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정체성을 완성하다, 제네시스 3세대 G80 3.5 V6 AWD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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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3세대 G80을 시승했다.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채용한 말 그대로 풀 모델체인지한 것이 포인트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정체성을 완성했으며 파워트레인의 강화로 주행성에서도 또 한 단계 진화했다. 풀 디지털화, ADAS 기능의 만재 등 이 시대 동원 가능한 모든 기술을 채용해 상품성 면에서도 많은 공을 들였다. 제네시스 G80 3.5 V6 가솔린 AWD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오랜만에 ‘풀 모델체인지’ 모델을 시승했다. 세대가 바뀐 모델을 통상 풀 모델체인지라고 한다. 하지만 모듈러 플랫폼과 모듈러 엔진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20세기처럼 플랫폼과 디자인, 파워트레인을 한꺼번에 바꾸는 예는 드물다. 극히 드물게 플랫폼과 엔진이 같은 시기에 바뀔 때나 가능한 일이 되었다. 플랫폼과 엔진을 매번 바꿈으로 인한 비용을 줄이면서 안전장비와 디지털화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추세다.
이번 제네시스 G80은 새로운 뒷바퀴 굴림방식 플랫폼 M3와 새로운 스마트스트림 엔진과 타이밍이 맞아떨어져 진정한 의미의 풀 모델체인지를 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는 제네시스의 중핵 모델을 G80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타이밍을 조절했을 수도 있다.
제네시스 G80은 크게 보면 지금 현대기아차그룹의 조직이 비교적 잘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위한 방향성 설정을 위해 일관된 컨셉을 제시하며 단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우선은 ‘디자인이 브랜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제품으로서의 독창성을 완성한 것이 가장 눈길을 끈다. G90를 통해 보여 준 스타일링 익스테리어에 더해 GV80을 통해 새롭게 완성한 쿼드램프를 중심으로 한 두 개의 라인과 여백의 미와 웰빙 공간을 주제로 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조합해 브랜드의 중핵 모델로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스타일링 디자인에서 제네시스만의 독창성을 완성한 것이다.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사용자들에게 제네시스를 구매해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고 할 수 있는 정체성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G90부터 주창하기 시작한 ‘강남 태생’과 ‘서울의 럭셔리 아이콘’에 이어 이번에는 아예 ‘한국적’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마케팅 차원에서도 설정된 방향성을 일관성 있게 소통하고 있다. 그냥 좋다가 아니라 제네시스는 이런 성격의 모델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 방향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품성을 위해 새로운 플랫폼에 새로 개발한 엔진에 더해 하체의 튜닝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디지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자율주행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자동차의 본질은 여전히 바이어스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사용자들이 역동성보다는 쾌적성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기본적으로 ‘승차감’과 차급에 걸맞은 거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와 현대 기아 브랜드의 차이는 있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제네시스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terior
스타일링 익스테리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얼굴이고 두 번째는 전체적인 프로포션을 중심으로 한 실루엣이다. 제네시스의 얼굴은 G90의 5각형 크레스트 그릴을 중심으로 세단과 SUV에 약간의 차이를 주고 있다. G80는 G90처럼 아래쪽에 에어 인테이크가 있지만, 싱글 프레임처럼 보이는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중심을 잡고 있다. 다만 G90보다 그릴 위쪽이 좀 더 좌우로 넓어졌다. 그리고 그 양 끝에서 시작되어 보닛 후드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으로 안정감을 살려내고 있다.
그리고 G90에서 헤드램프에 하나의 선을 사용했던 것을 GV80부터 두 개의 선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G80에서도 그것이 적용됐다. 그러니까 G90의 얼굴과 GV80의 두 개의 라인을 통합해 아이콘화하고 있다. 간결하면서 과장되어 보이지 않는 두 개의 라인이 의외로 강한 독창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오늘날 자동차의 앞 얼굴에서 헤드램프의 역할은 야간 조명 외에 디자인의 소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우디가 가장 먼저 시작한 LED 헤드램프의 바람은 이제는 프리미엄과 양산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주간주행등이 의무화되면서 주간에도 LED 램프로 새로운 그래픽을 만들어 내면서 아이콘화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기아자동차 K5의 Z자형 LED 램프가 주는 강렬함은 시대의 흐름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타겟 마켓의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어떤 아이콘을 만들어 낼까 궁금했다. 그런데 GV80에서 보여 준 쿼드램프를 중심으로 한 두 개의 라인은 의외라고 할 만큼 간결하면서도 동시에 강렬함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것이 G90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조합되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창성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G80에서는 좀 더 뚜렷하게 강조되어 보인다.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두 개의 라인을 앞 펜더 뒤에 방향지시등과 통합해 엑센트로 사용하고 있다. 제네시스 G90와 G80의 패널과 그 패널 위를 흐르는 캐릭터 라인, 그리고 루프 라인의 처리도 호들갑스럽지 않고 간결하다. 영어권에서는 이를 Sleek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과거에 자주 사용했던 ‘근육질’이라는 표현과 상대적인 개념이다.
보닛 끝과 쿼드램프 중간 부분에서 시작해 A필러 아래를 지나 도어 핸들 위쪽으로 흐르다가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쪽으로 완만하게 흘러내리는 캐릭터 라인은 대형 세단의 완고함을 표현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쪽 크롬 도금 벨트라인이 약간 위쪽으로 비스듬하게 처리된 것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C필러의 그래픽이 노치백이 강조된 G90과는 달리 패스트백 형상으로 흐르는 것은 브랜드의 모든 모델이 같은 선과 면을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그 라인만은 역동성을 살려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뒷바퀴 굴림방식차의 프로포션에 더해 20인치까지 장착할 수 있는 휠 하우스가 당당한 자세를 만들고 있다. 앞뒤 타이어의 편평률이 다른 것은 선대와 같은데 피렐리제 타이어가 장착된 것이 눈길을 끈다. 선대 모델은 콘티넨탈을 주로 사용했었다. 휠 디자인이 크기에 따라 다르다.
뒤쪽에서는 루프라인에서부터 시작되어 쿠페라이크하게 흐르는 선이 마지막에 치솟아 오른다. 이 트렁크 리드의 선은 테일 램프를 중심으로 범퍼와 대칭을 이루며 타원 조형을 이루고 있다. 가운데 부분이 약간 움푹 들어간 음각 형상으로 말굽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테일 램프 가운데 제네시스의 영문 레터링이 있는데 GV80에서와 마찬가지로 엠블럼이 강조되어 보이지 않는 것은 의도적인지 궁금하다. G90이 테일램프를 연결하는 라인이 있는 것과 달리 두 줄을 강조해 분리하고 있는 것은 제네시스의 아이콘이 새롭게 완성됐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범퍼 아래 머플러의 형상을 라디에이터 그릴과 같은 모양으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전체적으로 튀어 보이기 위한 날카로운 선이나 강한 억양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수많은 자동차 속에 다른 차와 차별화하면서 고유의 독창성을 이처럼 간결한 선과 면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평가할만하다.
차체 크기는 기존 모델보다 약간 커졌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그보다는 자체의 약 19%에 알루미늄 등 경량 소재를 적용해 약 20kg의 무게를 덜어냈다. 핫 스탬핑 공법의 초고강도 강판을 42% 확대 적용하고 평균 인장강도를 6% 높여 차체 강성을 향상시켰다.
Interior
인테리어는 GV80에서 보여 준 여백의 미를 주제로 한 레이아웃을 채용하고 있다. 레이아웃은 GV80과 같지만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다. 앞 얼굴에서처럼 세단과 SUV를 구분하고 있다. 더 큰 차이는 가운데 기다란 에어벤트로 수평기조를 강조하면서 윈드실드 아래에서 좌우 도어 트림으로 흐르는 랩 어라운드의 라인이 예사롭지 않다. A필러 부분에서 경사지게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캐빈의 분위기를 호화 요트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G80에서 먼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공간이다. 넓이와 더불어 앞뒤 시트 모두 여유 있는 웰빙 공간으로서의 쓰임새를 높이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것을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대시보드의 레이아웃이다. GV80과 마찬가지로 12.3인치 계기판과 14.5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 그리고 그 아래로 좌우로 길게 펼쳐진 에어 인테이크로 간결함을 주장하고 있다. 공조 컨트롤 시스템은 다르지 않지만, 그것을 별도의 프레임으로 감싸지 않고 있는 것이 GV80과 다른 점이다.
센터패시아 위의 14.5인치 디스플레이창은 GV80과 같다. 마찬가지로 좌우로 길게 펼쳐져 있지만, 그로 인해 시야를 가리거나 하지는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계기판과 연결된 형태로 배치하는 추세를 따르지 않고 있다.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아직은 전통적인 배치에 익숙한 사용자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콘티넨탈과 공동 개발한 12.3인치 3D 계기판과 함께 디지털화의 극을 보여 준다. 다만 3D이기는 하지만 LG디스플레이제를 채용한 G70와는 그래픽이 다르다.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대부분의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음성인식 제어는 물론이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AR(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 이 시대에 가능한 모든 것이 동원됐다. 지도 위에 진행 방향을 선만으로 표시되는 것과 달리 앞쪽의 카메라로 도로를 촬영하고 그 위에 노면의 차로 전체를 파란색으로 표시해 주는 것으로 하만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음성 인식기능의 진화는 GV80에서도 그랬지만 앞으로 사용 빈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짐작게 하고 있다. 자연어 인식 기능은 커넥티비티가 연결되어야 가능하지만, 우선은 인식률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말을 하면 디스플레이 창에 문자로 나타나며 정확히 인식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스티어링 휠도 2스포크가 아니라 4스포크 형태로 처리해 GV80과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 역시 기능성보다는 디자인을 우선한 것으로 두 개의 라인이라는 전체적인 컨셉을 반영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기어 레버가 있는 부분에는 다이얼 타입의 통합 컨트롤러가 설계되어 있다. 컴퓨터의 마우스와 터치 패드를 혼합한 형상으로 테두리 부분을 돌리거나 안쪽의 패드의 네 방향 화살표를 눌러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필기체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도 채용되어 있다. 이런 형태의 조작장비는 제네시스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디지털 감각이 앞선다는 것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BMW가 2001년 iDrive라는 이름으로 채용한 이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다가 가장 최근에는 다이얼을 중심으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버튼으로 설계한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다만 작동감이 뚜렷하지 않아 익숙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시트는 5인승으로 에르고 모션 시트 등 이 시대 현대자동차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다. 쿠션과 시트백 부분도 별도의 라인을 삽입해 디자인 소구로 활용하고 있다. 시트의 착좌감은 탄탄한 편이다. 2세대 제네시스에서 한 번 진화했던 시트가 다시 한번 달라졌다. 시트 쿠션 부분이 과거의 한국차처럼 푹신하지 않다. 약간 단단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독일차들이 혈액순환을 우선으로 하는 시트 설계를 한다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로 전방 충돌 및 급제동/선회 예상 시 동승석 승객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시트백을 앞으로 당겨 안전한 자세로 조정해 주는 프리 액티브 세이프티 시트가 적용됐다. 자율주행기술의 발전과 함께 시트는 더욱 다양하고 복잡하게 발전해 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기능의 채용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리어 시트에는 별도의 공조 시스템은 물론이고 옵션으로 리어 시트 좌우 각각에 모니터를 탑재할 수도 있어 뒷좌석 사용자도 배려하고 있다. 암레스트의 별도의 컨트롤 패널 등이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쇼파드리븐카로서의 사용에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이 부분을 패키지 옵션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최근 옵션의 범위를 다양하게 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트렁크 공간은 그랜저보다는 넓지 않지만 필요충분한 공간이다. 플로어 커버를 들어 올리면 별도의 수납공간이 있고 그 아래에는 통상적인 배터리와 빌트인 캠을 위한 보조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다. 배터리를 뒤에 탑재한 것은 차체 중량 배분을 위한 것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2.5ℓ와 3.5ℓ 터보차저 가솔린, 2.2ℓ 디젤 등 모두 세 가지가 탑재된다. 시승차는 3,470cc V형 6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가솔린으로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kgm를 발휘한다. 이 시대 등장하는 패밀리카용 엔진들이 그렇듯이 성능보다는 효율성에 더 비중을 둔 것이 특징이다.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방식의 8단 AT이며 구동방식은 뒷바퀴 굴림방식을 기본으로 전자제어 네바퀴 굴림방식이 설정되어 있다. 네바퀴 굴림방식에 대해 HTRAC라는 표현 대신 AWD를 사용하고 있다. 마그나와 공동 개발해 현대 위아가 생산하는 것이다. 느낌이 달라 확인했더니 공급업체를 바꾼 것은 아니고 3축 구조를 2축 구조로 바꿔 운전석 왼발 부분에 약간 솟아올라온 부분을 없앴고 트랜스퍼 허용 토크를 1,100Nm에서 1,300Nm으로 높였다고 한다. 링 기어를 돌리는 방향도 바꿨다. 마그나의 AWD방식은 할덱스와 달리 모터 기어방식으로 토크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장점인데 그 부분에서 진화했다는 얘기이다.
기어비는 100km/h 에서 1,300rpm수준으로 기존 3.3T나 3.8ℓ 엔진의 1,500rpm보다 낮다. 레드존은 6,200rpm부터로 역시 200rpm 정도 낮은 설정이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000rpm 직전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55km/h에서 2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기어비는 기존 엔진들과 다르지 않지만, 최종감속비를 바꾼 것 같다. 실제 체감하는 것에서는 3.3T에서의 폭발력보다는 3.8ℓ에서의 두터운 토크감에 더 가깝다. 터보차저를 채용했지만 모든 힘을 짜내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통상적인 상황에서의 발진감은 거의 느낌이 없다. 매끄럽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진중하면서도 부드럽게 전진한다. 그러나 속도계의 바늘은 기대 이상으로 빨리 끌어 올린다. 엔진회전계의 바늘과 거의 비슷한 톤으로 상승한다. 시프트 쇽이라는 단어도 시승기를 쓰면서 떠올렸을 정도로 세련된 반응이다.
소음은 차체 차음은 물론이고 2중 접합유리 등의 채용으로 이 등급 모델들에서 최상급 수준이다. 다만 스포츠모드로 바꾸고 풀 가속을 하면 배기음이 살아난다. 물론 기존 3.3T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음향팀이 튜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사운드다.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소음도 선대 모델과 비교하게 되는데 이미 통상적인 영역에서의 소음은 지적하거나 거론할 수준은 아니다.
다시 오른발에 힘을 주면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두터운 토크감으로 속도계를 밀어붙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선대 모델에서도 그랬지만 속도감을 느낄 수 없는 제반 조건으로 인해 조금만 방심하면 과속하게 된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멀티 링크. 댐핑 스트로크는 짧다. G90에서도 짧아졌는데 G80은 G70 수준으로 더 짧아졌다. 노면 요철은 대부분 읽어 내면서 그 정보는 전달하지만, 탑승자에게 충격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다리 이음매 등을 타고 넘을 때의 2차 충격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짧은 댐핑 스트로크로 매끈하게 소화한다. 그야말로 고급진 승차감이다. 독일차에 이어 재규어, 볼보 등도 하체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는데 제네시스는 그 이상의 수준이다. 풀 가속시에는 뒷바퀴에 구동력이 더 강하게 물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앞머리가 가벼워지는 일은 없다. 롤 각 억제 수준도 G70과 직접 비교해 보고 싶어질 정도다. 프리뷰 전자제어 시스템은 다른 브랜드들도 그렇듯이 통상적인 도로에서의 주행으로 체감하기는 어렵다.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에 가깝다. GV80이 헤어핀에서는 약 오버, 곡률 반경이 큰 코너에서는 약 언더 스티어의 특성을 보였던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은 날카로운 쪽이다. BMW와 같은 특성은 아니지만, 재규어처럼 여유로운 타입도 아니다. 여기에서는 한국 시장의 사용자들을 위한 튜닝이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차로 변경을 위해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반 템포 늦게 따라왔다고 표현했던 것이 수년 전이었는데 G80은 원하는 데로 반응한다. 다만 체감상으로 날카롭지 않을 뿐이다.
이런 반응은 브레이크의 감각과 함께 G80의 하체에 대해 감탄하게 하는 부분이다. 고속영역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강도와 관계없이 원하는 만큼의 제동력을 보여준다. 발진시 스쿼트 현상이 없듯이 고속에서 제동 시 노즈 다이브도 없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그것이 탑승자의 상체를 앞으로 쏠리게 하지 않고 지긋이 잡아준다. 제동 시 오른발의 조작에 신경을 쓰지 않게 한다. 최근의 시승기에서 브레이크 부분을 언급한 것은 오랜만이다. 잘 달리기 위해서는 잘 멈출 수 있어야 한다. G80의 하체에서는 네바퀴 굴림방식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과 제동성능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ADAS는 이 시대 개발된 모든 것들을 채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고속도로 운전 보조 기능에 자동으로 차로를 변경해 주는 기능이 추가됐다. 물론 스티어링 휠을 잡은 상태에서 작동해야 한다. ACC를 비롯한 차로 유지 보조 기능 등 구성요소는 GV80과 다르지 않다. 다만 ACC를 ON으로 한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약 10초 후에 경고 메시지와 음이 뜨고 다시 약 30초가 지나면 해제된다. 스티어링 휠을 다시 잡아도 활성화가 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GV80과 달리 계기판에 주변 차량의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개발부서의 PM의 생각에 따라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라는 것을 말해 주는 부분이다.
스타일링 디자인에서의 독창성과 인테리어의 호화로움과 질감은 분명 독일차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제는 조작 버튼의 방식이나 레이아웃도 제네시스만의 것이라고 할 내용이 많다. 그것에 대해 제네시스가 제시한 ‘한국적’인 것이라고 인정을 받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브랜드의 라인업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선보인 G80은 Revolution이라고 표현할 만큼 진화했다. 이제는 설정한 방향성을 일관되게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 럭셔리 브랜드는 제품성에 더해 프리미엄 마케팅이 동반되어야 인정받을 수 있다.
주요제원 제네시스 G80 3.5 V6 가솔린 AWD
크기
전장×전폭×전고 : 4,995×1,925×1,465mm
휠베이스 : 3,010mm
트레드 앞 : 1,627(18인치)/1,630(19인치)/1,630(20인치)
뒤 : 1,659(18인치)/1,637(19인치)/1,659(20인치)
공차중량 : 1,960kg
승차 정원 : 5명
연료탱크 용량 : 73ℓ
트렁크용량 : ----
엔진
형식 : 3,470cc V형 6기통 직분사 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 380마력/5,800rpm
최대토크 : 54.0kgm/1,300~4,500rpm
구동방식 : AWD
트랜스미션
형식 : 8단 자동
기어비 : ---
최종 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멀티링크/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45/45R19//275/40R19
성능
연비 : 8.4km/리터(도심 7.3km/리터 고속도로 10.3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205g/km
시판 가격
3.5 터보 가솔린 2WD: 5,907만원//AWD : 6,187만원
(작성일자 2020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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