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세계최고의 오케스트라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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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모든 게 두 번째다. 일생에 한 번 와보는 것도 꿈에서나 가능하다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방문이 두 번째고,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제대로 느껴보는 것도 두 번째다. 그리고 두 가지(콰트로포르테, 시칠리아) 모두 아름답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각 분야의 최고 아닌가? 예술작품으로까지 인정 받는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아름다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도약이라는 의미는 풀모델체인지 때나 쓰지만, 이번 콰트로포르테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과감히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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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는 신형 콰트로포르테를 통해 두 가지 디자인언어로 고객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콰트로포르테 트림을 더욱 세분화한 것. ‘그란 루쏘’와 ‘그란 스포트’. 그란 루쏘가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강조했다면 그란 스포트는 보다 역동적인 언어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만큼 고객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란 루쏘와 그란 스포트는 각각 디젤모델 및 가솔린엔진을 얹은 기본형, 그리고 S, S Q4, GTS로 나뉜다. 총 열 가지 트림으로 이루어진다.

▲ GTS의 심장. 형제로는 캘로포니아 T와 488 GTB가 있다

디젤엔진은 V6 3.0리터로 275마력의 최고출력과 61.2kg·m의 최대토크를 내며, 가솔린 기본형 모델은 3.0리터 트윈터보로 350마력의 출력을 자랑한다. S와 S Q4는 기본형과 배기량은 같지만, 출력이 410마력으로 급상승한다. S Q4는 네바퀴굴림. 가장 상위등급 GTS는 아름다운 배기사운드를 토해내는 V8 3.8리터 트윈터보 엔진이다. 현재 페라리 캘리포니아 T 및 488 GTB에 올라가는 F154엔진을 베이스로 했다. 최고출력은 530마력이며, 고성능 모델답게 테일파이프도 역동적인 디자인이다. 마세라티에 올라가는 엔진은 보통 페라리에서 가져다 쓴다고 알고 있지만, 엔진 대부분은 설계부터 마지막 수정사항까지 마세라티·페라리의 공동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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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와의 콜라보레이션

한국 미디어가 시승한 차는 그란 루쏘 S Q4. 멀리서도 존재감을 뽐내는 디자인은 가까이 갈수록 고급스러움으로 바뀐다. 두 가지 디자인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그란 루쏘는 부드러운 컬러의 가죽시트와 우드트림을 많이 썼다. 핸들 역시 가죽으로 둘렀다. 그란 스포트는 카본을 많이 사용했다. 특히 정열의 레드 컬러 시트와 잘 어우러졌다. 두드러진 특징은 이탈리아 명품 패션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시트 및 도어트림 등을 함께 작업했다는 것. 이런 이유 때문인 걸까? 시트는 아늑한 느낌으로 온 몸을 포근히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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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 루쏘 S Q4에 올랐다. V6 3.0리터 트윈터보 가솔린엔진은 마세라티 역사상 첫 SUV인 르반떼에도 올라간 유닛이고, 요즘 한국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기블리에도 얹었다. ZF 8단 자동기어는 촘촘한 기어비로 부드럽게 오르내리며 콰트로포르테를 품위 있게 다스렸다. 시내주행에서는 더 없이 편안하다.

시칠리아 도로사정은 한국 출퇴근 시간 못지 않았다. 엄청난 자동차행렬이다. 한국에서야 사고 때 보험회사를 부르면 되지만 타국에서는 간단한 접촉사고도 큰일이다. 그래서 운전자 드라이브 지원시스템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비상상황에서 제동을 걸어주는 브레이크시스템은 찰나의 순간에 도움을 준다. 이외에도 스톱/고 및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앞차와의 추돌이 예상되면 경고를 해주는 충돌경고시스템, 차선이탈경고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모든 첨단장비들은, 요즘 대세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의 기본이 되는 항목. 이에 대해 마세라티 상품마케팅 엔리코 빌리(Enrico Billi)는 “마세라티의 컨셉트는 드라이버가 즐기는 자동차다. 다양한 첨단장비를 갖추고 자율주행을 할 수도 있지만, 마세라티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 첨단장비는 그저 어시스트 역할일 뿐이다. 자동차는 드라이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드라이버는 마세라티와 즐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세라티답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 3천799cc V8 트윈터보의 그란 루쏘 GTS는 530마력에 66.3kg·m를 토해낸다. 움직이는 로켓이 따로 없다

시내를 벗어나 다시 스포트 모드로 돌리면 한층 커지는 배기사운드가 선명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치솟는 분당회전수는 56.0kg·m의 최대토크를 남김없이 아스팔트에 뿌린다. 최고속도는 시속 286km. 참고로, GTS의 최고속도는 시속 310km. S Q4의 계기반에는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어떻게 힘을 배분하는지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Q4 시스템은 50:50 비율에서 뒷바퀴에만 100퍼센트 동력을 몰아 줄 수도 있다. 동력배분에 걸리는 시간은 단 0.15초. 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드라이버가 느끼기는 힘들다. 느낄 수 있다고? 그렇다면, 당신의 운전은 신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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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사운드는 가속페달을 더욱 깊숙이 밟게 만든다. 가속페달을 밟는 깊이에 따라 또렷한 선율이 울려퍼진다. 터보를 받아들인다는 건 배기사운드가 약해지거나 자연흡기 대비 소리가 약해진다는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음향전문가 마세라티는 예외다. 아름다운 소리는 마세라티의 특권이자 자랑. 마세라티 홍보담당 엠마누엘 까메리니(Emanuele Camerini)는 “신형 콰트로포르테의 NVH를 강화했다. 엔진 및 배기사운드 음색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노이즈를 최대한 잡았다. 더욱 청명한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은 조금의 과장도 없었다.

▲ 타르가 플로리오 로드

시칠리아의 굽이길은 Q4의 성능을 뽐내는 무대로 손색이 없었다. 사실 마세라티가 시칠리아에서 콰트로포르테 시승회를 연 이유가 있다(박스기사 참조). 도로 폭이 넓지 않았지만 문제될 건 없다. 핸들을 돌리는 대로 즉각 반응하는 앞바퀴와 이를 놓치지 않게 부지런히 따라오는 뒷바퀴. 자주 등장하는 터널은 안 그래도 웅장한 배기사운드에 스피커를 연결해주는 아드레날린. 드라이버는 사운드에 발 맞춰 스티어링 휠 및 가속페달만 조작하면 된다. 콰트로포르테 같은 고성능모델에게 브레이크성능은 엔진성능보다 더 중요하다. 아무리 빨라도 제대로 멈추지 못하면 ‘무식한 빠른 차’로 끝나버린다. 그래서 뒷바퀴에 4피스톤이 더욱 믿음직스럽다.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인다. 레브매칭 되면서 다시 퍼지는 환상의 선율. 마세라티 드라이버가 항상 설렘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 그란 루쏘 GTS의 당당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은 시칠리아에서도 빛났다

그렇게 한참을 웅장한 사운드를 느끼며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 그 유명한 타르가 플로리오 로드. 마세라티 창립자 알피에리 마세라티의 우승을 시작으로 이후 마세라티가 주름잡았던 바로 그 길. 신형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그란 루쏘 S Q4는 1926년 당시의 레이스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드라이버의 눈과 스티어링이 한 몸이 되어 코너를 거침 없이 정복해가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90년 전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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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arga Florio

마세라티는 1937~1940년까지 4년 연속 타르가 플로리오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 알피에리 마세라티의 티포 26

시칠리아는 마세라티에게 큰 의미가 깃든 곳.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을 달리는 자동차경주 타르가 플로리오(Targa Florio)는, 1906년 시칠리아 출신 귀족 빈센초 플로리오가 만들었다. 지난 1977년 막을 내릴 때까지 자동차경주역사상 가장 험준한 코스를 달리는 레이스로 꼽히기도 했다. 빈센초 란치아부터 엔초 페라리, 타지오 누볼라리, 스털링 모스, 그리고 마세라티 창립자 알피에리 마세라티까지, 이 경기에 참가했던 레이서 출신 중에는 어마어마한 인물이 많았다.

알페리오 마세라티는 1926년 티포 26(the Tipo 26)으로 처음 타르가 플로리오에 참가했고, 바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을 기점으로 이탈리아가 국제자동차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나 마세라티는 1937~1940년까지 4년 연속 타르가 플로리오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것도 4년 연속으로 포디움 세 자리를 마세라티가 차지했던 것. 한편, 비슷한 시기(1939~1940)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500에서도 마세라티가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지금까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500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일한 이탈리아 메이커이기도 하다.

최윤섭 편집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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