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클럽맨, 현실과 타협한 별종
컨텐츠 정보
- 1,304 조회
- 목록
본문
2세대 클럽맨은 미니가 현실과 타협한 결과물이다. 크기를 늘려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고 오랫동안 고집해 왔던 비대칭 도어 등 불편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털어냈다. SUV가 득세하고 판치는 시장에서 비좁고 불편했던 클럽맨에 해치백 또는 왜건의 실용적 가치를 확실히 보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적절한 선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덩치를 부풀렸지만 2세대 미니 클럽맨의 체구는 여전히 왜소해 보인다. 이전 세대보다 차체 길이(4253mm) 293mm, 차폭(1800mm)은 115mm 늘었지만 커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길이나 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확장 폭이 작은 전고(1441mm/+16mm)가 이런 착시에 빠지게 한다. 완전변경 모델이지만 외관상 어떤 변화를 바로 알아채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변화를 읽어내려면 클럽맨에 더 가깝게 접근해야 한다. 의미가 없던 이전의 방식과 다르게 제대로 자리를 잡은 후석의 양쪽 도어가 가장 큰 변화다. 열리는 공간도 꽤 넓어 어느 방향에서든 2열에 타고 내리는 것이 편리해졌다. 후면의 후미등은 세로에서 가로 모양으로 변경됐다. 범퍼로 위치를 바꾼 차폭 등도 가로형이고 중앙에서 좌우로 분할돼 열리는 스플릿 도어 손잡이도 가운데에서 양옆으로 길게 배치해 노면과의 밀착감, 차체가 넓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준다.
미니다운 맛은 그대로다. 보닛까지 깊숙하게 파고든 동그란 헤드램프, 대형 싱글 프레임의 그릴과 배기구같이 생긴 에어 인테이크 홀 라인, 그리고 낮은 전고의 루프라인은 멀리서 봐도 미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채게 한다. 커진 차체만큼 실내 공간의 여유가 돋보인다. 1열과 2열 모두 충분한 앞 공간이 확보됐고 특히 옆 공간이 좋다. 2열에는 3명이 타도 예전 같은 불편함이 없다. 머리와 천장의 공간도 이전 세대보다 여유가 있다
2단계로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한 2열을 젖히면 최대 1250ℓ나 되는 화물 공간이 확보된다. 기본 용량은 360ℓ다. 스플릿 도어가 열리고 닫히는 느낌은 거친 편이다. 멋으로는 제 몫을 하지만 번거롭고 불편한 것은 그대로다. 미니의 다른 라인업과 차별화된 것이 또 있다. 클럽맨 전용대시보드는 원형 세터페시아와 클러스터 등의 구성이 다른 모델과 비슷하지만 에어벤트가 사각형이고 각 영역을 크롬 라인으로 확실하게 구분해 놨다.
버킷 타입 스포츠 시트의 착석감과 필요할 때면 불쑥 튀어 오르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크루즈 컨트롤, 패들 시프트, 그리고 스포츠 및 에코로 드라이브 모드와 같이 운전을 재미있게 해 주는 사양들도 가득하다. 시승차는 2.0ℓ 휘발유 엔진을 올린 클럽맨 쿠퍼 S 모델이다. 직렬 4기통 밸브트로닉 트윈 파워 터보 엔진으로 최고 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228km/h, 정지상태에서 출발해 7.1초면 100km/h 찍는 성능이지만 출력이나 토크 수치는 같은 차급의 다른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출발은 부드럽고 경쾌하다. 미니는 클럽맨에 다운사이징 개념보다는 엔진 출력을 높이는 데 더 주력하면서 경쾌하게 속도를 높여나간다. 하지만 보통의 2.0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 우월한 강점은 없다.
배기량이 낮은 1.6ℓ 터보 엔진으로도 이만한 수준의 출력이나 토크를 내는 모델도 흔하다. 힘으로 특별하게 내 세울만한 특징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대신 1250rpm부터 시작하는 최대토크는 인상적이다. 이런 맛을 길게 이어주는 끈기는 다소 아쉽지만, 초반부터 빠르게 반응하고 힘있게 속도를 올려주는 맛은 동급 최고다.
라이드와 핸들링도 수준급이다. 과격하게 차선을 변경하거나 급선회를 할 때 차체 균형도 잘 유지된다. 차체 안정감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은 따로 있다. 필요에 따라서 전륜과 후륜에 각각 다른 제동력을 주는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 급선회할 때 슬립을 감지해서 필요한 부분의 디퍼런셜 콘트롤도과 조향력을 높여주는 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이 차체 균형감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독립적으로 반응하는 멀티 링크 리어 액슬, 그리고 전륜에는 싱글 링크 스프링 스트럿으로 차체의 전후좌우 흔들림을 잘 잡아 놨지만, 노면 상태에는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노면 굴곡을 그대로 타며 차체가 요동을 치는가 하면 급제동을 할 때 직진 안정성이 무너지는 때도 잦았다.
사이드 월의 강도가 일반 타이어보다 강한 런플랫 타이어가 작은 차체의 안정감이나 승차감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증 복합연비가 11.7km/l인 미니 클럽맨 쿠퍼 S는 200km 조금 넘게 달리고 9.0km/l를 기록했다. 시승연비치고는 무난한 편이다. 가격은 4550만 원이다.
총평] 미니가 ‘판매증대’라는 현실과 타협하면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오리지널 미니보다 크기는 해도 전장이 4m도 안 되는 당찬 개성의 모델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선택의 문제일 뿐, 클럽맨 또는 컨트리맨 등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클럽맨은 실용적인 기능의 가치에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열고 닫기 불편하고 미니 앰블럼을 구석으로 밀어낸 스플릿 도어의 존폐 여부다.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