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볼 수 없을 듯한 핫 해치, 르노 메간 컵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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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S 모델은 현재 판매중인 고성능 르노 스포르 메간의 대미를 장식하는 스페셜 에디션이다. 프랑스 디에프(Dieppe)에서 2004년 이후 마니아적인 열정을 다해 만든 차들의 마지막을 대표적으로 알리는 셈이다. 르노 스포르의 서킷 기록을 감안하면, 아마도 최종 버전은 트로피-R 모델의 실내를 완전히 들어낸 걸작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동반석과 대시보드를 없애고 출력을 300마력 가까이 끌어올려, 명실상부한 앞바퀴굴림 경주차로 말이다.
그러나 컵 S는 그런 모습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런 차를 제대로 손질해 내놓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든다. 르노가 생산을 중단하는 컵 S에 더 큰 호평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더 많은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마지막 도박을 벌였다. 그 도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완벽하다.
첫째, 메간을 정말 저렴한 차로 만든 비결은 단순함에 있었다. 컵 S의 값은 2만3935파운드(약 3657만원)부터 시작한다. 그 값에 에어컨, 크루즈 컨트롤, 오디오, 블루투스, 도난경보장치, RS 전용 직물 내장재, RS 전용 도어 스카프와 계기, 보디킷, 18인치 알루미늄 휠이 모두 포함된다.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 라디오, 내비게이션, 자동 온도조절 장치, 레카로 버킷 시트나 알칸타라 내장재는 들어있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단단해진 컵 섀시가 적용되어, 차동제한 디퍼렌셜도 더해진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전까지는 트로피 모델에만 해당되던 275마력의 최고출력도 함께 얻게 된다. 르노 스포르 모델들은 항상 값에 비해 탁월한 서킷 랩 타임을 기록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런 점에서 컵 S 모델은 최고 중 하나로 여겨지는 차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둘째. 앞서 이야기한 데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차는 핫 해치가 당연히 갖춰야할 모습, 감각, 주행성능이라고 믿는 것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차를 목표로 만들었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폭스바겐 골프 R의 출현은 모두가 환영했지만, 골프 R의 인기와 아우디 RS3과 메르세데스-AMG A45 등 더 고급스러운 대안들의 등장은 값비싸고 출력이 높은, 그리고 네바퀴굴림 메가 해치가 지배하도록 시장의 변화를 부추겼다.
흐름의 변화를 인정한 것은 신형 포드 포커스 RS뿐이다. 포커스 RS는 출력이나 구동축이 늘어나더라도 역동적인 주행특성의 탁월함은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적어도 3만1000파운드(약 4736만원)는 줘야 살 수 있는데다가 무게는 1600kg 후반 대이고, 소모품 교환주기가 지나치게 짧아 부담스럽다는 단점도 있다. 상대적으로 컵 S 모델은 가벼운 무게, 저렴한 값, 낮은 복잡성, 앞바퀴굴림 방식이 주는 즐거움이라는 구식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아마도 마지막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그런 차가 드물지는 않았다. 신나게 달리는 5세대 골프 GTI는 무난했던 3세대와 4세대를 뛰어넘은 부활로 여겼고, 최고출력 230마력인 에디션 30(30주년 기념 모델)은 V6 엔진을 얹은 R32보다 더 빠르고 몰기도 더 재미있다는 평을 얻었다. 혼다 시빅 타입 R은 재미있는 EP3 모델이 팔리고 있었고, 5기통 엔진을 얹은 포드 포커스 ST는 폭력적이었다. 그리고 복스홀 아스트라 VXR은 나름 거친 방식으로 빠른 달리기를 뽐냈다.
지금은 잊어버리기 쉽지만, 원래 225마력 엔진을 얹고 나왔던 이 시기의 메간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현대적인 클리오 182보다 성능이 확실히 열세였던 것으로 여겨졌다). 값이 더 저렴한 컵 모델은 문제점들이 조금 개선되었지만, 메간의 인기가 제 궤도에 오른 것은 LSD를 더한 230 R26 모델이 나오면서부터다. 르노가 F1에서 거둔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R26은 우리가 지금 메간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모든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정확한 스티어링, 민첩하고 직관적이면서 조절이 가능한 섀시, 기분이 들뜨기에 딱 알맞은 출력이 바로 그런 특징이었다.
뒤이어 나온 모델은 르노가 목표를 위해 진지하게 준비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R26 R은 R26보다 출력이 높아지지는 않았지만, 잘 알려졌듯이 뒷유리 소재를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등 집중적인 다이어트를 한 덕분에 무게를 123kg이나 줄였다. 서스펜션 스프링과 댐퍼는 절묘하게 조율했고, 원한다면 접지력이 높은 토요(Toyo)제 서킷용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그 차를 당시까지 접할 수 있었던 핫 해치 중 가장 하드코어한 차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R26 R은 앞바퀴굴림 차의 뉘르부르크링 랩 기록을 깼고, 5년 뒤에는 그 후손격인 275 트로피 R이 위업을 다시 이뤄냈다.
R26 R은 실내도 깔끔하게 비웠다. 흡음재와 뒷좌석을 들어내고 티타늄 아크라포빅(Akrapovic) 머플러를 단 덕분에, 가속할 때의 소리는 마치 달리기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에 눈사태가 쏟아져 내리듯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R26 R은 우리가 로터스 엘리스, 에리얼 아톰과 같은 부류의 차로 분류할 만큼 아주 좋은 차였다. 특히 콜레오스나 캉구 등 전혀 다른 장르의 차에 쓰인 르노 C-플랫폼 같은 변변찮은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고라고 평가하고 싶다.
컵 S는 날것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뒤엎는 대신, 수긍할 만한 방법으로 기본기를 되살린 차다. 최저가 할인점처럼 솔직할 뿐 아니라 경쟁차들을 하찮아 보이게 만들만큼 훌륭한 점들을 많이 지니고 있다. 이 차와 동급인 골프 GTI 클럽스포트 에디션 40보다 7000파운드(약 1000만원) 가까이 싸다. 골프 R과 비교하면 장비는 더 풍부하고 다루기는 더 좋으면서 날카로움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핸들링은 살짝 못 미치는 정도다.
시승차에는 트로피-R 전용 아이템들이 상당수 다시 설치되어 나왔지만, 19인치 휠과 접지력 높은 타이어를 뺀 나머지를 모두 떼어내더라도 노면과 밀착되는 느낌은 여전히 최고일 것이다. 현대적 핫 해치라면 공통적으로 횡방향 접지력과 방향 전환 때의 반응이 탁월하다. 르노 스포르는 스티어링을 돌릴 때 풍부한 감각을 전달하는(전동 파워 스티어링은 포르쉐 카이맨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기교를 보여주고, 빠르게 조절되는 섀시는 놀랄 만큼 알맞게 무게감이 잘 조율되어 기계식 디퍼렌셜과 더불어 탁월한 균형감각을 자아낸다.
이 차는 완전히 단종된다. 앞으로 이런 차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새 차는 이런 모습과 닮은 구석도 찾기 어렵고, 가치, 존재감, 잠재력, 특성도 똑같이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명작의 반열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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