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꿈꾸는 SUV, 벤츠 GLS-GLE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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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속 깊은 벤츠 SUV 두 대를 만났다. 경쟁차종대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그만큼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출시한 GLE 쿠페, 말이 필요 없는 대형 럭셔리 SUV GLS다. 두 차종이 추구하는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 한쪽은 감각있는 디자인과 달리는 재미를 살렸다면 다른 한쪽은 보다 여유롭고 실용적인 방향을 택했다.

성격은 극과 극을 달리지만 피는 못 속인다. 두 차종 모두 메르세데스-벤츠 가문답게 매우 고급스럽고 품격이 넘친다. 추구하는 목적도 같다. 누구나 한 번쯤 꿈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는 것. 나를 표현하는 멋진 개성으로 무장한 GLE 쿠페, 여러 사람 태우고 마냥 떠나고 싶은 GLS 두 차가 주는 매력에 쉽게 깨어나지 못한 하루였다.

같은 듯 너무 다른 두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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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두 차를 마주했을 때, 감흥 없는 벤츠 SUV 라인업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앞모습만 놓고 보면 말이다. 부드럽게 치켜 올린 헤드램프와 LED 주간운행등, 커다란 그릴 속 로고, 공기흡입구 모양도 매우 비슷하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그릴 속 크롬도금 선의 개수와 보닛 디자인 정도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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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조금 돌리면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GLE 쿠페는 부드럽게 지붕 선이 내려앉아 우아하고 감각적이다. C필라 끝까지 쭉 빠진 유리창과 듬직한 차체가 만나 마치 돌고래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뒷모습은 벤츠 쿠페 라인업에 쓰이는 테일램프를 달았다. 덕분에 가장 최근에 나온 신제품 느낌을 받는다.

GLS는 전형적인 대형 SUV의 자세다. 커다란 휠 하우스와 각진 차체, 군더더기 없이 직선을 강조한 캐릭터 라인 등이 대표적이다. 길이 5미터, 너비 2미터가 넘는 차체와 커다란 덩치는 듬직하고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테일램프를 비롯해 다소 '올드'해 보일 수 있는 부문은 적당히 붙인 크롬도금과 커다란 21인치 휠 등으로 알맞게 가렸다. 무엇보다도 크기에서 오는 웅장함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그릴에 붙은 커다란 삼각별 로고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벤츠만의 감각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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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두 차종 모두 패밀리-룩을 맞췄다. 계기반과 불쑥 올라온 모니터, 센터페시아 및 조그셔틀 주변 모습도 모두 같다. 다만 AMG 라인을 기본 적용한 GLE 쿠페는 D컷 스티어링 휠과 금속소재를 둘러 젊은 느낌을 표현했고, GLS는 우드를 둘러 조금 더 차분한 느낌을 구현했다. 질 좋은 소재와 꼼꼼한 마무리, 부드러운 조작감 등 품질은 두말할 필요 없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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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두 차종 모두 여유롭다. 특히, GLE 쿠페의 공간이 기대 이상이었다. 머리 윗공간을 깊게 파 놓아 한층 여유로운 헤드룸을 확보했고, 레그룸과 뒷좌석 등받이 각도도 알맞았다. 쿠페형 SUV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모습이다. GLS는 7인승으로 3열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버튼 하나로 2열 및 3열 시트 폴딩이 가능하며, 모두 접으면 최대 2,300리터까지 넓어진다. 쉽게 말해 골프백 9개가 무난히 들어가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GLS를 타면서 공간에 대한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날카롭게 때로는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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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 쿠페와 GLS는 같은 V형 6기통 3.0리터 디젤 엔진을 품고 있다. 그러나 엔진을 뛰게 하는 세팅은 180도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운전대를 잡은 차는 GLE 쿠페다. 처음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는 부드럽고 차분히 몸을 움직인다. 고르게 숨 쉬는 엔진회전수와 정숙성이 더해져 디젤 엔진이라고는 쉽게 믿지 못할 정도다.

반대로 운전 모드를 스포츠모드에 놓고 조금만 힘을 주면 차는 성격을 바꿔 날카롭게 돌진한다. 스티어링 휠은 더욱 무거워지고 변속 시점에 맞춰 엔진 회전바늘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한껏 조여진 서스펜션과 가속페달도 달리라고 재촉한다. 한 마디로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높은 시야를 바라보며 육중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스포츠카의 재미와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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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GLS는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기품을 지킨다. 높은 배기량에서 오는 63.2kg.m의 힘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 과정이 한결 차분하다. 스트레스 없이 기분 좋은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세팅이다. 빠르게 코너를 통과할 때는 GLE 쿠페에 비해 무른 모습을 보이지만 이 거대한 차를 가지고 과격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는 운전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GLS에는 오프로드 기능이 포함된 총 6가지 다이내믹 셀렉트 기능과 서스펜션의 답력을 조절하는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ADS)을 장착한 에어 서스펜션, 효율성이 향상된 최신 4매틱 시스템 등 남부럽지 않은 안전장치가 모두 들어 있다. 여기에 S클래스에 탑재된 주행 보조 및 안전 시스템 드라이빙 어시트턴스 패키지 플러스 적용으로 반자율주행도 가능하다. 기품 있게 달리는 SUV란 이런 차를 두고 하는 말 아닐까?

후회 없는 벤츠 SUV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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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한 시승이었다. 한껏 멋 부리며 제대로 놀 줄 아는 GLE 쿠페는 새로운 소비층을 잡기 위한 벤츠의 노력과 고심이 묻어있었다. 디자인부터 공간, 달리는 감각까지 흔히 알고 있는 벤츠의 느낌과도 많이 달랐다. 반면, GLS는 벤츠 SUV라인업 '맏형' 답게 우직하고 신중하며 차분했다. SUV의 S클래스라는 별명에 걸맞게 최첨단 신기술과 넓은 공간, 고급 소재가 눈길을 끌었고, 요란하게 몸을 움직이거나 튀지도 않았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기품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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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전혀 다른 두 차종을 동시에 만났지만, 그 매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똑같았다. 어떤 차를 목표로 삼아도 후회 없을 벤츠의 대표 SUV이며 큰 꿈을 갖고 도전하기에 부족함 없는 차였다. 그리고 평소 벤츠 SUV에 관심이 있던 소비자라면 더욱 고민의 깊이가 깊어질 것 같다. 경쟁차종도 바짝 긴장해야 한다. 벤츠라는 이름 아래 꽤 좋은 차가 나왔기 때문이다. 더욱 탄탄하게 SUV 라인업 정비를 마친 벤츠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성환 기자 swkim@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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