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2.2 “픽업트럭이 주는 풍요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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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와 고속도로, 굽이진 강변도로, 온몸을 들썩이게 하는 오프로드를 꼬박 반나절이나 달렸다. 단단한 프레임바디는 결코 승차감이 훌륭하진 않았다. 하지만 코란도 스포츠는 어떤 도로환경에도 굴하지 않았다. 며칠간 계속된 폭우로 산길은 곳곳이 움푹 파였고, 땅은 질척거렸지만 코란도 스포츠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번 시승행사의 핵심은 유로6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키는 2.2리터 LET220 엔진과 눈길을 사로 잡는 ‘삼바 에디션’ 및 ‘익스트림 에디션’이었지만 그것들이 크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픽업트럭으로 바뀔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온갖 상상이 이어졌다.
# 오프로드에서 빛이 나는 픽업트럭
개울은 크게 불어있었다. 유속도 빨랐고, 탁해서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홀로 오프로드를 달린다면 반드시 여러번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용감한 앞차의 꽁무니를 그대로 쫓으며 개울을 건넜다. 곧이어 등장한 흙길엔 타이어 자국이 선명했다. 또 이제 갓 개울을 탈출한 탓에 길은 진흙탕으로 변하고 있었다. 깊이 파인 곳을 지날땐 왼쪽 앞바퀴가 제자리에서 돌았지만 이내 다른 바퀴의 힘으로 손쉽게 빠져나왔다.
우거진 수풀이 진흙으로 범벅된 차체를 쓰다듬었다. 굵은 나뭇가지가 위협적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끼익. 나뭇가지가 차체를 긁었다. 진흙탕이나 돌길보다 오히려 수풀이 우거진 산길이 실질적으로 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설설 산을 오르던 우리를 오히려 쌍용차 관계자들이 재촉했다.
속도를 높였다. 세계적인 추세와는 반대되는 움직임이지만, 배기량이 높아진 만큼 힘이나 반응은 월등히 나아졌다. 특히 쌍용차는 체어맨을 제외한 모든 차의 세팅을 비슷하게 가져가고 있는데, 낮은 속도에서도 폭발적인 토크를 발휘하도록 했다.
가속페달에 살짝 발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쑥 튀어나갔다. 2.0리터 엔진이 장착됐던 예전 코란도 스포츠도 이런 성격이 있었다. 다만 예전 모델은 꾸준하게 힘을 이어가지 못했다. 속도가 높아지면 가속페달은 거의 무반응에 가까웠고, 순간적으로 힘을 쏟아내지 못했다.
이젠 고속에서도 여유로워졌다. 최고출력이 178마력으로 높아지면서 끈질기게 밀어붙이는 성격도 갖게 됐다. 무거운 짐을 옮기고 끄는 본연의 임무도 더 수월하게 해낼 것 같았다. 코란도 스포츠의 최대 견인 하중은 2톤이다.
# 닫힌 트렁크보다 열린 데크
코란도 스포츠의 핵심은 파워트레인도, 사륜구동도 아니다. 화물을 담을 수 있는 ‘데크’가 핵심이다. 이 열린 공간에는 코란도 스포츠의 무한한 가능성이 담겨있다. 막힌 트렁크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단순히 짐을 싣는 것도 SUV와 차별화됐다. SUV가 오히려 더 무거운 짐을 실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냉장고나 옷장 등을 옮기긴 쉽지 않다. 코란도 스포츠는 상용차의 기본적인 용도로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
다만 400kg이란 최대 적재량이 다소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코란도 스포츠로 산길과 시골길을 지나며 보게 된 여러 집에는 주로 ‘1톤 트럭’이 세워져있었다. 농사를 짓고, 열매를 수확하는 입장에서는 400kg은 다소 부족할 것 같았다.
하지만 레저 활동에서는 코란도 스포츠를 따라올 적수가 없을 것 같았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실을 수 있다. 작은 모터사이클이나 ATV, 제트 스키 등을 그대로 데크에 올릴 수 있다. 캠핑 장비는 말할 것도 없다. 꼭 무언가를 실을 필요도 없다. 거실 바닥처럼 사용할 수도 있고, 작은 텐트도 테크 위에서 펼 수 있다. 데크 끄트머리에 걸터 앉아 낚시를 해도 되고, 휴식을 취해도 된다. 더렵혀진 데크는 그저 물로 씻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관리도 쉽다.
대신 화물차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면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데크에 실리는 모든 화물은 반드시 고정시켜야 한다. 그냥 짐을 던져넣으면 안된다. 도로교통법 제 39조 ‘승차 또는 적재의 방법과 제한’에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운전 중 실은 화물이 떨어지지 아니하도록 덮개를 씌우거나 묶는 등 확실하게 고정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코란도 스포츠로 다양한 활동을 즐길땐 그물망이나, 별도의 탑이 꼭 필요하다.
# 여전한 고집
코란도 스포츠만큼 단기간에 파워트레인이 변한 차도 없다. 2012년 첫 출시된 이후 올해까지 변속기는 세번이나 변경됐다. 초기엔 6단 E-트로닉 변속기가 장착됐고, 2014년엔 메르세데스-벤츠의 5단 E-트로닉이 탑재됐다. 그리고 코란도 스포츠 2.2에는 아이신이 제작한 6단 변속기가 적용됐다.
변속의 부드러움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코란도 스포츠에 장착된 변속기 중에서 가장 으뜸이었다. 2.2리터 엔진의 힘을 효율적으로 끌어올리는 기분도 들었다.
파워트레인의 개선을 통해 고속 주행은 한결 시원스러워졌다. 다만 SUV에 비해서는 여전히 고속 안정성이 뛰어나지 못했다. 화물 적재와 오프로드를 염두에 둔 서스펜션 세팅이 고속주행의 만족감을 조금 떨어뜨렸다. 스티어링의 유격도 숨기지 않는 편이었고, 하중 이동도 확연히 느껴졌다. 연속 코너를 달릴땐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가 연이어 발생했고, 조작이나 움직임이 요즘 SUV처럼 일치되진 않았다.
물론 도로에서 느꼈던 둔하고, 투박한 감각이 오프로드에서는 빛을 발했다. 아직 쌍용차는 이 다른 성격을 완벽하게 양립하지 못했다. 쌍용차는 코란도 스포츠처럼 마초를 위한 차를 주로 만들지만, 체어맨처럼 신사를 위한 차도 만드는 브랜드다. 조금 더 잘 버무릴 필요도 있다.
# 픽업트럭의 텃밭을 일군 코란도 스포츠
픽업트럭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세그먼트지만, 전세계적으로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도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대차도 북남미 시장에서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한 해법으로 픽업트럭을 준비하고 있다.
쌍용차는 그동안 홀로 이 시장을 지켜왔다. 발전이 눈에 띄게 빠르진 않지만, 이젠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어느 정도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할 여유도 생겼다. 그동안 소홀했던 부분을 더 보완하고, ‘투박해도 괜찮아’란 오랜 의식만 조금 깨뜨리면 경쟁자들이 늘어나도 현재의 위치를 충분히 고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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