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엔진의 전설, 마쓰다 RX-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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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다가 로터리 엔진을 얹은 새로운 스포츠카를 양산할 것이라고 기사를 쓸 때마다 10만원씩 돈을 저금했다면, 아마도 100만원은 족히 모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예측은 계속된다. 도쿄모터쇼에서 마쓰다는 다시 한 번 또 다른 로터리 엔진 콘셉트 카를 내놓았다. 마쓰다 모델 라인업에서 로터리 엔진 승용차가 있었던 것은 이미 오래전이고, 모든 자동차회사 라인업에서 로터리 엔진이 사라진 지도 오래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콘셉트 카는 기대를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우리는 예전 로터리 엔진 차를 시승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나중에 나온 차인 RX-8을 빌릴 수도 있었지만, 나는 초기 로터리 차의 순수함을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RX-7 1세대 모델이나 그에 가까운 차를 고집했다. 시승차는 1세대 RX-7 후기형으로, 모델 수명 중반에 이루어지는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틀은 오리지널 RX-7 그대로다. 기계적인 부분은 이상이 없고, 여기저기 긁힌 부분과 손질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지만 대담하고 튼튼해 보인다. 그리고 귀엽기까지 하다. 1983년에 만들어진 차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상만큼 깜찍하지는 않다.
특히 미국에서 인기가 많았는데, 미국인들은 작은 차를 좋아하지 않는 만큼 차체 길이는 4.3m에 육박한다. 좌석 구성은 최신 86처럼 2+2(미국 버전은 2인승이어서 뒷좌석을 기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이지만, 너비가 1,675mm에 불과해 오늘날의 차에 비하면 훨씬 비좁다.
카펫과 벨루어로 둘러싸인 실내에 몸을 실으면 훨씬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실내 색상과 마무리는 이 차가 만들어진 시기를 여실히 드러낸다. 운전자와 동반석에 탄 사람은 무척 가깝게 앉게 되고, 얇은 도어와 유리 부분에서 오래된 차라는 사실이 확연히 느껴진다. 차에 탄 상태로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반면, 작은 A 필러 덕분에 전방 시야는 훌륭하고 뒤쪽도 마찬가지다. 뒤쪽에는 대형 유리 해치가 있어 후방이 훤히 보인다. 요즘 차들 가운데 이처럼 시야가 훌륭한 것은 없다.
운전석 위치도 크게 잘못된 점은 없다. 좌석은 요즘 쿠페들보다는 조금 높고 스티어링 컬럼은 조절할 수 없다. 하지만 페달은 간격이 잘 맞추어져 있고 스티어링 휠 크기는 만족스럽다. 물론, 모든 것은 고전적인 느낌이다. 그렇다면 엔진은 어떨까?
보닛을 열면 멋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쓰다는 차체 무게배분 비율을 50:50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엔진을 앞 차축 뒤로 밀어냈고, 2로터 엔진은 연료분사장치 대신 카뷰레터를 써 작동한다. 각 연소실은 573cc로 매우 작다. 기술적으로 보면 배기량이 1,146cc이지만, 로터리 엔진은 크랭크샤프트가 한번 회전할 때 모든 연소행정이 끝나므로(일반 엔진은 전체 사이클이 끝나려면 크랭크샤프트가 두 번 회전한다) 일반적인 엔진의 2,292cc와 맞먹는다.
당시에는 그 정도 배기량이면 106마력의 출력과 14.5kg.m의 토크를 내기에 충분했다. 전비중량이 1,024kg인 것을 감안해도 대단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활기를 느낄 만큼 힘이 있다. RX-7이 처음 나왔을 때 〈오토카〉의 테스트 기록은 최고시속 193km, 0→시속 100km 가속 시간 8.9초였다. 이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때마다 기록은 더 빨라졌다.
이처럼 요즘 기준으로는 놀랄 만한 성능이 아니지만 엔진의 부드러움과 변속의 매끄러움은 대단히 훌륭하다. 오늘날에는 출력이 낮은 수동변속기 차들이 종종 가장 매력적인 변속감을 나타낸다. 어차피 적당한 수준의 토크만 감당하면 되므로 굳이 튼튼하게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RX-7에 쓰인 것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판매되고 있는 다른 차들에 쓰인 것만큼 좋다.
엔진이 가진 능력을 완전히 활용하려면 변속이 매끄러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토크는 충분하지만, 이 엔진은 높은 회전수에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빠르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이며, 듣기 좋은 소리를 낸다. 회전수가 올라가도 전혀 거칠어지지 않고 난폭해지거나 진동이 심해지지도 않는다. 말벌이 날아다니는 듯한 여린 울림을 배기구로 밀어낼 뿐이다.
RX-7이 주는 느낌은 대부분은 고전적 감각이지만, 엔진만큼은 그렇지 않다. 6,000rpm쯤부터 시작해 회전한계인 7,000rpm에 가까워지는 사이에 경고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액셀러레이터를 계속 깊게 밟고 있으면 기어를 다시 변속하지 않는 한 계속 회전수를 올리고 회전 한계를 넘어서기까지 한다(전자식 연료분사장치 대신 카뷰레터를 쓰기 때문이다).
다른 부분들은 RX-7이 판매되던 당시의 감각에 더 가깝다. 파워 스티어링이 아닌 탓에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돌리려면 3.5바퀴에서 4바퀴 정도를 감아야 한다. 한계점이 불분명하다는 것에 대비해 어느 정도까지 스티어링 휠을 힘껏 돌리느냐에 따라 회전수는 달라진다. 그리고 RX-7은 예나 지금이나 드리프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기가 높기는 해도, 스티어링 휠 회전수를 감안하면 이 차를 가지고 드리프트를 시도하기는 꺼려진다.
대신, RX-7은 고전적인 쿠페처럼 운전할 때 가장 재미있다. 185/70 R13 규격 타이어를 끼우고 달리는 RX-7은 운전자의 의도를 잘 따르며 느긋하게 잘 달린다. 그 덕분에 운전이 쉽고 편하다. 스티어링 반응은 중립적이고 코너링 때 차체 기울어짐은 적당한 수준이다. 고속도로 정속주행 때에는 편할 듯하고, 클래식카들이 그렇듯 놀랄 만큼 실용적이면서 가격도 비싸지 않다. 다만 구하기가 쉽지 않다.
RX-7에는 20세기 중반에서 후반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나온 차들 특유의 개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엔진은 2010년대 기준으로도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울 것이다. 이제 마쓰다가 최신의 기준에도 완벽하게 들어맞는 차를 만들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 자, 슬슬 저금을 시작해보자. 마쓰다가 확실히 결정을 내릴 시기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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