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새로운 볼보를 이끌어갈 차세대 기함, S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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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데에는 약했던 볼보가 크게 변신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볼보차들은 그들의 안전과 디자인 철학을 은은하게 표출했지만 이젠 이를 좀 더 세련되고 화려하게 포장해 과감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 XC90에 이어 선보인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 S90은 전세계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 모델 앞에서도 당당한 볼보의 차세대 기함으로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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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두 번째 신작 S90이 국내에 상륙했다. 올해 초 발표된 S90은 한해 먼저 선보인 XC90과 함께 새로운 볼보의 매력을 알리며 볼보자동차의 이미지를 단숨에 끌어올린 주인공들이다. XC90은 2014년 말 데뷔해 2015년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고, S90은 올해 초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데뷔해 이제 막 판매를 시작한 따끈따근한 새차.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XC90을 론칭한 후 6월 말부터 인도를 시작했으며, S90은 9월 말 론칭이 계획되어 있다.

S90에 앞서 XC90을 먼저 선보인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는 글로벌 볼보자동차 그룹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볼보차코리아는 지난 2015년 4,238대를 판매해 2014년의 실적(2,976대)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좋다. 1~8월 판매대수(정확히 등록대수)가 3,48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684대)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특히 7월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한 XC90은 매월 100대 이상 꾸준히 판매되며 이전까지의 볼륨 모델이었던 S60을 제치고 단숨에 볼보차코리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질 S90은 하반기 볼보차의 판매실적 향상에 일등공신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판매상승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XC90의 성공에 힘입어 2015년 판매량이 창사 이래 최대치인 50만 대를 넘어선 볼보는 2020년까지 글로벌 판매량을 80만 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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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기자는 볼보자동차의 본사가 있는 스웨덴 고텐버그에서 차세대 볼보를 이끌어갈 S90의 새차 발표회에 참석했었다. S90이 공식으로 발표되는 자리는 북미국제오토쇼(2016년 1월)였지만 이날 사전공개(프리뷰)를 통해 기자단에게 S90을 먼저 공개했다. 이를 위해 전세계 20개국에서 100여 명의 기자들과 현지 담당자들이 볼보 본사를 찾았는데, 브랜드의 규모가 크지 않고 새차가 자주 나오지 않는 볼보로서는 흔치 않은 대규모 행사였다. 이는 XC90의 성공에 힘입은 볼보가 S90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엿볼 수 있는 단초였다. 아쉽게도 당시 행사에서는 발표만 이뤄졌고 실내에서 차를 이곳저곳 살펴보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 S90 공개 후 개발진과 격의 없는 식사 자리가 위안이 되었다.

발표회장에서 볼보자동차 하칸 사무엘슨(Hakan Samuelsson) 회장은 “지난 5년간 11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한 것은 볼보 브랜드를 재탄생시키기 위함이었다”며, “XC90으로 비전을 구체화하고 브랜드의 재탄생을 약속했다면, S90은 그 약속이 실현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XC90에 이어 S90이 다시 한번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혁신과 세련, 럭셔리의 절묘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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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만난 S90을 9개월 만에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이미 올해 상반기 XC90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린 볼보차코리아는 9월 말 정식으로 S90을 발표할 예정. 발표에 앞서 조금 일찍 만난 S90은 스웨덴에서 봤던 첫인상 그대로 여전히 늘씬하고 세련됐다. S90은 S80의 뒤를 잇는 기함 모델이다. 참고로 S80은 자사의 중형 세단 S60을 넘어서는 준대형을 지향한 모델이었다. 그러나 요즘 차들이 갈수록 커지다보니 S80은 크기로만 볼 때 중형차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 때문에 신형 S90은 차체 크기를 좀 더 키웠다. S90의 길이×너비×높이는 4,963×1,890×1,443mm로, S80(4,854×1,861×1,493mm)보다 길고 넓으면서도 높이는 좀 더 낮춰 역동적인 비율을 만들어냈다. 특히 휠베이스가 2,941mm로 S80의 2,835mm보다 크게 늘었다. 국산차 중에서는 현대 그랜저(4,910×1,860×1,470)와 제네시스 G80(4,990×1,890×1,480) 사이에 자리하는데, 실제로 보면 제네시스에 가깝게 보일 정도로 당당한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높이가 이들보다 낮아 한결 날렵한 인상. 수입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4,925×1,850×1,460), BMW 5시리즈(4,907×1,860×1,464), 아우디 A6(4,915×1,874×1,455)와 비교해도 가장 길고 넓으면서 높이는 오히려 낮다. 커진 차체에도 불구하고 긴 보닛과 짧은 앞 오버행(873mm)으로 S80(978mm)보다 한결 다이내믹한 비율을 뽐낸다. 특히 뒷부분을 요즘 유행하는 쿠페 스타일로 처리해 언뜻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4도어 쿠페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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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먼저 선보인 XC90의 세단 버전처럼 보이지만 디테일이 좀 더 강인하며 SUV보다 오밀조밀해 더 스타일리시하게 다가온다. XC90에서 선보인 이후 모든 볼보차에 순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독특한 헤드램프는 여전히 개성적이다. 실제 이 주간주행등은 굉장히 멀리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발산해 새로운 볼보차의 변신을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XC90보다 한결 도드라져 보이는 음각 형태의 프론트 그릴은 60년대 볼보의 스포츠카 P1800에서 이미지를 차용한 것인데, 세련되면서 개성적인 이미지를 뽐낸다. 최근 선보인 기아 K7의 그것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사실 이 그릴은 이미 볼보가 60년대에 먼저 선보인 바 있으며 2013년 하반기에 선보인 컨셉트 쿠페에서도 지금의 스타일이 예고되었었다.

옆쪽에서는 짧은 앞 오버행과 긴 후드, 20인치 이상의 타이어를 품은 커다란 휠하우스, 옆구리를 가로지르는 시원한 캐릭터 라인, 쿠페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지붕 라인이 도드라진다. 쿼터글라스 뒤쪽이 살짝 올라간 모양은 제네시스와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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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에서는 또 한번 S90의 강렬한 개성이 드러난다. ‘ㄷ’자 모양의 리어램프가 좌우 대칭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램프 사이에는 VOLVO 영문 로고를 커다랗게 넣었고 아래쪽 가니시에는 뚜렷한 캐릭터 라인을 집어넣었다. 다소 낯선 뒷모습에 처음에는 호불호가 나뉠 듯하지만 보면 볼수록 개성적이면서도 눈에 익는다. 이 스타일 또한 이전 볼보들의 리어램프가 그랬듯이 볼보차의 강한 캐릭터가 될 듯하다.

컨셉트 쿠페를 통해 예고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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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같은 S90의 디자인은 앞서 말했듯이 볼보차가 2013년 하반기에 선보인 컨셉트 쿠페에서 일찌감치 예고되었었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베일을 벗은 이 컨셉트카는 전임자인 피터 호버리의 뒤를 이어 2012년 새로이 디자인 책임자로 임명된 토마스 잉엔라트(Thomas Ingenlath)가 그려낼 미래 볼보 디자인을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토르의 망치’를 떠올리게 하는 파격적인 주간주행등, 60년대 스포츠카 P1800에서 차용한 독특한 모양의 그릴, 긴 후드를 바탕으로 한 날렵한 보디 비욜, ‘ㄷ’자를 양쪽으로 붙인 독특한 리어램프 등 컨셉트카의 디테일은 새로운 S90에서 거의 모두 실현되었다. S90을 베이스로 한 럭셔리 쿠페가 나온다면 바로 이 컨셉트 쿠페라고 할 만큼 신형 볼보차의 디자인을 가득 담고 있었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새로운 센터페시아와 스티어링 휠, 대시보드 상단의 트위터, 앞좌석을 에워싸는 트림 등 S90 디자인의 대부분이 이때 공개되었다. 물론 이러한 새 디자인은 2014년 말 선보인 XC90에도 상당 부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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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볼보의 새 디자인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토마스 잉엔라트를 수장으로 한 새로운 볼보 디자인팀이다. 토마스 잉엔라트는 아우디(91~94년), 폭스바겐(95~2000년), 스코다(2000~2006년)를 거쳐 폭스바겐의 독일 포츠담 디자인센터를 이끌었던 인물. 물론 모든 것이 그의 힘만으로 이룬 것은 아니다. 그의 휘하에서 익스테리어를 총괄하고 있는 막시밀리안 미소니(Maximilian Missoni) 역시 폭스바겐 출신으로 폭스바겐 포츠담 디자인센터에서 토마스 잉엔라트와 호흡을 맞추었던 이다. 인테리어를 총괄하고 있는 로빈 페이지(Robin Page) 역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그는 재규어(87~92년), 롤스로이스 & 벤틀리(95~2001년)에 이어 폭스바겐 그룹 시절 벤틀리 인테리어를 총괄(2001~2013년)했던 수재. 벤틀리 재직 시절 그룹 내의 초호화 수퍼카 부가티를 디자인했으며(2010~2012년), 벤틀리 컨티넨탈과 뮬산의 인테리어를 총괄했고, 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 헌납한 벤틀리 리무진도 그의 손을 거쳤을 정도로 호화차의 인테리어에 정통한 실력파다. 이러한 실력자들이 모인 볼보의 새 디자인팀은 다소 소박한 스칸디나비안 특유의 정서에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가미해 볼보차의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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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그룹에서 데려온 실력자들은 비단 디자인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볼보의 신형 트윈 파워 엔진을 개발한 엔지니어 역시 폭스바겐에서 TSI(수퍼차저+터보차저) 엔진을 개발한 이다. 파워트레인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 다시 얘기하도록 하자.

최고급 프리미엄 세단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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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들어서면 최고급 프리미엄 세단에서나 맡을 수 있는 고급스러운 가죽 냄새가 승객을 반긴다. 이내 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실내는 XC90에서 그랬듯이 새로움과 고급스러움으로 가득하다. 새로운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 디자인에 세로 모양의 커다란 모니터를 센터페시아에 배치했다. XC90에서 본 모습이지만 세단의 비율에 맞게 좀 더 오밀조밀하고 완성도가 높다. 특히 XC90과 달리 센터 모니터 좌우의 세로형 송풍구와 조절 스위치가 꽤나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XC90과 마찬가지로 대시보드 위쪽에는 B&W(Bowers & Wilkins)의 센터스피커가 멋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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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형 모니터는 요즘 몇몇 차들이 채택하는 있는데, 이로 인해 얻는 장점이 꽤 많다. S90의 스크린은 내비게이션이나 각종 화면을 모니터에 띄운 상태에서도 하단에는 항상 공조장치 관련 터치 화면이 떠 있어 기능에 따라 화면을 일일이 변환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조절 스위치를 모니터의 터치스크린에 넣다보니 실내공간, 특히 대시보드를 예전보다 더욱 감각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S90은 센터페시아 좌우와 도어트림에 기존보다 훨씬 넓은 면적으로 우드트림을 넣었으며, 기어 주변의 콘솔에도 대시보드와 동일한 소재의 트림을 넣어 실내를 아늑하게 꾸몄다. 물론 옵션에 따라 우드트림은 얼마든지 다른 색상과 질감으로 바뀔 수 있다. 모니터 속에 다양한 조절 기능을 넣었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는 모든 기능의 조작이 자연스럽다. 특히 9인치 스크린의 터치 방식은 정전기 방식이 아니라 적외선을 이용한 방식으로, 큰 압력 없이 가벼운 터치만으로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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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를 찬찬히 살펴보면 어느 곳이든 디테일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고 질감이 좋은 가죽도 아낌없이 사용했다. 보이는 곳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심지어 도어포켓 안쪽까지) 정성스럽게 두른 가죽은 차의 격을 한 차원 높여준다. 곳곳에 유무광 금속 장식으로 포인트를 줬으며, 특히 기어노브와 엔진 스타트/스톱 스위치, 송풍구 조절 스위치 등은 마치 보석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하다. 시승차인 D5 모델에는 일반적인 가죽 기어노브가 들어갔지만 T8 등 상위 기종에는 스웨덴의 유리 제조회사인 Orrefors의 로고가 박혀 있는 크리스털로 만든 노브도 들어간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노브 상단에 기어 단수가 표시되는 가죽 정도로도 충분히 고급스럽고 기능적으로 더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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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디자인과 꼼꼼한 마감, 높은 품질을 보고 있노라면 전세계 프리미엄 브랜드의 정상급 세단과 겨루어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XC90을 통해 먼저 선보인 독특한 디자인의 시트 역시 매우 입체적이면서도 볼보의 전통대로 포근하고 안락하게 몸을 지지해준다. 특히 가죽의 질감이 대단히 좋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럭셔리 컨셉트와 만났을 때의 시너지를 제대로 살려낸 모습. 이전의 S80보다 두어 단계는 신분이 상승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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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B&W(바우어스 & 윌킨스)의 스피커 역시 고급스러운 메탈 커버로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오디오의 음질은 최근에 만난 수많은 고급차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클래식의 섬세한 선율부터 굵은 비트까지 모든 장르의 음악을 높은 수준으로 재생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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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무릎 및 헤드룸 공간도 이 차급에서 평균 이상이다. 다만 전륜구동 기반이면서도 높게 솟은 센터터널이 눈에 띄는데, 이는 다양한 네바퀴굴림 구동계에 대응하면서 모델에 따라 배터리 수납하기 위함이다. 최고성능 모델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가 이곳에 배터리를 수납한다. 뒷좌석 승객을 위해서는 시가잭, 좌우 별도의 온도조절 장치, 열선, 좌우 및 뒤쪽 커튼, 3개의 3점식 시트벨트 및 헤드레스트, 3좌석 ISOFIX 등 다양한 장비를 마련했다. 다만 앞 시트 뒤쪽의 그물망 포켓이나 센터 암레스트가 이 차급으로는 조금 소박하다(컵홀더와 사물함만 내장). XC90과 달리 글라스 루프가 아닌 일반적인 형태의 선루프만 달린 것도 조금 아쉬운 부분. 파워스티어링의 위치 조정과 뒤 도어 커튼이 수동식이라는 점 외에는 고급감에 있어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어느 플래그십 세단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이러한 고급진(?) 실내를 만들어낸 데에는 벤틀리의 인테리어를 총괄했던 로빈 페이지의 역할이 컸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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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90의 다섯 가지 파워트레인

신형 S90은 총 다섯 가지의 파워트레인을 얹는다. 모두 4기통 2.0L 직분사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물린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다. 한때 5기통으로 6기통을 대신했던 볼보는 이젠 시대의 흐름에 맞춰 4기통 2.0L로 배기량을 줄였다. 그렇다고 출력이 줄어든 것은 절대 아니다. 가장 강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와 T6, T5의 세 종류 가솔린 엔진에, D5와 D4의 두 종류 디젤 엔진이 있다. 기본이 되는 가솔린 T5는 직렬 4기통 2.0L 직분사 엔진에 터보를 더해 254마력의 힘으로 0→시속 100km 가속 6.8초, 최고시속 230km의 성능을 낸다. T6는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모두 얹은 트윈차저 직분사 엔진으로 320마력/5,700rpm의 힘과 40.8kg·m/2,200~5,400rpm의 토크를 낸다. 덕분에 길이 5m의 거구를 2,000cc 배기량으로 0→시속 100km 가속 5.9초의 민첩한 성능을 낸다(최고시속은 250km에서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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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65kW 출력의 전기모터를 단 최고성능 모델 T8(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은 총 407마력의 시스템출력과 65.3kg·m의 큰 시스템토크를 낸다. 볼보는 이 파워트레인을 트윈 엔진이라 부르는데, 앞쪽(출력 34kW, 무게 18kg)과 뒤쪽(출력 65kW, 무게 34kg)에 각각 전기 파워트레인을 맞물렸다. 9.2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무게중심을 낮추고 중량배분을 좋게 하며 트렁크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모두 센터터널 안에 들어간다. 96개의 리튬이온 셀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게는 냉각기 포함 113kg. 240볼트로 충전시 완충에는 2.5(16A)~6시간(6A)이 소요된다. 고출력 전기 파워트레인 덕분에 전기만으로도 45km를 달릴 수 있고 엔진과 전기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주행도 가능하며 필요시 엔진과 전기모터를 최대한 동원해 파워풀한 성능을 낼 수도 있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5.2초로 T6보다 0.7초 빠르다. 가솔린 T6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은 모두 8단 AT를 얹고 네바퀴굴림(AWD)이 기본이며 T5만 앞바퀴를 굴린다. AWD는 보그워너(BorgWarner) 5세대 제품으로, 평소 앞바퀴를 굴리다 필요시 최대 50%의 힘을 뒷바퀴로 보낸다. 연비는 유럽 복합 기준으로 T5 15.4, T6 13.9,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T8은 52.6km/L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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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모델인 D5는 4기통 2.0L 디젤 2스테이지 터보 엔진으로 235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48.9kg·m/1,750~2,25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변속기는 8단 자동, 굴림방식은 AWD다. 특히 D5는 갑작스러운 고출력이 요구될 때 에어탱크(용량 2L)를 통해 강제적으로 공기를 주입해 반응성을 끌어올리는 파워펄스(PowerPulse)를 장비해 저회전에서의 굼뜸 현상을 줄였다. 덕분에 경쟁사의 6기통 3.0L 디젤 이상의 뛰어난 성능을 끌어냈다는 게 볼보 측의 설명. 같은 배기량에 출력이 190마력으로 살짝 낮은 D4는 앞바퀴굴림 방식만 얹는다. 0→시속 100km 가속은 8단 AT 기준으로 D5가 7.0초, D4가 8.2초이며, 최고시속은 D5가 240km, D4가 230km이다. 연비는 유럽 복합 기준으로 D5가 20.8km/L, D4가 22.7km/L이며, 준대형 차급임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D5와 D4 모두 127과 116g/km로 매우 낮다.

시승차는 D5 AWD 인스크립션으로 국내 시장에서 주력이 될 모델이다. 디젤 엔진임에도 아이들링 때의 사운드가 카랑카랑하지 않고 꽤 동글동글하다. 이는 달릴 때에도 그대로 이어지며, 실내에서의 방음 수준이 꽤 만족스럽다. 가속감은 덩치 큰 XC90 D5보다 훨씬 경쾌하다. 큰 배기량으로 힘을 왈칵 쏟아내는 6기통 터보 디젤과 달리 초반에는 부드럽게 출력을 뿜어내며, 중후반 이후에는 꾸준히 상승하는 출력을 잘게 나눠 쓰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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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90 D5는 모두 3개의 드라이브 모드를 지원한다. 평상시는 컴포트 모드를 사용하며 아이들링 때의 회전수는 800rpm 정도. 센터콘솔 주변의 스위치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공회전수는 1,000rpm 정도로 상승하며 즉각적인 반응에 대비하고 주행 중에는 변속 타이밍을 높게 잡는 8단 변속기와 어우러져 꽤나 스포티하게 움직인다. 반대로 에코 모드에서는 변속 타이밍을 빨리 가져가는 등 경제적인 운전을 돕는다.

주차할 때는 국산차처럼 가볍던 스티어링 역시 고속에서는 꽤나 묵직해진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과 앞뒤 255/35 R20 사이즈의 피렐리 P제로가 만들어내는 주행안정성과 승차감은 동급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더욱 진화한 다양한 안전장비

S90은 플래그십 모델답게 최신 볼보의 다양한 첨단기술을 듬뿍 담고 있다. XC90을 통해 먼저 선보인, 도로를 이탈했을 때 상해를 감소시키는 런오프 로드 프로텍션(Run-off Road Protection)은 물론이고, 세계 최초로 시속 65~140km에서 도로이탈 위험을 줄여주는 런오프 로드 경감 시스템(Run-off Road Mitigation)도 장비했다. 운전자의 피로나 시야 불충분으로 도로를 벗어나 방벽과 부딪치거나 도랑에 떨어질 위험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스티어링과 제동에 개입해 도로이탈 위험성을 크게 낮춰주는 장비다. 요즘 많이 늘어나고 있는 차선이탈방지 장치와는 또 다른 다른 적극적인 안전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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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앞차를 따라가는 기능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역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작동 속도를 시속 130km로 높여 이젠 시내에서는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심지어 앞차가 없는 상황에서도 차선을 유지하며 스스로 달릴 수 있는 2세대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 시스템을 탑재했다. 실제 30여 분의 자동차 전용도로 구간에서 기자는 스티어링 휠에 살짝 손만 얹은 채 자율주행다운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앞쪽에 차가 있든 없든 차선을 따라 스스로 달렸고, 차선 인식률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경고를 통해 운전자의 분위기를 경각시켰다. 차선을 바꿀 때에는 깜빡이를 켠 다음 운전대를 살짝 움직이기만 하면 됐고, 이후 다음 차선에서도 다시 편안하게 차선을 따라 달리는 경험을 선사했다.

한편, S90은 장애물이 있을 경우 자동으로 차를 멈추는 긴급제동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도 업그레이드됐다. 저속에서 앞차와 다가오는 대향차, 자전거를 인식하는 데 이어 이젠 낮은 물론 밤에도 사슴이나 말 같은 큰 동물을 인지할 수 있는 동물 탐지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장애물과의 사고위험이 있을 땐 속도를 줄여 사고를 피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으며 충돌을 피할 수 없을 땐 안전벨트를 당겨 운전자를 최대한 보호한다.

이처럼 새 차를 내놓을 때마다 새로운 장비를 선보이고 있는 볼보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율주행이다. 매번 혹은 매년 새로운 장비나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자율주행차를 향해 고삐를 죄고 있는 볼보는 2017년까지 자율주행 자동차 100대를 실제 도로에서 달리게 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볼보는 2020년까지 볼보를 타는 한 아무도 죽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지 않는 차를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공표한 상태다.

볼보의 미래를 머금은 플래그십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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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내에서 볼보를 프리미엄 브랜드인가 아닌가로 논쟁을 벌이는 이들이 있었다. 이 논쟁에서는 독일 빅3(아우디·벤츠·BMW)만이 프리미엄이고 나머지는 아니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종종 개입했다. 그러나 볼보는 예나 지금이나 안전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해왔으며 실내에서도 볼보의 시트만큼 편한 차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80년대 초부터 터보를 적극 활용해왔고 90년대 초에 와서는 5기통으로 엔진 다운사이징을 시대에 앞서 추구하기도 했다. 모터스포츠에 소극적인 약점이 있긴 하지만 이는 일부 유럽 프리미엄 메이커도 매한가지. 대중 메이커와는 분명 궤를 달리했던 볼보는 프리미엄 브랜드임에 이견이 있을 수 없고 유럽은 물론 북미에서도 분명한 프리미엄 카로 통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데에는 약했던 볼보가 이젠 크게 변신했다. 이전까지 볼보차들이 그들의 안전과 디자인 철학을 은은하게 표출했다면 이젠 이를 좀 더 세련되고 화려하게 포장해 과감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 이러한 볼보의 자신감은 시장에서도 꽤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작은 디자인 하나에도 이젠 자신감이 뚝뚝 묻어난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볼보자동차는 2015년 50만 대 돌파에 이어 2020년까지 글로벌 판매량을 80만 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볼보는 북유럽의 소량 생산 메이커가 아니라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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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볼보의 플래그십은 국가원수의 차로도 사용될 만큼 위상이 높았다. 80년대의 760이나 90년대의 960은 각각 프레스티지, 로얄의 이름으로 쇼퍼 드리븐카 성격의 롱 휠베이스 버전을 판매했다. 그러나 98년에 나온 초대 S80이나 이 차의 바통을 이어받은 2세대 S80은 훌륭한 패밀리카이긴 하지만 전작들이 가진 대형 프레스티지 세단의 이미지는 다소 약했다. 물론 중국에서는 S80의 롱 휠베이스 버전인 S80L이 판매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 시장용이다. 그러나 신형 S90은 이제 전세계 어디에서도 통용될 만큼 당당한 사이즈와 매력적인 디자인에 첨단장비와 효율적인 파워트레인을 갖추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S90 롱 휠베이스 버전이 나온다면 이 차 역시 전세계 프리미엄 대형차 시장에서 통용될 차가 될 듯하다.

전통적인 소량 생산 메이커인 볼보는 현재 유연한 플랫폼과 신형 파워트레인(4기통 엔진과 8단 AT를 기반으로 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갖고 있다. 또한 신형 모듈러 플랫폼(SPA) 덕에 해치백부터 세단, SUV까지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으며, 기본이 되는 2.0L 가솔린/디젤 엔진 하나만으로 트윈차저와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통해 4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뽑아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각종 안전 및 자율주행 관련 기술은 앞으로도 볼보의 미래를 환하게 비춰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성공작 XC90과 S90은 볼보의 청사진에 날개를 달아줄 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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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에서 볼보차가 선전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하며 성장하고 있는 볼보자동차코리아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XC90에 이어 준대형(혹은 중형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도 S90의 활약이 돋보일 것으로 전망되기에 볼보차코리아는 2016년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가 활기차게 돌아가면 고객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 브랜드와 모델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AS망 확충 등으로 실질적인 운행상의 이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불어 소규모 브랜드일 때는 여력이 없어 추진하지 못했던 일들을 실행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소비자들의 이익으로 연결된다. 일례로 신형 XC90은 보험개발원에서 실시한 신차등급평가 결과 10등급으로 상향 평가됐다. 보험개발원의 차량등급은 1~26등급으로 나뉘며, 등급이 높을수록 자차보험료가 싸진다. 볼보는 포드,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푸조, 재규어 등과 함께 대부분의 차가 1~2등급인 불명예를 안고 있었던 대표적인 브랜드다. 때문에 새차를 구매해 자차보험료를 낼 때 다른 브랜드의 차보다 비싼 요금을 내야 했다. 그러나 XC90에 자신이 있었던 볼보차코리아는 새차를 내놓으면서 보험개발원에 신차 등급 평가를 신청해 XC90을 10등급으로 끌어올렸다. 2등급에서 10등급으로 상향되면 자차 보험료가 기존보다 약 31% 싸지는 효과가 있다. 아마도 S90을 내놓을 때 역시 볼보차코리아는 신차 등급 평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고객들이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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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메이커든 어떤 차든 활기차게 주목받는 모델은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 그런 면에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한국 법인의 행보와 매력적인 S90의 등장은 볼보차의 미래를 밝게 만듦과 동시에 오너들의 자부심 또한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V90과 V90 CC, 그리고?

볼보는 올해 1월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차세대 기함 S90을 발표한 데 이어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S90 베이스의 왜건인 V90을 발표했다. 과거 S80 베이스의 왜건을 V70으로 내놓았던 데 비해 이번에는 V90으로 세단의 숫자명과 이름을 같이 했다. 그리고 최근엔 V90 크로스 컨트리(CC)가 공개됐다. V90 CC의 공개로 볼보는 S90과 V90, V90 크로스 컨트리, 그리고 XC90으로 이어지는 네 종류의 90 레인지를 갖추게 됐다. XC70이 국내에서 판매량은 많지 않지만 타는 이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을 감안할 때 V90 크로스 컨트리 역시 국내에 출시된다면 XC90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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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기자가 기대하는 또 하나의 차는 S90 베이스의 럭셔리 쿠페 혹은 컨버터블이다. C70 쿠페와 컨버터블의 뒤를 잇는 모델 말이다. 이미 볼보는 XC90과 S90의 디자인을 예고했던 컨셉트 쿠페를 201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내놓은 바 있다. 이 쿠페 디자인이 지금의 XC90과 S90에 그대로 적용되었음을 감안할 때 이 컨셉트 쿠페가 양산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볼보자동차는 2015년 50만 대 판매를 달성한 데 이어 2020년까지 80만 대 수준으로 생산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XC90과 S90의 성공으로 이 목표치는 손쉽게 달성할 수 있겠지만, 볼보가 쿠페와 컨버터블까지 생산한다면 진정 풀라인업을 갖춘 럭셔리 메이커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지훈 편집장
사진
최진호, 최재혁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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