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자동차 FC125, 선택과 집중의 연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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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를 다 잘하려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브랜드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대림자동차는 스쿠터를 선택했다. 자타공인 국내 상용 업계의 대들보이기에 누구보다 시장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 대림자동차가 스쿠터 및 상용 모터사이클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국내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간 소비자들의 질타도 많이 받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보여줄 때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제부터가 더욱 집중 할 때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집중력을 높여 배팅을 걸면 승산은 분명히 있다. 이와같은 선택과 집중의 맥락에서 FC125를 살펴봤다.
지난 6월 공개된 FC125는 대림자동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상용 스쿠터다. 누군가는 또 평범한 스쿠터냐고 반문하겠지만, 다양한 모터사이클 장르와 시장이 존재하는 만큼 상용 스쿠터의 출시 역시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소식이 된다. 또한 대림자동차의 독자 기술로 만든 DTI(Daelim Technical Innovation) 엔진을 탑재해 FC125에 적합한 성능을 담아냈다.
비즈니스 우선의 세팅
헤드라이트는 독수리가 비상하는 이미지를 녹여 전면에 크게 자리했다. 방향 지시등과 포지션 램프, 테일램프에 LED를 적용해 전력소모를 줄이는 동시에 시인성을 확보했고, 프론트 카울에는 유광 블랙 컬러를 덮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FC125는 네 가지 콘셉트(Four Concept)를 기반으로 한다. 스포티한 디자인, 다이내믹한 주행,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 높은 실용성의 수납공간까지. 이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추기 위한 노력들이 엿보이지만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다. 상용 스쿠터라고 미의 비중을 줄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상용 스쿠터에 스포티한 디자인보다는, 조금 더 목적에 적합한 상징성을 부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곡선을 활용해 부드러운 외관을 보이지만, 독수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전면을 고려하면 다소 유순해 보인다.
반면, 수납 공간은 충분하다. 프론트 패널 중앙과 좌우에 하나씩 배치돼있으며, 개방형과 밀폐형으로 종류를 달리해 활용도를 높였다. 또한 중앙에 위치한 자그마한 수납공간도 유용하다. 스마트폰은 물론 담배 등을 넣어두기에 적당한 폭을 갖췄다.
시트 하단의 수납 공간은 하프페이스 헬멧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상용 라이더들은 헬멧을 썼다 벗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대부분 간편한 하프페이스 헬멧을 선호한다. 따라서 러기지 박스의 용량도 큰 불편함은 없을 듯하다. 시트 뒤로는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편평한 리어 캐리어를 장착했다.
DTI 기반의 준수한 주행
네 가지 콘셉트 중 하나인 다이내믹한 주행. 우선 FC125에 실린 DTI 엔진은 대림자동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엔진으로, 출력을 보완하고 진동 및 음색을 더욱 정숙하게 다듬었다. 가속이 힘차지는 않지만 꽤 시원하다. 125cc 단기통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며, 특정 구간에서 반응이 굼뜨거나 비는 영역 없이 지긋이 가속한다.
고속에서도 차체 요동은 심하지 않다. 시트는 장시간 주행을 고려해 쿠션이 넉넉하고, 735mm의 높이로 남녀노소 안정감 있게 착석할 수 있다. 넓은 플로어 패널과 적당한 각도의 발판은 주행 시 편안함을 돕는다.
다이내믹한 주행 또한 목적에 따라 조금씩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인데, 상용 스쿠터에게 다이내믹함이란 다루기 쉬운 특성과 답답한 정체 구간 및 교통 흐름에 뒤쳐지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주행성능으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이런 의미에서 FC125는 업무용으로 사용하는데 있어 좁은 골목 및 큰 대로변에서도 무리 없이 주행할 수 있다.
반면, 지면과 차체의 높이가 낮아 발착지성은 좋지만, 차체를 조금만 기울여도 센터 스탠드가 긁힌다. 특히 뒤에 동승자를 태우면 차체가 더욱 가라앉아 ‘코너’가 아닌 ‘방향전환’에도 아스팔트와 스탠드가 닿아 벅벅 긁힌다. 린 동작을 고려하며 코너를 공략하는 스쿠터는 아니지만, 다량의 짐을 싣고도 코너를 무리 없이 탈출해야 하는데 조금 아쉽다. 더욱이 조금만 큰 요철을 만나면 속도를 많이 줄이면서 타고 넘어야 한다.
브레이크 성능은 113kg의 무게를 정지시키기에 충분하다. FC125는 리어 브레이크를 드럼과 디스크 방식으로 나눈다. 시승 차량은 전/후륜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 사양으로, 앞 뒤 모두 제법 안정적인 브레이킹을 선보인다. 발진 속도가 즉각적이지 않기에 민감하지 않은 브레이크 응답성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무심하게 듬성듬성 압력을 주면서 컨트롤 하는 편이 장시간 주행 시 또는 초보자도 스트레스 없이 다룰 수 있다.
FC125는 기존의 125cc 스쿠터가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어디서나 쉽게 다룰 수 있는 간편한 조작이 주 무기다. 저배기량 스쿠터의 가벼운 몸놀림이 요리조리 비집고 탈출하면서 가속하는 재미를 주지만, 역시나 낮은 지상고로 굽이진 도로에서는 신경이 쓰인다.
새로운 출발의 기틀
FC125가 내포한 네 가지 콘셉트는 결국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드러진 퍼포먼스는 없다. 상용 스쿠터가 가져야 할 퍼포먼스는 라이딩의 재미가 아닌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즉 고장 없이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림자동차는 국내 브랜드이면서 가장 많은 서비스망을 보유하고 있기에 유지보수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차체 구성 역시 몇몇의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은 면모를 갖췄다. FC125에 백 퍼센트 만족과 수긍을 하기는 힘들지만 상용의 관점에 대입해서 판단하면 승산은 있어 보인다. 스쿠터도 각기 갖는 매력과 용도가 나뉘어져 있으며, FC125는 사업자들의 두 발이 되어줄 녀석이다. 이들에게 스쿠터는 빼어난 외모도 화려한 퍼포먼스도 아니다. 그저 속 썩일 일 없이 원할 때 움직여주는 듬직함이다.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의 시승으로 FC125의 승패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FC125만 가지고 기존의 품질 및 성능에 관한 문제점을 모두 개선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림자동차가 기존의 문제점을 알고 있고, 개선할 부분을 조금씩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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