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의 중형세단 신형 알티마 "욕먹을 각오로 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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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부터 시작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로 시작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사전 계획된 시승행사를 돌연 취소하고 변변한 출시 행사도 없이 국내 시장에 첫 발을 딛을 수 밖에 없었던 닛산의 신형 '알티마'를 시승해 봤다.
국내 출시 5개월여가 흐르고 만난 신형 알티마의 시승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다만 신차의 상품성을 경험하고 전달해야 할 입장에서 무턱대고 일본산 차량에 대해 계속해서 배제할 수는 없는 처지다. 그래서 과감하게 욕먹을 각오로 6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국내 출시된 신형 알티마를 경험했다.
먼저 이번 시승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서 출시된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 직접경쟁을 펼치며 기대를 모을 것으로 짐작됐던 신형 알티마는 의외로 이들 보다 상품성이 부족했다. 외관 디자인에서 스포티함이 강조되고 실내도 이전에 비해 일부분 개선이 이뤄졌지만 수입 경쟁차는 물론 국산 중형세단과 비교해도 사양과 소재 등에서 아쉬운 수준을 나타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위해 상품화된 무난한 패밀리 세단의 성향만 느껴질 뿐이다. 결국 불매운동의 여파와 맞물린 출시 시점 뿐 아니라 경쟁력에서도 신형 알티마는 아쉬움을 전달했다.
2018년 뉴욕 오토쇼를 통해 첫 선을 보인 6세대 완전변경 알티마는 이전 세대 대비 더 길고 낮고 넓어진 비율을 통해 한층 과감하고 스포티함이 강조됐다. 닛산 디자인의 시그니처 요소인 V 모션 그릴은 모양이나 크기가 더 확대되고 부메랑 헤드램프의 선도 보다 날렵해졌다. 실내 역시 닛산의 디자인 언어를 충실히 반영해 수평으로 이어지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통해 실내 개방감이 향상된 부분이 주요 특징이다.
신형 알티마의 차체 크기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900mm, 1855mm, 1445mm에 휠베이스 2825mm로 경쟁모델인 캠리, 어코드와 비교해 가장 긴 전장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또한 이는 이전 세대에 비해 전장과 전폭이 각각 25mm 늘어나고 전고는 25mm 낮아져 스포티하고 공격적인 실루엣을 이룬다. 여기에 트렁크 용량도 기본 436리터를 제공해 다양한 물품을 수납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외관 디자인은 앞서 언급했듯 닛산의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인 날카로운 수평 라인과 V 모션 그릴이 더욱 과감해진 형태로 자리잡았다. 또한 곳곳에 세심한 배치를 통해 보다 낮고 풍성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특히 V 모션 그릴의 외부 라인을 따라 상승하는 부메랑 형상의 헤드램프는 강렬한 인상을 강조한다. 측면부는 이전 모델 대비 볼륨감 있는 휀더와 캐릭터 라인을 통해 입체적인 선과 면을 구현하고 후면부는 긴 부메랑 형상의 테일램프가 측면까지 이어져 차량이 넓게 보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차량의 각 필러는 블랙 색상으로 마감되어 차량 지붕이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플로팅 루프를 구현했다.
신형 알티마의 실내는 계기판과 대시보드에 우드톤 그레이 가죽과 크롬 몰딩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한다.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D컷 스티어링 휠은 신형 알티마의 스포티함을 더욱 강조하고 계기판 중앙에는 7인치 어드밴스드 드라이브 어시스트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여기에 8인치 터치 컬러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운전자가 운전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다만 최근 국산 중형세단에서 화려한 그래픽의 디지털 계기판이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음성인식 및 다양한 첨단사양으로 화려함을 뽑내는 것과는 비교되는 분위기다.
신형 알티마의 실내에서 여전히 최대 장점은 저중력 시트를 꼽을 수 있겠다. 해당 시트는 골반부터 가슴까지 신체의 중심을 단단히 지지하도록 설계되어 하중이 집중되는 것을 분산시킴으로써 장시간 주행 시에도 피로감일 덜하다. 또한 해당 시트에는 기능성 쿠셔닝을 제공하는 이중 밀도 폼과 시트 볼스터와 결합되어 더욱 안정적이고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이 밖에 해당 모델은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고 블루투스를 통한 스트리밍 오디오, 시리 음성 명령 등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2.0 터보와 2.5 가솔린으로 구분된 신형 알티마의 파워트레인은 먼저 가변압축비 엔진인 2.0리터 VC-터보의 경우 최고 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8.7kg.m의 강력한 주행성능을 발휘하면서도 복합 12.2km/ℓ의 우수한 연비를 실현했다. 운전자가 밟는 페달과 주행상황에 맞게 엔진 내부에 있는 멀티 링크의 각도를 즉각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엔진 압축비를 8:1에서 14:1 사이를 가변적으로 움직이게 설계한 부분이 특징이다.
신형 알티마 2.5 스마트와 2.5 테크 트림에 탑재되는 엔진의 경우는 이전 세대에 적용됐던 MPI 엔진에서 완전히 새롭게 재설계된 2.5리터 DOHC 직렬 4기통 직분사 엔진으로 변경됐다. 이 날의 시승차 역시 해당 엔진이 적용됐는데 부품 및 디자인 부분에서 80%가 새롭거나 재설계된 부품으로 구성됐다는 설명이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84마력과 최대토크 24.9kg.m의 성능을 발휘하고 복합 연비는 12.9km/ℓ로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도심과 고속화도로에서 경험한 신형 알티마의 주행성능은 패밀리 세단에 가장 적합한 세팅을 유지했다. 스티어링 휠은 비교적 가볍고 가속페달의 반응은 보통 수준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최대 장점은 실내 정숙성으로 중고속영역에서 실내로 유입되는 풍절음과 바닥 소음 등을 느낄 수 없었다. 여기에 맞물린 CVT 무단변속기 또한 편안한 주행질감을 유지하는데 한 몫을 해냈다. 정차와 주행 중 느껴지는 가솔린 엔진의 고요함은 디젤의 경박스러움과는 비교가 안된다. 상대적으로 실내로 유입되는 진동 역시 느낄 수 없어 운전에 대한 피로감은 덜하다. 이는 편안한 시트와 맞물려 장시간 운전에서 그 차이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승차감은 미국차의 부드러움을 따르고 있다. 고속에서 느껴지는 직진안정성은 저속에서 가볍게 느껴지던 운전대가 무게감을 더해 비교적 안정적인 느낌이다.
이 밖에 신형 알티마에는 10개의 SRS 에어백과 보행자 움직임을 감지하는 인텔리전트 비상 브레이크, 인텔리전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 차간거리 제어, 차선 이탈 방지, 운전자 주의 경보 시스템 등 첨단 안전 기술이 탑재됐다. 가격은 2.5 스마트 2960만원, 2.5 SL 테크 3550만원, 2.0 터보 4140만원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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