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움을 동경하는 도시 남성을 위한 대형 SUV - 혼다 3세대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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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남성다움', '여성다움'이라는 형용사가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패션 영역을 넘어 메이크업에까지 관심을 확장하는 남성들이 있는가하면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사와 육아는 더이상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사회 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역시 여성들이 꼽는 대표적인 고충이 되고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영역 확장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내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인식되어온 '남성상', '여성상'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 생활 양식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대변하는 자동차 역시 최근 '유니섹스' 바람이 거셉니다. 승차감 좋고 실용적인 세단이 '스포츠 쿠페'의 성격을 입기도 하고 험로 주행을 위해 특화된 SUV에 '도심 환경에 특화된'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합니다. 아예 이 차는 용도를 상정하는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크로스오버(Crossover, 장르 파괴)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합니다.
중국 요리를 주문하면서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항상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짬짜면이 나왔듯, 두 가지 이상의 상반되는 장점을 한 대로 누리기 원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자동차 시장의 장르 파괴 또는 장르 융합(Convergence) 작업은 여느 때보다 뜨겁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50년 전통의 설렁탕'과 같이 특화된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취향에 맞는 선택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시간에 소개해 드릴 차량은 혼다의 3세대 풀사이즈 SUV인 파일럿입니다. 파일럿은 혼다가 북미 시장을 겨냥해 2002년 출시한 SUV입니다. 현행 모델은 2015년 새롭게 풀체인지된 3세대 모델입니다.
국내 시장에는 2009년 새롭게 풀체인지된 2세대 모델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2012년)부터 정식 출시된바 있습니다. 1세대 모델은 혼다 미니밴인 오디세이를 베이스로 (Crossover) 제작 되었지만 2세대 모델부터 혼다의 고급 브랜드인 어큐라의 MDX를 베이스로 제작되었습니다.
혼다 파일럿은 7인승 구조의 SUV입니다. 외형 사이즈는 길이 4,955mm, 폭 1,995mm, 높이 1,775mm, 휠베이스 2,820mm이며 공차 중량은 1,965kg입니다. 2세대 모델의 경우 길이 4,875mm, 폭 1,995mm, 높이 1,840mm, 휠베이스 2,775mm이며 공차 중량은 2,080kg였으니 비교하면 길이가 90mm 늘어났고 폭은 동일하며 높이는 65mm 낮아졌습니다. 공차 무게 역시 125kg 가벼워졌습니다. 파일럿은 미국 시장에서는 미들 사이즈 SUV로 분류되는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대형 SUV로 분류되는 사이즈입니다.
국내 출시된 모델은 단일 트림으로 판매 가격은 5,390만원으로 기존 2세대 모델의 4,890만원에서 500만원 인상되었습니다. 차량 가격이 인상된 이유는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 지능형 지형 관리 시스템, 도로 이탈 경감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열선 스티어링, 트라이존 콘트롤, 오토매틱 에어컨디셔너 등 최신 편의 장치가 대거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2세대 파일럿의 외형 디자인은 크로스오버 형태로 SUV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최신 모델들과 달리 SUV 특유의 박스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3세대 파일럿은 기존의 남성다운 투박함과 최신 SUV의 느낌이 적절히 융화되어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도심형 SUV의 전형적인 모습이 엿보이지만 측면, 후면 등 전반적인 실루엣에서는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장점으로 한 파일럿 특유의 강인함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파일럿은 모노코크 구조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프레임 구조의 SUV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 실정인데요, 프레임 구조에 비해 강도(부서짐에 저항하는 힘)는 약하지만 승차감에 영향을 미치는 강성(비틀림에 저항하는 힘)이 프레임 바디보다 우수하고 실내 공간 활용성이 좋기 때문에 최근 출시되는 SUV는 대부분 모노코크 바디로 설계됩니다.
전면부 디자인입니다. 전면부는 혼다의 컴팩트 SUV인 CR-V와 패밀리룩을 이루고 있습니다.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부가 헤드 램프를 깊숙하게 파고 들고 있으며 헤드 램프 하단부에 엣지를 넣어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에어인테이크와 일체화되어 있는 차폭등과 하단 디퓨저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어코드, 레전드와 비슷한 에어로다이나믹, 키네틱 디자인 등과 같은 현대 디자인 기법과 상반되는 모습으로 굵고 분명한 선을 특징으로 합니다. 높게 쭉 뻗어 있는 엔진 후드 라인과 두툼하면서 간결하게 마감된 전면부에서 SUV의 정체성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보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듬어진 헤드 램프입니다. 헤드 램프 상단을 라디에이터 그릴이 파고들고 있어 LED 데이 라이트 윗부분이 분리되어 있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최근 출시되는 도심형 SUV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입니다만, 기존 파일럿의 차량 특징을 소비자들이 그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세부 디테일을 자제하였고 개성 있는 연출보다는 대형 SUV 특유의 무게감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면부 디자인이 이뤄져 있습니다.
측면부의 모습입니다. 2세대 모델까지는 전형적인 박스 형태의 SUV 디자인이었습니다만, 3세대 모델은 전면부와 후면부의 라인을 최신 트랜드에 맞게 다듬었습니다. A 필러 각도도 완만해져 한층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물론 측면 캐릭터 라인 사용을 최대한 절재하였고 후면 해치 도어의 각도 역시 도심형 SUV에 비해 직각에 가까운 형태이며 3열 탑승자를 고려해 C 필러의 크기도 확대되어 있는 등 실용성 위주로 디자인되어 있기는 하지만, 다소 딱딱한 느낌을 주었던 2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꽤나 현대적인 느낌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후면부 디자인입니다. 2세대 모델보다 곡면이 눈에 띄게 많이 사용되었지만, 최근 도심형 크로스오버 형태의 SUV 대비 간결하면서 실용적인 측면이 강조된 다지인입니다. 부드러운 곡면으로 다듬은 후면 해치 도어는 일반 도심형 SUV보다 각도가 높고 테일램프, 리어 범퍼의 구성 역시 세련미보다는 남성다운 힘을 강조한 형태입니다.
머플러팁은 외부로 노출되지 않으며 범퍼 하단을 무광 블랙 스타일로 구분하여 디퓨저 느낌을 살렸습니다. 예비용 타이어는 2세대와 마찬가지로 리어 범퍼 하단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루프 역시 넓고 평평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루프 케리어를 기본 장착하고 있어 다양한 레저 장비를 싣기 용이합니다. 선루프는 루프 케리어 전면부에 일반 사이즈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도심형 SUV의 경우 파노라마 선루프가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만, 루프에 다양한 레저 장비를 싣거나 레저용 백을 설치 하는 사람들이 많은 정통 SUV의 경우 파노라마 선루프보다는 견고하면서 넓은 적재 공간을 제공하는 편이 더 유용합니다.
혼파 파일럿에는 20인치 휠이 기본 제공됩니다. 타이어는 전륜과 후륜이 동일한 245/50/ R20 사이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존 18인치 휠 타이어와 매칭한 2세대 모델 대비 만족스러운 부분입니다. 2중 스포크가 안쪽을 중심으로 바깥쪽으로 뻗어나가는 타입이며 림을 얇게 디자인해 외형적인 만족도도 높은 편입니다. 다만 휠 단면의 유광 커팅면이 넓어 스크래치에 취약해 보인다는 점이 아쉽군요.
사이드 미러는 넓은 직사격형 타입으로 외형보다는 주행시 시계 확보에 중점을 둔 디자인입니다. 실제로 파일럿 사이드 미러의 후방 시야각은 동급 SUV 가운데 최상위급에 해당했습니다.
파일럿에는 동승석 사이드미러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후미 영상을 출력해줍니다. 주행시 사각 지대로 인한 위험을 줄여줄뿐 아니라 주차시에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9세대 어코더 3.5 모델에도 해당 기능이 탑재된바 있습니다.
모니터에 후방 영상이 자동으로 표시되며 방향 전환 레버 끝 부분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에 후방 영상을 계속해서 띄울 수 있습니다. 영상 품질은 선명한 편이며 여러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될만한 기능입니다.
실내 인테리어 구성을 살펴보시겠습니다. 내부 구성 역시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보여준 2세대 모델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차고가 낮아져 헤드룸이 약간 줄어들었고 A 필러의 완만한 각도로 전면부의 개방감이 다소 감소한듯 느껴지지만, 기본적인 거주성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차체 길이가 90mm 늘어났고 그에 따라 휠베이스도 확장되어 2열, 3열 거주성은 2세대 모델보다 한층 좋아졌습니다.
실내 인테리어 부분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했던(엄격하게 말해 다소 촌스러웠던) 구성이 최신 스타일에 맞게 다듬어져 있으며 센터페시아, 계기반 역시 최신 모델다운 세련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데시 보드를 비롯한 센터페시아 패널 구성은 세단에 가깝습니다. 적지 않은 조작 버튼들이 들어차 있지만 복잡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고급스러움, 세련미 부분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던 2세대 모델과 달리 3세대 파일럿의 실내는 혼다 특유의 실용성과 고급 라인업의 세련미가 적절히 조화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느끼는 인테리어 만족도가 대체로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너무 많은 버튼들이 들어차 있어 복잡한 느낌을 주었던 2세대 모델의 센터페시아 패널과 달리 3세대 파일럿의 센터페시아는 모니터, 에어컨디셔너, 오디오 부분으로 단순화되어 있습니다. 기존 모델에 비해 편의 장치가 증가했음에도 조작 버튼부를 단순화해 미관과 사용성을 높인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센터페시아 상단 구성입니다. 상단에 멀티 터치 방식의 8인치 모니터를 중심으로 좌우에 에어컨디셔너 통풍구, 그 밑에 에어컨디셔너 패널부, 오디오 패널부, 변속기 박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어컨디셔너 패널의 온도 조절 버튼이나 각 기능 버튼 구성이 처음 차를 접하는 사람에게도 어렵지 않게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어컨디셔너 패널 아래로 광학 드라이브가 배치되어 있으며 좌우로 시트 히팅 버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시트 히팅 버튼은 상하 2단계 조절 방식입니다.
센터페시아 하단의 수납 공간입니다. 꽤 넓은 공간이며 우측 부분에 외부 기기 연결을 위한 USB 단자, HDMI 단자, 시거잭을 갖추고 있습니다.
8인치 모니터입니다. 내비게이션 맵은 아틀란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혼다는 국내 출시한 모든 차종에 자체 제작한 전자지도가 아닌, 에프터마켓용 네비게이션 시스템으로 매립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일단 세부 기능 활용에는 문제가 없으나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사용감은 떨어집니다.
내비게이션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화면에 보이는 백 버튼을 약 3초간 터치를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저가형 모니터에 사용되는 감압식 터치가 아닌,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해도 인식을 하는 멀티 터치 방식이여서 터치 기능 사용감이 매우 우수합니다. 또 모니터 휘도가 높아 직사 광선에 노출되어도 텍스트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블루투스 연결 역시 자연스럽고 깔끔하게 진행되었으며 블루투스 오디어 연결시 오류 없는 동작을 보였습니다. 차량에서 내린 후 재 탑승을 하면 블루투스 오디오가 자동으로 연결되는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사용감은 전반적으로 훌륭했습니다. 측면의 메뉴 버튼 역시 터치로 작동하며 터치감이 좋아 조작에 따른 불편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인포테인먼트 구성이 좋은 수준입니다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부분은 아쉽습니다. 멀티 터치에 화면 사이즈도 8인치로 활용에 불편이 없는만큼 스마트폰과 연동해 네트워크 환경에서 보다 적극적인 기능 확장을 구현했으면 합니다.
계기반은 혼다 특유의 스타일과 상당히 다른 모습입니다. 두 개의 반원이 속도계와 RPM 게이지 기능을 담당하며 중앙 부분에 큰 사이즈의 컬러 LCD를 넣어 다양한 주행 정보를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인성이 좋고 구성도 최신 모델로서 크게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스티어링휠은 V 형태의 4스포크 타입이며 좌우에 십자형 버튼을 비롯해 12개의 버튼을 품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기능별로 정리가 잘되어 있어 사용 편의성은 우수합니다. 스티어링휠 그립감은 얇은 편이며 차체 사이즈에 맞게 파이가 큰 편입니다.
우측 버튼부입니다. 차간 거리까지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 기능과 차선 이탈 경고 버튼, 트립 컴퓨터 검색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은 차간 거리를 4단계로 조정할 수 있으며 30km/h 이상부터 활성화됩니다.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을 켜면 차선을 이탈할 경우 스티어링휠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계기반에 스티어링휠을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가 점등됩니다. 또 스티어링휠을 넘어선 차선 반대쪽으로 보정해 차선 이탈에 따른 위험한 상황을 능동적으로 막아줍니다. 물론 이 기능은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수준이지만, 졸음 운전시 몇 초간의 주의 상실이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 운전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기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측 부분의 버튼 구성입니다. 오디오 관련 기능과 헨즈 프리 기능 등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1열 좌석 레일 부분의 수납 공간입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자바라 형태의 커버로 덮어 놓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커버 상단이 넓고 평평하여 지갑, 휴대폰, 태블릿, 카메라 등 다양한 소지품을 놓기 적합합니다.
수납함 안쪽의 모습입니다. 꽤 넓고 실용적인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전면에 DC 아웃 단자와 USB 단자를 갖추고 있습니다.
도어 안쪽 마감입니다. 직선 위주로 단순한 디자인이며 마감은 무난한 수준입니다. 스피커 출력구나 하단의 수납 공간 처리는 그리 고급스럽지 못하지만 편의성 및 수납 공간 확보가 잘 되어 있습니다.
독특한 점은 도어를 여닫을 때 무게감이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도어가 두껍고 무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SUV 특유의 거친 감성이 느껴지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셋팅된 부분으로 보여집니다. 묵직하게 움직이는 도어 힌지의 압력을 선호하는 남성들도 있겠지만, 부드러운 동작감을 선호하는 사람 특히 신체적으로 약점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도어 구동시 압력을 좀 더 부드럽게 조율했으면 합니다.
스티어링휠 왼쪽 부분의 조작 버튼부입니다. 사이드미러 접기 버튼과 연비 주행에 최적화된 모드인 에콘 버튼, 그 밑으로 파킹 센서 버튼, 차선 이탈 경고 버튼, 자세 제어 장치 OFF 버튼, 전방 추돌 경고 버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ECM 기능을 포함한 룸미러와 실내등, 선루프 조작 버튼부입니다. 전면에 작은 선글래스 수납 공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선루프 버튼은 틸트와 오픈 기능이 두 개의 버튼으로 제어됩니다.
선그래스 수납함 전면에는 위와 같이 볼록 거울이 배치(혼다 차량의 특징이기도 합니다.)되어 있어 2열, 3열 탑승자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린 자녀들을 2열, 3열에 태워야하는 가장들이 아이들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용도로 아주 유용한 부분입니다.
선루프는 파노라마 방식이 아닌 일반 사이즈입니다. 개방감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델이지만 선루프만큼은 일본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시트 포지션은 일반 도심형 SUV 대비 좀 더 높게 설정되어 있어 1열 시트 착석시 전방 시야 확보가 용이합니다. 시트의 쿠션감, 가죽 질감 등은 가격 대비 무난한 수준입니다. 다만 오랜 착석시 가죽 늘어짐 현상은 피하기 어려울듯 합니다. 운전석은 10웨이 전동 방식으로 조절되고 동승석은 8웨이 조작 방식입니다.
2세대 모델 대비 길이가 90mm로 늘어났고 휠베이스도 46mm 확장되어 2열, 3열 시트 공간 역시 좀 더 넓어졌습니다. 위의 사진은 2열 시트를 최대한 뒤로 뺐을 때의 위치입니다.
위 사진은 2열 시트를 최대한 앞으로 조정했을 때의 위치입니다.
2열 시트 포지션을 중간 정도 위치에 잡고 시승자(181cm, 86kg)가 평소 운전하는 포지션으로 운전석을 셋팅한 다음 2열 시트에 앉아보았습니다. 결과 9~10cm 정도의 무릎 공간이 확보되었습니다.
2열 탑승자를 위해 에어컨디셔너 통풍구, 조작 패널(LCD 포함)을 추가 배치하였으며 두 개의 USB 단자를 배치, 스마트폰을 비롯한 외부 기기 연결을 용이하게 했습니다.
3열 시트는 간이 시트 형태가 아닌 풀사이즈에 근접한 시트이며 성인 남성이 탑승하는데 큰 불편이 없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2열 시트를 중간 정도 위치에 맞춰 놓고 3열 시트에 앉아보았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약 3cm 정도의 무릎 공간이 확보됨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세대 모델의 경우 좁은 공간에서 시야 확보를 위해 3열 시트를 높게 설계했지만 3세대 모델은 2열과 동일한 높이로 3열 시트를 설계, 일상적인 용도로 활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습니다.
3열 시트 좌우측에 팔걸이 겸용 수납함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수납함은 3개로 나뉘어져 있어 3개의 컵을 거치할 수 있습니다. 즉 3열에만 총 6개의 컵홀더가 마련되어 있는 셈입니다.
3열 시트에 타고 내릴 때에는 위와 같이 2열 시트를 등받이까지 접은 다음 2열 도어로 승하차를 해야 합니다. 승하차 과정이 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성인 남성이 오르내리기에 아주 불편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3열 시트 탑승자를 위한 C 필러가 매우 크기 때문에 3열 시트 탑승시 답답한 느낌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3열 시트를 펼친 상태에서도 트렁크 활용도(467리터)가 좋은 편입니다. 트렁크 바닥이 높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도심형 SUV 가운데 높은 차고로 제작되어 있어 전체 공간은 동급 모델 가운데 상위 레벨에 해당합니다.
트렁크 하단에도 위와 같이 꽤 넓은 수납 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차 용품을 비롯해 비상 용품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사이즈입니다.
3열 시트를 접으면 위와 같이 트렁크 공간이 1,325리터로 대폭 확장됩니다.
3열 시트를 비롯해 2열 시트까지 접으면 트렁크 공간이 2,376리터로 대형 냉장고도 들어갈만큼 넉넉한 공간이 확보됩니다. 특히 시트가 트렁크 바닥면과 평면을 이루고 있어 트렁크 활용도가 무척 뛰어납니다.
트렁크는 전동 방식으로 리모트 콘트롤 키와 트렁크 도어 하단의 버튼으로 여닫힙니다.
예비 타이어는 차체 후면 하단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3세대 파일럿의 동력 성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3세대 파일럿에는 3.5리터(3,471cc) V6 직분사식 i-VTEC 엔진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 엔진은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VCM은 주행 상황에 따라 3기통, 4기통, 6기통 모드로 전환하여 최적의 연비로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입니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북미 모델의 경우 버튼 방식으로 작동하는 9단 변속기를 새롭게 매칭했지만 국내 모델은 6단 자동 변속기로 다운 그레이드 되어 출시되었습니다. 9단 변속기 대신 6단 변속기를 적용한 것은 판매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함인데,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 확실한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엔진 출력은 최대 284마력을 6,000rpm에서 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는 기존 2세대 모델의 257마력/6,200rpm 대비 27마력 향상된 수치입니다. 최대 토크는 36.2kg.m를 4,700rpm에서 발휘하도록 셋팅되어 있으며 이 부분 역시 기존 2세대 모델의 35.4kg/5,000rpm에서 소폭 상승한 수치입니다. 기존 2세대 모델 대비 최대 출력이 보다 낮은 영역에서 발휘되도록 조정이 되었으나 기본적으로 고속 회전 영역에서 높은 효율을 내도록 설계되어 있고 저회전 영역에서 강력한 토크를 기반으로 우수한 견인력을 갖춰야 하는 SUV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V6 가솔린 엔진이라는 점에서 파일럿의 동력 성능 부분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분들이 계실듯합니다.
실제 주행시 3세대 파일럿의 동력 성능은 일상적인 가용 영역은 물론 고회전 영역에서도 출력 부족으로 인한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았습니다. 파일럿의 전반적인 주행 성능은 기대보다 좋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2톤에 달하는 차체 무게를 가볍게 움직이기에는 저회전 구간의 토크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을 제외하면 체감 성능 부분에서 이렇다할 아쉬움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중속에서 고속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의 호쾌한 가속 성능은 무게당 마력비에서 기대되는 것 이상으로 훌륭했습니다. 최고 속도가 2세대 모델과 마찬가지로 180km/h에서 제한되기에 그 이상으로 속도를 높일 수는 없지만 제한 속도까지는 큰 무리 없이 속도계 바늘을 올려주는 등 전반적으로 동력 성능 부분에서 큰 불만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서스펜션은 전륜이 맥퍼슨 스트럿, 후륜이 멀티 링크 방식입니다. 파일럿은 VTM-4(Variable Torque Management 4-wheel drive system, 지능형 전자식 구동력 배분 시스템)라는 가변 토크 사륜 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전륜 구동을 기반으로 하며 별도의 조작 없이 도로 상황에 맞게 전륜, 후륜 토크 배분이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코너링시 언더스티어 현상을 억제해 주기 위해 좌우 바퀴의 토크 분배를 원활하게 해주는 토크 백터링 기술이 추가되었고 눈길, 진흙길, 모랫길 등 노면 상황이 일정하지 않은 도로에서 주행시 네 바퀴의 접지력을 세밀하게 조종해 주는 지형 관리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조향 감각을 조정해주는 AHA도 3세대 파일럿에 추가되어 있습니다.
VTM-4는 기본적으로 전륜 구동으로 작동하며 노면 상황이나 주행 상태에 맞게 전륜 30, 후륜 70까지 토크가 자동 배분되는 방식입니다. 슬립이 발생하면 작동하는 사륜 구동 방식과 달리 필요한 상황을 미리 예측하여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혼다는 강조합니다.
주행 안정성을 위해 다양한 첨단 기능들이 대거 적용되었다고 하지만,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모델이기 때문에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특성을 보입니다. 차고가 높고 댐핑 스트로크 역시 길게 셋팅되어 있어 급격한 거동시 SUV 특유의 롤링, 피칭 등의 불안한 모습을 그대로 노출합니다. 기본적으로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해 차고를 높인 SUV에서 날카로운 주행 감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120km/h 이하의 영역에서는 편안함과 안정감 간의 조화가 훌륭해보이지만, 120km/h를 넘기면서부터는 하체 밸런스가 깨지기 시작하면서 대형 SUV 특유의 육중한 거동이 그대로 체감됩니다.(사실 BMW X5M, X6M과 같은 SUV 변종들도 세단보다 단단하게 셋팅된 서스펜션을 품고 있음에도 고속 코너링 구간에서는 SUV의 한계성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급격한 거동에 적합한 하체 셋팅은 아니지만 고속 주행시 안정감은 기대보다 훌륭했습니다. 한계 속도인 180km/h에서도 차체가 뜨는듯한 느낌이 들거나 조향에 따른 불안감 없이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유지했습니다.
파일럿의 연비는 복합 기준 8.9㎞/l(도심 7.8㎞/l, 고속도로 10.7㎞/l)입니다. 시승 기간 동안 약 350km의 거리를 주행하였고 시내, 시외 비율은 5:5 정도였으며 오토기어 시승 메뉴얼에 따라 주행 테스트가 이루어졌습니다. 결과 트립 컴퓨터상에 명시된 누적 연비는 리터당 7km 초반을 나타냈습니다. 복잡한 도심의 경우 리터당 5km 내외의 연비 효율을 보였고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할 경우 리터당 9-10km 내외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시승 환경에 비해 편안한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일반 운전자들의 경우 리터당 8km 내외의 실연비가 기대됩니다.
소음 진동 억제력 부분에서도 향상점을 보여주었습니다. 2세대 모델의 경우 박시한 디자인으로 인한 풍절음과 고속 주행시 하체에서 유입되는 소음이 다소 거슬렸는데, 3세대 파일럿에는 확실한 개선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주행시 풍절음이 크게 줄었음은 물론, 하부에서 유입되는 소음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되었습니다. 특히 오디오 분야에 활용되는 노이즈 캔슬링과 비슷한 기술인 ANC(Active Noise Canceling : 차내 설치된 마이크가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모니터링해 이와 반대되는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켜 소음을 상쇄하는 기술)을 적용해 물리적인 소음을 줄여줍니다.
총평
시간이 지날수록 'SUV = 차고가 높은 세단'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혼다 파일럿은 SUV 특유의 넉넉함과 여유로움, 우직함을 두루 갖춘 몇 안되는 모델입니다. 실용적 가치에 집착하는 일본 브랜드에서 만든 차라고 보여지지 않을만큼 파일럿은 미국적인 기질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이채로운 SUV입니다.
실제로 파일럿은 북미 시장에서 매년 10만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링 모델입니다. 곳곳에서 거친 터치들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미국 브랜드 SUV처럼) 마감 불량으로 인해 드러나는 허술함이 아닌, 남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해 놓은 부분으로 보여집니다.
샌님처럼 미끈한 SUV들과 달리 높은 차고와 좌우 토크 분배가 가능한 i-VTM4 사륜 구동 시스템을 기반으로 오프로드에서도 제법 터프한 매력을 발산함과 동시에 진보된 안전 장치들과 부드러운 승차감, 쾌적한 정숙성,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 패밀리 용도의 SUV로서도 손색이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안전성 부분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는데, 2015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안전도 평가에서 전 부문 최고 안전 등급을 획득한바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높은 상품성을 갖춘 대형 SUV로 판단됩니다만, 아쉽게도 국내 시장 실적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파일럿과 같은 일본 브랜드의 대형 SUV를 선뜻 집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는 '연비 효율'이 떨어지는 가솔린 기반의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파일럿이 V6 3.0 디젤 터보 엔진을 탑재, 리터당 12km 이상의 연비 효율과 강력한 저속 토크 수치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파일럿을 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이 크게 바뀌었을 것입니다. 물론 파일럿의 주 무대가 가솔린 엔진을 선호하는 북미 시장이기 때문에 극소량을 소화하는 국내 시장을 위해 파워 트레인을 변경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대형 SUV 시장에서 확실한 밸류를 구축하고 있지 못한 일본 브랜드의 한계성 역시 파일럿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보면 중저가 라인업의 대형 SUV는 미국 브랜드를, 고가 라인업의 대형 SUV는 유럽 브랜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미국 브랜드의 경우 전통적으로 큰 사이즈의 SUV를 생산해왔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는데다 가격 대비 넓은 차체 사이즈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고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안정성과 주행 성능을 두루 갖추고 있는데다 밸류 부분에서도 확실한 차별성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반면 일본 브랜드를 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각은 (한 때 유행처럼 언급된 '단소경박'(短小輕薄)이라는 표현처럼) 작고 실용적인 가치 부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역시 이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인데, 일본 브랜드의 SUV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 추이를 보이는 모델이 혼다 CR-V, 토요타 RAV-4, 닛산 캐시카이와 같은 컴팩트 모델들이라는 점도 이를 반증합니다. 3세대 파일럿이 갖고 있는 본연의 가치가 상품 이외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하다고 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
북미 시장 출시 모델에 탑재된 9단 변속기를 제외한 부분은 반드시 재고를 해봐야할 부분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SUV 구매 패턴을 보면 차체 사이즈가 커질수록 가솔린 파워트레인에 대한 거부감(연비 효율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합니다. 일반적으로 변속기 단수가 많아질수록 출력 손실이 줄어들고 연비 효율에서도 확실한 이점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는만큼, 국내 출시 모델에 9단 변속기를 매칭해 출시한다면 가솔린 파워 트레인 부분에 대한 거부감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멀티 터치 기반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세련되게 다듬었으니 카플레이, 구글 오토와 같은 보다 진보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안드로이드 또는 iOS 기반에 스마트폰과 테더링 기능 하나만 구현해도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같은 기본적인 편의성이 단번에 해결(에프터 마켓에서 AUX 구조로 조잡하게 구현하지 않아도)되며 무한대의 디지털 소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취향 문제일 수 있겠습니다만, 도어를 여닫을 때 타 모델과 달리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도어 자체가 두껍고 묵직한데다 남성의 강한 힘이 느껴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여성 소비자들의 경우 도어를 여닫는 과정에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힌지 구조를 변경해 도어를 보다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압력을 조절했으면 합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자동차일까?
일본 브랜드의 대형 SUV입니다만, 혼다 파일럿은 SUV의 본 고장인 미국 브랜드보다 더 미국적인 특성의 SUV입니다. 그러면서 작은 부분에서도 배려를 잃지 않은 일본 브랜드 특유의 섬세함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정숙함과 실용성, 여유로운 실내 공간 그리고 남성다운 강인함을 갖춘 대형 SUV를 찾는 40대 가장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만한 모델이라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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