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기아 니로, ALL A는 아니지만 ALL B+는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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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하이브리드 SUV인 니로는 1등은 아니지만 모든 과목에서 뒤처지지 않는 모범생다운 차다. 동급 대비 긴 휠베이스로 넉넉한 뒷좌석을 갖추었고 고속주행에서도 하이브리드다운 정숙함이 돋보인다. 운전습관이나 교통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고른 연비를 내는 것도 장점.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매력을 품고 있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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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자동차 최초의 하이브리드 SUV 기아 니로가 등장했다. 최초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현대 아이오닉과 같은 플랫폼으로 만든 니로는 국산 소형 SUV(쌍용 티볼리,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들과 경쟁하게 된다. 디젤과 가솔린 엔진을 얹은 경쟁자들과 달리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은 게 니로의 특징.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소형 SUV 시장에서 디젤 대신 가솔린 하이브리드로 무장한 니로는 과연 얼마만큼의 매력을 갖고 있을까? 행여나 아이오닉의 플랫폼에 SUV스러운 껍데기만 씌워놓은 것은 아닐까? 니로는 과연 기아가 말한 대로 스마트한 SUV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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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외관은 2% 아쉽다. 적어도 하이브리드카에는 일반차들과 다른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포인트가 있기를 소비자들은 바란다. 기아 또한 이를 간파한 듯 니로의 TV 광고는 영화 ‘매트리스’에 나올 법한 남자가 자신의 이름이 니로라 외치는 공상과학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하지만 실제 마주한 니로에는 그런 이미지를 찾기 힘들다. 못하는 것과 안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데, 그동안 기아차가 디자인에서 강점을 보여 왔던 것에 비해 니로의 디자인은 좀 심심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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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함에 대한 기대를 배제한다면 디자인은 괜찮은 편이다. 기아차 특유의 호랑이코 그릴은 차체 사이즈에 비해 조금 크지만 세로로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헤드라이트와는 잘 어우러진다. 차체가 낮아 SUV보다는 크로스오버 같은 느낌이다. 프론트 오버행이 짧은 편은 아니지만 긴 휠베이스와 적당한 선에서 떨어지는 해치 라인으로 인해 측면 비율이 좋다. 차체 옆면에 별다른 기교가 없어 제원보다 덩치가 더 커 보인다. 뒷모습에서는 ㄱ자 모양의 LED가 3개 박혀 있는 리어램프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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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정리정돈을 잘 해놓았다. 대시보드가 평평하게 디자인되어 깔끔하면서도 확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3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은 나름 감각적이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손에 감기는 맛이 일품인 아이오닉의 그것보다는 덜 인상적이다. 동급 최장이자 싼타페(DM)와 동일한 2,700mm의 휠베이스와 해치까지 수평하게 이어지는 루프 라인 덕분에 뒷좌석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고 트렁크는 평상시 427L, 폴딩시 1,425L까지 적재공간을 넓힐 수 있어 SUV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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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이지만 다양한 안전 및 편의장비를 갖춘 것도 니로의 장점. 7개의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기본 장착되며, 차선이탈경보 시스템(LDWS)을 비롯해 사각지대에서 접근하는 차를 인지하는 후측방경보 시스템(BSD),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스티어링 휠 히팅 기능, 그리고 통풍시트까지 다양한 장비를 트림별로 갖추었다. 프레스티지 트림부터 고를 수 있는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크렐(KRELL)은 맑은 음색으로 운전자의 귀를 즐겁게 한다. 센터콘솔 뒷부분에 있는 220V 파워 아웃렛도 꽤 쓸모 있는 장비 중 하나다.

기대 이상의 정숙함과 안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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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니로를 경험할 시간. 4월 7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는 양평을 반환점으로 하는 코스로 진행됐다. 첫 움직임은 부드럽고 고요하다. 전기모터만 가동되는 EV 구간은 물론 엔진이 함께 돌아갈 때도 조용하다. 이는 디젤 엔진의 비중이 높은 소형 SUV 시장에서 니로가 보이는 분명한 강점이다. 니로는 1.6L GDi 엔진(105마력)과 전기모터(32kW)가 힘을 합쳐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27.0kg·m의 힘을 앞바퀴에 전달하는데, 실용영역에서 무난한 성능을 보여준다.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변속이 빠르지 않지만 특별한 충격 없이 부드럽게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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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의 대부분을 고속으로 주행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본격적인 SUV 정도는 아니지만 세단보다 높은 차고임에도 불구하고 고속에서 풍절음 유입이 적어 조용했다는 점이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며 공기저항계수가 더 낮은 아이오닉이 고속주행에서 엔진소음 및 풍절음이 컸던 것과 비교된다. 이는 이중접합 윈드실드와 두꺼운 도어글라스, 대시보드 패널 두께 최적화 및 삼중 구조 흡차음재 사용으로 NVH에 신경을 쓴 결과라는 게 기아 측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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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우수한 고속안정감이다. 유럽산 SUV처럼 노면에 깔리는 느낌은 아니지만 이전 국산 SUV처럼 붕 뜨는 불안함이 들지 않았다. 또한 고속 코너에서도 네바퀴의 접지력이 모두 살아있어 안정적이었다. 이는 후륜에 장착된 멀티 링크 서스펜션이 적잖은 도움을 주는 듯한데 구불구불한 길에서도 제법 담백한 코너링이 가능했다. MDPS(전동식 파워스티어링 휠)는 주차시 살짝 들리는 모터 소음 이외에 큰 불만이 없었지만 고속에서 여전히 묵직해지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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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역시 좋은 연비. 사실 시승 도중 길을 잘못 들어 도착 시간을 맞추기 위해 연비주행을 포기했었다. 적극적인 스포츠 주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비는 16km/L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18인치 휠의 시승차 복합연비는 17.1km/L). 이번 시승회에서 30km/L대의 연비를 기록한 차들도 종종 있었다. 시승차가 18인치 휠을 신었던 것을 감안하면 16인치 휠일 경우 보다 좋은 연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16인치 휠의 복합연비는 19.5km/L). 고속 크루징에서는 대부분의 차가 평소보다 연비가 좋아진다. 하지만 니로는 막히는 도심 구간에서 연비가 더 좋아지는 하이브리드의 특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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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로는 학급 1등 혹은 얼짱이나 싸움짱은 아니지만 회장으로 출마한다면 넌지시 한 표를 던지고 싶은 친구다. 공부벌레는 아니지만 모든 과목에서 뒤처지지 않고, 박력 있지는 않지만 남자다우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준수한 외모로 많은 친구들에게 호감을 얻을 만한 그런 친구. 조용하게 달리면서 운전자의 주머니를 챙겨주는 배려심과 넉넉한 실내공간 등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진득한 매력을 발산하는 니로는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SUV는 결코 아니지만 경제성과 실용성, 편의성 등에서 두루 B+ 이상을 줄 만한 스마트한 SUV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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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욱 기자
사진
기아 자동차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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