정도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저중력 시트(Zero gravity seat)’는 편안함을 높인다.
넉넉하진 않지만 뒷좌석 공간에 대한 부족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충분히 장시간 동안 있을만 하다. 또 파노라마 글라스 선루프가 뛰어난 개방감을 제공하니 답답한 기분은 들지 않겠다.
트렁크 공간은 효율적인 화물 적재를 위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트렁크 바닥에 2개의 판넬을 설치해 짐의 부피나 형태에 따라 다양한 공간 구성이 가능하다. 이처럼 캐시카이는 SUV의 실용성까지 충분히 갖고 있다.
◆ 계산기를 두드리게 만든다
캐시카이는 국내서 총 세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기본 모델의 가격은 3050만원부터 시작된다. 몇몇 편의사양이 제외됐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높다. 특히 성능이나 효율 등에 대해서 손해보는 부분이 없다. 이렇다 보니 동일한 세그먼트의 경쟁 모델을 넘어서, 가격이 비슷한 수입 해치백까지 위협하게 됐다. 높은 완성도에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지니, 캐시카이를 설명하고 여러 수식을 더하는게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좋은 차, 그렇지 않은 차에 대한 판단은 굉장히 쉽게 정리될 것이다.
* 장점
1. 차체, 섀시, 파워트레인 등의 완성도와 궁합이 우수하다.
2. 섀시 컨트롤을 통한 우수한 주행 안정감과 승차감.
3. 수입 경쟁 모델에 비해 저렴하고, 국산 SUV와도 가격이 겹친다.
* 단점
1. 가격이 저렴한 트림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2. CVT가 듀얼클러치보다 나은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3. 사륜구동 모델은 국내에 출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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