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가공할 성능과 세련미, 벤틀리 벤테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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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테이가는 1998년 폭스바겐이 벤틀리를 인수한 뒤, 벤틀리 라인업이 얼마나 우아하게 진화해왔는지를 다시금 보여주는 신차다. 한편, 자동차 업계에서는 새로운 인식이 생겨났다. 이제 부유층은 슈퍼카를 타고 다니면서 파파라치에 잡히고 싶어하지 않고, 공항 리무진의 운전기사로 오해를 받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운전 위치가 높으면서도 차안에 몸을 묻을 수 있는 레인지로버를 선호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의문을 품어왔다. SUV의 먹이사슬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에 대해 말이다. 이제 16만 파운드(약 3억원)의 벤테이가가 등장했지만, 머지않아 롤스로이스가 새로운 상한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람보르기니도 야심차게 suv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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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테이가는 플라잉스퍼와 컨티넨탈처럼 폭스바겐 그룹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다. 벤테이가의 플랫폼은 아우디의 플래그십 SUV인 Q7과 같은 MLB-Evo를 사용하고, 길이는 5.14m로 Q7과 큰 차이가 없다. 휠베이스는 거의 3m에 달하는데, Q7과 채 2mm가 되지 않는 차이다. 현재 벤테이가는 5인승만 있지만 앞으로 7인승 모델도 나올 계획이다. 아울러 파워트레인에서는 하이브리드와 디젤 모델이 뒤따르게 된다.

첫 출시에는 최고 스펙 엔진만 내놓는다(스피드 버전은 나중에 나올 것이다). 이전보다 컴팩트한 신형6.0L W12 엔진을 사용하는데, 2,420kg에 달하는 무게에서 0→시속 97km 가속 시간 4.0초, 최고시속 300km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12기통 엔진에 2개의 터보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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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연비는 높을 리가 없다. 그래도 구형 엔진보다 무게를 30kg 줄이고, 가변 밸브 시스템과 코스팅 모드를 통해 복합연비를 9.0km/L에 맞췄다(연비는 유럽기준). 그러나 실제 시승에서 연비는 그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물론 이런 연비 수치는 벤테이가의 구매자라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을 데이터다. 그 대신 긍정적인 요소를 들여다보자. 벤테이가의 외관이 벤틀리다운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당당한 뒤태와 다이아몬드 그릴은 누구나 한 눈에 벤틀리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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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테이가의 외장 페인트 컬러는 기본 17가지이고, 확장 컬러는 90개에 달한다(물론 고객의 요구에 따라 특별한 다른 색상을 고를 수도 있다). 더불어 실내 가죽 색상은 기본 15가지, 목재는 7가지 색상을 고를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다른 색상을 원한다면 주문할 수 있다. 우리의 시승차는 결코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옵션에 약 4만8천 파운드(약 8천4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이제 실내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실내에는 이 차가 폭스바겐 그룹의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몇가지 실마리가 있다. 변속기 터널 3분의 2를 차지하던 뭉툭한 기어레버는 사라졌고, 그 자리에 들어선 신형 8단 변속기는 공간을 더 적게 차지해 추가로 스위치와 편의장비를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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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에는 변속 패들이 달렸다. 2개의 아날로그 다이얼 사이에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하나가 달렸고 터치스크린과 다이얼로 조작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일찍이 벤틀리가 보여주지 못했던 편리한 기능을 살렸다.

벤테이가는 각각 네 가지의 온로드 드라이브 모드 및 오프로드 모드를 갖추고 있다. 더불어 에어 서스펜션과 토센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적용됐다. 우리는 이 둘을 모두 시험하고 싶었지만, 결국 온로드 테스트에 그치고 말았다. 앞으로 몇 년동안 벤테이가 시승에서 그 이상 나갈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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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서스펜션은 날카롭게 물결진 노면에서 아주 드물게 쿵쿵거렸지만 그밖에는 침착하고 차분한 물결을 탄다. 드라이빙 모드는 컴포트나 스포츠, 그리고 '벤틀리' 중 어느 것을 고르든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벤테이가에서 새롭게 선보이며 당당히 자부하는 벤틀리 모드는 지나치게 단단하지 않았다.

전기장비는 48V 전력을 사용한다. 벤테이가는 액티브롤바를 장착했고, 적절한 활력과 스피드로 반응할 수 있도록 운전조작에 따라 안티롤바의 강약을 조절하는 전기장치가 있다. 직선구간에서는 강약을 조절하고 스티어링의 작용 반경을 넓힌다. 반면 코너에서는 보디롤을 줄이고 큰 보디 동작을 억제한다. 코너에서 벤테이가는 상당히 자연스런 느낌을 주고, 필요할 때 조절력을 강화하면서 안락함을 지킨다. 아울러 차체의 롤은 거의 없으며 힘차게 몰아붙이면 비교적 일찍 언더스티어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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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12 엔진은 이전보다 컴팩트하지만 대단한 성능을 자랑한다. 토크는 1,350rpm에서 무려 91.6kg.m에 달하고 4,000rpm까지 이어진다. 최고출력은 5,000~6,000rpm에서 600마력이지만 엔진을 계속 고회전대에 묶어둘 이유는 없다. 저회전대에 가볍게 액셀을 밟아도 충분하다. 하지만 힘껏 밟았을 때의 사운드가 특별하지 않아 허탈했다. 컨티넨탈에서 호응을 얻은 V8 엔진을 벤테이가에도 넣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소식이 없다(처음 2년정도는 W12 모델을 팔기에 바쁠 것이다). 어쨌든 벤테이가가 조금 더 멋지고 큰 소리를 내더라도 손해를 볼 리는 없을 것이다.

벤테이가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굉장히 편안하고, 언제나 완벽하게 조용한 대형 SUV다. 매끈한 파워 스티어링(스피드가 좋은 서보트로닉은 한계까지 거침없이 돌아간다)은 정숙한 승차감과 인상적인 실내 정숙성과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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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는 스포티 럭셔리 메이커로 명성을 다졌다. 시속 300km 이상의 안정된 럭셔리 SUV를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럭셔리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기는 한층 험난했고, 더욱이 벤테이가는 모래언덕과 얼어붙은 툰드라를 달려야 했다.

만일 벤틀리가 최고시속 300km만 내세우지 않았어도 개발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벤틀리는 자신들이 내세운 야심찬 도전에 몸을 던졌고, 목재와 알루미늄, 가죽을 예술적으로 살리면서 그 힘겨운 목표에 도달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맷 프라이어 (Matt Prior) c2@iautocar.co.kr
제공
오토카 코리아 (www.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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