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대공, 왕좌를 꿈꾸다 - BMW 7시리즈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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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독일연방공화국(Bundesrepublik Deutschland)`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된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독일. 그러나 과거 냉전 시기에는 동서로, 제2제국 이전까지는 프로이센(Preußen, Prussia) 왕국을 주축으로 한 북독일 연방과 옛 신성로마제국의 선제후국(選帝侯國) 중 하나였던 남부의 바이에른 왕국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오늘날,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 자유주(自由州)가 이 바이에른 선제후국에서부터 비롯되었다. BMW의 고향인 뮌헨(Munchen)이 이 바이에른 왕국의 수도이자, 現 바이에른 자유주의 주도(州都)다.
BMW의 구석구석에는 남부 독일의 강자였던 바이에른의 상징들이 녹아 있다. 이름인 BMW부터가 `Bayerische Motoren Werke`, 즉 `바이에른의 엔진 제조소`라는 의미이며, BMW 로고를 채우고 있는 청과 백의 사각 패턴은 흔히 알려진 비행기 프로펠러를 형상화한 것이 아닌, 신성로마제국의 바이에른 선제후국 시절부터 사용해 왔던 국기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만큼 BMW라는 브랜드에는 고집 센 남부 독일인들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BMW의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는 바이에른의 자부심이라고 봐도 좋다. 남부 독일인의 기질을 한껏 타고 난 이 럭셔리 세단은 과거부터 옆 동네 슈투트가르트 태생의 귀공자,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상대해 왔고, 이후에는 같은 고장의 잉골슈타트에서 태어나, 스스로 귀족의 지위를 칭하고 나선 아우디 A8등과 경쟁해 왔다.
BMW 7시리즈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화려하고 더 호사스럽게 발전해 왔으며, 경쟁자들이 가지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끊임 없이 내놓으며 왕좌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BMW의 새로운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 7시리즈를 직접 경험하며, 그 진가를 알아 본다. 시승한 7시리즈는 5인승 구조의 750Li xDrive 모델이다. VAT포함 가격은 1억 9,180만원.
6세대를 맞은 BMW 7시리즈는 외관 디자인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7시리즈는 풀 모델 체인지를 거듭할 때마다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왔었고, 지금의 6대 모델도 그러한 인상을 받는다. 크리스 뱅글의 5세대 7시리즈가 주었던 충격만큼은 아니지만, 한 눈에 봐도 그 변화상을 직감할 수 있다.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얼굴이다. 얼굴의 변화에서 가장 크게 눈에 들어 오는 부분은 바로 헤드램프로, 이른 바 `앞트임`이라고도 불리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맞닿은 형태의 헤드램프를 채용했다. 이 디자인은 과거, 80~90년대 BMW 스타일에서 빌려 온 것으로, 이미 현행 BMW 모델들 대부분에 도입된 요소이기에 식상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디자인을 플래그십 세단인 7시리즈에까지 적용했다는 데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이 디자인은 한동안 BMW의 시그너처 스타일 중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시승한 750Li의 헤드램프 내에는 BMW가 양산차 업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레이저 램프가 탑재되어 있다. 레이저 램프는 기존의 제논 헤드램프에 비해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며, 광학 렌즈로 빛을 모아 주사하는 LED 헤드램프에 비해 광량과 빛의 도달 거리 면에서 월등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단, 레이저 헤드램프는 상향등 점등 시에만 작동한다. 이 획기적인 BMW의 헤드램프 모듈은 BMW와 같이, 뮌헨에 터를 잡고 있는 세계적인 명성의 조명기업인 오스람(OSRAM)에서 공급한다.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은 크롬 테를 더욱 두텁게 두르는 한 편, 세로줄은 보다 날카롭게 다듬어, 더욱 도드라지게 강조되어 있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그릴을 자동으로 개폐할 수 있는 기능이 최초로 적용되어 엔진의 냉각 효과도 갖추었다. 범퍼 하단은 가로로 긴 형태의 LED 안개등과 크롬 바를 삽입하여 한층 화려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측면의 실루엣은 길고 늘씬한 형상과 더불어, 특유의 호프마이스터 킥(Hofmeister kink) 스타일이 적용되어 있는 윈도우 라인 때문에 얼핏 봐서는 크게 달라진 점은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 시작하면, 한층 볼륨감 있는 몸매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어 캐치를 가르는 선명한 엣지 아래에 드러나는 근육질의 곡면이 그러한 볼륨감을 만들어 주고 있다. 차체 하단에는 전방 휀더의 에어 포일에서부터 뒷문 끝까지 이어진 크롬 바는 새로운 7시리즈의 옆 모습을 한층 화려하게 강조한다. 이렇게 빚어진 새로운 7시리즈는 지난 모델에 비해 한층 늘씬하고 시원스러워 보인다.
뒷모습에서는 최근 연이어 출시된 BMW X 패밀리와 GT 라인업의 모델들과 유사한 감각의 디자인으로 변화한 점이 눈에 띈다. 테일램프 중심까지 파고 드는 크롬 라인과 그를 감싸든 디자인된 LED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기존 7시리즈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이다. 뒷모습 덕에 7시리즈의 외관 디자인은 한층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감각으로 완성되어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BMW와도 다른 감각이 두드러진다. 실내를 에워 싼 형상과 소재, 마감 면에서 같은 점을 찾기 어렵다. 한층 현대적이고 장식적이며, 이로 인해 전반적인 분위기가 보다 화려하고 호사스러워졌다. 특히, 버튼과 다이얼 등의 조작감 등과 같은 손에 닿는 부위들의 질감이 크게 향상되어, 감성 품질 향상에 크게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계기, 버튼, 디스플레이의 배치 하나하나는 현행 BMW 모델들이 갖는 구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미 BMW 차종에 익숙한 운전자에게는 새로운 7시리즈의 새로운 분위기는 일거에 친숙함으로 바뀐다.
새로운 7시리즈는 키부터 남다르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장비한 7시리즈의 디스플레이 키는 일반적인 잠금, 트렁크 개폐 등의 기능 외에도 원격 시동 및 시동 정지 기능, 탑승 전 공조장치 선행 작동 기능, 서비스 시기 확인, 주행 정보 열람 등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그 외에 국내에는 인증 문제로 적용되지 않지만, 해외 한정으로 차량을 소폭 전/후진 시킬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이 키는 충전을 필요로 하며, 센터 콘솔 내부의 전용 무선충전 도크에 꽂아 충전시킬 수 있다.
새로운 7시리즈의 실내에는 외관, 혹은 그 이상으로 새로운 것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새로운 7 시리즈의 i-Drive. 4세대 모델부터 사용되어 왔던 i-Drive지만 6세대 7시리즈에서는 기존 i-Drive 컨트롤러 외에도, 정전기식 터치스크린을 지원한다. 한층 해상도를 높인 디스플레이와 함께, UI의 디자인도 한층 세련된 감각으로 변모했다. 터치 스크린 사용이 편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를 운전자 쪽으로 전진 배치하고 기능 아이콘의 크기도 커졌다. 오디오는 최근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이 속속들이 채용하고 있는 Bowers Wilkins 사의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7시리즈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능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양산차 업계에서 최초로 도입한 `제스처 컨트롤`이다. 룸미러 하단에 설치되어, i-Drive 화면 앞을 내려다 보고 있는 작은 카메라 모듈이 운전자의 손짓을 감지하여 해당 손짓에 할당된 기능을 작동시키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의 제스처를 숙지한 경우, 전방에서 시선을 뗄 필요가 전혀 없다. 제스처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기본 설정 기준으로, 볼륨조절, 다음 트랙/채널 이동, 전화 받기, 전화 거부, 전방위 카메라 시점 조절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새로운 7시리즈는 조명에 확실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본다. 헤드램프에 레이저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실내에는 다양한 형태의 조명을 적용한 점이 돋보인다. 야간에 차량에 접근하는 경우, 마치 레드카펫이라도 깔듯, 차량 하단에 길 모양의 조명을 조사하고, 실내에 들어서면, 파노라마 선루프 주변과 후방 도어 프레임 등, 곳곳에 만재된 무드 조명은 한층 호사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앞좌석은 전용의 컴포트 시트가 탑재되어 있다.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질감의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착좌부 일부에 파이핑과 누빔 처리를 더해 고급스러운 감각으로 완성했다. 착좌감은 어깨까지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 4방향으로 전동조절 가능한 허리받침은 물론, 등받이에는 어깨까지 조절 가능하며, 사이드 볼스터 역시 조절 가능하다. 전후로 움직이는 전동조절식 다리받침 또한 마련되어 있다. 머리받침 역시 전동으로 조절된다.
이로써 총 20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하여, 운전자세를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보다 안전하면서도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운전석에는 2개의 메모리 기능을 제공하며, 조수석과 더불어, 3단계의 열선 기능과 통풍 기능, 그리고 마사지 기능을 지원한다. 다만 7시리즈의 마사지 기능은 손끝으로 꼭꼭 눌러주는 느낌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지긋이 눌러주는 느낌에 더 가깝다.
5인승 사양인 시승차의 뒷좌석은 4인승 프레스티지 사양과 비교해도 딱히 부족하지 않을 만큼, 안락하고 부드러운 착석감을 지니고 있다. 비록, 전용 플로어 콘솔과 테이블 등이 빠져 있기는 하지만, 그것들을 제외한 모든 장비를 갖춰, 고급 대형세단의 위신에 충분히 걸맞은 편의성을 지니고 있다. 롱휠베이스 사양의 고급 대형 세단인 만큼, 항공기의 퍼스트 클래스 좌석과 같은 라운지 시트 기능이 마련되어 있으며, 마사지 기능도 양쪽 착좌부에 모두 제공한다. 뒷좌석은 4방향의 허리받침과 함께, 전동조절 기능, 그리고 앞좌석과 같이 3단계의 열선 기능과 통풍 기능, 그리고 마사지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의 공간은 롱휠베이스 사양의 대형 세단인 만큼, 여유가 넘치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또한, 앞좌석에서는 i-Drive를 통해 차의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다면, 뒷좌석에서는 7시리즈를 위해 삼성전자에서 만든 전용 태블릿으로 좌석 설정(전동조절, 마사지 등)을 비롯하여, 멀티미디어 기능, 조명 등, 차내의 다양한 기능들을 제어할 수 있다. 태블릿은 팔걸이에 설치되어 있으며, 필요에 따라 팔걸이에서 분리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뒷좌석에는 전용의 i-Drive 디스플레이가 비치되어 있다.
7시리즈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515리터로, 신형 S클래스의 461리터보다 크다. 공간 설계가 길고 깊게 되어 있어, 골프백 4개를 적재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편이다. 트렁크 내부는 꼼꼼하게 마감되어 있으며, 트렁크 리드는 키를 소지하고 있는 경우, 손을 대지 않고 개폐할 수 있는 이지 엑세스 기능을 갖추었다.
시승차인 750Li xDrive는 BMW의 4.4리터 V8 터보 엔진을 싣고 있다. 이 엔진은 BMW의 N63 계열 엔진으로, 수퍼 세단, M5의 것과 같은 계통의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450마력/5,500~6,000rpm, 최대토크는 66.3kg.m/1,800~4,500rpm에 달한다. 엔진에서 생성된 출력과 토크는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를 거쳐, BMW의 상시 4륜구동시스템인 xDrive를 통해 네 바퀴에 전달된다.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BMW 750Li xDrive는 8기통 엔진 특유의 맥동이 미묘하게 전달되기는 하지만, BMW의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에게 요구되는 우수한 정숙성을 유감 없이 뽐낸다.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 여유롭게 주행을 이어가다 보면, 이러한 고급 세단에게는 역시 가솔린엔진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3,000rpm을 넘지 않는 일상적 운행에서 750Li는 단지 은은하고 나긋나긋한 저음과 맥동을 부드럽게 흘려 보낼 뿐이다.
승차감은 그 동안의 전 라인업을 통틀어 가장 부드러운 감각을 준다. BMW는 승차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모든 방법론을 새로운 7시리즈에 투입했다고 말한다. 새로운 7시리즈에 적용된 카본 코어 차체 구조는 강철과 카본 파이버를 복합적으로 사용한 차체 구조로, 상대적으로 중량의 절감과 강건한 구조를 양립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탄탄한 구조를 바탕에 둔 7시리즈에는 오토 레벨링 기능을 갖춘 전후 에어 서스펜션을 비롯하여, 노면 상황에 따라 감쇄력을 조절하는 다이나믹 댐퍼 컨트롤, 롤(Roll)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능동형 롤 안정화 시스템, 전자식 안티-롤 바 등의 각종 장비들을 만재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예측 기능을 갖춘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라는 이름의 섀시 관리 시스템을 새로운 7시리즈에 신규 도입하였다.
이렇게 탑재된 다량의 첨단 장비들은 새로운 7시리즈의 승차감을 크게 향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차내에서 주행모드를 `컴포트 플러스`를 선택하면, 노면을 미끄러지듯 유유히 거니는 7시리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을 지향하는 그러면서도 차체의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부드러움을 추구하면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 모습은 과연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다운 모습이다. 새로운 7시리즈가 추구하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자리는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 뒤쪽의 VIP석이다. 이 자리에서는 새로운 BMW 7시리즈가 추구하는 안락함의 극의를 맛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새로운 7시리즈에는 선행 차량의 정지까지 대응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되어 있어, 정체 중인 도심에서도, 장거리 운행에도 용이하다. 또한, 차선 이탈을 감지하면 스티어링을 조타하여 복귀시키는 단계의 차선 이탈 경고 및 방지 장치, 전방 긴급 제동 기능 등의 다양한 안전 장비를 충실히 갖춰, 플래그십 세단이 갖춰야 할 안전 및 편의성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울러, 최근 럭셔리 세단 시장의 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반자율 주행 기능까지 지원한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발성을 바꾸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스로틀 리스폰스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회전 수가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 이 다음은 가속 능력을 시험해 볼 차례. 가속 페달을 카펫 너머로 짓이기기 시작하면, 이전의 나긋나긋하던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8기통 터보 엔진의 맹렬한 소리가 차의 안팎을 휘감는다. 제원 상 0-100km/h 가속 시간이 4.5초에 불과한 750Li는 8기통 터보 엔진의 포효와 함께 450마력의 힘을 네 바퀴로 모두 쏟아내며 가열찬 기세로 전진을 개시한다. 공차 중량만 2,155kg에 이르는 750Li xDrive지만, 실제 가속은 호쾌하기 그지 없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엇다 붙였다 할 때마다 후려치기라도 하는 듯한 기세로 등을 떠밀어 댄다. 가속 페달을 눌러 밟은 채 발을 놓지 않으면 100km/h쯤은 돌부리 하나 넘듯 간단히 뛰어 넘어, 그 이상까지 쉬지 않고 맹렬하게 속도를 올려댄다.
BMW 750Li xDrive는 기본적으로 휠베이스 연장형의 대형 세단이다. 이렇게 큰 차체를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는 운동 성능 면에서 필연적으로 부족함이 따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BMW 750Li xDrive는 급격하게 휘감아 들어가는 램프구간에서도,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지는 산악 도로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달리기 실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신감의 밑바탕에는 앞서 설명한 카본 코어 구조와 하체에 관련된 수많은 첨단 장비들, 전동식으로서는 조타가 정밀한 편에 속하는 스티어링 시스템, 그리고 BMW 스타일의 질기고 탄력적인 섀시 설정이 존재한다. 코너 안쪽을 향해 스티어링 휠을 감아 돌릴 때마다 중량만 2톤 남짓에 길이만 5미터를 훌쩍 넘는 차체가 꽤나 정직하고 영리하게 반응해 준다. 물론, 체적과 중량에서 오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운동 성능 면에서는 더 작은 체구를 지닌 동사의 5시리즈 세단이나 3시리즈 세단에는 비교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형세단으로서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는 스포티함이라 할 수 있다.
시승한 750Li xDrive의 공인 연비는 도심 7.1km/l, 고속도로 10.6km/l, 복합 8.4km/l이다. 시승을 진행하며 트립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구간 별 평균 연비는 다음과 같다. 출퇴근 시간대의 양재대로 일대에서 기록한 연비는 도심(혼잡) 4.3km/l를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정체가 심한 구간인 데다, 더웠던 날씨 탓에 에어컨과 통풍기능을 상시로 작동시켰으며, 오디오도 작동시키고 있었을 때의 연비다. 출퇴근 시간대를 지난,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구간에서도 공인연비 보다 다소 낮은 6.0km/l에 겨우 근접한 연비를 기록할 수 있었다. 반면,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정속 운행하며 기록한 평균 연비는 공인연비를 소폭 상회하는 11.7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필연적으로 많은 연료를 소모하는 대배기량 8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에, 상시 4륜구동까지 장착한 대형 세단으로서는 선전한 연비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BMW 7시리즈는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이 갖춰야 할 새로움과 이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하고 영리한 최신예 기술들을 자신 있게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BMW의 플래그십은 한층 영리해졌고, 한층 호화로워졌다. 과거부터 줄곧 운전하는 사람의 즐거움에 약간의 무게를 더 두어왔던 BMW의 플래그십은 한층 본격적으로 타는 사람의 위신에 무게를 실어주기 시작했다. 이는 창사 100주년을 앞둔 지금, 새로운 시대의 BMW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진정한 의미의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바이에른의 선제후는 진정한 럭셔리 세단으로 거듭남으로써 항상 럭셔리 세단계의 제왕으로 군림해 왔던 슈투트가르트 출신의 귀공자에게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왕좌를 꿈꾸는 바이에른 선제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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