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경이로운 섬세함’ 제네시스 G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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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럭셔리 브랜드로 독립한 제네시스가 3세대 G80을 선보였다. 2세대(DH)는 현대차에서 데뷔해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로 편입됐지만, 3세대 모델은 브랜드가 제대로 틀을 갖춘 상태에서 풀 체인지 된 첫 번째 모델이다.
신형 G80의 차체 사이즈는 길이 4995㎜, 너비 1925㎜, 높이 1465㎜다. 구형 G80과 비교하면 길이는 5㎜, 너비는 35㎜ 커지고, 높이는 15㎜ 줄었다. 재미있는 점은 휠베이스(3010㎜)와 프런트 오버행(845㎜)을 그대로 두고 리어 오버행만 살짝 늘였다는 점이다. 트레드의 경우 앞은 10㎜, 뒤는 4㎜가 커졌다. 차체 높이를 줄이고 트레드를 넓히면서 주행안전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설계라고 할 수 있다.
G80은 수입 경쟁차인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와 비교할 때 길이, 너비, 전고, 휠베이스 모두 가장 크다. 럭셔리카에서 압도적인 크기는 장점이 많지만, 경쟁차보다 40~75㎜ 넓은 차폭은 주차할 때 부담이 될 수 있다.
다양하고 독특한 외장 컬러도 눈길을 끈다. 2세대 G80도 럭셔리카치고는 다채로운 10종의 컬러로 나왔으나, 신형 G80의 외장 컬러는 유광 14종, 무광 2종 등 모두 16종에 이른다. 신형 G80은 기존 2종의 블루 컬러에 청록색 계열의 테즈먼 블루를 추가했고, 멜버른 그레이와 골드코스트 실버 같이 새로운 컬러도 선보였다.
대시보드는 GV80과 거의 같지만, 공조장치 패널은 새로 디자인했다. GV80은 센터페시아와 연결되는 스타일인 데 비해 G80은 센터콘솔과 분리된 타입이다. 시트 포지션이 상대적으로 높은 GV80은 공조장치를 내려다보고 조작하지만, G80은 시선과 좀 더 가깝기 때문이다.
시트 디자인은 럭셔리 세단에 걸맞게 새롭게 디자인됐다. 구형 G80은 한 가지 시트 디자인에 컬러만 변화를 줬지만, 신형 G80은 스탠더드와 시그니처 디자인 컬렉션에 따라 시트 디자인과 색상, 소재가 달라진다. 전반적으로 볼 때 내장재의 컬러와 소재, 마무리는 그 어떤 수입차와 비교해 봐도 밀리지 않는다.
엔진 라인업은 2.5ℓ와 3.5ℓ 두 가지 가솔린 터보 엔진과 함께 2.2ℓ 디젤 터보까지 총 3가지가 마련된다. 직전 세대 모델이 3.3ℓ와 3.8ℓ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에 3.3ℓ 가솔린 터보까지 모두 가솔린 엔진으로만 라인업을 꾸린 것과 대비된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차 승용 라인업에서 최근 디젤 모델을 없애는 추세를 감안하면 신형 G80에 더해진 디젤 모델은 이례적이다. 이는 아직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건재한 디젤 모델들의 인기를 감안함과 동시에, 올해 예정된 유럽 시장 진출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시승차는 3.5ℓ 가솔린 터보 한 종류만 준비됐다. 최고출력은 380마력, 최대토크는 54.0㎏f·m로, 기존 3.3ℓ 가솔린 터보 엔진의 370마력/52.0㎏f·m보다 강력해졌다. 3.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3.3ℓ 가솔린 터보 엔진의 배기량을 늘이고 개선한 것인 데 비해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2.5ℓ 엔진 성능에 더 관심이 갔으나 시승회에는 최고급형만 마련됐다.
컴포트와 스포츠, 에코, 커스텀 등 총 4가지가 마련된 주행모드는 각 모드에 따라 엔진 반응이 확연히 달라진다. 에코 모드에서는 조용하고 컴포트 모드에서는 부드러우며, 스포츠 모드에서는 카랑카랑한 엔진음이 돋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모드에서 좀 더 묵직한 배기음이 들리면 훨씬 나을 것 같다.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매우 부드러운데, 앞서 나온 GV80에 비해서도 말랑말랑한 편이다. 물론 이는 GV80의 시승차에는 22인치 휠이, G80 시승차에는 20인치 휠이 달린 것에도 영향이 있다.
일부 기자들은 G80의 승차감이 단단하다고 평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느끼는 이들이라면 한 사이즈 작은 앞 245/45R19, 뒤 275/40R19 사이즈의 타이어와 휠을 고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시승차인 3.5 AWD 모델의 인증 연비는 도심 7.3㎞/ℓ, 고속도로 10.3㎞/ℓ, 복합 8.4㎞/ℓ로, 구형 G80 3.3 AWD의 7.0/9.8/8.0에 비해 개선됐다. 좋은 연비는 2세대의 공차중량(1900~2090㎏)을 3세대에서 1785~1965㎏로 대폭 줄인 덕분이기도 하다.
서울 양재동에서 출발해 경기도 용인을 오가는 왕복 78㎞ 구간에는 도심(3㎞), 일반도로(17.8㎞)보다는 고속도로(54.4㎞) 비중이 높았는데, 내 시승차에는 인증 복합연비와 똑같은 8.4㎞/ℓ가 찍혔다. 에코와 스포츠, 컴포트 등 다양한 모드를 오가며 실험한 결과 가장 좋은 연비는 8.9㎞/ℓ였다.
연비에 관심이 많거나, 고속도로를 주로 달리는 이라면 디젤 모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디젤 2WD 18인치 휠 장착 모델의 연비는 도심 12.6㎞/ℓ, 고속도로 18.1㎞/ℓ, 복합 14.6㎞/ℓ에 이른다. 디젤 모델의 성능은 추후 시승차가 마련되면 확인해볼 예정이다.
G80의 가격은 2.5 가솔린 터보 기본형이 5247만원이고, 이후 옵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디젤 엔진은 250만원, 3.5 가솔린 엔진은 660만원이 추가된다. 3.5 모델에 모든 옵션을 더한 가격은 8397만원. 가격 포지셔닝에서 BMW 3시리즈부터 BMW 5시리즈(또는 벤츠 C클래스부터 벤츠 E클래스)급을 두루 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G80은 앞서 나온 한 급 위의 G90보다 완성도가 높고, 섬세함에서 놀랍다. G90이 이상엽 전무 합류 이후 부분 변경을 거친 데 비해, G80은 처음부터 백지상태에서 설계됐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제네시스의 도약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상품성은 흠 잡을 데 없이 잘 갖췄지만, 제네시스 독립 매장과 독립 서비스센터의 소식은 아직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기존 현대차 대리점의 반발 여부에 회사가 선택을 주저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고객은 제네시스만의 럭셔리한 판매/수리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 기존 럭셔리 브랜드들이 왜 호화로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분명하다. 구입하는 순간부터 수리를 받을 때까지 제네시스만의 독창적이고 고급스러운 서비스가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더 이상 벤츠를 동경하지 않아도 된다. 독립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갖추는 일만 남았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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