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고급 도심형 SUV, 렉서스 RX45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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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렉서스 RX는 이전 모델의 재탕이 아니다. 올 스틸 플랫폼은 이전보다 견고해지고 길어졌다. 차의 전체 길이는 120mm 길어졌는데, 그중 절반은 휠베이스를 늘이는 데 할애했다. 덕분에 좁다고 지적 받았던 이전 모델의 단점이 조금 보완됐다.
외관은 선대 모델보다 모험적으로 디자인했지만, 스프링은 약간 부드러워졌다. RX450h는 259마력을 발휘하는 V6 3.5L 엔진에 전기모터 2개를 결합했다. 모터는 앞뒤 차축에 각각 1개씩 달렸다. CO₂ 배출량은 120g/km(모든 제원 및 사양은 영국 기준)인데, CO₂ 배출량에 따라 세금이 정해지는 영국에서는 회사차로 디젤차를 고려하고 있는 고객의 마음을 흔들 것 같다. 매달 100파운드(약 17만원)씩 절약할 수 있는데, 누가 6기통 디젤을 사겠는가.
몰아보면 지금까지의 RX들과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여전히 운전의 즐거움은 기대하지 말아야 하고, 연비도 특별할 것 없지만, 훨씬 성숙한 자동차가 된 것만은 틀림없다. 고급 도심형 SUV로서는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가족용 자동차로 쓰기에 적합하겠다.
실내에 사용한 소재는 모두 고급스러우며 조립품질도 훌륭하고, 마무리도 빼어나다. 이전에도 언급했던 것이지만 스위치의 외형이나 눌렀을 때의 느낌도 좋다. 최고급형인 시승차에는 레이저로 에칭한 우드트림이 적용됐는데,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를 만드는 장인의 솜씨다. 그런데 어째서 선택품목에 '피아노 블랙'은 없는 걸까.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키가 큰 성인에게는 앞뒤 좌석 모두 머리 공간이 약간 타이트한 편이다. 화물칸은 아주 넉넉하진 않지만, 리어 시트를 밀거나 접으면 평균적인 수준은 된다.
달릴 때의 감각은 아주 세련됐다. V6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됐고, 바람 소리와 노면 소음도 시종일관 낮게 유지된다. 승차감은 유연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시승차에 달린 연속 가변댐퍼는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 충격을 집어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보디 컨트롤은 점잖고 스티어링 반응은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이 노면의 정보를 손끝에 제대로 전해주진 않지만, 스티어링 무게와 응답성은 좋다. 18인치 휠을 끼운 시승차의 그립 수준은 적당한 편. 생각보다 빨리 언더스티어에 빠지기 십상이지만, 트랙션 컨트롤과 자세제어장치가 주행라인을 단호하게 유지시킨다.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이전보다 아주 약간 똑똑해지고 세진 느낌이다. 특히, 가볍게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힘이 좋고, 동력원 전환도 이전보다 조금 더 빠르고 매끄럽다. 그러나 수동 모드는 여전히 불만스럽다. 특히 차와 기계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선호하는 사람에겐 더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연비는 트립 컴퓨터상으로 10.6~12.5km/L를 오갔다.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긴 하지만, 내세울 만한 세일즈 포인트는 되지 못한다.
RX 450h는 여러 이유로 존경받을 만하지만, 10여 년 전 오리지널 RX400h처럼 마음을 끄는 매력은 부족하다. 고급 SUV의 조건으로 즐거움과 일체감을 바란다면, RX450h는 선대 모델과 마찬가지로 따분한 자동차일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최근 나오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는 안전한 선택이다. 단조롭긴 해도 완성도는 매우 높다(모든 제원 및 사양은 영국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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