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K3 GT 1.6T 5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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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3는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디자인? ‘삼각떼’라고 불리는 아반떼 페이스리프트보다 멋지다! 요즘 현대차는 제품의 디자인보다 디자이너들의 이름값을 높이는데 의미를 두는 것 같은데, 기아차는 디자인의 본질을 살리려는 모습이다.
기아차들은 제법 스포티한 느낌이다. 하지만 디자인과 달리 파워트레인 성능은 평범하다. 국내 시장 여건상 효율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뭔가 심심하다.
그래서 K3 GT가 등장했다. 아반떼에 성능 지향의 아반떼 스포츠가 있다면 K3에는 K3 GT가 있다.
기아차에서 GT는 고성능 라인이다. 현대차는 별도의 ‘고성능 브랜드’인 N을 만들었다. 서자 기아차는 고성능 브랜드를 런칭하기 어려우니 ‘고성능 트림’ GT를 운영하는 것이다. 사실 현대차가 ‘N’을 내세우고 있긴 하나,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은 없다. 270마력 선의 고성능 지향 해치백은 꽤나 많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보면 조용히 고성능으로 다가서는 기아 GT 쪽이 더 마음에 든다.
결론적으로 보자. 기아는 제한된 환경 내에서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 그 결과물인 K3 GT는 어떤 완성도를 보여줄까?
테스트 모델은 K3 GT 중에서도 5도어다. 멋스럽다. 아반떼 스포츠와 비교하면 더욱 멋지다. 해외 전용 모델인 프로씨드(Proceed)를 많이 닮았다. 물론 차이는 있다. 프로씨드가 슈팅 브레이크 스타일이라면 K3 GT는 해치백 스타일이다.
고성능 느낌을 담아내려 블랙과 레드로 멋을 낸 그릴, 공격적인 디자인의 범퍼도 달았다. 후면부는 해치백 전용 리어램프를 중심에 두고 듀얼 머플러와 디퓨저로 멋을 냈다.
휠은 18인치를 쓴다.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 너비는 225mm다. 옵션으로 25만 원에 추가할 수 있는데, 가성비는 우주 최강이다. 미쉐린 표준가격으로 보면 타이어 하나가 25만 원 수준이다. 물론 미쉐린이 말하는 표준 가격이란 바가지 팍팍 씌워 누구도 사지 않을 가격이지만 그렇다 해도 한 본당 7만 원 미만인 25만 원에 스포트 타이어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매력이 된다. 이를 기초로 K3 GT도 좋은 성능을 내줄 것 같다.
인테리어는 세단형 K3와 같다. 스포티한 성격에 맞춰 GT 로고를 새긴 스포츠 시트를 달았고, 스티어링 휠도 D-컷 스타일로 바꿨다.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위해 패들도 있다.
도어 패널이 독특한데, 쏘울에서 봤었던 도트 패턴의 무드 조명이 적용돼 있다. 다만 밝기가 조금 애매하다. 불이 안 들어온 것도 아니고 들어온 것도 아닌 어정쩡한 느낌? 그래도 알로이 페달을 달아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였다.
구성은 좋다. 통풍과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스마트폰 무선 충전이나 텔레매틱스 서비스 등도 있다. 역시 국산차다. 하지만 일반 K3와 달리 운전석 메모리 기능과 스마트 트렁크 기능(GT 5도어 미적용)을 뺐다.
뒷좌석 공간은 무난하다. 레그룸이나 헤드룸 모두 좋은 수준. 2단 열선 기능도 있다. 해치백 스타일 덕분에 헤드룸은 물론 트렁크 공간 활용성도 좋다. 시트를 폴딩 할 때 뒷좌석 시트 마감이 깔끔해 좋았다. 일본 혹은 미국산 자동차에서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은 우리(한국) 차들이 잘한다.
사운드 시스템은 크렐의 8개 스피커를 기초로 한다. 요즘 기아차가 크렐을 많이 밀고 있는데, 이번엔 저음이 너무 강했다. 젊은 소비자를 겨냥했다고 해도 밸런스가 아쉽다. 사운드 튜닝 부분에 대한 노하우 부족이거나, 충분한 연구 개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아울러 저음 튜닝 여부 문제를 떠나 이 사운드 시스템이 빛을 발하는 것은 정차 때뿐이다. K3 GT는 다소 시끄러운 편이라 사운드 시스템의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도 달린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운전자 주의 경고, 오토 하이빔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제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통한 옵션 놀이를 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드라이브 와이즈라는 패키지에 모든 기능들이 있었다. 지금은 긴급 제동이나 차선 유지 기능 등을 기본화하는 대신 옵션들로 몇몇 기능들을 분리시켰다.
먼저 긴급 제동 시스템을 보자. 기본적으로 자동차만 인식한다. 여기에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를 추가해야 보행자까지 인식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어떨까? 정차 및 재출발 기능이 빠졌다. 확인해보니 시속 10km 이하부터 해제되고 다시 설정하기 위해서는 시속 10km 이상으로 속도를 올려야 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한다고 치자. 하지만 내비게이션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 과속 단속 구간에서 속도를 연동시켜주는 기능 자체가 옵션이다.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를 선택해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된다. 여기에 GT 베이직 트림에서는 유보 내비게이션 패키지를, GT 플러스 트림은 스마트 내비게이션과 크렐 사운드 시스템이 묶인 142만 원 옵션을 추가해야 한다. 큰 맘먹고 추가했다고 하자. 하지만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인 HDA는 지원하지 않는다. 참고로 HDA는 상급 K5부터 적용된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는 표시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옵션 구성을 기가 막히게 해서 상급 트림으로 접근, 추가 옵션을 넣도록 유도했다. 당연히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편의 장비도 아니고 안전과 관련된 기능으로 장난을 쳤다. 하위 트림부터 기본적으로 많은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이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 이 기능들을 옵션들로 나눈 다음, 완전한 기능을 완성하려면 적어도 200만 원 이상 지출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K5나 K7보다 제한적인 기능인데 말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는 당연한 일이다. 우리 노조를 만족시키려면 더 많이 벌어야 한다. 하지만 안전과 관련된 부분으로 이런 구성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K3 GT는 잘 달리기 위해 태어난 모델이다. 후륜 서스펜션도 멀티링크 구조로 바꾸고 전륜에 성능을 강화한 브레이크 시스템을 장착했다. 서스펜션도 스포티하게 튜닝 했다.
물론 여기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별도의 튜닝 파츠를 추가하면 된다. 현대차는 튜익스(Tuix), 기아차는 튜온(Tuon)이라고 부르는 튜닝 패키지가 있다. 서스펜션과 스태빌라이저, 브레이크, 흡기 시스템 등이 바뀌는데, 모두 바꾸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265만 원이다. 물론 싸지 않다. 하지만 각각의 구성을 보면 수긍할 정도는 된다. 더욱이 제조사의 검증을 거친 것이기에 최소한의 신뢰도를 갖춘다.
우리가 만난 테스트 모델은 204마력을 발휘하는 1.6 터보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탑재했다. 튜온 패키지는 빠져 있다. 하지만 이게 낫다. 튜온 패키지 넣을 소비자는 제한적이니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잔잔한 음색 정도만 실내로 전해진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37.0dBA. 아반떼 스포츠가 38.0dBA이었으니 조금 더 조용하다. 고성능 모델로는 조금 심심한 느낌도 든다. 도로를 달린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 중인 환경에서는 62.0dBA 수준을 기록했다. 아반떼 스포츠가 60.0dBA이었는데,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컸다. K3 GT를 타고 있으면 고성능 타이어 특유의 소리들이 또렷하게 울린다. 테스트 모델에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가 끼워져 있다.
K3 GT는 일상 주행에서도 제법 긴장된 감각을 전한다. 스티어링 휠도 묵직하고 탄탄한 서스펜션, 타이어의 구름저항 등이 잘 달리는 자동차 티를 낸다.
하지만 엔진 회전 질감이 아쉽다. 터보 엔진 특성상 엔진 회전수가 빠르게 상승하지만 어디까지나 과급기 때문이지 엔진 자체가 매끄러워서는 아니다. 계속 고회전 영역을 사용하면 엔진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
동시에 변속기는 부드럽기만 하다. 초기 출발 상황을 제외하면 일상 주행 시에는 토크컨버터 변속기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다. 탄탄한 섀시와 뻣뻣한 엔진, 부드러운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조합이 독특하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살짝 주춤한 뒤 속도를 올린다. 터보랙 때문이다. 현대 아반떼 스포츠를 비롯해서 쏘나타(뉴라이즈) 2.0 터보, 기아 스팅어 2.0T, 제네시스 G70 2.0T까지 현대 기아차의 대부분 가솔린 터보 모델은 터보랙이 두드러진다. 이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신 신차들의 주요 경쟁력인데, 아직 현대차 그룹은 이 부분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 물론 1.6리터 급 엔진에서 200마력을 낸다는 것 자체는 대단하지만 터보랙은 줄여야 한다. 물론 메르세데스-AMG A45처럼 381~400마력대 성능을 낸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말이다.
터보랙 이후, 시원하게 속도를 올린다. 잠시 쉬다 속도를 붙이기에 체감적으로 더 강하게 와닿는 측면도 있다. 다만 엔진 사운드가 아쉽다. 인위적으로 생성되는 사운드인데, 그냥 자연 음색을 들려주는 것이 낫겠다.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가 나쁘다.
그럼 K3 GT의 본격 성능을 보자. 발진 가속성능은 어땠을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6.79초가 소요됐다.
상당히 빠른 기록이다. 동일한 파워 트레인을 사용한 현대 i30 1.6T 모델이 7.45초, 아반떼 스포츠가 7.65초, 쏘울 부스터가 7.81초를 기록했으니 동일 파워 트레인을 쓰는 모델 중 가장 빠르다. 심지어 잘 달리는 세단으로 유명한 혼다 어코드 2.0 터보(6.78초), 닛산 맥시마 3.5(6.69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무엇이 K3 GT에 날개를 달게 해줬을까? 무게를 측정한 결과 1396kg을 보였다. 아반떼 스포츠가 1405kg, i30 1.6 터보가 1394kg이었으니 무게 차이는 미미하다. 10~20kg 내외의 차이라면 연료 잔량에 따른 차이로 볼 수도 있다.
답은 타이어다. 정지 상태에서 달릴 때 접지 성능이 엔진 파워를 그대로 노면에 전달했다. 다른 차들 보다 빨랐던 것은 K3 GT의 부가 튜닝이 아닌, 그저 좋은 타이어가 내준 기록으로 보면 된다.
그보다 놀라운 결과를 낸 것은 제동 성능이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소 거리가 34.22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의 계측 데이터베이스 내 메르세데스-AMG GT, 볼보 크로스컨트리(V60) 다음으로 짧은 제동거리다.
사실 제동 감각만 놓고 보면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스포티한 모델이지만 승용차와 다르지 않은 제동 감각, 응답성도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스티어링은 묵직하게,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바꾸는 것은 쉽다. 브레이크도 좋은 부품으로 바꿔 끼우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어떤 감각을 만들어내느냐는 제조사 엔지니어들의 노하우에 따라 결정된다. 심지어 닛산은 12년째 우려먹고 있는 GT-R의 제동 감각을 높이기 위해 튜닝을 또다시 했을 정도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 현대차그룹 엔지니어들도 이런 감성에 눈을 떠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K3 GT는 대단한 성능을 냈다. 고성능 타이어와 성능을 높인 브레이크(하드웨어) 조합이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 냈다. 쉽게 지치지도 않았다. 테스트를 반복해도 35m 대를 기록했을 정도다. 그 결과 평균 제동거리 34.64m라는 놀라운 기록이 국산차에서 나왔다. 브레이크 성능이 강력하기로 유명한 마세라티와 BMW도 모두 K3 GT보다 긴 제동거리를 갖는다. 물론 타이어가 80%를 해냈다. 스포트 타이어는 일반 4계절 제품 대비 수 m 가량 짧은 제동거리를 갖춘다. 중요한 것은 그런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신발보다 싼 타이어만 쓰던 과거 현대차그룹 수준을 벗어났다는 얘기다.
이처럼 자동차에 있어 중요한 것이 타이어다. 동사의 최고급 세단 K9은 해외 유명 모델들과 달리 소음을 줄이는 데만 치중한 성능 낮은 타이어를 쓴다. 그 때문에 안전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정숙성에서 최고를 달리는 것도 아니다.
간혹 관련 카페 게시판을 보면 누군가 이런 정보를 퍼뜨린다. 고급 세단에서 그런 타이어가 왜 필요하냐고. 하지만 최고급 차를 오래 만든 역사 깊은 브랜드들은 저마다 고성능 타이어를 쓴다. 성능을 위해서? 아니 안전을 위해서다. 카페나 게시판 등에서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것은 좋지만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타이어 하나가 차의 안전성과 성능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스펜션이 조금 과한 느낌이다. 다소, 아니 상황에 따라 지나치게 튄다. 여기에 파일럿 스포츠 4가 갖춘 강한 사이드 월이 일반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그대로 탑승자에게 전달한다. 승차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튜온 패키지가 적용된다면 지옥을 맛볼 것 같다.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 한 아반떼 스포츠 + 튜익스 패키지는 불만 그 이상의 승차감을 만들었다. 자주 서킷을 달리지 않는다면 튜온이나 튜익스는 필요치 않다.
잘 달리고 잘 서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렇다면 코너링은? 와인딩 로드에 들어서며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꾼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주행모드가 바뀌니 엔진 회전수가 높게 유지된다. 터보랙은 최소화될 것이다. 스티어링 휠도 한 층 더 묵직하다. 최근 현대 기아차의 스티어링 시스템은 많이 발전했다. 완벽은 아니어도 과거처럼 흠잡을 곳은 많지 않다. 우리 팀은 여전히 현대, 기아차 바이럴 조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그들의 단점을 지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적이 있었기에 오늘날 같은 완성도가 나왔다는 것. 누구나 완벽하다고 말하면 연구소에서 기술을 높여 성능을 올리는데 명분을 주지 못한다. 우리가 만난 몇몇 연구원들은 그런 지적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제조사 마케팅, 광고팀은 한해 수백, 수천억 원을 쓴다. 하지만 일부 연구진들은 예산 수천만 원이 없어 원하는 연구를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분이 생기면 예산도 생긴다. 그렇게 미디어와 연구진은 공생 관계에 있다.
다만 주행모드가 스포츠일 때는 느낌이 별로다. 그저 무게감만 증가할 뿐 자동차와 달리면서 소통하는 부분이 더 흐려진다. 이제부터 현대차그룹 연구원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본격 달리기를 진행할 때 이러한 아쉬움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코너를 순식간에 빠르게 통과하기 때문. 높은 접지 성능을 발휘하는 타이어 덕분에 코너를 돌아 나가는 속도가 높다. 속도 상승만큼 긴장감도 커지는 터라 스티어링 시스템의 아쉬움을 느낄 여유가 없어진다고 보면 맞겠다.
일상 주행 때 불만이던 서스펜션도 달리는 환경을 만나자 제 역할을 해낸다. 차체를 단단하게 지지해주니 휘청거림도 없고,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해도 즉각 자세를 바로잡는다.
스티어 특성은 언더스티어가 기본이다. 코너를 빨리 돌아도 어느 정도 이 현상은 유지된다. 하지만 빠른 스티어링 조작으로 코너에 치고 들어갈 때 급작스럽게 오버스티어로 변할 때가 있다. 접지 한계가 높은 타이어 때문에 전환시간이 조금 더 빠르다. 때문에 타이어의 성능 변화 시점, 차의 성격을 잘 감안해야 한다. 이는 문제가 아니라 해치백, 그리고 일부 고성능 타이어들의 특성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더 들어가 보자. K3 GT의 반응은 정직하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대로 따라간다. 코너링 성능도 좋다. 하지만 후륜이 다소 정적이다. 요 모멘텀은 그냥 무시한 채 접지력 하나만 믿고 코너를 공략하려 한다. 어쩌면 기록을 만드는데 이러한 세팅이 유리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요 모멘텀이 잘 발생하지 않는 차에서 갑작스럽게 오버스티어 현상이 나오면 많은 운전자들이 당황하게 된다. 운전 재미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다. 다만 어설프게 요를 발생시키는 세팅이라면 사고를 키울 수 있다. 결국 지금의 세팅이 맞다는 것.
만약 서킷에서 기록에 초점을 둔다면 현재의 타이어와 튜온 튜닝 패키지를 달고 캠버 조절까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상과 가벼운 달리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일반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도 좋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변속기는 일상 주행 때 부드럽지만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듀얼 클러치 특유의 빠른 감각을 보이려 한다. 계기판 타코미터만 바늘이 먼저 반응하는 것은 과거와 같지만 동력 체결 시간 측면으로 봐도 수긍할 정도는 된다.
일상에서 중요한 연비는 어떨까? K3 GT는 잘 달리면서 좋은 연비는 낸다. 고속도로에서 10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할 때 19km/L 대 연비도 볼 수 있다. 물론 가솔린 터보 엔진 특성상, 여기에 고성능을 지향하는 모델답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연비는 대폭 하락한다. 대배기량 엔진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즉, 저배기량 고부스트 터보 엔진이 갖는 특징을 잘 이해해야 한다.
K3 GT는 분명 잘 만들어진 차다. 젊은 스타일, 해치백의 공간 활용성, 다양한 편의 장비, 수준 높은 달리기 실력에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췄다. 일부 옵션 구성만 조절하면 만족도가 커지겠다. 그래도 소형 SUV와 겹치는 가격대에서 이 정도의 달리기 성능을 갖춘 차가 흔하지는 않다. 디자인? 아반떼 스포츠보다도 멋지다.
항상 현대차 그늘에 가려졌던 기아차. K3 GT 만큼은 아반떼 스포츠에게 한방 먹일 수 있는 비장의 카드였다.
기아차들은 제법 스포티한 느낌이다. 하지만 디자인과 달리 파워트레인 성능은 평범하다. 국내 시장 여건상 효율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뭔가 심심하다.
그래서 K3 GT가 등장했다. 아반떼에 성능 지향의 아반떼 스포츠가 있다면 K3에는 K3 GT가 있다.
기아차에서 GT는 고성능 라인이다. 현대차는 별도의 ‘고성능 브랜드’인 N을 만들었다. 서자 기아차는 고성능 브랜드를 런칭하기 어려우니 ‘고성능 트림’ GT를 운영하는 것이다. 사실 현대차가 ‘N’을 내세우고 있긴 하나,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은 없다. 270마력 선의 고성능 지향 해치백은 꽤나 많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보면 조용히 고성능으로 다가서는 기아 GT 쪽이 더 마음에 든다.
결론적으로 보자. 기아는 제한된 환경 내에서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 그 결과물인 K3 GT는 어떤 완성도를 보여줄까?
테스트 모델은 K3 GT 중에서도 5도어다. 멋스럽다. 아반떼 스포츠와 비교하면 더욱 멋지다. 해외 전용 모델인 프로씨드(Proceed)를 많이 닮았다. 물론 차이는 있다. 프로씨드가 슈팅 브레이크 스타일이라면 K3 GT는 해치백 스타일이다.
고성능 느낌을 담아내려 블랙과 레드로 멋을 낸 그릴, 공격적인 디자인의 범퍼도 달았다. 후면부는 해치백 전용 리어램프를 중심에 두고 듀얼 머플러와 디퓨저로 멋을 냈다.
휠은 18인치를 쓴다.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 너비는 225mm다. 옵션으로 25만 원에 추가할 수 있는데, 가성비는 우주 최강이다. 미쉐린 표준가격으로 보면 타이어 하나가 25만 원 수준이다. 물론 미쉐린이 말하는 표준 가격이란 바가지 팍팍 씌워 누구도 사지 않을 가격이지만 그렇다 해도 한 본당 7만 원 미만인 25만 원에 스포트 타이어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매력이 된다. 이를 기초로 K3 GT도 좋은 성능을 내줄 것 같다.
인테리어는 세단형 K3와 같다. 스포티한 성격에 맞춰 GT 로고를 새긴 스포츠 시트를 달았고, 스티어링 휠도 D-컷 스타일로 바꿨다.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위해 패들도 있다.
도어 패널이 독특한데, 쏘울에서 봤었던 도트 패턴의 무드 조명이 적용돼 있다. 다만 밝기가 조금 애매하다. 불이 안 들어온 것도 아니고 들어온 것도 아닌 어정쩡한 느낌? 그래도 알로이 페달을 달아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였다.
구성은 좋다. 통풍과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스마트폰 무선 충전이나 텔레매틱스 서비스 등도 있다. 역시 국산차다. 하지만 일반 K3와 달리 운전석 메모리 기능과 스마트 트렁크 기능(GT 5도어 미적용)을 뺐다.
뒷좌석 공간은 무난하다. 레그룸이나 헤드룸 모두 좋은 수준. 2단 열선 기능도 있다. 해치백 스타일 덕분에 헤드룸은 물론 트렁크 공간 활용성도 좋다. 시트를 폴딩 할 때 뒷좌석 시트 마감이 깔끔해 좋았다. 일본 혹은 미국산 자동차에서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은 우리(한국) 차들이 잘한다.
사운드 시스템은 크렐의 8개 스피커를 기초로 한다. 요즘 기아차가 크렐을 많이 밀고 있는데, 이번엔 저음이 너무 강했다. 젊은 소비자를 겨냥했다고 해도 밸런스가 아쉽다. 사운드 튜닝 부분에 대한 노하우 부족이거나, 충분한 연구 개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아울러 저음 튜닝 여부 문제를 떠나 이 사운드 시스템이 빛을 발하는 것은 정차 때뿐이다. K3 GT는 다소 시끄러운 편이라 사운드 시스템의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도 달린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운전자 주의 경고, 오토 하이빔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제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통한 옵션 놀이를 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드라이브 와이즈라는 패키지에 모든 기능들이 있었다. 지금은 긴급 제동이나 차선 유지 기능 등을 기본화하는 대신 옵션들로 몇몇 기능들을 분리시켰다.
먼저 긴급 제동 시스템을 보자. 기본적으로 자동차만 인식한다. 여기에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를 추가해야 보행자까지 인식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어떨까? 정차 및 재출발 기능이 빠졌다. 확인해보니 시속 10km 이하부터 해제되고 다시 설정하기 위해서는 시속 10km 이상으로 속도를 올려야 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한다고 치자. 하지만 내비게이션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 과속 단속 구간에서 속도를 연동시켜주는 기능 자체가 옵션이다.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를 선택해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된다. 여기에 GT 베이직 트림에서는 유보 내비게이션 패키지를, GT 플러스 트림은 스마트 내비게이션과 크렐 사운드 시스템이 묶인 142만 원 옵션을 추가해야 한다. 큰 맘먹고 추가했다고 하자. 하지만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인 HDA는 지원하지 않는다. 참고로 HDA는 상급 K5부터 적용된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는 표시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옵션 구성을 기가 막히게 해서 상급 트림으로 접근, 추가 옵션을 넣도록 유도했다. 당연히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편의 장비도 아니고 안전과 관련된 기능으로 장난을 쳤다. 하위 트림부터 기본적으로 많은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이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 이 기능들을 옵션들로 나눈 다음, 완전한 기능을 완성하려면 적어도 200만 원 이상 지출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K5나 K7보다 제한적인 기능인데 말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는 당연한 일이다. 우리 노조를 만족시키려면 더 많이 벌어야 한다. 하지만 안전과 관련된 부분으로 이런 구성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K3 GT는 잘 달리기 위해 태어난 모델이다. 후륜 서스펜션도 멀티링크 구조로 바꾸고 전륜에 성능을 강화한 브레이크 시스템을 장착했다. 서스펜션도 스포티하게 튜닝 했다.
물론 여기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별도의 튜닝 파츠를 추가하면 된다. 현대차는 튜익스(Tuix), 기아차는 튜온(Tuon)이라고 부르는 튜닝 패키지가 있다. 서스펜션과 스태빌라이저, 브레이크, 흡기 시스템 등이 바뀌는데, 모두 바꾸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265만 원이다. 물론 싸지 않다. 하지만 각각의 구성을 보면 수긍할 정도는 된다. 더욱이 제조사의 검증을 거친 것이기에 최소한의 신뢰도를 갖춘다.
우리가 만난 테스트 모델은 204마력을 발휘하는 1.6 터보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탑재했다. 튜온 패키지는 빠져 있다. 하지만 이게 낫다. 튜온 패키지 넣을 소비자는 제한적이니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잔잔한 음색 정도만 실내로 전해진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37.0dBA. 아반떼 스포츠가 38.0dBA이었으니 조금 더 조용하다. 고성능 모델로는 조금 심심한 느낌도 든다. 도로를 달린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 중인 환경에서는 62.0dBA 수준을 기록했다. 아반떼 스포츠가 60.0dBA이었는데,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컸다. K3 GT를 타고 있으면 고성능 타이어 특유의 소리들이 또렷하게 울린다. 테스트 모델에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가 끼워져 있다.
K3 GT는 일상 주행에서도 제법 긴장된 감각을 전한다. 스티어링 휠도 묵직하고 탄탄한 서스펜션, 타이어의 구름저항 등이 잘 달리는 자동차 티를 낸다.
하지만 엔진 회전 질감이 아쉽다. 터보 엔진 특성상 엔진 회전수가 빠르게 상승하지만 어디까지나 과급기 때문이지 엔진 자체가 매끄러워서는 아니다. 계속 고회전 영역을 사용하면 엔진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
동시에 변속기는 부드럽기만 하다. 초기 출발 상황을 제외하면 일상 주행 시에는 토크컨버터 변속기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다. 탄탄한 섀시와 뻣뻣한 엔진, 부드러운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조합이 독특하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살짝 주춤한 뒤 속도를 올린다. 터보랙 때문이다. 현대 아반떼 스포츠를 비롯해서 쏘나타(뉴라이즈) 2.0 터보, 기아 스팅어 2.0T, 제네시스 G70 2.0T까지 현대 기아차의 대부분 가솔린 터보 모델은 터보랙이 두드러진다. 이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신 신차들의 주요 경쟁력인데, 아직 현대차 그룹은 이 부분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 물론 1.6리터 급 엔진에서 200마력을 낸다는 것 자체는 대단하지만 터보랙은 줄여야 한다. 물론 메르세데스-AMG A45처럼 381~400마력대 성능을 낸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말이다.
터보랙 이후, 시원하게 속도를 올린다. 잠시 쉬다 속도를 붙이기에 체감적으로 더 강하게 와닿는 측면도 있다. 다만 엔진 사운드가 아쉽다. 인위적으로 생성되는 사운드인데, 그냥 자연 음색을 들려주는 것이 낫겠다.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가 나쁘다.
그럼 K3 GT의 본격 성능을 보자. 발진 가속성능은 어땠을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6.79초가 소요됐다.
상당히 빠른 기록이다. 동일한 파워 트레인을 사용한 현대 i30 1.6T 모델이 7.45초, 아반떼 스포츠가 7.65초, 쏘울 부스터가 7.81초를 기록했으니 동일 파워 트레인을 쓰는 모델 중 가장 빠르다. 심지어 잘 달리는 세단으로 유명한 혼다 어코드 2.0 터보(6.78초), 닛산 맥시마 3.5(6.69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무엇이 K3 GT에 날개를 달게 해줬을까? 무게를 측정한 결과 1396kg을 보였다. 아반떼 스포츠가 1405kg, i30 1.6 터보가 1394kg이었으니 무게 차이는 미미하다. 10~20kg 내외의 차이라면 연료 잔량에 따른 차이로 볼 수도 있다.
답은 타이어다. 정지 상태에서 달릴 때 접지 성능이 엔진 파워를 그대로 노면에 전달했다. 다른 차들 보다 빨랐던 것은 K3 GT의 부가 튜닝이 아닌, 그저 좋은 타이어가 내준 기록으로 보면 된다.
그보다 놀라운 결과를 낸 것은 제동 성능이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소 거리가 34.22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의 계측 데이터베이스 내 메르세데스-AMG GT, 볼보 크로스컨트리(V60) 다음으로 짧은 제동거리다.
사실 제동 감각만 놓고 보면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스포티한 모델이지만 승용차와 다르지 않은 제동 감각, 응답성도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스티어링은 묵직하게,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바꾸는 것은 쉽다. 브레이크도 좋은 부품으로 바꿔 끼우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어떤 감각을 만들어내느냐는 제조사 엔지니어들의 노하우에 따라 결정된다. 심지어 닛산은 12년째 우려먹고 있는 GT-R의 제동 감각을 높이기 위해 튜닝을 또다시 했을 정도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 현대차그룹 엔지니어들도 이런 감성에 눈을 떠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K3 GT는 대단한 성능을 냈다. 고성능 타이어와 성능을 높인 브레이크(하드웨어) 조합이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 냈다. 쉽게 지치지도 않았다. 테스트를 반복해도 35m 대를 기록했을 정도다. 그 결과 평균 제동거리 34.64m라는 놀라운 기록이 국산차에서 나왔다. 브레이크 성능이 강력하기로 유명한 마세라티와 BMW도 모두 K3 GT보다 긴 제동거리를 갖는다. 물론 타이어가 80%를 해냈다. 스포트 타이어는 일반 4계절 제품 대비 수 m 가량 짧은 제동거리를 갖춘다. 중요한 것은 그런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신발보다 싼 타이어만 쓰던 과거 현대차그룹 수준을 벗어났다는 얘기다.
이처럼 자동차에 있어 중요한 것이 타이어다. 동사의 최고급 세단 K9은 해외 유명 모델들과 달리 소음을 줄이는 데만 치중한 성능 낮은 타이어를 쓴다. 그 때문에 안전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정숙성에서 최고를 달리는 것도 아니다.
간혹 관련 카페 게시판을 보면 누군가 이런 정보를 퍼뜨린다. 고급 세단에서 그런 타이어가 왜 필요하냐고. 하지만 최고급 차를 오래 만든 역사 깊은 브랜드들은 저마다 고성능 타이어를 쓴다. 성능을 위해서? 아니 안전을 위해서다. 카페나 게시판 등에서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것은 좋지만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타이어 하나가 차의 안전성과 성능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스펜션이 조금 과한 느낌이다. 다소, 아니 상황에 따라 지나치게 튄다. 여기에 파일럿 스포츠 4가 갖춘 강한 사이드 월이 일반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그대로 탑승자에게 전달한다. 승차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튜온 패키지가 적용된다면 지옥을 맛볼 것 같다.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 한 아반떼 스포츠 + 튜익스 패키지는 불만 그 이상의 승차감을 만들었다. 자주 서킷을 달리지 않는다면 튜온이나 튜익스는 필요치 않다.
잘 달리고 잘 서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렇다면 코너링은? 와인딩 로드에 들어서며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꾼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주행모드가 바뀌니 엔진 회전수가 높게 유지된다. 터보랙은 최소화될 것이다. 스티어링 휠도 한 층 더 묵직하다. 최근 현대 기아차의 스티어링 시스템은 많이 발전했다. 완벽은 아니어도 과거처럼 흠잡을 곳은 많지 않다. 우리 팀은 여전히 현대, 기아차 바이럴 조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그들의 단점을 지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적이 있었기에 오늘날 같은 완성도가 나왔다는 것. 누구나 완벽하다고 말하면 연구소에서 기술을 높여 성능을 올리는데 명분을 주지 못한다. 우리가 만난 몇몇 연구원들은 그런 지적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제조사 마케팅, 광고팀은 한해 수백, 수천억 원을 쓴다. 하지만 일부 연구진들은 예산 수천만 원이 없어 원하는 연구를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분이 생기면 예산도 생긴다. 그렇게 미디어와 연구진은 공생 관계에 있다.
다만 주행모드가 스포츠일 때는 느낌이 별로다. 그저 무게감만 증가할 뿐 자동차와 달리면서 소통하는 부분이 더 흐려진다. 이제부터 현대차그룹 연구원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본격 달리기를 진행할 때 이러한 아쉬움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코너를 순식간에 빠르게 통과하기 때문. 높은 접지 성능을 발휘하는 타이어 덕분에 코너를 돌아 나가는 속도가 높다. 속도 상승만큼 긴장감도 커지는 터라 스티어링 시스템의 아쉬움을 느낄 여유가 없어진다고 보면 맞겠다.
일상 주행 때 불만이던 서스펜션도 달리는 환경을 만나자 제 역할을 해낸다. 차체를 단단하게 지지해주니 휘청거림도 없고,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해도 즉각 자세를 바로잡는다.
스티어 특성은 언더스티어가 기본이다. 코너를 빨리 돌아도 어느 정도 이 현상은 유지된다. 하지만 빠른 스티어링 조작으로 코너에 치고 들어갈 때 급작스럽게 오버스티어로 변할 때가 있다. 접지 한계가 높은 타이어 때문에 전환시간이 조금 더 빠르다. 때문에 타이어의 성능 변화 시점, 차의 성격을 잘 감안해야 한다. 이는 문제가 아니라 해치백, 그리고 일부 고성능 타이어들의 특성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더 들어가 보자. K3 GT의 반응은 정직하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대로 따라간다. 코너링 성능도 좋다. 하지만 후륜이 다소 정적이다. 요 모멘텀은 그냥 무시한 채 접지력 하나만 믿고 코너를 공략하려 한다. 어쩌면 기록을 만드는데 이러한 세팅이 유리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요 모멘텀이 잘 발생하지 않는 차에서 갑작스럽게 오버스티어 현상이 나오면 많은 운전자들이 당황하게 된다. 운전 재미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다. 다만 어설프게 요를 발생시키는 세팅이라면 사고를 키울 수 있다. 결국 지금의 세팅이 맞다는 것.
만약 서킷에서 기록에 초점을 둔다면 현재의 타이어와 튜온 튜닝 패키지를 달고 캠버 조절까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상과 가벼운 달리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일반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도 좋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변속기는 일상 주행 때 부드럽지만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듀얼 클러치 특유의 빠른 감각을 보이려 한다. 계기판 타코미터만 바늘이 먼저 반응하는 것은 과거와 같지만 동력 체결 시간 측면으로 봐도 수긍할 정도는 된다.
일상에서 중요한 연비는 어떨까? K3 GT는 잘 달리면서 좋은 연비는 낸다. 고속도로에서 10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할 때 19km/L 대 연비도 볼 수 있다. 물론 가솔린 터보 엔진 특성상, 여기에 고성능을 지향하는 모델답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연비는 대폭 하락한다. 대배기량 엔진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즉, 저배기량 고부스트 터보 엔진이 갖는 특징을 잘 이해해야 한다.
K3 GT는 분명 잘 만들어진 차다. 젊은 스타일, 해치백의 공간 활용성, 다양한 편의 장비, 수준 높은 달리기 실력에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췄다. 일부 옵션 구성만 조절하면 만족도가 커지겠다. 그래도 소형 SUV와 겹치는 가격대에서 이 정도의 달리기 성능을 갖춘 차가 흔하지는 않다. 디자인? 아반떼 스포츠보다도 멋지다.
항상 현대차 그늘에 가려졌던 기아차. K3 GT 만큼은 아반떼 스포츠에게 한방 먹일 수 있는 비장의 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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