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우아함을 품은 럭셔리 세단을 경험하다 - 볼보 S90 시승기
컨텐츠 정보
- 901 조회
- 목록
본문
볼보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게 될 완전히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 S90이 한국 시장에도 출시되었다. 지난 해 연말에 공개된 볼보 S90은 새로운 외관 디자인을 비롯하여, 고급 세단의 품위에 걸맞은 인테리어 디자인, 그리고 안전과 반자율주행에 관련된 각종 첨단 기술들을 대거 동원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S90의 출시에 즈음하여,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는 시승행사를 열어, 볼보의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S90을 직접 경험하며 완전히 새로워진 볼보의 모습을 가늠해 본다.
S90의 외관 디자인은 볼보가 내놓았던 일련의 컨셉트카들(컨셉트 쿠페, 컨셉트 XC 쿠페 등)에서 보여준 새로운 기조를 적극적으로 양산차에 반영했다. 볼보자동차는 S90의 외관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컨셉트 쿠페의 디자인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의 눈 앞에 있는 완성된 S90의 외양은 이 말을 신뢰할 수 있게 한다. 정갈하고 군더더기 하나 없으면서도 힘과 안정감, 그리고 현대적인 세련미를 양립하여, 단번에 컨셉트 쿠페의 디자인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빚어진 S90의 외관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전통적인 특징이기도 한, `단순한 형태에서 오는 시각적 안정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화려한 기교보다, 단순한 형상 그 자체가 주는 `순수함`이 단정하게 살아 있는 S90의 외관 디자인은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들이 갈수록 더욱 화려해지고 과격해지고 있으며, 장식적 요소 또한 크게 강조하고 있는 경향에 다소 상반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조형을 통해 드러나는 `우아함`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다. 이 우아함은 S90의 확고한 개성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 특징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전륜구동임에도 불구하고, 앞바퀴의 위치가 후륜구동 자동차들과 같이, 눈에 띄게 전진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계적 특성 상, 후륜구동 자동차들에 비해 앞바퀴가 상대적으로 차체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는 일반적인 전륜구동 자동차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이 부분 하나로 인해, 차의 전반적인 비례가 보닛이 긴 후륜구동 세단들과 유사하게 되어, 더욱 당당하고 안정감 있는 풍모로 다가온다.
디테일에서는 고급 자동차의 디자인에 요구되는 섬세함이 아낌 없이 가미되어 있다. 새로운 시대의 볼보자동차 디자인을 상징하며, XC90에도 전격 채용된 바 있는 `토르의 망치(Thors Hammer)` 디자인의 LED DRL(주간주행등)을 필두로, 컨셉트 쿠페의 스타일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세로줄 라디에이터 그릴과 신규 아이언 엠블럼, 마찬가지로, 컨셉트 쿠페에서 가져온 `ㄷ`자 형상의 테일램프에 이르는 모든 요소들은 S90의 절제된 형상과 어우러져, 군더더기 없는 세련되고 명료한 S90의 외관을 완성한다.
시승한 볼보 S90은 가솔린 엔진을 얹은 T5 인스크립션, 그리고 디젤 엔진과 할덱스식 상시 4륜구동을 얹은 D5 AWD 인스크립션 모델이다. 인스크립션은 S90을 비롯한 볼보 모델들 중 최상위 트림에 해당하며, 본격적인 고급 자동차를 위한 다양한 편의사양들이 장비된다. 인스크립션 모델에는 모니터링 장비 등으로 유명한 영국 바워즈윌킨스(Bowers Wilkins) 사의 오디오 시스템을 사용하며, 소음 저감을 위해, 이중접합 유리를 윈드실드와 뒷유리뿐만 아니라, 측면의 모든 창에 전방위로 설치된다. 또한, 마사지 기능과 통풍기능, 그리고 착좌부 연장 기능이 포함된 전용의 앞좌석, 최고급 나파 가죽 마감, 핸즈프리 트렁크 리드 등의 고급 사양들이 대거 적용된다. VAT 포함 가격은 T5 인스크립션 7,190만원, D5 AWD 인스크립션 7,490만원이다.
실내는 먼저 출시된 플래그십 SUV, XC90과 유사한 레이아웃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기어 레버를 비롯한 주요 부품들은 숫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시보드를 비롯한 세부적인 형상들을 교묘하게 바꿔, 더욱 완성도 있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인스크립션 모델 특유의 무광 우드 패널은 나뭇결을 사선으로 배치하여 색다른 느낌을 주며, 실내 곳곳에 빠짐 없이 들어간 반광의 크롬 마감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좌석의 디자인은 XC90에서 드러났던 것과 유사한 형태이며, 인체공학적인 착좌부 디자인을 비롯하여, 인스크립션 모델 전용의 고급 나파 가죽 마감이 돋보인다. 돌출된 사이드 볼스터 등의 요소들은 앞좌석 뿐만 아니라, 뒷좌석에도 적용되어,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우수한 착석감을 자랑한다. 실내 공간은 앞/뒷좌석에 모두 넉넉하게 할당되어 있어, 낮은 전고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거주성을 제공하며, 트렁크 용량은 500리터에 달한다. 바닥이 깊지는 않지만, 앞뒤 길이가 길어, 골프백 등의 짐을 수납할 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두 차는 모두 볼보의 신형 직렬 4기통 엔진과 아이신 제 자동 8단변속기로 구성된 DRIVE-E 파워트레인을 채용하고 있다. 신형 직렬 4기통 엔진은 가솔린과 디젤엔진이 실린더 블록을 비롯하여 60%가량의 부품을 공유하며, 배기량은 1,969cc로 모두 동일하다. 심지어는 엔진 커버마저도 같은 것을 쓴다. 가솔린 T5는 254마력/5,500rpm의 최고출력과 35.7kg.m/1,500~4,8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디젤 D5는 235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48.9kg.m/1,750~2,2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공인연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가솔린 모델인 T5의 경우, 4기통 엔진으로서는 매끄러운 회전질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전방위로 이중접합 유리를 채용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음 대책이 유효하게 작용하면서 동급에서 손에 꼽을 만한 정숙함을 선사한다. 3,000rpm 이하의 저회전 영역에서는 불쾌한 소음이나 잡음을 내지 않는다. 디젤 모델인 D5의 경우, 비록 차량 외부에서는 엔진 소음이 적지는 않은 편이지만, 상기한 꼼꼼한 방음 대책으로 인해, 차내는 같은 배기량의 디젤엔진을 탑재한 동급의 유럽산 세단들에 비해 조용한 편이다. 회전질감 역시 우수하여, 진동도 꽤나 적은 편이다.
승차감은 두 차가 공통적으로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부드러움만을 추구하여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안락함을 충분히 끌어 올리되, 차체의 자세를 제어함에 있어서 서투른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 아주 전통적이고 정석적인 고급 세단의 승차감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볼보 세단들에 비해 한층 가볍고 탄력이 있는 느낌이 특히 인상적이다. 또한, 가벼우면서도 안정감 있는 느낌을 준다. 이런 면에서는 아우디나 BMW와 같은 독일식 세단을 의식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느낌은 급회전 구간이나 빠른 차선변경 등에서 나타나는 차체의 움직임에서 보다 확실해진다. 과거의 볼보 세단들은 대체로 경쟁사들의 동급 차종들에 비해 항상 무거웠으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둔중한 발놀림을 보여 왔다. 하지만, S90은 이러한 면에서 확실히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탄탄하면서도 가볍고 탄력 있는 느낌을 주는 차체와 절도를 잃지 않는 하체, 그리고 다소 향상된 직결감을 보이는 조향 시스템 덕에,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층 넓어진 트레드와 휠베이스에서 오는 안정감 역시, 차를 적극적으로 다루게 만들어 준다. 물론, 핸들링의 감각적인 면에서는 전륜구동 가솔린 모델인 T5와 상시 4륜구동 디젤 모델인 D5 AWD와의 모습이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T5는 보다 가볍고 기민한 모습을 보이며, D5 AWD는 보다 진중하고 안정감 있는 느낌을 준다.
가속은 기계적으로는 두 모델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제원 상의 0-100km/h 가속 시간은 T5가 5.8초, D5 AWD가 7.0초이며, 두 차 모두 충분하고도 남는 순발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감각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출발부터 중저속까지의 가속에서 T5는 빠르게 속도를 올리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느낌으로 전진한다. 반면, D5는 보다 힘차고 정력적인 감각으로 추진하는 기분이 든다. 고속에서는 두 차 모두 뒷심이 있어, 진득하게 속도를 차곡차곡 올려나가는 느낌을 준다.
볼보의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인 S90에는 브랜드의 기초이자, 출발점인 `안전`에 그야말로 만전을 기했다. 특히, 볼보의 통합 안전 개념인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는 차량과 보행자, 자전거까지 감지할 수 있는 기존 시스템에 비해 더욱 향상되어, 동물까지 탐지가 가능해져, 말, 엘크(elk) 등의 체적이 큰 동물도 밤낮에 관계 없이 탐지 가능하다.
또한,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라는 이름의 `반자율 주행(semi-autonomous drive)` 기능이 새롭게 지원된다. 이 기능은 고속도로 등의 선형이 완만한 도로에서 시속 130km/h 이내의 속도로 주행 중, 차선의 선형에 따라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조타한다. 물론, 볼보자동차는 이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고, 안전한 운행을 돕기 위한 것으로, 주행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으며, 항상 운전 중에는 전방을 주시하고 스티어링 휠을 파지할 것을 강조한다.
볼보자동차 브랜드의 신기원을 열게 될 S90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E세그먼트 고급 세단 시장의 문을 강하게 두드린다. S90은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설계, 새로운 기술로 무장하고 모든 면에서 총체적으로 변화한 볼보 브랜드의 방향성을 남김 없이 체감할 수 있는 매력적인 모델이다.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고급 세단이 한국 시장에서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