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모난 데 없이 잘 만든 중형 세단, 닛산 알티마 2.5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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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편중이 심한 수입차 시장이지만 그 중에서도 3,000만원대 중형 패밀리카 시장은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을 앞세운 일본 세단들이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중 하나인 5세대 알티마가 데뷔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되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닛산 세계 판매량의 중핵을 담당하는 알티마가 라이프 사이클 중간에 이르러 담아낸 변화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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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말까지만 해도 동일 세그먼트의 차를 지역별로 달리 하는 일은 자동차 회사의 정책이었다. 지역별 취향에 따라 앞뒤 모습을 다르게 한 차가 팔리는 경우는 물론이고, 플랫폼만 빼고는 모조리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 파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지역 모델들은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표준화된 단일 모델을 싸게 만들어 많이 파는, 이른바 ‘글로벌 통합 전략차’가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북미용 알티마, 그리고 나머지 지역엔 티아나라는 이종 정책을 고집하던 닛산도 결국은 이 둘을 하나로 합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2012년의 5세대 알티마다. 과거 티아나가 팔리던 곳은 이제 알티마가 3세대 티아나의 이름을 붙이고서 그 자리를 대신한다. 우리도 1세대 티아나를 2세대 SM5로 생산해 ‘국산차’로 소비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닛산의 ‘세계 전략차’는 캠리나 어코드에서는 느끼지 못할 묘한 상념에 빠지게 한다. 만약 삼성자동차가 르노에 합병되지 않았다면, 그래서 닛산과의 제휴생산 관계를 그대로 끌고 갔다면, 지금 만나는 SM5는 이 차였을 수도 있었을 테니.

닛산의 글로벌 통합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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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알티마는 어디까지나 미국에서 만들어진 닛산의 글로벌 통합 중형차다. 4년차에 이루어진 디자인 변경으로 이젠 신형 무라노, 맥시마처럼 패밀리룩을 공유한다. 처음에는 꽤 날카로운 인상으로 다가왔던 구형 모델은 이제 보니 유순한 쪽에 속한다. 테일램프는 더 길어져서 트렁크 리드까지 연장되었다. 부메랑을 형상화시켰다는 헤드라이트나 V모션 그릴 때문에 차의 인상이 사뭇 터프해졌다. 라인은 많아졌지만 공기저항계수는 더 낮아졌다. 일정 속도에 이르면 자동으로 그릴을 닫는 액티브 그릴 셔터와 하부커버를 추가해 만들어낸 공기저항계수(Cd)는 무려 0.26. 중형 세단으로서는 기록적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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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테리어와 달리 인테리어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가격대에 어긋나지 않는 충실한 품질감은 분명하게 전해진다. 닛산이 자랑하는 ‘무중력’ 시트는 실제로 나사(NASA)의 기술이 피드백된 제품이 아니며 이름처럼 중력이 사라진 느낌도 주지 않지만, 편안하게 몸을 받쳐주는 좋은 시트인 것은 분명하다. 장시간 앉아 있다 보면 시트와 맞닿은 신체 부위에 느껴지는 압박이 현저하게 낮은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보스 오디오가 탑재된 7인치 내비게이션 유닛은 이제 블루투스를 지원하며 플레이 중인 음악은 계기판의 4인치 LCD에도 빠짐없이 정보를 표시해준다. 조작이 매끄럽다보니 마치 닛산이 개발한 순정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국내 업체가 만든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없는 순정 오디오 시스템의 프론트 패널만 떼어내고 새로 7인치 내비게이션과 그에 맞는 오디오 패널을 결합시킨 것으로, 이미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꽤 커다란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본사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수입차가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를 만족시킬 방법으로는 꽤 좋은 접근방식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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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티마는 V6 3.5L 대배기량 엔진도 얹지만 주력 모델은 역시 4기통 2.5L 엔진. 하이테크라 할 만한 기술은 보이지 않는 평범한 MPI 방식이지만 180마력의 출력과 24.5kg·m의 토크는 중형 세단을 이끌기에 모자람이 없다. 가속은 부드러우며 감속도 확실하다. 잘 만든 가솔린 엔진의 조용하고 매끄러운 회전질감은 디젤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한들 따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런 부드러움을 한층 끌어올려주는 것은 무단변속기(CVT). 듀얼 클러치가 대세로 자리하기 훨씬 전부터 한결같이 CVT에 집착한 회사가 바로 닛산이다. 이유는 한 가지, 부드러움이 아닌 탁월한 연비 때문이다. 동력손실이 적고 기어비가 넓은 CVT는 연비특성을 개선하는 데 최선의 방법이다. 알티마의 평균연비는 13.3km/L.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높을 뿐 아니라 실제로 달려보면 공인연비를 슬쩍 웃도는 계기판의 연비 수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까지도 CVT의 특성으로 지적되던 낮은 엔진회전수에서의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느긋하게 달릴 때면 CVT의 특성을 한껏 살려 낮은 회전수를 유지하지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회전수가 올라가다 업 시프팅을 하듯 툭 떨어지는 D스텝 튜닝이 적용되어 있다. 가속을 하면 엔진회전수가 고정된 채 속도만 올라가는 일명 ‘고무밴드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작동이 마치 토크컨버터 방식처럼 자연스럽다보니 변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해보고 싶어지지만 수동 변속 모드나 시프트패들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이 차가 생각 이상으로 잘 달려주기에 더 아쉬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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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댐퍼와 리어 스프링의 영향으로 구형에 비해 롤이 20% 가량 줄어들었고 브레이크 기반의 토크벡터링 시스템인 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도 꽤 잘 작동하는 듯하다. 코너 안쪽 바퀴에 알아서 제동을 걸어서 밀려나가는 앞머리를 코너 안으로 밀어넣은 느낌이 꽤 괜찮다. 코너를 떨쳐 나오면서 부풀어 오른 라인을 수정하지 않아도 되는 전륜구동 세단은 진짜 오랜만이다. 오직 승차감을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해버리는 일반적인 방식을 알티마는 전혀 따라가지 않았다. 코너링의 한계가 높지만 승차감이 부드러운 것은 17인치 휠과 215 타이어의 영향도 크다. 스타일링을 위해 18인치 휠을 억지로 넣지 않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기본 장착된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LC가 좋은 타이어라는 점도 한몫한다. 국산 중형차에 달린 빈약한 OE 타이어를 생각하면 알티마의 그것은 황송할 정도의 성능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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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세단에는 중요한 안전장비도 충실하다. 자동으로 가감속을 조절하며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나 충돌을 예측하고 경고하다가 피할 수 없으면 제동을 거는 비상 브레이크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한 세대 전에는 플래그십에서나 보이던 액티브 세이프티 장비들을 이제는 중형 세단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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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차

닛산의 글로벌 중형 세단이라는 중역을 맡은 만큼 이 차에는 만인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닛산의 고민이 가득 들어가 있다. 품질과 주행능력은 확인했으니 남은 것은 신뢰성 정도일 것이다. 글로벌 전략 차종으로 위치가 승격되었음에도, 알티마의 최우선 시장은 단연 북미다. 단일 세그먼트로 한해 200만 대가 넘게 팔리는 북미 중형 세단 시장은 세계의 자동차 시장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톱3 타이틀을 수십 년째 놓지 않고 버텨온 차가 바로 알티마다. 이미 150만 대가 넘는 5세대 모델이 팔렸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알티마라는 차에 걸려 있는 신뢰의 크기를 증명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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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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