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 주행은 걸음마부터…HMG 드라이빙 센터 체험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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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게 밟으세요! 더 과격하게 파고들어도 됩니다!"
인스트럭터의 압박은 계속됐다. 천천히 달리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던 탓일까. 운전 꽤나 한다는 '자동차 전문기자' 타이틀이 무색하게 나도 모르게 서킷을 조심조심 달리고 있었다.
차와 인스트럭터를 믿기로 했다.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달리고 돌리고 멈췄다. 그제서야 자동차가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왜 빠르게 달려봐야 하는지, 왜 과격하게 스티어링휠을 돌려봐야 하는지, 왜 급정거를 해봐야 하는지 머릿속에서 막연했던 개념들이 조금씩 몸으로 흡수되는 기분이다. 자동차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 이해를 통해 자동차의 능력을 적절히 활용하는 법… 단순히 서킷을 빠르게 달리는 기술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의 재밌고 안전한 주행을 위한 지혜였다.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현대차그룹이 만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운전 체험시설로, 드라이빙 기초부터 고난도 테크닉까지 다양한 주행기술을 배울 수 있다. 지난 3월 시작한 2023 정규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해봤다.
교육 프로그램은 기초 단계인 '레벨1'부터 모터스포츠 입문 수준인 'N 마스터즈'까지 총 5단계로 세분화됐다. 각 단계별로 안전운전, 서킷 기초, 주행 테크닉, 컨트롤 향상, 고성능 주행 등을 목표로 한다.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다.
레벨1부터 3까지는 브랜드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도록 구성돼 각 난이도에서 원하는 차량을 골르면 된다. 단,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하위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특히 '제네시스 드리프트'나 'N 어드밴스드', 'N 마스터즈' 등 상위 프로그램을 들으려면 레벨3까지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이번에 체험한 프로그램은 '제네시스 레벨1'이다. 가장 기본적인 교육인 만큼, 화끈한 주행보다는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일상의 주행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어주게 목표다. 여기에는 제네시스 G70이 투입됐다. 2.0리터 터보 엔진과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AWD)이 맞물려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6kgf·m를 낸다.
탑승에 앞서 안전교육이 이뤄진다. 시승용 차량에 대한 기초 지식부터 올바른 시트 포지션, 스티어링 휠 조작 방법 등을 알려준다. 교육이 끝나면 강의실 뒤쪽 철문이 올라가며 거대한 승차장의 모습이 드러난다. 내가 있던 장소가 순식간에 피트로 변신하는 느낌은 무척 색달랐다.
차량에 올라 배운대로 올바른 운전 자세를 맞췄다. 시트 높낮이부터 하체 거리, 등받이, 스티어링 휠, 헤드레스트까지 운전에 최적화된 자세를 찾는다. 시트를 조작하다 운전석 하부에 있는 비상용 탈출망치를 발견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탈출 장비를 마련해놓은 섬세함은 칭찬 요소다. 자세를 맞추고 담당 인스트럭터의 점검을 받으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공교롭게도 이날 하루종일 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행사가 취소되거나 일정이 크게 바뀌는 일 없이 프로그램은 그대로 이뤄졌다. 센터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폭우나 폭설, 태풍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그대로 진행된다"라며 "취소가 확정되면 사전에 안내해주고 전액 환불해준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됐다. 레벨1은 급제동과 다목적 주행, 긴급회피, 짧은 서킷주행 등 크게 네 가지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급제동 코스에 도착했다. 흔히 말하는 '풀 브레이킹'을 배우는 자리다. 보통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 등 두 가지를 연습하는데, 이날은 비가 온 관계로 젖은 노면만 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40km/h로 달리다가 정해진 구간에 멈추는 임무를 받았다. 이때, 평소처럼 브레이크를 밟다간 정차 지점을 지나치기 일쑤다. 마치 압정을 박듯, 순간적으로 힘을 줘 페달을 강하게 눌러야 한다. 왼발을 풋레스트에 단단히 고정하고 등을 시트에 밀착해 체중을 싣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초보 운전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드르르륵' 소리가 난다. 고장난게 아니라 브레이크 잠기는 걸 방지하는 '안티 록 브레이크 시스템(ABS)'가 작동하는 소리다.
속도를 좀 더 높이라는 무전이 들려왔다. 이번엔 50km/h로 달려간 뒤 힘차게 브레이크를 시도했다. 불과 10km/h 빨라졌을 뿐인데, 정차 지점을 한참 지나친 뒤에어 멈출 수 있었다. 빗길 운전에서 서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풀 브레이킹은 안전 운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블랙박스 사고 영상 중에는 더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더라면 나지 않았을 사고도 종종 보인다. 교육을 맡은 인스트럭터는 "자동차의 제동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운전자는 10%가 채 안된다"며 브레이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선 타이어의 중요성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는 수명이 다한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이 준비됐는데, 맨들맨들한 표면을 보고있자니 간담이 서늘해졌다. 싱싱한 타이어로도 미끄러지는 마당에 접지력과 배수 기능을 상실한 타이어라면? 아니나 다를까, 브레이크도 제대로 듣지 않을 뿐더러 그냥 달리는 것만으로도 차가 휘청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타이어는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겠다.
이어진 다목적 주행코스에서는 복합 슬라럼과 긴급 회피를 체험했다. 슬라럼은 러버콘을 건드리지 않고 정해진 구간을 통과하는 것으로, 지그재그 코스를 얼마나 직선에 가깝게 운전하느냐가 포인트다. 러버콘 간격이 꽤 넓어보였지만, 막상 50~60km/h로 달리니 여유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때는 스티어링 휠을 부드럽게 조작하는 것이 포인트다. 급격한 조작은 차량의 궤적을 흐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긴급 회피는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만한 기술이다. 갑자기 도로 위로 장애물이 떨어지거나, 충돌 위험이 생길 경우 안전하게 회피한 후 안정된 상태로 복귀하는 법이다. 신속한 차량 조작을 위해 올바른 휠 파지법도 교육받는다. 자세가 올바르지 않다면 급격한 조작 시 휠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주행 중에는 항상 왼손은 9시, 오른손은 3시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레벨1의 마지막 과정은 서킷 B코스다. 인스트럭터의 선행을 따라 HMG 트랙 1.4km 구간을 질주한다. 아무래도 기초 교육인 만큼 최고속도는 100km/h를 채 넘지 않는다. 숙련자라면 조금 아쉬울 페이스지만, 연석을 밟고 급격하게 코너를 도는 등 일반 도로에서는 하기 힘든 역동적인 움직임을 체험할 수 있어 만족도는 높았다.
정확한 숫자를 세지는 않았지만, 체감상 10바퀴 이상은 돈 듯하다. 구간은 짧지만 코너 구성이 다양해 매번 돌때마다 다른 궤적이 만들어진다. 인스트럭터의 지도와 함께 스스로 더 빠른 라인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제네시스 레벨1 프로그램을 마쳤다. 운전면허 학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안전 운전에 가장 기초적인 조작을 습득하기에 알맞다. 다음엔 숙련된 운전 스킬을 배울 수 있는 레벨2에 도전할 차례다. 기아의 고성능 전기차 EV6 GT를 타고 고속주회로와 마른 노면 서킷을 공략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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