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시승기] 폭스바겐 폴로 1.4 TDI R-라인, 연비 없인 못 사는 소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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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폭스바겐에서 가장 작은 자동차, '폴로 1.4 TDI R-라인'을 시승했다.
지난 3월 2016년형 유로6 대응 모델로 출시된 차량이기는 하나, 국내선 폭스바겐 엠블럼을 쓰고도 인지도가 낮은 소형차로 취급 받고 있다. 일부 폭스바겐 운전자는 골프와 제타가 마지노선이고, 그 밑으론 폭스바겐 차로 인정해 주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2015년도 판매 실적상으론 폭스바겐의 티구안과 파사트, 골프를 비롯한 주력 모델은 국내서 월 평균 500 대 이상 출고돼 인기가 좋았다고 볼 수 있는데, 폴로는 월 평균 100 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운전자 입장에서 정말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글쓴이는 흔한 신차 시승기가 아닌, 다른 관점으로 정리한 뒷북시승기를 준비했다.
■ 기억해라, '폭스바겐 폴로 = 국민차다운 소형차' |
폴로 1.4 TDI는 국내서 판매 중인 폭스바겐 차량 가운데서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티구안은 3,860~4,880만 원, 파사트는 3,530~3,970만 원, 골프는 3,290~3,84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3~4천만 원하는 금액이면 국산차로 패밀리 세단 내지 싼타페 같은 SUV를 고를수도 있지만,
독일차 브랜드, 주행 성능, 우수한 실용성, 뛰어난 연비 등 소비자 입장에서 비교 우위로 바라볼 요소가 많았다.
폴로는 어떨까? 국내서 단 한 가지 트림으로만 판매되는 폴로 1.4 TDI R-라인의 가격은 2,580만 원이다. 일단 폭스바겐코리아가 수입 판매하는 주력 모델보다 대략 1천만 원 싸다. 가격이 저렴하면 그만큼 더 잘 팔리지 않을까?
여기서 함정 카드가 발동된다. 소비자는 모델 중 최상위 트림으로 표시된 'R-라인(R-Line)'이 붙으면 상품성도 그만큼 확보된 것으로 인식하지만, 폭스바겐 매장에 전시된 폴로를 직접 보고 난 소비자의 반응은 180도 달라질수도 있다.
2천만 원 중반이 넘는 차가 직물 시트? 오토 에어컨이 안 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다른 전시 차량을 둘러보다 폴로보다 비싼 골프, 아니면 제타, 아니면 저렴하거나 비슷한 가격에 팔리는 국산차를 바라보게 된다. 폴로를 사지 않는 이 패턴이 항상 옳지는 않지만, 실제로 글쓴이의 지인은 폴로를 보러 갔다가 제타 구매 계약서에 사인했다.
R-라인으로 적용되는 내용은 외장 패키지에 집중돼 있다. 프론트 범퍼와 리어 범퍼, 라디에이터 그릴의 R-라인 블랙 로고, 사이드 도어 실, R-스타일 리어 스포일러, 알로이 휠, 크롬 머플러 정도다.
기억해라, 폭스바겐의 폴로는 사소한 불편도 감수해야만 하는 독일의 국민차(=Volkswagen)다. 국내서 파는 폭스바겐 차량 중 가장 저렴한 모델에 너무 큰 기대를 해선 안 된다. 판매 가격 자체가 더 저렴했다면 용서됐을 비운의 모델이다.
■ 학습해라,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연비 운전 |
2016년형 폭스바겐 폴로는 기존 1.6 4기통 TDI에서 1.4 3기통 TDI 디젤 엔진으로 다운사이징됐다.
제원상 동력 성능은 달라진 게 없다. 90 마력의 최고 출력과 23.5 kg.m의 최대 토크를 발생시킨다. 달라진 건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가 발생되는 엔진 회전 수(rpm) 시점이다.
유로5 폴로 1.6 TDI는 최고 출력이 4,200 rpm, 최대 토크가 1,500~2,500 rpm에서 나타났다. 2016년형 유로6 폴로 1.4 TDI는 3,000~3,200 rpm에서 최고 출력이, 1,750~2,500 rpm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는 셋팅이다. 최대 토크가 나타나는 엔진 회전 수 영역이 일부 줄어든 대신, 조기에 엔진 출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파워트레인을 손봤다.
DCT 기반의 건식 7단 DSG는 그대로다. 일반적인 D레인지 상태선 1,700~2,000 rpm 이내서 변속이 진행된다. 연비 운전을 하다 실증나고 따분하면 기어 노브를 살짝 내려 S모드로 변속 모드를 바꾸면 된다. 수동 모드로 변속할 땐 기어 노브를 우측으로 넘겨서 진행하면 된다.
폴로는 스티어링 휠까지 연동되는 에코 내지 스포츠 주행 모드 설정 자체가 없다. 연비 주행을 권장하는 모양인지, CAR 버튼을 누르면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트립 정보를 요약한 연비 정보가 메인 화면으로 표시된다. 이 화면에서 한 번 더 누르면 친환경 운행 지수를 의미하는 블루 스코어가 뜬다.
운전자의 주행 습관에 따라 실시간으로 점수가 바뀐다. 누구 하나 폴로의 연비를 알아봐 줄 사람은 없는데, 막상 폴로의 운전대를 붙잡으면 왠지 조바심이 생긴다. 블루 스코어 100점 만점을 찍지 못하면 주행하는 내내 찝찝한 기분이랄까?
다행히도 폴로는 어지간히 얌전하게 주행하면 100점 만점을 표시해 준다.
흔히 말하는 친환경 운전법의 매뉴얼만 잘 지키는 운전자라면 금방 100점이 표시된 것을 볼 수 있다. 글쓴이는 딱히 매뉴얼대로 주행하지 않았는데도 100점이 표시됐다. 만점 기준이 후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 인정해라, 장거리 출장을 위한 최적의 소형차 |
2016년형 폭스바겐 폴로는 누가 운전대를 잡아도 연비가 잘 나온다. 먼 거리를 갈수록 그렇다.
실제로 폴로를 타고서 금요일 저녁 약 280 km에 이르는 장거리 주행에 나섰다. 지난 토요일 진행한 티볼리 시승과 다른 점은 주행 코스다. 성남에서 이천까지는 3번 국도(약 50 km 구간)를 이용하고 이천 IC부터 서대구 IC까지 고속도로(영동선-중부내륙선-경부선), 다시 서대구 IC에서 경산까지 신천대로와 25번 국도를 경유해 돌아왔다는 점이 다르다.
3번 국도를 이용한 처음 50 km까지의 평균 연비는 21.3 km/l, 약 200 km 구간의 고속도로 구간을 이용한 뒤(250 km 지점)엔 23.5 km/l, 신천대로와 25번 국도를 거쳐 도착한 전체 누적 평균 연비는 23.4 km/l로 나타났다. QM3를 타고서 주행했을 때는 24~25 km/l가 나왔던 것에 비하면 꽤 괜찮은 연비다. 크루즈 컨트롤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집 앞 대형 마트를 다녀오는 경우라면 어떨까? 집에서 2 km 안팎에 위치한 이마트를 다녀왔다. 처음 마트 주차장에 차를 댄 평균 연비는 12.3 km/l, 집으로 돌아와 주차를 끝낸 직후의 누적 평균 연비는 14 km/l로 표시됐다. 이 짧은 거리를 왔다 가는데도 표시된 연비가 괜찮다. 이 때의 블루스코어는 편도 95점, 왕복 96점이 떴다.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경우라도 비교적 우수한 연비를 바라볼 수 있었다. 토요일 낮 1시부터 4시까지 대구 시내 몇 군데의 대형 마트를 찾을 일이 있어 바삐 돌아다녔는데 누적 평균 연비로 18 km/l가 찍혔다. 물론 운전자의 주행 습관과 교통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장거리 출장과 대리점 방문 등 타 지역으로 출장이 잦은 직장인에겐 정말 이만한 차가 없다.
■ 무뎌져라, 소음 진동은 폭스바겐도 못 구한다 |
어쩌면 2016년형 폭스바겐 폴로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골프와 파사트, 티구안 등 폭스바겐의 여러 모델을 타 봤지만 폴로는 여태 타본 폭스바겐 차량 가운데선 운전석으로 유입되는 소음 진동이 가장 많았다. 폴로 윗 급의 차를 몰아온 다른 운전자들도 운전석에 앉으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외부에 장시간 차를 세워뒀다면 적어도 10 km 이상 운전해야 잠잠해진다. 제타 2.0 TDI 보다는 분명 심하다.
소음 진동에 민감한 우리나라 운전자가 폴로를 타고 다닌다면 별도로 방음 작업을 의뢰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정차 시 시동이 꺼졌다 출발 시 시동이 켜지는 ISG(오토 스탑 & 스타트)의 순간 진동 소음도 다른 차량과 비교해 많은 편이다. 연비 위주로 차량을 운용할 운전자가 아니라면 ISG는 끄고서 운행하는 것이 좋겠다.
게다가 시승 차량에 한정된 경우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주행 속도 80~90 km/h를 임계점으로 휠타이어 부근에서 공명음이 발생되기 시작했다. 포장한지 얼마 안 된 노면일수록 잘 들렸다. 일정한 속도로 항속 운행하는 빈도가 높은 장거리 운전자에겐 이 부분이 신경쓰일 수 있다.
■ 믿어라, 제동 성능은 안심해도 된다 |
2016년형 폭스바겐 폴로에서 믿을 수 있는 부분은 확실한 제동 성능이다.
폴로는 전륜에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후륜에 일반 타입의 브레이크 디스크, 던롭의 SP 스포트 맥스(SPORT MAXX) 시리즈 타이어가 장착됐다. 브레이크 디스크와 타이어 셋팅을 보면 정숙성과 거리가 먼 주행 성능 위주로 구성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2015년도 국토부 자동차 안전도 평가(KNCAP)서 폴로가 기록한 제동 안전성 부문의 성적이 좋았다. 100 km/h 상태서 급제동 시 마른 노면은 39.99 m, 젖은 노면은 44.01 m로 나타났다. 이는 미니 미니쿠퍼와 거의 비슷한 수준(마른 노면 : 40.01 m, 젖은 노면 : 44.07 m)이다. 제동 안전성만 놓고 보면 SUV 중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한 쌍용차 티볼리(마른 노면 : 42.42 m, 젖은 노면 : 44.73 m)보다 낫다.
QM3는 전륜에 디스크, 후륜에 드럼식 브레이크, 경제성 및 내구성에 치중한 금호타이어의 솔루스 KH25 시리즈가 장착돼 제동 안전성에서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급제동 시 비거리는 마른 노면이 42.8 m, 젖은 노면이 48 m였다. 폴로는 제동 안전성에서 5점 만점, QM3는 4점을 받았다.
우수한 제동 성능은 인정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폴로는 215/45 R16 규격의 타이어 장착을 권하고 있으나, 이 규격과 같이 쓰는 타이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OEM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폭스바겐 차량 정비 센터가 아니면 시중에선 구하기 어렵다. 가격 자체도 타이어 하나에 20만 원을 훌쩍 넘는다.
■ QM3를 생각했던 운전자, 이왕이면 수입차? |
2016년형 폭스바겐 폴로 1.4 TDI R-라인은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할 가치가 있을까?
차량 구매 1순위가 연비, 2순위가 수입차 브랜드, 3순위가 주차 난이도라면 폭스바겐 폴로를 권할 수 있다. 연비와 성능 겸용으로 운용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 폭스바겐의 인지도,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에 견줄 정도로 워낙 작아 주차하기 쉽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다.
지난 해 11월의 경우, 폭스바겐서 60개월 무이자 프로모션이 진행됐기 때문에 QM3보다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폴로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수가 적지 않았다. 월 평균 100 대 남짓했던 판매량이 11월만 233 대를 기록했다. 실제로 폭스바겐 딜러 영업점 인근의 르노삼성 대리점 딜러도 QM3에서 폴로로 선택을 바꾼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슷한 값이면 수입차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의미일까? 2016년 1월, 지금의 폭스바겐 폴로는 무이자 60개월 할부가 적용되지 않는다. 3.12 %의 할부 이율이 반영돼 월 46만 5천 원을 납부해야 한다. 60개월 무이자 할부 때는 선수금 없이 월 43만 원만 내고도 탈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물론 장거리 출장과 마트 카 대용으론 이만한 세컨드 차가 없지만, 내 인생 첫 차로 폴로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글쓴이라면 폴로보다는 QM3 내지 쌍용차 티볼리로 눈을 돌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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