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둘만을 위한 차 아우디 TT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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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옆에 있기를 바랐다. 아우디 TT를 혼자 몰고 다니는 것처럼 궁색해 보이는 일이 또 있을까. 일정이 꼬였고 여기저기 연락을 해 봐도 주말, 아무도 나를 이런 궁색함에서 구해 주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막내를 꼬드겼다. “기회가 많지 않은 차다”. 처음부터 동승에 응한 것은 아니다. 주차장에 세워 놓은 탱고 레드 메탈릭 아우디 TT 쿠페의 강렬함이 막내를 끌어 당겼다.
첫 느낌을 묻자 “자동차를 머리 끝까지 푹 뒤집어쓴 것 같다”고 말했다. 1995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콘셉트카로 처음 데뷔한 아우디 TT는 1998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지금은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있는 피터 슈라이어가 당시 폭스바겐 그룹의 A4(PQ34) 플랫폼을 기반으로 탄생시킨 스포츠카다.
2006년까지 생산된 1세대 아우디 TT는 작고 야무진 차체에 동글동글한 라인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모든 이들의 소유욕을 강하게 상승시켰다. 2세대부터 앞과 뒤에 반듯한 단면과 선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알루미늄 차체 등이 적용된 고성능 버전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4년 3세대가 나왔고 이후 아우디 TT는 유럽에서 쿠페와 로드스터, 고성능 버전인 TTS 쿠페와 로드스터가 판매된다. 국내에는 TTS 로드스터가 빠져 있다.
여백의 美로 가득한 디자인
시승차는 앞에서 언급한 탱고 레드 메탈릭 컬러의 아우디 TT 쿠페다. 거창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빨강 TT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 대부도에 도착했다. 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 붉은 노을이 옅게 드리워지기 시작하자 아우디 TT 쿠페의 선과 단면들이 몽환적인 빛을 낸다.
외관을 특정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램프류, 캐릭터 라인이나 몰딩은 특별한 것이 없다. 모든 것을 과감하게 비워버린, 그런데도 궁색해 보이지가 않는다.
부풀어 오른 보닛, 앞쪽 기둥부터 강하게 각도를 죽인 루프라인, 과장된 휀더와 숄더라인, 그리고 절묘하게 배분된 단면들의 짜임새가 기막히다.
라디에이터 테두리와 알루미늄 원래의 색을 그대로 살린 연료 주유구 캡, 리어 디퓨저를 빼면 외관을 가장 화려하게 만드는데 남발되는 유광 소재나 크롬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비슷한 모델들이 가진 화려한 굴곡과 치장들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배제됐지만 여백이 갖는 기품만으로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냈다.
4200mm의 차체 길이와 1355mm에 불과한 높이는 일반적인 세단에 비해 극히 짧고 낮지만 1966mm나 되는 차폭이 주는 스탠스가 안정감을 돋보이게 한다. 실내도 이렇게 간결하다. 센터페시아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12.3인치 풀 LCD 클러스터 버츄얼 콕핏이 내비게이션까지 품고 있어 간결하다.
공조장치와 시트 히팅을 조절하는 다이얼을 송풍구 중앙에 배치하는 감각,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과 문자를 인식하는 다이얼 패드, 내비게이션과 핸즈프리, 오디오, MMI 메뉴 버튼이 자리를 잡은 센터 콘솔의 정돈 감도 뛰어나다. D 컷이 뚜렷한 운전대에도 리모트 컨트롤이 마련돼 있어 편한 동선을 찾아 조작이 쉽다.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클러스터를 만지작거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도를 키우면 원형의 태코미터와 스피트미터 크기가 작아지고 또 확대된다. 다만 터치와 달리 문자를 인식하는 정확도는 떨어진다. 대신 유사한 문자를 함께 표시해 선택하도록 해서 불편함을 덜어 준다.
볼스터가 포함된 버킷 시트는 몸에 닿는 느낌이 좋다. 신체를 잘 감싸고 포지션도 낮아 심리적인 안정감이 좋다. 차에 푹 파묻힌 느낌이라는 표현, 그대로다. 공간은 1열로 충분하다. 2열은 신장이 130cm에서 140cm만 타도록 요구한다. 축간거리가 2468mm에 불과해 후석의 머리 공간과 다리 공간에 여유가 없고 유아용 시트를 장착할 수 있는 별도의 장치도 없다. 누가 됐든 둘만을 위한 공간만 제공한다.
원하는 만큼 强한 질주
아우디 TT 쿠페에 올려진 엔진은 직렬 4기통 2.0ℓ 터보(TFSI)로 최고출력 220마력(4500~6200rpm), 최대토크 35.7kg.m(1600~44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기본적인 성능 수치가 높고 낮은 엔진 회전수로 토크 곡선의 최고점을 찍는다. 6단 자동변속기(DCT)의 기어비도 1단에서 3단까지를 촘촘하게 쪼개놨고 최고출력은 고회전 영역으로 끌어올려 놨다. 초반 가속에 힘을 싣고 탄력이 붙은 속도가 매끄럽게 상승하고 줄어들지 않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엔진의 열을 적당하게 올리고 가속을 하면 100km/h의 속도를 내는데 5.6초가 걸린다. 한적한 도로에서 다이내믹 모드로 급가속을 하면 굉음을 내며 비슷한 시간을 거듭해서 보여준다. 아우디 TT 쿠페의 진짜 맛은 완만하든, 심하든 코너를 날카롭게 헤집는 능력이다. 다이내믹 모드로 속도를 올려 코너링을 자극하면 네 바퀴 모두 안정적인 선회 능력을 과시하면서 매번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주행 모드는 효율, 승차감, 자동, 다이내믹 4개의 기계적 설정과 1개의 개별 설정 모드로 구성됐다. 각각의 모드에서 아우디 TT의 성격이 분명하게 바뀌는 것도 인상적이다. 짧은 길이와 넓은 스탠스도 차체 놀림을 경쾌하게 만들어 준다. 토크 배분에 있어 최고로 꼽히는 아우디의 콰트로 시스템과 맥퍼슨 스트럿(전륜), 독립식 쇼크 업 쇼버 4링크 서스펜션(후륜)의 궁합도 절묘해 아무리 거칠게 차체를 놀려도 핸들링과 코너링이 정확하고 따라서 부담이 없다.
속도의 상승감도 만족스럽다. 터보차저의 용량이 큰 편이 아니지만 높은 압축비(9.6:1)로 엔진의 반응 속도를 높여놨고 속도가 상승하는 질감을 부드러운 쪽으로 만들어 놨다.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노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댐퍼의 컨트롤, 쇼크 업 쇼버의 바운스도 거칠다. 섀시 구성품 모두의 성격이 다 이렇다. 따라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눈을 팔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것이 아우디 TT, 스포츠카의 맛이다.
(총평) 더 거친 코스에서 마음껏 속도를 내고 달려도 모든 것을 다 받아 줄 것 같은 믿음이 생기면서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시승 코스가 아쉬웠다. 다시 시승기회를 잡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태기산이나 평화의 댐으로 달려 가야겠다.
TT 쿠페는 TT 라인업 중 가장 차분하다. TTS 쿠페는 293마력의 출력을 내고 TT 로드스터는 같은 출력을 내지만 장르가 다른 컨버터블이다. 하지만 어떤 모델이든 흠 잡을 것이 없다. 여기에 아우디 TT는 가장 저렴한 가격(5750만 원)에 팔고 있다. 배낭 하나 던져 놓고 꺼내기도 불편한 2열을 활용성 있는 공간으로 꾸몄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아우디라는 브랜드 가치로 봤을 때 단연 돋보이는 스포츠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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