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SUV 탈을 쓴 재규어 스포츠카, F-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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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F-페이스 시승회가 열렸다. 작년 각종 국제모터쇼와 올해 부산모터쇼를 화려하게 장식한 F-페이스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찾아온 것. 행사는 철저히 시승 위주로 치러졌다.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트랙과 주변 국도, 그리고 험난한 오프로드 코스 등을 쉴 새 없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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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페이스는 재규어 최초의 SUV다. 그렇다. 우아하고 스포티한 차만 만들 것 같던 재규어도 결국 SUV를 만들었다. 물론 재규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SUV는 이제 자동차 브랜드에게 필수 품목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재규어가 SUV를 이제야 내놓은 게 더 이상하다.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한 식구가 된 지는 이미 꽤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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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규어는 첫 SUV를 내놓으면서 랜드로버에게 손을 벌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브랜드의 성격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재규어는 스포츠성을 가장 중시하는 브랜드. F-페이스는 재규어의 최신 모듈형 플랫폼인 iQ를 활용하고 있다. 재규어가 F-페이스를 ‘계절과 지형에 구애받지 않는 재규어 스포츠카’라고 정의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 독자 플랫폼이 있다.

재규어 고유의 스포츠성은 그대로

외모는 영락없는 재규어다. 긴 보닛, 짧은 프론트 오버행, 날렵한 루프 라인 등 스포티한 FR 비율에 F-타입의 고유 디자인 요소를 매끈하게 녹여냈다. 물론 기존 재규어와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어떤 SUV보다도 날렵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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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XE를 닮았다. 납작 누른 대시보드에 도어트림 상단과 윈드실드 하단 패널을 연결한 랩 어라운드 스타일을 더해 날렵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12.3인치 TFT 계기판, 10.2인치 인컨트롤 터치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레이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재규어를 상징하는 장비들도 빠짐없이 담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스포티한 운전 자세. 낮게 깔린 시트와 바짝 선 운전대 덕분에 시승 내내 SUV가 아닌 세단을 운전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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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한 외모와는 달리 실용성도 뛰어난 편이다. 무릎과 머리 위 공간이 모두 여유롭다. 성인 5명이 타도 부족하지 않을 수준이다. 짐공간 크기(650~1,750L)는 평범하지만, 개구부가 넓고 바닥이 낮아 짐 싣기가 편하다. 아쉬운 점은 다소 거친 마무리. 특히 글러브박스 입구 안쪽 모서리가 손 베일 듯 날카로운 건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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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페이스에는 V6 3.0L 디젤(30d)과 가솔린 수퍼차저(35t), 그리고 직렬 4기통 2.0L 디젤(20d) 등 총 3종의 엔진이 준비된다. 변속기는 모두 8단 자동이며 구동방식도 모두 네바퀴굴림이다. 주력 판매 모델의 자리를 꿰찰 20d는 최고 180마력, 43.9kg·m의 힘을 내며 옵션에 따라 프레스티지, R-스포트, 포트폴리오의 세 가지 트림으로 나뉜다. 최고출력 300마력의 30d는 S와 퍼스트 에디션의 두 가지 트림으로 나뉘며, 340마력의 35t는 R-스포트 단일 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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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회에는 20d와 30d가 나섰다. 트랙에서는 단연 30d가 돋보였다. 71.4kg·m의 풍성한 토크를 바탕으로 고저차가 큰 인제 스피디움을 정신없이 헤집고 다녔다. ‘스포츠카’라는 재규어의 주장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큰 몸집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날렵했다. 반면 주변 국도에서는 20d의 움직임이 더 인상적이었다. 30d의 출력이 그립긴 했지만, 앞머리가 더 가볍고(-150kg) 서스펜션의 반응이 더 솔직해 조작과 반응에서 오는 쾌감이 한층 더 컸다. 참고로 20d 시승차는 재래식 댐퍼, 30d 시승차는 어댑티브 댐퍼를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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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코스에서는 20d와 30d 모두 활기차게 움직였다. 최저지상고가 넉넉해 거친 돌부리도 거침없이 타고 넘을 수 있었다. ASPC(전지형 프로스레스 컨트롤) 덕분에 급경사 내리막길도 두렵지 않았다. 랜드로버의 엔트리 모델(디스커버리 스포츠)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사실 F-페이스는 랜드로버의 신차가 반드시 거치는 영국 이스트너 테스트 센터의 혹독한 오프로드 테스트를 통과한 모델. 재규어 코리아가 시승회에 험난한 오프로드 코스를 2개나 끼워 넣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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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페이스의 완성도는 눈부시다. 재규어 고유의 스포츠성을 잘 살리며 SUV가 가져야 할 미덕을 빠짐없이 챙겼다. 처음으로 만드는 SUV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물론 높은 완성도가 흥행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격, AS 등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는 제품의 완성도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재규어 코리아는 이미 승부수를 던졌다. 직접적인 경쟁자인 메르세데스 벤츠 GLC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더 스포티한 디자인과 움직임을, 포르쉐 마칸보다는 조금 무디지만 비슷한 가격에 더 넉넉한 차체와 공간을 제공한다는 계산이다. 이제 시장의 반응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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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 기자
사진
재규어 코리아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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