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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달리는 매력에 풍덩 스포츠카 닛산 37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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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370Z/사진제공=한국닛산
닛산 370Z/사진제공=한국닛산
납작한 차체, 저돌적인 디자인, 커다란 배기음. 스포츠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영화나 TV 드라마 속에 많이 나와 익숙하기도 하지만 '저런 차들을 왜 탈까', '불편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스포츠카는 멋 부리고 싶은 사람들이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구입하는 차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주행성능이 매력이겠지만 도심 정체가 먼저 떠오르는 게 현실이고, 국내 완성차업체의 라인업이 부족하기 때문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점도 사실이다.

하지만 닛산 '370Z'는 이러한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한 스포츠카다. '달리는 맛'이라는 장점은 모든 약점, 단점을 뛰어넘었다.

370Z는 1969년 '페어레이디 Z'로 시작된 닛산의 스포츠카 Z시리즈의 역사를 잇는 모델이다. 닛산은 370Z가 그간 강조해온 '기술의 닛산', '짜릿한 혁신'(Innovation that Excites)을 잘 드러낸 차라고 자평한다.

가격은 5150만원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포드 '머스탱'과 함께 5000만원대 수준으로 만나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스포츠카다. 프리미엄 브랜드 BMW 3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의 엔트리 모델과 가격이 비슷하지만 '보다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카임을 감안하면 받아들일 만한 금액으로 보인다.

370Z로 서울 도심과 서울춘천간고속도로 등 포함해 총 193km가량을 달렸다.

370Z는 마주한 순간부터 '내가 바로 스포츠카'라는 인상을 뽐냈다. 차가 빨간 색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뒷좌석 공간이 없는 2인승인 차체는 짧고 아담했지만 디자인은 볼륨감이 강조된 근육질이었다. 다소 커보이는 18인치 타이어 휠은 언제든 튀어나갈 수 있다는 인상을 줬다.

부메랑 형상의 헤드라이트와 테일램프, 차량 옆에 새겨진 'Z'자 엠블럼, 은색 문 손잡이는 스포티한 개성을 부각시켰다.

닛산 370Z 내관/사진제공=한국닛산
닛산 370Z 내관/사진제공=한국닛산
차 문을 열어 시트에 앉으니 스포츠카 특유의 낮은 차체를 몸소 확인할 수 있었다. 높은 시야가 운전이 편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시승 도중 시야가 낮아서 불편한 점은 특별히 없었다. 낮은 차체에 적응할 시간은 좀 필요했다.

Z자 엠블럼이 가운데 박힌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이 스포티한 내관을 구성했다. 센터페시아 위로 오일 온도계, 전압계, 시계 등을 배치한 별도의 계기반이 눈에 띄었다. 시트 색상과 함께 계기판을 채운 주황빛은 역동적인 인상을 줬다.

차 길이는 4250mm로, 소형 해치백인 폭스바겐 골프(전장 4255mm)보다 짧았지만 운전석과 조수석 공간이 좁지는 않았다. 앞뒤 시트를 충분히 조절 가능했다. 하지만 뒤로 급격히 깎인 차체 디자인에 앞좌석 뒤 공간은 겨우 가방 하나 정도가 들어갈 폭이었다.

시동을 거니 탑재된 3.7리터 DOHC(더블오버헤드캠샤프트) V6(V형 6기통) 엔진이 꿈틀댔다. 미국 자동차전문 컨설팅업체인 워즈오토가 14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한 VQ 엔진 시리즈 중 하나로,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37kgf·m의 힘을 구현한다.

금요일 저녁부터 시승을 시작했는데, 1시간 정도 걸리는 퇴근 시간은 정체의 연속이었다. 꽉 막힌 도로에서 드물게 가속하자 370Z는 한쪽 다리가 묶인 야생마 같았다. 배기음도 시원히 내지르지 못했다. 평균 시속 10km도 넘지 못한 채 주행을 마치자 연비는 3~4km/ℓ에 그쳤다. 일상 출퇴근을 위해 타는 차가 아님이 분명했다.

닛산 370Z/사진제공=한국닛산
닛산 370Z/사진제공=한국닛산
스포츠카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춘천 제이드가든을 목적지로 정했다. 올림픽대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 한적한 국도를 왕복으로 다녀오자 평균 시속은 28.9km, 연비는 리터당 8.4km까지 올랐다. 공인 복합연비인 9.0km/ℓ(도심 7.7km/ℓ, 고속 11.1km/ℓ)에는 못 미쳤지만 무난한 수준이다.

370Z는 달리는 동안 일반 세단이나 SUV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측면의 재미를 선사했다. 뚫린 도로에서 가속하자 경쾌한 배기음이 실내를 갈랐다. '우루루쾅쾅'은 아니었지만 공기를 크게 가르는 시원한 소리였다.

지난 16일 내린 폭우 속에서도 비를 뚫고 들려온 배기음은 의지대로 잘 달리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했다. 7단 자동변속기의 부드러운 변속감은 가속, 감속 모든 상황에서도 빠른 응답성을 제공했다. 빗길에서 제동 성능도 일품이었다.

도로에 붙어가는 것 같았다. 고급 세단의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매력적이었다. 거친 도로 상태가 느껴졌지만 충분히 정제된 충격이 되레 주행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시속 90km를 오가는 코너링 상황에서도 바닥에 딱 붙어 달리니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소음과 진동도 준수했다. 한번 달리고 나니 도심 내에서 속도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주행 중 신경 쓰였던 것은 엔진의 열기가 실내 공간을 다소 뜨겁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수시로 에어컨을 가동해야 했다. 지난해 11월 2016년형 모델이 출시됐음에도 내장 내비게이션이나 후방 카메라가 기본 탑재돼 있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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