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미학 - 시트로엥 C4 칵투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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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 칵투스는 시트로엥이 처음으로 내놓는 B세그먼트 기반의 소형 SUV 모델로, 독특한 센스를 자랑하는 디자인과 함께, 과감한 구성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유럽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 서울모터쇼에서 공식 수입처인 한불모터스를 통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며, 8월부터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시판에 들어갔다.
시트로엥의 첫 소형 SUV, C4 칵투스를 직접 경험하며 시트로엥이 추구하는 `다름`에 대하여 말한다. 시승한 C4 칵투스는 가장 고급 트림인 Shine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2,890만원.
C4 칵투스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시트로엥의 작품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비범함`으로 빚어져 있다. 비록 자사의 더블 셰브론(Double Chevron) 로고를 라디에이터 그릴로 쓰는 용감한 기교는 부리지 않았지만, 그 외에는 시트로엥다운, 아니, 시트로엥이 아니면 시도조차 하지 않을 모험적인 스타일링 기법들로 가득하다. 한 번 시선이 꽂히게 되면, 그야말로 차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C4 칵투스는 엣지가 하나도 없이 둥글둥글한 곡면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보닛이나 도어 등의 절개선 이외에는 딱히 강조된 선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휀더와 범퍼, 그리고 차체 전반에 걸쳐 볼륨감을 양껏 강조하여, 전장 4.16m, 전폭 1.73m, 전고 1.53m의 작고 아담한 몸집을 한층 야무져 보이게 한다. 때문에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아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인상을 준다.
C4 칵투스의 독특한 첫 인상을 잡아주는 부분은 상하로 분리된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다. 이러한 헤드램프 구조는 독특한 인상은 물론, 야간에 상대적으로 차고가 낮은 승용차 등이 선행하고 있을 때, 선행 차량 운전자의 눈부심을 다소 잡아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방향지시등을 겸하는 주간주행등은 헤드램프 위쪽에 가늘게 배치되어 있어, 눈썹을 연상케 하는 독특함이 돋보인다. 이 외에도, 워셔 노즐을 와이퍼 블레이드에 내장한 점이 특징이다. 이 방식은 일반적인 구조에 비해 워셔액의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고, 가시성 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이러한 구성은 동급에서 C4 칵투스가 유일하다.
얼굴 외의 디테일에서도 남다른 개성으로 넘친다. 테일램프의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그 주변을 에워 싼 플라스틱 마감재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해치도어 하단은 블랙 하이글로스 페인팅으로 마무리한 시트로엥 로고와 시트로엥 레터링을 돋을새김 처리한 플라스틱 패널로 처리했다. 심지어는 루프에 짐을 싣거나 기타 장비를 장착할 때 사용되는 루프 랙의 디자인도 전후 양 끝을 돌출되게 디자인한 점 역시 남다른 모습이다.
여기에 시트로엥이 C4 칵투스를 통해 처음 선보인 새로운 개념, `에어 범프(Air Bump)`도 눈에 띈다. 부드럽고 손상에 강한 재질로 만들어진 에어 범프는 고유의 스타일링은 물론, 일반적으로 `뽁뽁이`라 불리는 충격흡수용 에어캡과 같은 원리로 차체를 보호한다. 이 에어범프는 전후 범퍼에는 물론, 측면에도 아낌없이 적용되어 있어, C4 칵투스만의 독자적 디자인을 이룸과 동시에, 이른 바, `문콕`을 방지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문콕 외에도 마트 주차장 등에서 쇼핑 카트 등에 부딪혀 외판이나 도장이 손상 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범퍼로 건드린 정도의 지극히 경미한 정도의 접촉사고 등에서도 손상 저감을 기대할 수 있다. 외적인 면에서는 독특한 스타일링으로, 내적인 면에서는 합리적이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설계사상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외관만큼이나, 실내도 다른 차와는 쉽사리 비교하기 힘든, 독특한 감각으로 점철되어 있다. 마치 서류가방이나 고급 가죽 가방 같은 감각의 디자인이 포인트. 마감에 가죽 소재, 혹은 그와 유사한 질감의 소재를 최대한 사용하려고 하는 근래의 경향과는 달리, 직물 소재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특히 남다르다.
C4 칵투스의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극단적인 D컷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단뿐만 아니라, 상단 역시 약간 일자로 펴져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스티어링 휠은 C4 칵투스에서 가죽으로 마감된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부분이다. 그립감은 무난한 편. 계기판은 현대적인 스타일의 UI 디자인을 가진 TFT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회전계가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터치스크린식 인터페이스는 대부분의 기능을 한 데 모아, 물리 버튼의 개수가 거의 손에 꼽을 정도다. 기어박스는 숫제 3개의 버튼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차를 처음 경험하는 운전자는 그 뒤에 위치한 큼지막한 사이즈의 수동식 주차브레이크 레버를 기어레버로 착각할 여지가 있을 정도다. 또한, 고급 여행용 트렁크에서 영감을 받은 가죽 스트랩 모양의 도어 핸들 등은 C4 칵투스의 인테리어에 세련미를 더한다.
C4 칵투스의 실내는 가방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에 걸맞게, 다양한 형태의 수납공간을 마련한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위아래로 휴대전화나 지갑 등, 호주머니 속 잡다한 물건들을 넣어 두기 좋은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도어 포켓의 사이즈도 큼직한 편이다. 또한, 덮개가 위로 열리는 파격적인 구조의 글러브박스 역시 돋보인다. 글러브 박스 내부는 DSLR 카메라를 수납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이는 기존 대시보드에 내장되었던 조수석 에어백을 윈드스크린 상단의 크로스멤버 부근으로 옮긴 결과로, 대시보드의 높이를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다. 뒷좌석의 경우, 도어 패널에 수납공간을 몰아두다시피한 모양새다. 광활한 하단 도어포켓은 물론, 그 위로도 작은 선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렇게 넉넉한 도어 포켓을 마련한 반대급부로, 창문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버스나 미니밴의 맨 뒷자리와 같이, 환기를 위한 틸팅만 가능한 정도다.
좌석 역시 독특하다. 벤치형태에 가까운 좌석은 직물 외피로 마감된 가정용 소파와 같은 느낌을 주도록 한 점이 참신하다. 일반적인 질감의 검정색 직물과 직물 소파의 질감과 유사한 밝은 브라운 톤의 직물을 혼용한 좌석은 독특한 질감과 함께, 안락한 착좌감을 선사한다. 앞좌석에는 3단계의 열선 기능이 내장되어 있고, 운전석 한정으로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조수석은 등받이 각도와 전후 거리조절만 가능하다. 독특한 형태의 팔걸이는 위쪽으로 접을 수 있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탑승하기에는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힙 포인트가 높게 설계되어 있을뿐더러, 다소 유연하게 내려오는 C필러 라인 때문에 머리공간에서도 손해를 본 느낌이다.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들에게는 비교적 알맞은 정도의 거주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수석 뒤쪽의 커버는 간이 포켓 기능과 함께, 좌석 등받이가 더러워지는 것을 막아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접이식 차양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수동으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구 대의 스크린이 자리하고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358리터로, 차체 크기에 비해 무난한 용량을 제공한다. 6:4 비율로 접히는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총 1,170리터까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공간의 설계가 대체로 깔끔하게 이루어져 있어, 짐을 싣기에 좋은 편이다.
시트로엥이 처음으로 내놓은 본격적인 소형 크로스오버 SUV 모델인 C4 칵투스는 이름은 C4를 사용하나, 실제로는 C3의 플랫폼을 골격으로 한다. 파워트레인은 유로6 규제를 만족하는 PSA의 1.6리터 BlueHDi 엔진과 ETG 6단 변속기로 구성되어 있다. BlueHDi 엔진은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디젤 입자 필터)와 조합된 선택적환원촉매시스템(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ystem, SCR)을 채용한 엔진으로, 미세먼지 제거율을 99.9%까지 줄이고, 질소산화물 배출을 약 90%까지 줄인 엔진이다. 이 시스템은 모든 주행조건에서 상시로 작동하며, 3천만원 이하의, 동급수입 소형 디젤 모델들 중에서 유일하게 PSA계열 모델들만이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ETG 변속기는 푸조의 MCP와 같은 자동화 수동변속기로, 우수한 연비를 이루는 핵심이다. 최고출력은 99마력/3,750rpm, 최대토크는 25.9kg.m/1,750rpm이다.
C4 칵투스는 정숙성 면에서는 작은 체급의 한계가 드러나는 모습이다. 파워트레인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실내로 밀고 들어오는 편이고 진동도 그다지 적은 편은 아니다. 주행 중에는 진동이 확연히 줄어들기는 하지만, 운전자에 따라서 정차 중의 진동이 다소 거슬릴 수 있다. C4 칵투스에는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PSA의 3세대의 스톱/스타트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는 점은 정차 중의 진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승차감은 체급에 비해 부드러운 느낌이다. 하체는 부드럽게 설정된 편이지만 차체는 그다지 약하지 않은 느낌. 물론, 더 큰 체급의 차들과 1:1로 비견될 정도는 아니지만, 지극히 시트로엥다운 승차감이라 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차를 다그치기 시작하면, 작고 가벼운 체구에 맞는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으로 가속을 시작한다. 제원에 표기된 98마력은 작고 가벼운 C4 칵투스의 몸집을 가누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치다. 하지만 시프트업이 진행 되는 순간에는 차체가 살짝 움찔하면서 가속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C4 칵투스에 탑재된 ETG 변속기 때문이다. 이 변속기는 수동변속기의 메커니즘을 거의 그대로 따르는 구조를 통해, 수동변속기와 동등한 수준의 연비와 정비성, 그리고 신뢰도를 갖춘 변속기다. 하지만, 이 변속기는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같이, 가속 페달을 밟고만 있다 보면, 시프트 업을 할 때마다 전술한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PSA는 이 변속기를 꾸준히 개량하여 후기로 갈수록 작동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구조 상의 한계로 인하여, 여전히 일반적인 토크 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에 익숙해진 운전자에게는 답답하고 울컥거린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이 있다면, 태생이 수동 변속기인 덕에, 막상 기어가 체결된 순간부터는 그야말로 꽉 물린 직결감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구동손실률이 가장 낮은 수동변속기의 메커니즘을 거의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든든하고 착실하게 구동력을 전달해준다.
조종성 면에서는 승차감과 같이, 시트로엥다운 설정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하체 때문에 롤을 다소 허용하기는 하지만, 쉽게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 정도다. C4 칵투스의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은 약간 둔한 느낌은 있지만 이질감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다. 체구가 작은 차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경쾌한 움직임을 즐기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 차체 자세제어장치의 개입 시점은 빠른 편으로, 조금이라도 불온한 움직임을 감지하면, 칼 같이 개입하여 스로틀을 크게 억누른다. 동력 제한은 차체의 자세를 완전히 바로잡은 후에야 풀린다.
연비는 말이 필요 없다. 공인 연비만 해도, 도심 16.1km/l, 고속도로 19.5km/l, 복합 17.5km/l의 1등급 연비다.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구간 별 평균연비를 살펴보면, 혼잡한 강남과 양재 일대에서는 13.8km/l를, 도심을 벗어난 교외에서는 18.1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도속도로 연비는 25.6km/l를 기록했다. PSA의 신형 디젤엔진과 칼 같이 작동하는 3세대 스톱/스타트 시스템, 수동변속기에 기반한 ETG 변속기의 현저히 낮은 구동손실률 등이 시너지를 이룬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시트로엥은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Creative Technologie)`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맞게, 그들만의 사고방식과 항상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남들과 다른 감각의 자동차를 만들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시트로엥이 만들어 내놓았던 차들은 하나같이 남다른 구성과 센스가 돋보였다. 과거의 차들로는 최초의 양산형 전륜구동 자동차 트락시옹 아방(Traction Avant)부터 자동차 역사 상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DS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시트로엥의 성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C4 칵투스가 그러한 실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더블 셰브론 엠블럼이 빛나는 그들의 차는 단순히 외형뿐만 아니라, 편의성의 측면과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항상 `다름`을 추구한다는 것을 구구절절이 감지할 수 있다. 독창성 넘치는 디자인, 그 뒤편에 숨은 세심하고 실용적인 설계사상, 그리고 PSA 그룹의 파워트레인 기술에 힘입은 우수한 연비는 일상의 동반자로 한 점의 손색이 없다. 같은 소형 SUV라도, 시트로엥이 C4 칵투스를 통해 보여주는 `다름`의 미학은 다른 소형 SUV들과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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