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와 보낸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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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슈퍼벨로체)를 타고 실제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까? 시속 290km로 달리기, 대형마트 쇼핑,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하교하는 아이 태우기, 서킷 주행 등... 모든 것에 도전했다.
영국 〈오토카〉에 제공되는 시승차는 대부분 1주일의 시승 기간이 주어지고, 일부 장기 시승차는 1년 동안 타볼 수 있다. 그러나 극소수의 경우, 수요와 공급이라는 짜증스러운 원칙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번 경우는 공급량이 확실하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슈퍼벨로체 시승차는 영국에 단 1대 밖에 없기 때문. 따라서 공급은 '1'이다. 반면, 수요는 최소한 자동차 저널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내의 모든 사람에 해당한다. 따라서 수요는 '수천'에 이른다.
람보르기니가 수요를 줄이고 줄여 약 200명으로 맞춘다 해도, 한 사람이 1주일씩 시승을 한다면 4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기사의 목적에 맞게 정확히 하루만 차를 쓰기로 했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이 차로 하루 동안 얼마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결과를 통해 차의 서로 다른 개성이 얼마나 많이 드러날까?'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근차근 확인해보기로 했다.
1. 새벽녘에 몸 풀러 나가기
우선 형편없는 사진에 용서를 구해야겠다. 해가 뜨기 전 사진 한 장을 위해, 런던에서 활동 중인 전문 사진가 스탠 파피어에게 두 시간 이상 걸리는 웨일즈까지 오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아벤타도르를 몰고 나섰다.
지금은 엔진을 회전 한계까지 돌릴 때가 아니라, 이번 시승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으며 가볍게 스트레칭 정도로 워밍업 할 시간이다. 이렇게 낮고 강력한 차는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이런 일을 수없이 해왔던 사람이라도 말이다. 나는 이 차에서 생김새보다 전방위 시야가 훨씬 더 낫다는 점, 헤드라이트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적당한 수준이라는 점, 자동화 수동변속기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점, 그리고 예상과 달리 이전에 내가 몰아본 아벤타도르보다 승차감이 비현실적으로 개선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대형마트 쇼핑에 나서기
하루 동안 10시간 이상 운전할 작정이라면, 배를 채워야 할 것은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물론 여지껏 람보르기니를 마트 주차장에서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나는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레스터(Leicester) 근교에 있는 대형 할인점으로 아벤타도르 SV를 몰고 들어섰다.
놀라운 사실은 아벤타도르의 스티어링 회전이 생각보다 훨씬 훌륭해서, 스탠이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을 동안 주차장을 여러 번 돌아도 까탈을 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역도 선수나 되어야 밟을 수 있는 클러치, 잠수함 해치를 연상케 하는 뻑뻑한 스티어링, 교도소 감방 같은 시야, 스파크 플러그를 적시기 일쑤였던 여섯 개의 트윈 초크 웨버 카뷰레터를 갖춘 30년 전 쿤타치가 어땠는지를 떠올려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람보르기니는 지난 30년 동안 여러 면에서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 정도까지 발전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차를 몰고 싶은 마음이 드는 만큼 차가 주는 재미가 커지는 차야말로 정말 재미있는 차라는 점은 중요하다. 나라면 이 차를 매일 몰고 싶을 것이다.
3. 작은 서킷을 최대한 빨리 달리기
이런 차에게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 차를 좁고 구불구불한 서킷으로 가져가는 것은 경주마를 타고 경견(犬)용 트랙을 도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미 없는 일이다. 브런팅소프(Bruntingthorpe)에는 그런 곳이 있다. 이 740마력짜리 슈퍼카의 평정심을 제대로 시험해볼 시속 160km급 커브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최고의 슈퍼카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차는 더 나아진다. 저속 코너에서, 그리고 스포트와 코르사 중 어느 모드를 고르느냐(나는 변속이 더 부드럽고 뒷바퀴에 더 많은 토크가 배분되는 스포트 모드가 좋았다)에 관계없이 차는 여전히 언더스티어 경향이 나타난다. 다만 지나칠 정도로 강하지는 않고 살짝 나타날 뿐이다.
그러나 한층 더 부드러운 코너에서는 대단히 훌륭하다. 무게와 감각, 선형적인 반응이 담겨 있어, 페라리 F12보다 스티어링 감각이 훨씬 더 또렷하다. 또한, 세계적 수준의 댐퍼 조율 덕분에 앞뒤와 좌우 쏠림이 잘 억제되어 이처럼 커다란 차도 섬세하게 다룰 수 있다.
코너가 끝나기 시작하는 부분에서 액셀러레이터를 한껏 밟으면 피렐리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고, 한껏 웅크린 자세로 곧장 시속 100km를 넘겨 한계까지 달려 나가는 경험은 자동차에서 느낄 수 있는 열반의 세계라고 장담할 수 있다.
4. 최대한 가속하기
여러분이 별로 좋아할 일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렇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이라는 효과적인 매개체를 통해 V12 6.5L 엔진이 740마력의 출력을 그대로 아스팔트에 쏟아내게 만들면, 모는 사람이 그 반응을 폭력으로 해석하게 만들 만한 반응을 보인다.
이쯤 되면 뭔가 이성으로 접근할 수가 없다. 그저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아 차가 움직이지 않게 만든 뒤, 왼발을 떼지 않으면서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뗄 때, 페달 옆으로 발을 떨어뜨리듯이 움직여야 한다. 아벤타도르는 아주 잠깐 동안 숨을 고른 뒤 분노가 폭발하듯 힘을 발휘할 것이다. 바퀴 주변에서는 연기가 회오리를 치며 나오고, 주변 경치가 눈에 들어올 때쯤이면 엔진 회전계는 8,500rpm을 가리키며 회전 제한장치 때문에 머리가 앞으로 쏠릴 것이다.
5. 시속 320km에 도전하기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해보고 싶을 것이다. 핵 탑재 폭격기가 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된 활주로 위에 선 2톤 무게의 아벤타도르가 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20년 전에 재규어 XJ220은 200마력 낮은 출력으로 이만큼 빨리 달렸다.
그러나 시속 320km는 단순한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그리고 아벤타도르처럼 빈틈없이 안정적인 차에서조차 비현실적으로 빠르고 넋을 놓게 만드는 경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한껏 주의를 기울여 타이어 공기압과 마모 정도를 살펴보고, 활주로로 이어지는 커브를 돌아 자리를 잡은 다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달릴 준비를 해야 한다.
아벤타도르는 마치 누군가 흡기 매니폴드에 니트로메탄올을 쏟아부은 것처럼 시속 290km까지 순식간에 가속하고, 그와 견줄 만한 속도로 멈춘다. 차에 앉아 1분 동안 약 5km를 달려보니 뭔가 잘못된 건 아닌지 의아했다. 기묘한 느낌이다. 활주로의 가장 높은 부분을 넘어 내리막을 달리고 있지만, 속도가 높아지는 매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진다.
주차된 차들, 트랙터, 컨테이너, 비행기처럼 이 속도로 달릴 때에 주변에 없었으면 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다.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은 이 항목의 제목으로 '시속 320km에 도전하기'로 정했다는 것뿐이다. 마침내 제법 시간이 걸려 목표로 한 속도에 이르렀다. 대형 브레이크의 카본 세라믹 디스크가 주는 큰 반응과 함께 차는 별일 아니라는 듯 속도를 줄인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6. 드라이브 스루 맥도널드에 가기
이 일은 계획했던 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나는 카운터에 있는 여자 점원이 음식을 건넬 때 도어를 올린 람보르기니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입을 쩍 벌리고 놀라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점원은 따분한 표정으로 쳐다보고는 "빅맥과 다이어트 코크 맞으신가요?"라고 묻고 자리로 돌아가 타블로이드 신문을 읽었다.
7. 산길을 따라 달리기
이런 차를 제대로 몰려면 적절한 환경이 필요하다. 브레컨 비컨즈 국립공원은 그런 일에 적합한 영국에 몇 되지 않는 장소다. 이곳의 탁 트인 넓은 공간이라면 아벤타도르가 안심할 만하다. 이곳에서는 가슴이 떨릴 만큼 차를 빠르게 몰 수 있으면서도 황당할 정도로 안전하다. V12 엔진의 포효와 산마루들을 넘을 때 달라지는 차의 호흡에 집중하게 된다. 사자가 성큼성큼 달리는 아프리카의 덤불숲처럼, 이곳은 아벤타도르에 어울리는 환경이다. 손가락 끝으로 기어를 다루는 것만으로 모든 풍광을 집어삼킬 듯 달리는 일이야말로 이 차가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일 것이다.
8. 하굣길에 아이 태워 오기
이 일에는 아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나의 딸 중 한 명은 이처럼 존재만으로도 호화롭게 느껴지는 차를 타고 친구들 앞에 데리러 가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기겁을 했다. 다른 아이는 반대로 무척 신이 났다. 그래서 나는 신이 난 아이를 데리러 가기로 했다.
아벤타도르를 타고 교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창피해도, 함께 어울려 나오는 친구들 사이에서 으르렁대는 람보르기니를 보고 있는 아이 얼굴을 보는 것은 여전히 즐거웠다.
내가 문을 들어 올려 열자 딸내미는 마치 이를 닦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람보르기니로 들어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고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움직였다. 공회전 상태일 때조차 우리의 웃음소리가 고성능 튜닝된 이탈리아제 V12 6.5L 엔진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말이다.
9. 선술집에 들르기
친구들에게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과 같이 보낸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는 훌륭한 에일 맥주 한 잔만큼 좋은 것이 없다. 오늘 아침 해 뜨기 전부터 지금까지 머리가 소화해낸 수많은 정보들을 조용히 씻어내면서 말이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는 '일반' 아벤타도르보다 더 가볍고 빠르며 강력할지 몰라도,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확실히 더 나은 차라는 것이다. 한 차원 더 높은 역동성을 지녔을 뿐 아니라, 가만히 있기만 해도 더 편안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 차는 모든 람보르기니가 지향해야 할 바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점이 람보르기니와 함께 보낸 하루를 가장 인상적인 날로 만든다. 머릿속에 스며들어 그대로 남아 있는 특별한 경험의 기억 덕분이다. 이 정도면 우리는 멋지게 임무를 완수한 듯하다.
10. 일찍 잠자리에 들기
오늘처럼 하루를 보내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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